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소유주와 건물주, 입주민 간에 심각한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서울 방배동 방배OO빌에서 17일부터 굴삭기를 동원한 강제철거가 시작돼, 거주민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에 따르면 현재 거주공간을 제외한 사무실, 주차장, 엘리베이터 등 공용공간과 시설에 대한 철거가 진행됐다. 이 공사는 빌라 내부에 주민들이 그대로 살고 있는 가운데 진행돼, 일부 주민들은 충격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지난 15일 방배OO빌 주민들은 토지 소유주가 고용한 용역 때문에 일상생활에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며, 경찰과 지자체에 도움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이틀 만에 토지 소유주가 철거에 나선 것.
이번 철거는 토지소유주가 법원으로부터 ‘대체집행’ 결정을 받아 실시한 것으로, 토지 소유주는 건물 철거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지만 소유권자들이 자발적 철거를 하지 않자, 법원으로부터 대체집행 권한을 부여받아 철거를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민들은 건물 안에 사람이 거주하고 있는 가운데 철거하는 것은 무조건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주민들은 ‘퇴거 관련 소송’에서 승소했기에, 자신들을 임의로 내보내서도 안 된다고 밝히고 있다.
주민들은 최근 법원으로부터 ‘방해금지가처분’ 결정까지 받아냈으므로, 이번 강제철거는 가처분 위반으로 명백한 불법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토지 소유주는 철거 소송에 승소해 충분한 법적 근거가 있다는 입장이다. 양측이 받아낸 법원 판단이 충돌하고 있는 상황.
주민들은 “책임은 경찰에 있다”며 “법적인 면을 떠나 경찰은 최소한 주민들의 안전을 보장해야 하는데, 그 책임을 간과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주민들은 “현장에 경찰들이 대거 있었지만, 아무도 강제철거를 제지하지 않았다”며 “건물 속 주민들이 공포로 떨고 있는데도,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고 항의했다.
이들은 “철거의 적법성 여부는 법정에서 다퉈야겠지만, 일단 경찰은 시민의 안전이 위협당했을 때 그 행위를 제지하는 것이 맞지 않는가”라며 “주민들 중 한 명이라도 굴삭기 삽에 치어 다쳤다면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이번 강제철거로 많은 주민들이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아 공황상태에 빠졌다”고 호소했다.
현재 주민들은 법원에 대체집행 정지 명령을 요청한 상태다. 또 관할 경찰 공무원들을 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소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