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길교회 이기용 목사, 강추위 불구 국회 앞 1인 시위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다음 세대와 나라 미래 위해 결코 용납 못할 악법”

체감온도 -10도에도 성도들과 함께 시위 나서
손자·손녀들 성정체성 혼란 교육 받아선 안돼
더불어민주당 김영주·김민석 의원, 격려 방문

▲(오른쪽부터) 이기용 목사가 길원평 교수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오른쪽부터) 이기용 목사가 길원평 교수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갑자기 영하로 떨어진 추운 날씨 가운데,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교계 지도자들의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 1인 시위가 계속됐다.

12월 첫날인 1일 오전에는 이기용 목사(신길교회)가 길원평 교수(진평연 집행위원장)와 함께 명사 초청 1인 시위에 나섰다. 이날 오전 8시부터 1시간 동안 이어진 시위에서는 신길교회 성도들 10여 명이 차별금지법 반대 피켓을 만들어 이기용 목사 옆에서 시위에 동참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부의장 김영주 의원과 김민석 의원도 시위 현장에 격려차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두 의원은 모두 신길교회가 위치한 영등포를 지역구로 두고 있다.

이기용 목사는 “사람들이 모이면 각자 의견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포괄적 차별금지법만큼은 대한민국 목회자들 100명 중 95명 이상이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이는 특정 정치 이념이 아니라 보편적 가치에 근거해 반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법안은 다음 세대와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악법이기 때문에, 미약한 사람이지만 이 자리에 섰다”고 운을 뗐다.

이 목사는 “기독교와 목회자를 바라보시는 국민들에게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우리는 혐오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기독교인들은 차별에 반대하고, 예수님의 정신은 어떤 사람도 차별당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차별 없는 사회를 지향한다”며 “우리나라는 개인의 인권 존중에 있어 이미 성숙한 국가이고, 차별에 대한 여러 문제들도 이미 많이 극복했다. 교육이나 장애 등 인권 차원에서 차별을 금하는 성숙한 사회”라고 말했다.

그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이유는, ‘포괄적’이라는 말에는 성정체성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남성과 여성뿐 아니라 또 다른 성이 있다는 것”이라며 “그들은 내가 느끼는 성(性)과 타인이 느끼는 성이 불일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정체성이 형성되고 있는 다음 세대들에게 큰 문제다. 교과서에도 그런 내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고, 교육으로 그런 내용을 접하게 된다. 제 손자 손녀들에게 그런 교육을 받게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기용 목사는 “캐나다는 지금 19세까지 자신의 성을 기록하지 않게 한다고 한다. 19세 이후 본인이 생각하는 대로 남성과 여성, 제3의 성을 선택해 적으라고 한다. 이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우리 마음이 ‘조석변개(朝夕變改)’한다고 하지 않나. 정체성이 정립되지 않은 다음 세대들은 어떨 때는 남성성이, 어떨 때는 여성성이 강하게 작동할 수 있다. 낮에는 남자 같고, 밤에는 여자 같을 수 있다. 그런데 성정체성을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목사는 “미국에서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이미 통과됐다. 실체를 잘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서야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남성의 신체이지만 여성이라 생각한다며 여자화장실에 가도 말릴 수 없다. 이 때문에 범죄가 일어나고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우리 사회는 동성애자들을 깊이 수용하고 있다. 커밍아웃한 연예인이 TV에 나와도 항의하지 않는 굉장히 성숙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다. 그런데 이것이 법으로 제정됐을 때, 다음 세대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1인 시위 중인 이기용 목사. ⓒ이대웅 기자
▲1인 시위 중인 이기용 목사. ⓒ이대웅 기자

그는 “저출산 문제도 심각하다. 어릴 때 ‘하나 낳아 잘 기르자’는 교육을 받은 세대들이 지금 아이를 잘 낳지 않고, 결혼에도 부정적”이라며 “지난 9월 출산율이 일본의 절반 수준인 0.7 정도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2080년대 되면 우리나라 인구가 3천만 명으로 줄어들고, 2300년이 되면 3만 명이 된다고 한다. 나라가 사라지는 것이다. 건강한 가정이 나라의 근간을 흔들 만큼 중요한 이유”라고 전했다.

이기용 목사는 “지나친 비약일지 모르지만, 남자 며느리와 여자 사위를 맞아야 할 수 있다. 남의 일이면 그러려니 할 수도 있지만, 내 자녀와 친척들이 그렇게 한다고 생각해 보라. 피눈물나지 않겠는가”라며 “아이들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감수성이 예민하다. 건강한 지식과 가치관, 성숙하고 균형잡힌 정체성을 갖추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목사는 “우리나라가 이 정도로 발전한 것은 선배님들이 좋은 가치관 형성을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잘 가던 나라를 흔드는 부정적인 법안이 제정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도 했다.

또 “차별금지법 설문조사도 법안을 모를 때는 찬성이 많지만, 내용을 알려주고 다시 물으면 반대가 더 많아진다. 그만큼 국민 대부분이 법안 내용을 모르고 있다”며 “심지어 법안을 심의하고 통과시키는 국회의원들 중에서도 자세히 모르는 경우가 있다. 아마 법안 내용을 알고 나면 국민들 80-90%는 반대하실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얼마 전 이태원 참사라는 아픔도 겪었다. 다음 세대와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꿈과 열정을 펼칠 수 있는 문화를 더 많이 만들고 조성해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건강하고 성숙한 다음 세대를 위한 좋은 문화와 이념을 만드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기용 목사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굉장히 심각한 법안이다. 성정체성 문제를 다 제외하고, 건강하고 성숙한 법을 만든다면 적극 찬성하고 저부터 제정에 앞장서겠다”며 “개별적 차별금지법 내 부족한 부분도 얼마든지 개정에 찬성한다. 균형잡힌 여야 국회의원들 많이 있다고 믿기에,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리라 믿는다. 만에 하나 통과되면, 우리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왼쪽부터) 김영주 의원과 이기용 목사, 김민석 의원이 방문한 모습. 오른쪽은 신길교회 성도들. ⓒ이대웅 기자
▲(왼쪽부터) 김영주 의원과 이기용 목사, 김민석 의원이 방문한 모습. 오른쪽은 신길교회 성도들. ⓒ이대웅 기자

1인 시위 말미 방문한 국회부의장 김영주 의원은 “한국교회에 많은 울림을 주고 계신 이기용 목사님께서 1인 시위를 하신다고 해서 참석했다. 목사님 말씀처럼 대한민국 누구나 평등해야 한다. 정치인은 상대가 있고 표현의 자유가 있기에 이런 일에 참여하지 않지만.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는 법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추운 날씨만큼 목사님께서 하시는 일에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리라 믿는다. 늘 지역 주민들을 살피시는 이 목사님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김민석 의원도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다. 비교적 공감대가 높은 내용과 함께, 쟁점이 있고 토론이 많이 필요한 내용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성정체성 관련 부분”이라며 “기독교계의 우려처럼 비판의 자유를 막거나 종교적 신념과 양심의 자유에 따른 이견 표시를 봉쇄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 부분은 우리 사회가 충분히 토론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우려를 담은 채 통과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국회가 진지하게 토론해야 할 문제”라고 전했다.

국회 앞 포괄적 차별금지법 1인 시위는 한국교회 주요 목회자들이 참여하면서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영락교회 김운성 목사를 시작으로 온누리교회 이재훈 목사, 중앙성결교회 한기채 목사, 분당우리교회 이찬수 목사, 수원중앙침례교회 고명진 목사 등 교파를 초월해 대표적 목회자들이 앞장서고 있다. 이날 1인 시위에는 서울나쁜차별금지법반대기독교연합(서울차반연) 상임총무 안석문 목사(아침교회)도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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