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윈 축제’ 대신 ‘땡스기빙 데이’ 어때요?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마두사랑가득모아 어린이집, 대안 문화 제시

음식 하나씩 가져와 나누며 감사 익히는 자리
우리 문화 아니고 학교 정규 교육과정도 배제
아이들과 학부모, 교사들 서로 생각하며 감사

▲학부모들이 가져온 음식을 진열해 놓은 모습. ⓒ어린이집
▲학부모들이 가져온 음식을 진열해 놓은 모습. ⓒ어린이집

할로윈(핼러윈)은 어느새 우리나라에서 가을의 ‘연례행사’가 됐다. 10월 중순이면 깊어가는 단풍 색깔과 비슷한 갖가지 모양으로 으스스한 얼굴을 그린 주황색 호박이 백화점과 쇼핑몰을 중심으로 내걸린다.

추석과 크리스마스 사이 딱히 내세울 ‘대표 시즌’이 부족한 기업과 상점들은 앞다퉈 ‘할로윈 마케팅’을 펼치고, 대중들은 속절없이 그 흐름에 따라간다.

크리스천 학부모들은 10월 마지막 날 ‘Trick or Treat’을 외치면서 사탕을 받으러 다니는 학교 친구들 일행에 자녀들을 동참시켜야 할지,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열리는 ‘할로윈 파티’에 자녀들을 보내야 할지 속앓이를 하기 일쑤다.

이러한 가운데, 한 어린이집에서 ‘대안’을 마련해 주목을 끌고 있다. 고양 마두사랑가득모아 어린이집에서는 지난 10월 26일 ‘땡스기빙 데이(Thanksgiving Day)’ 행사를 개최한 것. 이 어린이집은 3년째 해당 행사를 열고 있다.

이날 ‘땡스기빙 데이’ 행사는 마치 교회 추수감사절처럼, 각 가정에서 음식을 하나씩 가져와 나누고, 단풍 색깔 칠하기와 만들기 등 가을 상징 미술놀이, 추수에 대한 감사를 느낄 수 있는 과일 수확 체험놀이 등을 진행하면서 아이들에게 ‘감사’를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했다. 어린이집에서는 각 어린이와 부모들에게 작은 선물도 준비했다.

또 ‘감사감사 감사해요’라는 영유아 찬양을 함께 부르고, 교사들과 조리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친구들과도 ‘고마워’, ‘사랑해’ 같은 인사를 나눈 후 안아주고 케이크의 촛불을 껐다.

이후에는 학부모들이 포틀럭 파티 의미로 준비한 음식을 나눠먹으며 감사하고 행복한 나눔의 시간을 가졌다. 영유아 찬양은 하나님을 모르는 아이들이라도 내게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을 깨닫게 하는 노래로 골랐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감사’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어린이집
▲아이들에게 ‘감사’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어린이집

이 어린이집 장진아 원장은 “매년 10월 말 시즌에 어린이집과 유치원들에서는 할로윈 축제를 한다고 시끌벅적하다. 아이들은 호박을 들고 다니고, 외부 강사들을 불러 주로 오감활동을 한다. 업체들도 할로윈 프로그램을 다 갖고 있고 적극 홍보한다”며 “하지만 할로윈이 우리나라 문화도 아니고, 학교 정규 교육과정에서는 전통문화가 아니어서 배제하는 것으로 아는데 왜 유아 교육과정에서는 즐거운 축제처럼 준비하는지 의문을 가졌다”고 말했다.

장진아 원장은 “기독교인이기에 할로윈 축제를 하진 않았는데, 다른 어린이집들이 할로윈 축제를 하니 저희 어린이집 어머님이나 아이들은 우리도 하는지 궁금해 하시더라”며 “그래서 다른 어린이집을 쳐다볼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시간으로 만들어 보고자 시작하게 됐다”고 취지를 밝혔다.

장 원장은 은정감리교회 교회학교 사역자로 매년 추수감사절을 준비한 경험을 살렸다. 이에 대해 “어린이집에서 종교 색채를 직접적으로 드러낼 순 없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하루에 대해 아이들과 학부모, 교사들이 서로를 생각하면서 감사하는 날로 만들면 어떨까 생각하게 됐다”며 “다행히 교사들도 대부분 크리스천이라 잘 준비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장진아 원장은 “코로나 때는 소소하게 진행했지만, 올해는 미국·캐나다 파티 문화 중 각자 음식을 마련해 오는 포틀럭(potluck) 파티 문화처럼 진행했다. 외국 추수감사절 파티를 이렇게 한다고 들었다”며 “원장이 기독교인이라서 종교적 신념으로 한다기보다, 부모님들께도 의미를 부여하고 동참하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원아 부모들에게는 지난 주 가정통신문으로 행사 취지와 의미를 알리고, 메뉴를 하나씩 골라서 해주실 수 있는 학부모들의 신청을 미리 받아 행사를 진행했다.

▲수확 체험 놀이를 하는 모습. ⓒ어린이집
▲수확 체험 놀이를 하는 모습. ⓒ어린이집

‘Thanksgiving Day X Potluck Party’를 위한 가정통신문에는 “백일도 채 남지 않은 2022년을 되돌아 보며, 그동안 우리가 경험한 행복한 일들에 대해 감사하고, 선생님과 친구들에게도 고마움과 사랑을 표현하며 남은 한 해를 잘 마무리하면서 아이들과 더 행복한 연말을 준비하기 위한 행사”라며 “이 시간을 통해, 우리에게 주어진 소중한 것들을 감사하게 여기는 마음과 내가 받은 사랑을 다른 친구에게도 나누는 따뜻한 마음을 배우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장 원장은 “저희 교사들에게는 아이들과 하루하루 함께하는 날들이 행복과 감사의 이유이다. 그리고 요즘 학부모들께서 교사에게 감사를 표현하는 문화가 다소 부족해지기도 했다”며 “‘모든 것이 하나님 은혜’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학부모님과 아이들이 일상에서의 소소한 감사 재목들을 앞으로도 느끼실 수 있도록 하려는 마음에서 준비했다”고도 했다.

또 “저희는 크리스마스 때도 행사를 다소 다르게 한다”며 보통 어린이집들은 단순히 산타 분장을 한 체육 선생님이 선물을 나눠주고 잔치를 하는데, 저희는 다행히 체육 선생님도 사역자”라고 했다.

그러면서 “체육 선생님께 행사를 하면서 복음적 의미도 조금 전달하고 싶다고 했더니, ‘이런 어린이집은 처음 봤다’면서 좋아하셨다”며 “산타 복장을 한 선생님이 케이크를 갖고 들어와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설명하는 복음 메시지를 아주 짧게 전하고, 아기 예수님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선물을 전한다”고 말했다.

장진아 원장은 “어린이집에서 직접적으로 복음 메시지를 전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행사와 교사들의 마음, 행동 언어들을 통해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기독교와 복음, 가장 가치있는 진리에 대해 긍정적으로 마음을 열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크리스천 교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이고, 하나님이 가장 기뻐하실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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