에브라임 사람들, ‘쉽볼렛’ 제대로 발음하지 못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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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성경 12] 성경에 나타난 이스라엘의 자연환경 (2)

농사에 이용할 수 있는 큰 강 없어 풍족하지 못해
비도 부족해 해안선 따라 좁고 긴 땅에 농사 지어
지진으로 요단 계곡 생기는 등 복잡한 지형 갖춰
예전엔 갈릴리 호수 등 계곡 전체 바닷물 들어와

▲메소포타미아 비옥한 초승달 지역. 가나안 지역은 매우 좁게 분포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메소포타미아 비옥한 초승달 지역. 가나안 지역은 매우 좁게 분포돼 있음을 알 수 있다.

2. 이스라엘의 지형

1) 거대 지진이 바꾼 이스라엘 지형

가나안은 지중해 동쪽에 위치한 곳으로, 해안가는 지중해성 기후의 영향을 받지만 동쪽으로 조금만 더 가면 바로 비가 전혀 내리지 않는 아라비아 사막 지역으로 바뀌게 됩니다. 따라서 애굽과 메소포타미아를 이어주는 가나안 지역은 비옥한 초승달 지역 중에서도 얇은 띠처럼 좁고 길게 지중해 해안을 따라 펼쳐진 곳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입니다.

이곳은 농사에 이용할 수 있는 큰 강이 없고 충분히 내리지 않는 비에만 의존하여 농사를 지어야 하기 때문에, 결코 풍족한 삶을 살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지중해 해안가를 따라 펼쳐진 좁고 긴 땅에서 작은 부족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근근히 살아가기에 적합한 단조로운 가나안 지형을, 지금처럼 복잡하게 만든 것은 수십만 년 혹은 수백만 년 전 있었던 거대한 지진이었습니다. 이 지진으로 지각판이 아프리카판과 아라비아판으로 나누어진 것입니다.

아프리카 빅토리아 호수부터 시작하여 레바논 산맥으로 이어졌던 이 거대한 지진은 이 일대 지형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이 지진으로 빅토리아 호수에서 시작하는 나일강이 만들어졌고, 나일강의 흐름에 따라 나일 계곡이 형성되었습니다. 이렇게 형성된 나일 계곡은 애굽의 모든 역사를 통하여 그 물길이 단 한번도 바뀐 적이 없습니다.

또 이 지진으로 홍해에 아카바만이 만들어졌습니다. 아카바만은 수심이 매우 깊기로 유명합니다. 수심이 깊은 관계로 물고기들이 거의 살지 않고, 물고기를 먹이로 하는 새들도 이곳에선 관찰하기 힘듭니다. 아카바만은 이스라엘이 홍해로 진출하는 교두보로 사용되었습니다.

모세가 40년 광야 생활 후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끌고 동편 산지로 가기 위하여 우회하던 길인 아라바(Aravah; 신 2:8) 길도, 지진으로 인하여 홍해 바닷물이 들어오는 만이었다가 세월이 흐르면서 흙과 자갈로 메워진 다음 평평한 광야 지역이 된 곳입니다(신 1:1). 따라서 이곳은 무역 상인들이 자주 왕래하는 주요 교통로가 되었습니다(왕상 9:26; 왕하 25:4; 렘 52:7).

아라바 계곡이 비와 바람에 의하여 흙과 돌로 메워지면서 평지가 되면서, 미처 빠져 나가지 못한 홍해 바닷물이 모여 호수로 만들어진 곳이 바로 사해(혹은 염해)입니다. 구약성경은 사해를 아라바 바다로 자주 표현하고 있는데(신 3:17, 4:49; 수 8:14, 12:3; 왕하 14:25), 아라바 광야가 메워지기 전에는 아라바 지역부터 갈릴리 호수를 포함한 요단 계곡 전체가 홍해 바닷물이 들어오던 곳이었습니다.

이런 전통에 따라 성경에서는 넓은 의미로 긴네롯 바다(즉 갈릴리 호수)까지도 아라바 지역에 포함시키기도 합니다(신 3:17; 수 11:2, 12:3). 그러나 현대에는 아라바 지역을 좁은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데, 사해 끝 부분부터 아카바만까지의 광야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요단 계곡 지역을 고르(Ghor; Depression, 함몰)라고 구분하여 부릅니다.

이스라엘이 자리잡은 가나안 지역은 그 크기가 우리나라 경상도 정도에 불과한 곳이지만, 지진으로 인하여 만들어진 요단 계곡으로 말미암아 이스라엘은 실로 복잡한 지형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지형이 바로 가나안 지역에서 보이는 가장 특징적인 모습으로, 이를 잘 알아야 이스라엘 전체 지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사해 수심을 나타내는 그래픽. ⓒbibleplaces.com
▲사해 수심을 나타내는 그래픽. ⓒbibleplaces.com

요단 계곡, 이스라엘 동-서 나누는 지형 특징 기준
동-서편 문화 차이도 생겨, ‘쉽볼렛’ 발음이 그 예시
압살롬 피해 요단강 건너던 다윗, 수심 깊어 곤란
남유다 시드기야 왕도 요단강 건너 도망하다 잡혀

2) 이스라엘의 가장 특징적인 지형, 요단 계곡

거대한 지진으로 인하여 남북 방향로 깊고 길게 갈라져 생겨난 요단 계곡은 이스라엘을 동편 산지와 서편 산지(즉 족장길이자 중앙산지 지역)로 나누는 매우 특징적 지형입니다. 매우 깊은 이 계곡은 사람들이 왕래하기 매우 불편한 지형으로, 요단강을 중심으로 동과 서로 나뉘는 자연 경계선을 형성하기도 하였습니다.

왕래가 불편한 깊은 계곡은 동서 지역 간 상호 교류를 방해하였고, 이에 따라 요단강 동편과 서편이 서로 문화 차이를 보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히브리어 발음이 이 계곡을 중심으로 달라지는데, ‘쉽볼렛’에 대한 발음이 요단 계곡 동편과 서편 사람들 사이 서로 차이가 있었습니다.

이 차이를 입다가 사사였던 시절 에브라임 사람들과 길르앗 사람들 사이 전쟁 이야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삿 12:1-6). 요단강 나룻터를 지키던 길르앗 사람들은 도망치는 에브라임 사람들을 식별하는 방식으로 발음 차이를 이용하였습니다. 즉 쉽볼렛을 ‘십볼렛’이라 발음하면 에브라임 사람이므로, 그 자리에서 곧바로 죽였던 것입니다.

그 이유는 에브라임 사람들이 ‘쉽볼렛’이라고 발음하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이 여호수아의 지휘 하에 가나안을 정복한지 불과 300여 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 사이 동일한 히브리어 알파벳 발음이 달라질 정도로 요단강 동편과 서편의 교류는 매우 제한적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요단 계곡은 통행이 불편하였던 관계로, 도망가는 길로도 자주 이용되었습니다. 압살롬이 반역을 일으켰을 때 다윗은 요단 나룻터를 통하여 동편 산지 에브라임 숲으로 도망치게 됩니다(삼하 17-18장). 이 과정에서 요단강을 건널지 말지의 문제가 매우 심각하게 다루어집니다.

이는 요단강의 수심이 깊어 사람들이 건너가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었습니다. 압살롬은 빨리 추격하자는 아히도벨의 조언 대신 진용을 갖춘 후 천천히 추격하자는 후새의 조언을 선택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다윗에게 도망갈 시간을 벌게 해주었던 것입니다.

남유다 마지막 왕인 시드기야도 요단강을 건너 도망가려다, 여리고 평지에서 잡혀 바벨론으로 압송됩니다(왕하 25:4-5).

느부갓네살 왕 군대가 예루살렘을 3년간 포위하다 마침내 성벽 일부분을 파괴시킵니다. 이에 시드기야는 물래 ‘왕의 동산’쪽 길을 통하여 요단강 길로 도망가다가, 중간에서 잡히게 됩니다.

시드기야가 요단강 길을 도피로로 선택한 것은 강 건너편에서 적의 추적을 쉽게 관찰할 수 있으며, 동편 산지는 무성한 숲으로 인하여 은신하기에 매우 좋은 환경을 제공하였기 때문입니다.

요단강이 통행에 불편을 준 것은 높은 고저차 외에도 많은 수량 때문으로 보입니다. 갈릴리 호수 물을 식수로 사용하는 현대와는 다르게, 신·구약 성경 시대에는 요단강 수량이 제법 많았습니다.

여호수아 3장 15절과 4장 18절에 보면 ‘곡식을 거두는 시기’, 즉 봄 절기를 전후로 한 우기 때에는 ‘요단강이 항상 언덕에 넘쳤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즉 생명의 위협을 느끼지 않고 도보로 건너기에는 수심이 꽤 깊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이유로 요단강에는 배로 요단강을 건널 수 있는 나룻터가 몇 군데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수 2:7; 삿 3:28, 12:5-6; 삼하 17:16).

이처럼 성경에서 75회 이상 사용될 정도로 이스라엘의 가장 특색있는 지형지물 중 하나가 된 요단강은 성경에서 주로 지명이나 지역과 관련된 것을 지칭하는 단어로 자주 사용됩니다.

즉 ‘요단 건너편, 요단 이쪽, 요단 저쪽, 요단 가, 요단 가운데, 요단 서쪽, 요단 동쪽’ 등이 그 예입니다. 이 용법에서 보듯이 요단강은 이스라엘을 크게 동서로 나누어 주는 자연적 경계의 이미지로 이스라엘 사람들의 머리 속에 새겨져 있었습니다.

▲그냥 몸이 떠오르는 사해의 한 관광객. ⓒ픽사베이
▲그냥 몸이 떠오르는 사해의 한 관광객. ⓒ픽사베이

요단강, 성경 75회 나올 정도로 특색있는 지형지물
요단강과 갈릴리 호수 깊이, 해수면보다 훨씬 낮아
당시 기술로는 농업용수나 식수로 끌어쓸 수 없어
요단강의 ‘죽음’ 관련 이미지, 후대 사람들 만든 것

3) 농업에는 사용할 수 없었던 요단강 물

비록 요단강 수량이 풍부하였더라도 그 물을 농업용수나 식수로 사용할 수는 없었는데, 그 이유는 지진으로 만들어진 요단 계곡의 깊이가 해수면보다 훨씬 낮았기 때문입니다. 헐몬산 정상에 있는 만년설이 녹아 흘러내린 물로 만들어진 갈릴리 호수는 ‘바다’라고 불릴 정도로 매우 큰 민물 호수입니다.

그러나 갈릴리 호수는 지중해 해수면보다 무려 200미터 이상 낮은 곳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그 물을 지상에 있는 농경지에 끌어올려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은 과학 기술 발달로 강력한 펌프를 만들어 갈릴리 호수 물을 이스라엘 전역에 공급할 수 있지만, 신·구약 성경시대에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따라서 갈릴리 호수는 농경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곳이 아니라 어부들이 물고기를 잡는 곳으로밖에 활용할 수 없었습니다.

물론 큰 호수가 있다 보니 갈릴리 호수 주변에는 많은 목초지들이 있어 가축들을 키우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목초지들은 예루살렘에 있는 왕이나 귀족들의 차지였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은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는 어업에 종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예수님이 공생에 초기 갈릴리 지역에서 선택하셨던 열두 제자들은 대부분 가난하고 무식하였던 어부 출신이었던 것도 우연이 아닙니다.

▲요단강에서 세례를 받는 사람들의 모습.  ⓒ크투 DB

▲요단강에서 세례를 받는 사람들의 모습. ⓒ크투 DB

물론 요단강 물을 이용할 수 있었던 소돔과 고모라 같은 경우, 풍부한 물을 활용하여 부유한 성읍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습니다. 아브라함은 많은 가축으로 인하여 조카 롯의 하인들과 충돌이 자주 일어나자, 마침내 서로 분가하기로 결정합니다. 이때 롯이 사해 쪽 소돔과 고모라 지역을 보았을 때, 마치 ‘하나님의 동산’이나 ‘애굽 땅’과 같았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창 13:10-11). 이런 이유로 롯은 요단 계곡 지역을 거주지로 선택합니다.

그러나 소돔과 고모라처럼 요단강 물을 활용할 수 있는 지역은 매우 제한되어 있었으며, 전체 이스라엘 백성들 눈으로 보았을 때는 ‘그림의 떡’과 같은 역할을 하였던 것입니다. 따라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사용할 수 없는 요단강 대신,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만을 간절히 기다려야 했던 것입니다. 즉 비가 충분히 내리면 풍년이 들고, 비가 내리지 않는 가뭄이 들면 전 국토에 기근이 오는 자연 환경 속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따라서 요단강은 나일강이나 유프라테스강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요단강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마음 속에 이스라엘을 동과 서로 나누는 자연적 경계물의 역할을 하였던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요단강에서는 여러가지 상징적인 일들이 자주 일어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여호수아가 요단강을 건널 때 물이 말라 맨발로 건널 수 있었고, 엘리야는 이곳에서 승천을 합니다. 그리고 시리아의 나아만 장군은 이곳에서 문둥병을 고쳤고, 신약 시대에는 이곳이 세례 장소로 자주 거명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우리가 조심할 것은 성경에서 요단강은 죽음과 관련된 이미지로 사용되지는 않았다는 점입니다. 장례식 때 자주 부르는 요단강 관련 찬송가는 ‘약속의 땅’을 ‘천국’에 비유하는 데서 유추했는데, 요단강의 ‘죽음’ 이미지는 후대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입니다.

지금 요단강을 방문하면 강이 아니라 도랑 수준의 물이 흐르고 있는데, 그 이유는 갈릴리 호수의 물 대부분이 이스라엘의 식수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 식수의 50%를 갈릴리 호수에서 끌어 쓰기 때문에, 요단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물의 양이 그만큼 줄어들게 됩니다. 갈릴리 호수 수면은 매년 낮아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실정입니다.

요단강을 흐르는 물의 양이 매년 줄어듦에 따라, 100km 하류에 있는 사해도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지구에서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하기 때문에 ‘지구의 배꼽’이라고도 불리는 사해는 해수면보다 400미터 이상 낮은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요단강으로부터 들어오는 물의 양이 급격히 줄어들고 높은 온도로 인하여 물의 증발이 빨리 일어나고 있어, 사해도 매년 수위가 줄어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계속>

류관석 교수
대한신대 신약신학
서울대 철학과(B.A.), 서강대 언론대학원(M.A.), 미국 Reformed Theological Seminary(M. Div.), Trinity Evangelical Divinity School (Th. M. 구약 / M. A. 수료), Loyola University Chicago(Ph. D., 신약학)
미국에서 Loyola University Chicago 외 다수 대학 외래 교수
저서 <구약성경 문화 배경사>, <산상강화(마태복음 5-7장)>, <기적의 장(마태복음 8-9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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