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신앙 지닌 작가들의 전람회를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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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록, 한 점의 그림] 잇단 기독교 미술 전람회와 시각적 소통

반기독교 세상 속, 진정한 생명이라는 것과
참다운 인간성 몸소 드러내야 할 소임 있어
삶 모든 영역, 성경 바탕 위 예술 형성할 때
기독교 정신 충실한 영화로운 문화 꽃 피워

▲인사아트플라자 갤러리에서 열린 한국기독교미술인협회 정기전 개막식.

▲인사아트플라자 갤러리에서 열린 한국기독교미술인협회 정기전 개막식.

가까스로 팬데믹의 고비를 넘겨서일까? 화랑의 거리 인사동에는 거리로 쏟아져 나온 인파로 북적인다. 그중에는 외국 관광객도 있지만, 대부분은 전시를 관람하려온 애호가들이다.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단풍 명소 대신 화랑가를 둘러보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예술 애호가 인구가 그만큼 늘어났음을 말해준다.

이에 보조를 같이하듯 기독교 미술인들의 발걸음도 부쩍 빨라졌다. 사전에 약속이나 한 듯 ‘한국기독교미술인협회’, ‘이화기독미술인회’, ‘대한민국 크리스천 아트피스트’ 등 주요 기독교 미술단체들의 전시행사가 연거푸 개최되었다.

1966년 창립된 ‘한국기독교미술인협회(회장 방효성)’는 올해로 57주년을 맞아 인사아트플라자 갤러리(10. 12-18)에서 정기전을 열었다. 반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참여 작가의 면면도 출품작도 바뀌었지만, 창립 때의 취지만큼은 흐트러짐이 없다.

정기전이 열린 장내는 출품작이 내뿜는 열기로 가득 차 있었는데, 전시에는 전국의 기독 미술인들이 참여하였으며 서양화, 한국화, 조소, 공예, 사진, 청년 분과에서 의욕적인 작품을 출품하였다.

방효성 회장은 “하나님의 영광을 묵상하며 제작한 작품을 통해 하나님과의 관계를 돌아보며 위로와 소망을 얻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했으며, 총신대 라영환 교수는 “성전에 가득한 하나님의 영광을 본 것이 이사야의 소명의 시작이었던 것처럼,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이 시대 가운데 임재하신 하나님의 영광을 보았으면 한다”고 행사 취지를 밝혔다.

▲밀알미술관에서 열린 이화기독미술인회 정기전.

▲밀알미술관에서 열린 이화기독미술인회 정기전.

이화여대 미술대학 출신들로 모인 ‘이화기독미술인회(회장 신미선)’는 동문전의 성격보다 기독교 예술단체로서의 성격이 더 뚜렷한 편이다. ‘이화기독미술인회’는 기독 작가로서의 사명을 위해 창립된 단체로 매월 정기예배를 통해 말씀을 나누고 이를 바탕으로 작품세계를 형성해 가는 모임이다.

밀알미술관(10. 12-18)에서 열린 제8회 정기전 주제는 ‘엑소더스 100호전’. 신미선 회장은 “팬데믹의 광풍속에서도 한곳을 바라보며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은 하나님의 전적 은혜”였다며 “12명의 작가들이 복음에 빚진 마음으로 달란트가 쓰임받기를 소망하면서, 출애굽기를 묵상하며 작업한 작품들을 선보이게 되었다”고 밝혔다.

회원 각자는 하나님께서 그의 백성을 이집트에서 구원하셨듯이, 팬데믹의 위기에서 구원하시고 우리와 어떻게 동행하셨는지를 화폭에 담았다.

각 교회에 소속된 미술가들이 중심이 된 ‘대한민국 크리스천 아트피스트’는 제10회 정기전을 마루아트센터(10. 19-25)에서 가졌다. 주요 단체로는 동안교회, 사랑의교회, 영락교회, 온누리교회, 광림교회, 남서울 은혜교회, 임마누엘교회, 지구촌교회 미술인선교회 등에 소속된 작가들과 강원도 미술인협회, 백석대학원 기독교미술선교회 등의 단체가 참여하였다.

전시를 주관한 백석대 김병호 교수에 따르면, 전시 개최 취지는 ‘기독교 미술에 대한 교계의 관심과 협력’, ‘기독교 미술인들의 정체성 확립’과 ‘현대 미술의 흐름속에서 기독교 미술의 가치 모색’, ‘미술 영역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의 주 되심을 고백하고 실천하는 것’ 등으로 요약하였다. ‘대한민국 크리스천 아트피스트’는 교단을 초월하여 모였다는 것과 교회 내에서 미술인들의 문화 사역 확대 등을 촉진하고 있다.

그동안 교회가 시각예술과 불편한 관계에 있었던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지만 근래에는 기독교 내에서도 예술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이 속속 나오고 있다.

‘사랑의교회 미술인선교회’, ‘영락 미술인선교회’, ‘명성교회 미술인선교회’ 등 교회 내 미술인선교회가 활성화되어 있다는 것이 그렇고, 이 외에도 많은 목회자들과 신학자들이 시각예술을 대하는 시선에서 이전과 다른 온도차를 느낄 수 있다. C. S. 루이스는 “문화활동을 정지한다면 그것은 좀더 나은 문화적 삶을 좀더 나쁜 문화적 삶으로 대체시키는 결과를 낳는다”고 주장한 바 있다.

▲마루아트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크리스천 아트피스트 전람회.

▲마루아트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크리스천 아트피스트 전람회.

팀 켈러(Timothy Keller)는 교회 내에서 예술가들이 그들의 창의력을 펼 수 있도록 할 것을 권한다. 그는 “교회 바깥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정작 교회 안에서는 고립되어 있거나 침묵한다”면서 교회가 그들을 필요로 하는 것은 “우리가 규정할 수 없으나 그렇다고 외면할 수도 없는 방식으로 위대한 실재에 관한 어떤 것을 표출”하는 점 때문이라고 했다.

즉 예술가들은 실재 자체를 직시하게 만들거나 우리가 세상을 은혜롭고 신비스럽고 거룩하게 볼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랜달 레이노소(Rondall Reynoso)는 삶을 이해하는 데는 언어뿐 아니라 시각까지 폭넓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여기고, 종래의 신학도 ‘시각적 신학’으로 지평을 넓혀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우리 문화적 환경을 둘러보면 각종 미디어의 발전과 함께 전통적으로 이어온 ‘문자’에서 ‘이미지’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새 세대는 그들의 상상력을 일상생활에서 보고 느낄 수 있으며,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미지 매체’에서 구하고 있다.

우리 예상보다 더 시각문화는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즉각적이고 강력한 표현의 힘으로 매체가 메시지를 압도하는 사례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매체의 효과 못지않게 사고력을 흩어놓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들의 소통 방식을 파악하고 그들에게 어떻게 메시지를 전해야 하는지 숙고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말씀을 이미지로 대체한다는 것을 뜻하기보다, 말씀에 뿌리를 내리면서도 소통 모드에 주시하고 대응해 가야 한다는 뜻이다. 문화의 의사소통 형식은 그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형성하는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편 문화적 청지기로 부르심 받은 작가들은 기독교 세계관을 갖춤으로써 혼탁한 사회에서 문화적 책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반기독교적 정신, 비인간화의 정신, 절망의 정신이 만연한 사회에서 기독교 세계관을 준비하지 않은 채 세상 밖으로 나간다면, 훈련을 받지 않은 신병이 한순간에 생사가 갈리는 전쟁터에 나가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하나님께서는 왜 우리를 타락한 세상에 보내셨는지 고민해 봄 직하다. 성경적 퍼스펙티브에 의하면, 세상은 인간의 타락으로 인해 창조질서에서 벗어나 있고, 그리스도인은 이의 회복을 위해 자신의 달란트를 사용하도록 부르심을 받았다.

죄로 인해 깨어진 세상, 다시 말해 구속받기를 기다리는 피조세계가 우리 눈앞에 있다. 따라서 기독교 예술가의 책임의식이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지금과 같은 죄된 장소로 만드는 데 일조한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한스 로크마커(Hans Roomaaker)는 “비록 우리가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소금으로서 행하지 않고 의에 주리고 목말라 하지 않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면책받을 수 없을 것이다”고 경고하였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반기독교적 세상에서 진정한 생명이라고 하는 것, 또 참다운 인간성이라는 것이 진정 어떠한 것인가 몸소 드러내야 할 소임이 있다.

우리의 선택은 우리의 세계관에 의해 형성된다. 그러므로 개인적인 취향, 주관에 치우치기보다 성경을 삶의 모든 영역의 기초로 삼아, 그 바탕 위에서 예술을 형성해갈 때 기독교 정신에 충실한 영화로운 문화를 꽃피우게 될 것이다.

기독교 신앙을 지닌 작가들의 전람회를 돌아보며, 주님이 주신 예술적 달란트로 소명을 다하고자 힘쓰는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서성록 교수.

▲서성록 교수.

서성록 교수
안동대 미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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