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하던 사울, 동굴까지 가서 다윗 못 찾은 이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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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성경 12] 성경에 나타난 이스라엘의 자연환경 (3)

늦가을부터 초봄까지 쌀쌀하고 비 내리는 우기
‘이른 비와 늦은 비’ 없으면 파종과 수확 힘들어
늦봄부터 초가을까지 뜨겁고 비 안 내리는 건기
5대 과일과 밀·보리 등 7가지 주요 농산물 재배

▲아라바 광야 지도.

▲아라바 광야 지도.

3. 이스라엘의 기후
1) 지중해성 기후

지중해성 기후는 고온건조한 건기와 저온다습한 우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는 봄에 씨를 뿌려 여름에 자라게 하고 가을에 추수를 하는 한국의 기후와 완전히 다른 것으로, 비가 겨울철에 오기 때문에 농사도 겨울에 짓게 됩니다. 이처럼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농경 사이클을 가지고 있는 가나안은 심는 작물부터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지중해성 기후 영향을 받는 이스라엘은 늦가을부터 초봄까지는 날씨가 쌀쌀하며, 비가 내리는 우기에 해당합니다. 이때는 주로 밀과 보리를 심어 농사를 짓는데, 밀과 보리를 심는 이유는 추위에도 비교적 강하기 때문입니다.

우기에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이른 비와 늦은 비’가 적절히 내려야 합니다(신 11:14; 렘 5:24; 약 5:7). 여름 내내 건조한 땅이 딱딱하게 굳어 있어, 이른 비가 내리지 않으면 파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시 84:6; 욜 2:23). 또 늦은 비가 적절히 와야 곡식이 너무 늦지 않게 잘 열매를 맺을 수 있게 됩니다(잠 16:15; 렘 3:3; 호 6:3).

▲비구름이 몰려오는 모습. ⓒ픽사베이

▲비구름이 몰려오는 모습. ⓒ픽사베이

이처럼 이른 비와 늦은 비는 이스라엘 농업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성경에 자주 거론됨은 물론 하나님이 모세를 통해 주신 축복과 저주의 핵심 내용이 되기도 합니다(신 11:8-11). 여호와를 잘 섬기면 때에 따라 적당한 비를 줄 것이며 반대로 우상을 섬기면 하늘을 닫아 비를 내리지 않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성경에 나오는 이런 복과 저주의 가르침이 가나안 땅에 사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는 정말 실감나게 받아들여지는 경고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나안에 가뭄이 들면 온 가족이 먹을 것을 찾아 뿔뿔이 흩어져야 하는 비극을 수시로 체험하기 때문입니다(렘 23:2, 10). 그러나 이런 자연 환경을 잘 알지 못하는 우리 한국인들은 성경의 이런 준엄한 경고를 피부로 실감하기 어렵습니다.

또 늦봄부터 초가을까지는 날씨가 매우 덥고 또 비가 전혀 내리지 않는 건기이기 때문에, 이때는 농사 대신 이스라엘의 5대 과일인 포도, 무화과, 올리브, 석류, 대추야자 등 주로 과일 나무를 재배하는 시기가 됩니다. 여기에 밀과 보리를 더하면 이스라엘의 일곱 가지 주요 농산물이 됩니다(신 8:7-8).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한 과일 가게. ⓒ픽사베이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한 과일 가게. ⓒ픽사베이

이중에서도 중요한 것은 밀, 올리브, 포도주로, 영양도 풍부하고 또 장기간 보관할 수 있기 때문에 빠질 수 없는 전시 물자이기도 하였습니다(대하 11:11, 32:28).

특히 이 과일들은 ‘여름 과일’이라고도 불리었는데(삼하 16:1; 렘 40;10-12, 48:32; 암 8:1-2, 미 7:1), 비가 한 방울도 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여름 과일을 재배할 수 있는 것은 헐몬산에서 가나안의 골짜기로 내리는 ‘이슬’ 때문입니다(시 133:3).

이른 새벽 해가 뜨기 전에 헐몬산의 찬 공기가 가나안 땅에 내려 앉으면서 이슬이 맺히게 됩니다. 이 이슬은 비가 내리지 않는 여름철 가나안 지역의 과일 재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중앙산지 서쪽 지대 강우량 풍부, 푄 현상도 발생
유대 광야, 비 소량 내려 목축과 거주 부분 가능

▲푄 현상. ⓒ인터넷 캡처

▲푄 현상. ⓒ인터넷 캡처

2) 푄 현상
(1) 강우량이 풍부한 중앙산지 서쪽 지대

이스라엘은 비록 경상도 크기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다양한 기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이처럼 다양한 기후를 가지게 된 것은 바로 ‘푄 현상(Föhn Effects)’ 때문입니다. 이 현상으로 인하여 족장길(중앙산지 지역)을 중심으로 동과 서가 전혀 다른 기후를 갖게 됩니다. 즉 족장길 서편 지역은 비가 충분히 오기 때문에 비옥한 곳이 되지만, 족장 길 동편 지역은 비가 오지 않기 때문에 식물이 자랄 수 없는 광야 지역이 됩니다.

푄 현상은 한국의 태백산맥에서도 관찰되는 자연 현상으로, 비구름이 넘어가는 고개를 중심으로 앞과 뒤에 전혀 다른 기후가 조성됩니다. 먼저 지중해에서 생긴 비를 머금은 구름이 편서풍을 타고 가나안 지역에 도착하게 되면 비를 뿌리게 됩니다. 이 구름이 족장 길을 넘으려고 상승하면서 단열 팽창하게 되는데, 이때 대부분의 수분이 빗방울이 되어 땅에 내리게 됩니다.

지진으로 중앙 산지와 동편 산지가 서로 나누어지지 않았더라면, 가나안 땅은 서편으로 기울어진 밋밋한 경사 지역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진으로 인하여 고지대가 두쪽으로 갈라지면서 가운데 깊고 거대한 요단 계곡이 생겨나게 된 것입니다. 구름이 이 계곡 지역을 지나가면서 기후는 완전히 다른 것으로 변하게 됩니다.

▲나무 한 그루 자라지 않는 유대 광야.

▲나무 한 그루 자라지 않는 유대 광야.

(2) 유대 광야 지역

족장길을 넘으면서 모든 수분을 쏟아낸 구름이 편서풍을 타고 요단 계곡 경사면으로 하강하게 되면, 단열압축으로 인하여 수분이 없는 건조한 열풍으로 변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 바람이 지나가는 곳에는 뜨겁고 건조한 열풍이 불기 때문에 식물도 제대로 자랄 수 없게 됩니다. 이렇게 하여 생겨난 곳이 바로 ‘유대 광야 지역’입니다.

유대 광야 지역은 이스라엘의 매우 특징적인 지역으로, 사막 지역과도 구별됩니다. 사막(Desert)은 비가 전혀 오지 않기 때문에 거주 자체가 불가능하지만, 광야(Wilderness) 지역은 소량이지만 비가 내리기 때문에 소량의 풀들이 자라고 따라서 베두인족(Bedouin) 같은 유목민들이 낙타나 염소 등을 몰고 다니며 목축을 할 수 있었습니다.

다윗은 사울의 박해를 피해 유대 광야로 도망갔으며 엘리야는 아합과 이세벨의 박해를 피해 시내 광야로 피신하였습니다. 예수님도 40일 금식을 하시고 (유대) 광야에서 마귀의 시험을 받으셨습니다. 이처럼 광야가 도피처로 이용되는 이유는, 이곳에서 물을 구하기 어려워 추격꾼이 쫓아오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다윗이 숨었던 아둘람 굴.

▲다윗이 숨었던 아둘람 굴.

그러나 광야에 거주의 흔적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쿰란이나 마사다를 보면 가장 핵심적인 물의 문제만 해결되면 이곳에서도 ‘어렵지만 그래도 사람이 거주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 방법은 바로 우기에 내리는 빗물을 모아 두었다가 일년 내내 사용하는 것입니다.

비록 강우량이 많지는 않지만 광야 넓은 지역에 짧은 시간에 쏟아지는 비는 그 양이 제법 많기 때문에, 미리 물웅덩이를 파두었다가 빗물을 받아두면 부족한 가운데 그래도 버틸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광야 지역에서 발굴되는 거주지의 공통점은 빗물을 모으는 수로 시설과 빗물을 모아두는 저장 시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유대 광야의 특징 중 또 다른 하나는 이곳에 동굴이 무척 많다는 점입니다. 이스라엘은 석회암 지대가 많기 때문에, 가끔 내리는 빗물들이 모여 유대 광야 지역에 많은 석회암 동굴들을 형성합니다. 이 빗물이 만든 계곡 속 동굴들은 다윗의 은신처로 사용되기도 하였는데, 사울이 굴에 숨은 다윗을 몰라볼 정도로 그 규모가 매우 컸습니다(삼상 24:1-7).

(3)동편 산지 지대

구름이 요단 계곡에 접근하면서 뜨겁고 건조한 열풍이 되었다가, 계곡에서 만들어진 수증기를 머금고 동편 산지쪽으로 상승하면서 다시 약간의 비를 내리게 됩니다. 비록 양은 얼마 되지 않지만 이 비가 내리는 얼마되지 않는 곳이 바로 ‘왕의 대로(King’s Highway)’가 지나가는 지역으로, 식물이 자라고 또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약간의 공간이 되기도 합니다.

▲마사다 요새의 빗물 수집용 수로 모형.

▲마사다 요새의 빗물 수집용 수로 모형.

아라비아 열풍, 비옥한 모래와 뜨거운 바람 전달
이곳저곳 떠돌아다니는 목동, 낭만적 모습 아냐

3) 아라비아 열풍

이스라엘 여름이 유난히 고온건조한 것은 아라비아 사막의 열풍과 관련이 있습니다. 대체로 지중해 지역은 고온이나 건조한 관계로 거주하기 쾌적하지만, 이스라엘은 지중해와 아라비아 사막 사이 길고 가늘게 위치하기 때문에 양쪽의 기후로부터 동시에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겨울에는 지중해의 계절풍 영향으로 비가 오지만, 계절풍 영향이 줄어드는 여름에는 사막의 열풍이 뜨거운 바람을 몰고 옵니다.

아라비아 사막의 열풍은 이스라엘을 메소포타미아 못지않게 더운 곳으로 만들어주는데, 이 열풍으로 인하여 이스라엘 전체는 매년 여름마다 모든 풀이 누렇게 말라버리는 현상이 벌어집니다.

따라서 건기에는 이스라엘 생활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목축이 매우 힘든 시기가 됩니다. 가축에게 먹일 풀과 물을 찾아 아곳저곳 떠돌아다니는 목동들의 모습은 결코 목가적이거나 낭만적인 모습이 아닙니다.

그러나 아라비아 열풍이 나쁜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비옥한 아라비아 사막의 모래 먼지가 열풍을 타고 가나안으로 실려 오기 때문입니다. 노란 갈색을 띠는 이 비옥한 모래 먼지는 충분한 물만 공급된다면 많은 농작물 수확을 얻는데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대신 물이 부족하다면 바싹 말라 매우 딱딱하게 굳어집니다.

▲거대한 마사다 물웅덩이.

▲거대한 마사다 물웅덩이.

바로 이 모래 먼지 때문에 이스라엘 농사에서 특히 ‘이른 비’가 필요로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른 비가 내리면 이 모래 먼지가 촉촉해져서 씨를 뿌릴 수 있게 되지만, 이른 비가 내리지 않으면 마치 쇠처럼 단단해져 씨를 뿌려도 뿌리를 내릴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모래 먼지가 전 지역을 덮고 있는 이스라엘은 그만큼 비에 대한 갈망이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모래 먼지는 우기 때 와디(wadi, 우기 때 외에는 물이 없는 계곡·수로)를 따라 여행하는 것을 매우 위험하게 만듭니다. 광야 지역에 비가 내리면 짧은 시간안에 빗물들이 와디로 몰려들어, 순식간에 홍수로 바뀌게 됩니다.

이렇게 비를 홍수로 만드는 것은 바로 모래 먼지의 특성 때문입니다. 딱딱하게 굳은 이 모래 먼지 위로 비가 내리면, 매우 고운 입자인 모래 먼지가 수로 역할을 하여 빗물이 흡수되기도 전에 먼저 흘려 보내기 때문입니다. <계속>

류관석 교수
대한신대 신약신학
서울대 철학과(B.A.), 서강대 언론대학원(M.A.), 미국 Reformed Theological Seminary(M. Div.), Trinity Evangelical Divinity School (Th. M. 구약 / M. A. 수료), Loyola University Chicago(Ph. D., 신약학)
미국에서 Loyola University Chicago 외 다수 대학 외래 교수
저서 <구약성경 문화 배경사>, <산상강화(마태복음 5-7장)>, <기적의 장(마태복음 8-9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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