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목사의 설교노트 6] 시대를 보는 안목 기르기 (1) 소비주의
설교는 커뮤니케이션, 시대와 청중 이해는 필수
시대 꿰뚫는 안목 있어야 청중들 마음 가까워져
소비사회, 하나님 대신 자극적 상품에 관심 가져
설교는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커뮤니케이션은 말 그대로 상호 작용을 기본으로 하지요.
대부분 설교는 설교자의 일방적인 선포처럼 보입니다. 설교자가 강단에 서서 선포하고 청중은 듣기 때문에 빚어진 생각입니다.
하지만 설교는 설교자와 청중 간의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나는 현장입니다. 설교자는 표정, 몸동작, 청중을 향한 질문과 같은 커뮤니케이션 필수 요소를 사용하여 청중과 소통합니다.
설교가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청중이 살아가는 시대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중에 대한 이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일 수밖에 없습니다. 시대와 청중에 대한 깊고 바른 이해 없이는 제대로 된 소통을 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시대와 청중에 대한 이해가 결핍된 설교는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일방적인 외침에 그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사실을 기억하면 설교자에게 청중이 살아가는 시대에 대한 이해, 청중의 삶에 깊은 영향을 끼치는 시대의 특징을 보는 안목은 반드시 필요한 덕목입니다.
설교자는 청중이 살아가는 시대를 꿰뚫는 안목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중의 특성과 성향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때 비로소 청중의 마음에 다가가는 설교, 청중의 가슴을 울리는 설교, 청중과 활발하게 소통하는 설교, 청중이 공감하는 설교, 무엇보다 청중의 삶을 변화시키는 설교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현 시대 특성과 시대를 살아가는 청중에 대한 이해가 쌓이고 깊어질수록, 설교자는 청중과 더 깊고 풍부하게 소통하는 설교자로 성숙할 것입니다. 이 시대의 특징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중이 보이는 주된 성향을 살펴보는 것은 설교자에게 대단한 유익을 가져다줄 것입니다. 먼저 현 시대의 특징을 톺아보겠습니다.
◈소비사회
21세기는 소비사회입니다.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I shop, therfore I am)’는 말이 유행처럼 사용될 정도입니다. TV 광고, 홈쇼핑, 인터넷, 스마트폰, 라디오, 영화, 우편물, e메일 등 현대 문명은 하루에도 수백 수천 가지가 넘는 광고를 쏟아 붓습니다. 마치 융단폭격을 퍼붓는 것 같습니다.
핵심은 소비입니다. 수십억 원의 돈을 쏟아 부어 정교하게 만들어진 수백 수천 가지의 광고는 소비자의 소비 욕구를 강하게 자극할 뿐 아니라 타격합니다. TV나 인터넷 광고를 보고 있으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구매하고 싶은 욕구가 솟구쳐 오릅니다.
소비사회는 끝없는 소비를 부추기며 다양한 형태의 소비문화를 만들어 냈고, 또 만들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소비사회는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의 행동 패턴을 만들었고 소비시대의 인간상을 만들어 냈습니다.
문제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 시대의 가치와 정신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눈치 채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가마솥 안 개구리는 서서히 끓어오르는 가마솥 안에서 사지가 마비됩니다. 가마솥 안 개구리는 자신이 죽어가는 줄 모른 채 죽고 맙니다.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소비사회도 다르지 않습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중 대다수는 소비사회에서 태어났습니다. 소비사회에서 태어나지 않은 세대 역시 쓰나미처럼 불어닥친 소비사회를 온몸으로 경험하며 살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소비사회의 가치와 정신에 노출되고,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온갖 종류의 광고에 노출되면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다수 사람은 소비사회에 서서히 물들어가고 있습니다. 자신이 소비사회에 물들어가는 줄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말입니다. 캐버너(John F. Kavanaugh)의 주장처럼, 소비사회 속에서 소비적인 행동을 하는 소비적인 존재로 빚어지는 셈입니다.
이 시대는 소비사회 속에서 소비사회에 물들어 가는 줄 인식하지 못한 채 소비적으로 행동하는 소비적인 존재를 만드는 시대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 같습니다. 이 증상은 갈수록 심각해져, 소비사회 속에서 소비사회의 정신에 물들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한다고 해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 문제가 심각한 것은 따로 있습니다. 캐버너의 주장처럼 소비사회는 더 이상 하나님을 추구하지 않게 만듭니다. 하나님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자극하고 사로잡는 상품에 마음을 쏟게 만들 따름입니다. 한걸음 나아가, 끝없는 소비와 축적을 위해 부(富)에 닻을 내리고 살아가며 축척과 끝없는 소비를 가장 중요한 미덕으로 삼게 만듭니다.
청중이 살아가는 이 시대의 특징 중 하나인 소비사회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청중의 삶을 변화시키는 설교는 요원한 일로 전락할 지도 모를 일입니다. 삶을 변화시키려는 설교를 위해, 설교자는 소비사회에 대한 이해와 소비사회의 문제를 제대로 꿰뚫어보는 안목을 길러야 합니다.
지혁철 목사
광주은광교회 선임 부목사
<설교자는 누구인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