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트레아 정부, 이유도 안 밝히고 잇달아 성직자 체포

뉴욕=김유진 기자     |  

오픈도어 “기독교인 1천 명 이상 수감돼”

▲에리트레아와 에티오피아 사이에 놓여 있는 티그레이 지역.

▲에리트레아와 에티오피아 사이에 놓여 있는 티그레이 지역.

크리스천연대월드와이드(Christian Solidarity Worldwide, CSW)가 동아프리카의 에리트레아에서 이달 초 이유 없이 체포된 가톨릭 주교와 사제 2명의 석방을 촉구하고 나섰다.

영국에 본부를 둔 기독교 박해 감시단체인 CSW와 휴먼라이츠컨선 에리트레아(HRCE)가 최근 발표한 공동 성명에 따르면, 에리트레아 정부는 이달 11일 세그네이티 소재 성미카엘교회의 미흐레타브 스테파노스 신부를, 다음 날인 12일 테네시 마을의 카푸친 소사이어티에서 아브라함 해브톰 게브레마리암 신부를 체포했다.

현지 소식통은 두 신부가 비인도적이고 열악한 환경으로 알려진 아스마라 북부의 아디 아베토 교도소에 수감됐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로부터 3일 뒤, 당국은 유럽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던 세르게이네티 가톨릭 교구의 초대 주교인 피크레마리암 하고스를 아스마라 국제공항에서 체포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플로리다 데브레 아부네 아레가위 올랜도 정교회 설립자이자 미국 시민인 키로스 체게이 신부를 에리트레아에서 체포했다.

두 단체는 공동 성명에서 “정부는 성직자들을 체포한 이유를 아직도 밝히지 않고 있다”면서 “자의적인 체포가 에리트레아에서 정의와 화해를 요구하는 가톨릭 지도자들의 요구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체포된 4명의 성직자들은 2014년과 2018년 ‘화해와 정의를 촉구하는’ 목회 서한을 에리트레아 정부에 보낼 때 참여했다. 이 서한은 “인간의 존엄과 권리에 대한 존중이 평화의 초석”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피크레마리암 주교는 2019년 에리트레아 정부가 가톨릭 보건시설 22곳을 압류 및 폐쇄한 것에 반대했다.

CSW에 따르면, 앞서 이 성직자들은 교인들에게 에티오피아 티그레이 지역에서 약탈한 물건을 구입하지 말 것을 권장했다. 이 분리주의 전쟁에는 에리트레아 군부대가 개입되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가톨릭뉴스서비스(CNS)는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체포된 주교들이 설교 중 에리트레아의 인권 침해를 부각시킨 혐의로 기소됐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지 소식통은 에리트레아 정부의 인권 침해로는 “부모에 대한 구금, 의무군 동원, 청년 강제 징집, 주택 폐쇄, 전쟁 동원령 거부자 소유의 가축 몰수 등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2020년 11월, 내전이 고조될 당시 CNN 등 외신들은 과거 티그레이 지역에서 자행된 민간인 학살에 대해 발표한 바 있다. 2002년 에리트레아는 가톨릭, 복음주의 루터교, 정교회 교파에 속하지 않는 모든 교회를 폐쇄시켰으며, 비인가 교회의 교인들을 체포하기 시작했다.

국제 기독교 박해 감시단체인 오픈도어는 에리트레아에서 1천 명 이상의 기독교인이 공식 기소 없이 수감돼 있다고 보고했다.

뿐만 아니라, 인가된 교단에 속한 교인들도 에리트리아 정부의 박해를 받고 있다. 과거 에리트레아 정부의 지나친 교회 간섭에 저항했다는 이유로 해임됐던 전 에리트레아정교회 총대주교는 15년 넘는 수감 생활을 끝내고 가택 연금 상태로 지내다가 올해 초에 사망했다.

에리트레아의 유일 정당인 민주정의인민전선 대표이자 대통령인 이사이야스 아페웨르키(75)는 무자비한 독재자로 정평이 나 있다. 인권단체들은 아페웨르키 대통령의 종교 탄압이 종교 자체가 아닌, 군중의 정치세력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 것으로 분석한다.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123 신앙과 삶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중증외상센터

<중증외상센터> 의료팀 집념에서 겹쳐 보이는 기독교 신앙?

박욱주 박사님이 OTT 넷플릭스 시리즈로 호평받고 있는 는 웹툰 및 웹소설 기반 작품으로, 전장을 누비던 천재 외과 전문의가 유명무실한 중증외상팀을 ‘심폐 소생’하기 위해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통쾌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주지훈(백강혁 역), 추영우(양…

조르주 루오 반 고흐 티모시 슈말츠

깨어진 존재들의 공감에 뿌리내리는 ‘기독교 미학’

하나님 나라 추구 그리스도인 세상 더 잘 알고자 함 필요해 ‘정복하고 다스리라’는 말씀, 샬롬 비전 구현 구체적 행위 피조계 돌보라는 명령 완수 깨어짐 속 빛나는 존재 발견 기독교 미학의 특징 중 하나는 ‘이상화된 미’를 고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크…

김조한

가수 김조한, 시편 프로젝트 동참 ‘10편: 그 이름을 부릅니다’

R&B 대디 김조한 ‘첫 작업’ 감격 “이 곡은 내 자식 같은 노래” 가수 김조한 씨가 지난 1월 31일 각종 음원 사이트를 통해 새 싱글 ‘그 이름을 부릅니다’를 발표했다. 신곡 ‘그 이름을 부릅니다’는 시편 10편 메시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 색다른 멜로디와 …

그라운드C

‘제2의 전한길’ 그라운드C, 세이브코리아 부산 강연에서 시대를 흔들다

강연에서 대중을 몰입시키는 능력은 단순한 말솜씨를 넘어선다. 논리적 흐름, 강렬한 메시지, 그리고 감정적 결집을 이끄는 힘—이 모든 요소가 결합될 때, 연설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닌 ‘대중을 움직이는 힘’으로 작용한다. 필자는 평소 그라운드C(김성원)…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

전국 각지서 일어난 수십만 국민들 “탄핵반대·자유수호”

윤석열 대통령이 기소된 후 맞은 첫 주말인 1일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 네 번째 집회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과 부산역광장 등 전국 11개 지역에서 동시에 열렸다. 탄핵 반대와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는 수십만의 성도들과 시민들이 결집했으며, …

전한길

전한길 강사가 고발한 ‘불의한 헌법재판관들’의 실체

대한민국 사법부는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공정하게 운영돼야 한다. 특히 헌법재판소는 국가의 최고 법률기관으로서 국민과 국가를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다. 그러나 최근 헌법재판소의 결정들이 정치적 논란을 일으키면서 그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과연 헌법…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