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진의 북한포커스] <화성-17형> 발사 성공, 2023년을 격변의 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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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진 박사(서울평양뉴스 북한분석실장)

▲정교진 박사(서울평양뉴스 북한분석실장)

<화성-17형>, 김정은의 올해 최대 치적으로 부각

북한은 지난 11월 30일, 김정은이 참석한 가운데 당 중앙위 정치국회의(제8기 제11차)를 열어 2022년 한해의 당과 국가의 주요정책집행실태를 점검하며 12월 말에 열릴 예정인 당중앙위 전원회의(제8기 제6차)에 상정할 주요의정들을 검토한바 있다. 12월 5일자 노동신문 사설은 전원회의 시 당결정 집행수행의 최고의 성과(창조물)로 내세우며 김정은의 최대의 치적으로 선전하려는 것이 지난 10월 18일, 발사에 성공한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될 것임을 살짝 내비췄다. 또한, 전원회의를 통해 더욱 김정은 유일영도체계를 확립시키고 ‘김정은 결사옹위전’에 매진할 것을 예고하였다. 다가오는 전원회의가 김정은의 무소불위 권력을 확인시켜주며 그야말로 ‘김정은 시대’가 현실화되었음을 분명하게 선언할 것으로 필자도 전망해 본다. 이것을 가능케 한 것이 바로 <화성-17형>발사 성공이다.

화성-17형은 우리 남한과 국제사회 앞에서 강력히 규탄 받아야 할 대량살상무기인 괴물이지만 김정은에게는 북한 내부를 단속하고 김정은 중심으로 똘똘 뭉치게 하는 너무나 좋은 수단이 되었다.

‘괴물 ICBM’의 성능 강화, 미 본토 타격 실현가능

<화성-17형>은 2020년 10월 10일, 당창건 72주년 기념 열병식에 처음 등장했다. <화성-17형>의 등장은 우리 남한은 물론이고 국제사회를 긴장시켰다. 이전 단계인 <화성-15형>보다 크기, 무게 면에서 훨씬 압도적이었고 위협적이었다. 물론, 미국 본토를 타격할 정도의 사거리(15,000K 이상)확보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럼에도, 당시 <화성-17형>을 모두 ‘괴물 ICBM'으로 불렀었다. 2년 후인 2022년 3월 16일에 북한은 평양순안비행장에서 이 괴물을 쏘아 올렸다. 하지만, 20km 상공에서 폭발하고 말았고 그 파편들이 평양시내에까지 떨어지는 소동이 벌어졌었다. 이때 많은 전문가들은 이 괴물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아직 몇 년이 더 소요될 것이라고 평가하며 대체로 안심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8개월 만인 11월 18일, 북한은 다시한번 이 괴물을 쏘아 올렸고 나름 성공적이라는 평가(15,000km 사거리 가능)를 받았다. 국제사회는 특히, 미국은 초긴장 상황에 돌입했다. 북한은 발사성공 축하기념행사를 하면서 <화성-17형>을 싣고 이동하고 또 자체발사를 할 수 있는 발사대차 321호(TEL)에게 <공화국 영웅> 칭호를 수여했다(북한에서는 사람이 아닌 사물(기계)에게 주는 경우가 매우 드물게 나타난다). 그리고 김정은은 <화성-17형> 발사성공에 기여한 관련 부대원들을 일 계급 특진시켰다. 북한이 <화성-17형>을 올 한해 김정은의 최대치적으로 삼으며 그의 뛰어난 영도력에 의해서 비롯된 것이라고 선전하는 만큼 미사일 부대원들은 ’김정은 결사옹위‘의 화신들로 대접받고 있다.

김정은 둘째 딸, 김주애의 깜짝 등장

지난 11월 18일, <화성-17형> 시험발사 당시와 27일, 기념촬영당시에 김정은과 함께 등장한 김주애에 대한 관심이 한때는 <화성-17형>보다 앞섰었다. ‘김주애로의 후계자설’까지 나오면서 남한 언론들의 헛다리 집기 쇼의 경쟁이 치열했었다. 덩달아 외신들도 김주애가 북한의 차기 후계자가 될지 여부를 전망하는 기사들을 쏟아내며 같이 뒤뚱 거렸다. 북한학자의 한 사람으로 참으로 기가 막혔었다. 필자와 같은 심정을 가진 한 기자는 “新 물망초 전략 먹혔나. 세계의 관심 미사일보다 ‘김정은 딸’에 쏠렸다.”라는 타이틀로 기사를 올렸는데, 여기서 ‘물망초 전략’은 관심끌기 전략을 빗댄 표현이다. 하지만 단지 관심끌기 뿐이었겠는가. ‘관심 돌리기’ 및 ‘환기시키 전략’이었다. 북한의 고도의 전략이 잘 먹혀들었던 것이다. 언론들이 너무 쉽게 농락당해서 정말 북한의 유도대로 끌려갔는지, 아니면 선동차원인지는 더 따져 볼 일이다.

핵무기 발사현장에 친딸을 대동시킨 이유

북한이 김정은의 딸을 전면에 등장시킨 것에 대해, 전문가들이 여러가지 분석들을 내놓았지만, 관련 노동신문 정론(11.20) 및 관련 기사들을 볼 때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접근할 수 있다. 첫째는, <화성-17형>이 북한 인민들의 행복(존엄)과 후대(새세대)들의 ‘환한 웃음’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강하게 어필하기 위해서다. 김정은의 딸은 그 후대의 대표주자로 등장한 것이다.

둘째는, 북한의 핵무기가 ‘전쟁 억제력’ 강화 측면임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북한은 <화성-17형>을 최강의 핵병기로 평가하며 핵 타격능력이 강할수록 핵전쟁을 억제하는 힘이 크다고 했다. 또한, 화성-17형은 강력한 전쟁 억제력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전략적 자산임을 강조했다. 이러한 주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해왔던 패턴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이미 국제사회가 북한의 입장을 잘 알고 있기에 북한은 뭔가 강하게 어필할 만한 새로운 방법을 동원할 필요가 있었다. 그것이 바로 김정은의 딸을 등장시키는 것이었다. 천진난만한 어린아이를 앞세우는 것 만큼 핵 억제력 수단임을 어필하기 좋은 것이 어디 있겠는가. 위험천만한 대량살상무기를 장난감을 보듯 마냥 웃고 있는 김정은의 딸의 모습을 보면서 독자들은 과연 어떤 마음이 들었는가? 만일, 김정은의 딸이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면 선전효과는 크지 않았을 것이다. 북한은 천연덕스러운 어린 소녀의 모습을 통해 공포의 대량살상무기의 위협적인 느낌을 상쇄시킨 것이다. 이처럼, 북한은 김정은의 친딸을 전면에 등장시켜 화성-17형 탄도미사일이 핵억제력 수단임을 시각적으로 극대화시키려 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왜 김정은의 친딸, 김주애를 내세운 것일까? 만일 일반 다른 소녀를 내세우는 거와 무슨 차이가 있는가? 여기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다. 북한이 최강의 핵병기인 <화성-17형> 개발을 ‘핵전쟁 억제력’ 측면이라고 강조했다. 실행용이라기보다 하나의 위협수단용에 가깝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인데, 만일 일반 다른 소녀를 등장시키면 여기에 대해 별로 의미부여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의 친딸이 등장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암시적으로 김정은이 이러한 메세지를 국제사회에 던져주는 것이 된다. “내가 아무리 독하고 모질어도 사랑하는 딸을 죽음으로 치닫게 하겠느냐. 핵을 사용하면 모두가 파멸이다. 그 파멸의 구덩이에 내 딸을 빠트릴 수 있겠느냐. 내 딸을 위해서라도 나는 핵무기를 매우 신중하게 다룰 것이다”(필자 주). 김정은이 지난 2021년 1월 제8차 당대회시에 했던 “또한 우리 공화국이 책임적인 핵보유국으로서 침략적인 적대세력이 우리를 겨냥하여 핵을 사용하려 하지 않는 한 핵무기를 람용하지 않을 것임을 다시금 확언한다”라는 말을 친딸을 핵무기 발사현장에 대동시키므로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본다.

셋째는 ‘강온전략’으로 보인다. <화성-17형>을 시험 발사할 때, 김정은은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로’라는 가장 강력하고 적대적인 구호를 내세우며 강공드라이브를 걸었다. 동시에 친딸을 내세우면서 전쟁 억제력 강화라는 측면을 강하게 어필했다. 한 마디로 강온전략을 펼친 것이다. 그 연장선으로 김정은은 11월 27일, 다시 그의 딸을 전면에 내세웠다. 27일자 노동신문은 김정은이 <화성-17형> 시험발사 성공에 기여한 성원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는데 여기에도 김주애가 빠짐없이 등장한다. 살벌한 군인들과 어린소녀를 동시배치한 상쇄전략이라 할 수 있다. 김주애의 이번 등장은 후대들의 대표주자로, 또한 살벌한 대량살상무기를 상쇄시키는 하나의 상징존재로, 그리고 핵 전쟁억제력의 상징으로 등장했던 것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본다.

격변의 시대 2023년 도래

올 한해 남북문제 관련 사안 중 가장 빅 이슈는 바로 북한의 제7차 핵실험 실시 여부였다. 전문가와 언론들은 앞 다퉈 그 시기들을 예측했는데, 거의 대부분이 당 창건과 미국의 중간선거(11.8) 사이 일거라고 보았다. 문제는 전망만 했지 핵실험을 하게 되면 강력한 규탄을 해야 한다는데 방점을 찍지 않았다. 자칫 북한이 규탄 면피용으로 이용할 소지가 다분히 있었다.

기술적인 측면만 보면, 제7차 핵실험은 <화성-17형> 발사 성공이후에야 북한이 시도할 것이라는 점이다. 핵탄두도 그렇고 <화성-17형>도 그렇고 둘 다 미국에 대한 압박카드이지만, 핵실험을 성공해서 핵탄두를 소량화 경량화 시키더라도 투발수단의 성능이 따라주지 못하면 미국용 압박카드로는 무용지물이다. 따라서 7차 핵실험 실험여부는 <화성-17형> 발사 성공에 달려 있었다. 이런 면에서 11월 18일 이전의 핵실험 가능성 예측은 비현실적이었다.

이제는, 북한이 <화성-17형> 성능을 강화시켰기에 그 다음 수순으로 7차 핵실험을 감행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 600kg의 핵폭탄의 무개를 소량화 경량화 시켜야 하는데, 쉽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화성-17형>은 핵탄두를 3개까지 탑재하는데, 다 합친 중량이 1t을 넘은면 안될 것이다. 대단한 고난위 기술을 요하는 것으로 북한이 섣불리 핵실험을 감행했다가 실패하면 오히려 역효과만 불러오기에 김정은으로서는 쉽게 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7차 핵실험까지 성공해서 확실히 미국을 압박하고 남한을 핵인질로 삼으려는 것이 김정은 머릿 속의 시나리오였겠지만 올해는 미완에 그치고 말았다. 그나마 미국 본토까지 날아갈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했다는 것이 김정은에게는 적지 않은 위안이 되었을 것이다. ‘김정은 결사옹위’를 종용할 수 있는 하나의 정당성(수단)을 확보한 셈인 만큼 그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었지만, 다가오는 2023년은 그야 말로 무슨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의 격변의 시대가 될 것이다.

※이 글은 WORLDVIEW 2023년 1월호에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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