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짱 산타들’, 강추위 뚫고 장기기증 알려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한파 속 상반신 탈의 캠페인 ‘나인 퍼레이드’

생명나눔 알리는 이미지 부착, 퍼레이드 펼쳐
트레이너, 연예인, 시민 40여 명 자발적 모여
장기기증 가치 알리는 이색 거리 캠페인 진행

▲장기기증 스티커를 몸에 붙인 채 광화문 광장 일대를 걷는 나눔 산타들. ⓒ운동본부

▲장기기증 스티커를 몸에 붙인 채 광화문 광장 일대를 걷는 나눔 산타들. ⓒ운동본부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 박진탁, 이하 운동본부)는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의 지원으로 성탄절을 9일 앞둔 지난 16일 오전 광화문 광장에서 생명나눔 산타들과 함께하는 나인퍼레이드를 진행했다.

지난해 동기간 대비 장기기증 희망등록자가 약 26% 가량 감소한 가운데, 영하의 한파를 뚫고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해 상반신을 탈의한 채 거리로 나서 얼어붙은 생명나눔 운동에 온기를 더했다.

◈생명 구(9)하는 나인(9) 퍼레이드 플로깅

‘뇌사 시 장기기증으로 9명의 생명을 구(救)한다’는 의미를 담은 나인(9) 퍼레이드는 매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장기기증인들의 숭고한 나눔을 기억하고 장기이식만을 애타게 기다리는 환자들에게 희망을 전하기 위해 지난 2015년부터 열려 올해로 8회째를 맞이했다.

스포츠 트레이너와 일반 시민 40여 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이번 나인퍼레이드는 올해 장기기증 희망등록률이 2005년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 가운데 진행돼 관심을 모았다.

2022년 11월까지 국내 장기기증 희망등록자는 6만 3,051명으로, 작년 동기간 8만 3,497명 대비 2만여 명 줄며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에 올해는 퍼레이드와 함께 광화문 광장 일대를 플로깅(산책이나 조깅을 하면서 동시에 쓰레기를 줍는 운동)하는 봉사활동도 병행했다.

▲광화문 광장 내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생명나눔 참여를 독려하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단체사진을 촬영하는 나눔 산타들. ⓒ운동본부

▲광화문 광장 내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생명나눔 참여를 독려하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단체사진을 촬영하는 나눔 산타들. ⓒ운동본부

◈장기부전 환자들에게 크리스마스 기적을

최저 기온 영하 11도를 기록한 한파의 날씨에도 생명나눔의 중요성을 알리는 나눔 산타들이 광화문 광장으로 나섰다.

이들은 대한민국 1세대 퍼스널 트레이너이자 인기 연예인들의 스포츠 트레이너로 잘 알려진 건강 전도사 아놀드 홍을 비롯한 스포츠 트레이너와 방송인 에바 포피엘 씨 및 장기기증 희망등록자 등 40여 명이다.

건강한 몸만큼 뜨거운 열정을 지닌 스포츠 트레이너들은 상반신을 탈의한 채 전 세계적으로 장기기증을 뜻하는 상징인 ‘초록리본’과 ‘SAVE9’ 등 각종 이미지 스티커를 몸에 붙이고 생명나눔을 홍보하는 퍼레이드에 나섰다.

나눔 산타들은 추위를 뚫고 진행하는 이색 거리 캠페인을 통해 장기기증의 진정한 가치를 알려 희망등록률을 높이는 데에 기여하겠다는 각오로 무장했다.

8년째 나인 퍼레이드를 통해 장기기증의 의미를 알리고 있는 아놀드 홍은 “생명나눔의 온기를 전하는 나인 퍼레이드에 올해도 함께할 수 있어 보람차다”며 “매서운 추위만큼, 나눔 산타들의 소식이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생사의 갈림길에 선 수많은 장기부전 환자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 밖에 가족에게 간의 일부를 기증한 이후 운동본부를 통해 사후 장기기증 희망등록과 후원에 참여하며 꾸준히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유찬주 씨(35세, 남)도 캠페인에 함께했다.

또 장기기증 희망등록자인 강혜경 씨(40세, 여)는 5·8세 아이들과 플로깅에 함께했다. 강 씨는 “아이들에게 생명나눔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어려서부터 심어주고 싶었다”며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한 우리의 작은 날갯짓이 장기이식만을 애타게 기다리는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장기기증 희망등록률, 2005년 이후 역대 최저 수준

올해 국내 장기기증 희망등록자는 11월 기준 6만 3,501명으로, 작년 동기간 대비 75.5%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코로나19가 시작되며 장기기증 운동이 크게 위축된 2020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200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뇌사 장기기증인 역시 2020년 478명, 2021년 442명으로 줄었고, 올해는 11월 기준, 366명만 뇌사 장기기증을 실천했다. 반면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는 4만 8,794명으로 증가하는 등 매년 3천 명 이상 가파르게 늘고 있어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한 대대적인 홍보가 절실한 상황.

박진탁 이사장은 “최근 몇 년 사이 장기기증 희망등록자가 지속해서 감소하는 반면, 장기이식 대기자들은 꾸준히 증가하는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이번 나눔 산타들의 활약이 생명나눔 문화를 확산하는 데 크게 기여해 장기부전 환자들에게 크리스마스의 기적이 일어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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