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기독 출판계 결산 ①] 젊은 담임목회자 6인의 ‘Pick’
저물어가는 임인년(壬寅年), 본지는 2022년 기독 출판계를 돌아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먼저 ‘올해의 책’으로, 첫 번째로는 젊은 목회자들이 선정한 ‘2022 올해의 책’이다. 이들은 목회 현장에서 담임목사로 견실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독서와 저서 출간, 도서 추천 등으로 기독 출판계에 기여하고 있다. 대상은 2021년 12월부터 2022년 11월에 나온 신간이다.
조영민 목사(나눔교회)
<하나님을 선택한 구약의 사람들>
<우리 가운데 서신 하나님>
<세상을 사는 그리스도인> 등 집필
안녕, 안녕
김주련 | 선율 | 200쪽 | 13,000원
아픈 이들이 너무 많습니다. 몸의 문제라면 병원에서 치료받아야겠지만, 마음의 병으로 고통하는 이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런 이들의 식탁 위에 <안녕, 안녕>을 말없이 놓고 오고 싶습니다. 영혼의 깊은 밤을 지나는 이들, 엉엉 울고 싶은 이들에게, 저자는 마음과 영혼을 어루만지는 신비한 ‘그림책’을 읽어줍니다. 읽다 보면 조금은 미소 지을 힘이 생깁니다. 연필로 꾹꾹 눌러 쓴 것 같은 문장들이 가득합니다.
예배 사색
노진준 | 죠이북스 | 252쪽 | 14,000원
감염병의 시기를 보내며 예배 장소와 방식에 대한 논란이 많았습니다. 시간이 지나가며 그 논란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참된 예배,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예배가 무엇인지에 대한 보다 본질적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저자는 설교자로 목회자로 그리고 한 사람의 성도로 예배를 사색했습니다. 그리고 그 사색에서 나온 보화를 짧은 글로 묶었습니다.
청소년 교사를 부탁해
정석원 | 홍성사 | 232쪽 | 13,000원
신앙 서적은 많이 팔리지 않습니다. 거기다 청소년, 거기다 그 청소년의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책이라면 더더욱 독자가 한정됩니다. 그 소수의 사람을 위해 책을 쓴다는 것도 출판한다는 것도 용기가 필요합니다. 청소년과 교사를 이해하고, 어떻게 하는 것이 이 영혼들을 위한 최선인지를 고민한 저자는 다년간 고민의 결과를 아끼지 않고 쏟아 놓았습니다. 청소년들 영혼을 위한 사역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드릴 수 있는 최고의 선물입니다.
손성찬 목사(이음숲교회)
<모두를 위한 기독교 교양>
<일상의 유혹>
<묻다 믿다 하다> 집필
한국교회 트렌드 2023
지용근 외 7인 | 규장 | 328쪽 | 20,000원
교계에 지금까지 없었던 한국 기독교 통계자료 비평과, 이를 토대로 한 나름의 제안들을 담고 있는 책이다. 책 제목에 2023이 붙은 것을 보니 아마 매년 출간될 듯 한데, 만약 내게 매년 책 추천의 기회를 준다고 해도, 나는 결코 이 책을 다시는 추천하지는 않을 것이다. 책 자체가 보조 자료이지, 신학이나 신앙적 통찰 그 자체를 다루고 있지는 않다는 점, 그리고 사회에서 이미 십수 년 전부터 출간되는 책에 비해 제시가 약하기에. 그러나 기존에 없던 첫 기획이자 시도라는 측면만으로도 올해의 최고점을 받아 마땅하다.
내향적인 그리스도인을 위한 교회 사용 설명서
애덤 맥휴 | 강신덕 역 | IVP | 324쪽 | 19,000원
올해 IVP의 행보가 이전과 다르다. 그동안 전체적 기조가 ‘신학’과 ‘개념’으로 여겨졌었는데, 올해 발간된 책들은 ‘신학적 비전’과 ‘현장’으로 넘어간 듯하다. 그리고 그 많은 책들 중에 이 책이 가장 눈에 띈다. 작년부터 올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MBTI라는 심리도구가 열풍이었는데, 그러한 시류에 가장 시의적절한 책이라고 여겨져서다. 마치 외향인들을 위해 직조된 듯한 교회문화 안에서 내향적 그리스도인이 이상한게 아님을 밝히고, 그들이 보다 더 성숙하게 신앙생활을 하게끔 독려하고 지도한다. 외향인들은 내향인들을 이해하기 위해, 내향인들은 자신들이 잘못된 게 아니고 더 나은 신앙생활로 나아갈 수 있기 위해 다면적으로 풀어내고 있는 책이다.
서구는 어떻게 역사의 승자가 되었는가?
로드니 스타크 | 한바울 역 | 새물결플러스 | 616쪽 | 29,000원
로드니 스타크의 책은 신학을 접하고 있는 이라면 무조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독교 내부에서 본 기독교가 아닌, 기독교 외부에서 사회학자의 눈으로 본 기독교적 관점이기에. 또한 역사학자의 눈으로 본 역사가 아닌, 사회학자의 눈으로 본 역사이기에 굉장히 많은 지점에 있어 다르게 생각하기를 끄집어 내고, 관점을 채워넣게 하기에. 이처럼 기독교 역사를 기반으로 한 서구 역사에 대한 전반적, 전복적 이해를 꾀하는 로드니 스타크의 유작이자, 그동안 모든 논의의 정리작으로 보이는 이 책을 추천한다.
우성균 목사(고양 행신침례교회)
<행신교회 이야기> 집필
요한계시록에 가면
제프리 와이마 | 전성현 역 | 학영 | 476쪽 | 29,000원
저자는 요한계시록 일곱 교회에 전해진 편지를 설교문이라고 규정한다. 주님께서 교회를 향해 전하신 설교라니, 그 자체로 이미 가슴이 뛴다. 한 사람의 학자가 역사적 배경과 본문연구를 병행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저자는 수십년 간 연구한 고고학적 지식과 성경 본문에 대한 주해, 다양한 토론을 거친 내용을 균형있게 종합하고 배열하여 목회적으로 적용하는 지점까지 이르렀다. 한 마디로 요한계시록을 다루는 설교자뿐 아니라 모든 독자들에게까지 굉장한 유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직면한 상황에 대해 주님께서 허락하시는 생생한 음성을 듣게 되리라 확신한다.
혁명의 십자가 대속의 십자가
N. T. 라이트, 사이먼 개더콜, 로버트 스튜어트 | 박장훈 역 | IVP | 200쪽 | 13,000원
예수님의 죽음이 무엇을 성취했는가? 다른 말로 ‘속죄’의 의미에 대한 두 신학자의 열띤 대화가 이 얇은 책에 담겼다. 속죄는 교회의 영원한 진리이며 신비다. 라이트는 속죄 교리를 성경의 포괄적 담론과 내러티브를 담은 여행가방에 비유하며,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은 곧 우주적 혁신을 불러온 혁명의 날이라고 말한다. 이에 개더콜은 속죄의 핵심은 여전히 에덴에서 십자가까지 이어진 불순종에 대한 대리적 죽음에 있다고 응수한다. 이들의 논쟁은 날카롭지만 관대하고, 긴장감 넘치지만 마침내 상호보완적 지점으로 향한다. 이 책은 무엇보다 신학적 논쟁이 따분하다는 편견을 완전히 깨뜨리며 독자들을 흥미진진한 기독교적 사유로 초청한다.
신성관 목사(더드림교회)
<노마드 교회>
<심플리 바이블 플러스>
<심플리 바이블> 집필
마가복음: 길 위의 예수 그가 전한 복음
박윤만 | 감은사 | 1,268쪽 | 63,000원
이 책은 흔한 마가복음 주석이 아니다. 저자의 <그 틈에 서서>라는 책을 통해 박윤만 교수의 책을 처음 접했다. 그가 갖고 있는 ‘길 위에서의 고뇌’를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그가 쓴 마가복음 주석 또한 길 위에서 씨름하고 있는 예수를 그린다. 마가복음에서 길 모티브는 흔한 주제이지만, 그가 풀어내는 ‘길’ 위의 고뇌는 남다르다.
희망의 이웃
돈 에버츠 | 이지혜 역 | 성서유니온 | 224쪽 | 13,000원
이 책은 쉽고 간결하다. 그리고 적용까지 탁월하다. 만약 교회를 개척하려는 목회자가 있다면 성도들과 꼭 함께 읽기를 추천한다. 이 책은 교회가 소외된 이웃을 도와야 하는 이유를 ‘회복’의 관점으로 잘 설명하고 있으며, 신학적인 적용 또한 훌륭하다. 신학적이지만 어렵지 않고 간결하다.
이것이 너희 신이다
크리스토퍼 라이트 | 한화룡 역 | IVP | 256쪽 | 15,000원
크리스토퍼 라이트의 책은 언제나 믿고 신뢰할 만 하다. 그는 구약학자로 꼼꼼한 본문 주석과 그 적용을 훌륭히 해내는 학자다. 그는 사회 문제에 큰 관심을 두고 구약에서의 우상의 특징과 현대사회의 우상을 비교 관찰한다. 성경에서 말하는 우상을 다른 종교만으로 생각했다면, 이 책을 통해 우리 삶에 우상이 얼마나 깊숙이 들어와 있는지 돌아볼 수 있는 책이다.
서창희 목사(한사람교회)
<일상에서 만난 교리>
<친구를 위한 복음>
<내 인생,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집필
하나님 존재 가설의 귀환
스티븐 마이어 | 소현수 역 | 부흥과개혁사 | 671쪽 | 44,000원
양자역학, 다중우주를 다루는 콘텐츠들을 보면서, 창조에 대한 의심을 갖게 되는 그리스도인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 책은 과학적 증거에도 ‘불구하고’ 신앙을 갖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과학적 증거 ‘때문에’ 신앙을 갖게 될 수 있음을 설명하는 책입니다. 과학적인 변증을 추구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추천합니다.
이상한 신세계
칼 트루먼 | 윤석인 역 | 부흥과개혁사 | 235쪽 | 15,000원
칼 트루먼은 데카르트, 루소, 헤겔, 마르크스, 프로이트를 넘나들며 하나님을 대체하는 현대의 사상적 뿌리가 어떻게 형성되었고, 그것이 현대 성 문화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낱낱이 분석합니다. 현대 사상의 핵심에는 찰스 테일러가 말하는 ‘진정성의 문화’ 혹은 로버트 벨라가 말한 ‘표현적 개인주의’가 있는데 이것이 도대체 무엇이며, 이것이 현대인들에게 왜 선호되고 있는지, 그 한계는 무엇인지 분석합니다. 현대문화를 신앙적으로, 분석적으로 바라보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합니다.
김종원 목사(대전 은혜의동산교회)
어,울림 도서관 관장
그럼에도 눈부신 계절
후우카 김 | 토기장이 | 292쪽 | 13,500원
“모든 순간, 모든 곳에, 하나님이 계시다.”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말은 아니다.
‘후우카 김’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저자는 일본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혼혈아, 다문화 가정이라는 편견 속에 자랐다. 성인이 되어서는 이혼과 재혼을 통해 다섯 아이를 키우게 되었고, 재혼을 하며 저자는 새 엄마인 동시에 목회자 남편의 사모와 전도사라는 역할까지 감당해야 했다. 일곱 식구의 막막한 생계를 위해 그녀는 편의점에 뛰어들기도 하고, 딸의 우울증을 함께 겪어내야 하는 등 막막하고 답이 없는 것 같은 상황에서도 그녀는 절망하거나 좌절하지 않은 채 덤덤하게 이 한 마디를 내뱉는다.
“모든 순간, 모든 곳에, 하나님이 계시다.”
서정적 에세이로 풀어낸 그의 삶을 읽다 보면 하나님의 개입하심이 드라마틱한 변화로 나타나지 않을지라도, 하나님이 하루하루 성실히 살아온 우리네 삶을 눈부신 계절로 바꾸어 주셨다는 고백과 함께 고된 인생길도 살아갈 만하다는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소란스러운 동거
박은영 | IVP | 260쪽 | 15,000원
이 책을 보고 세 가지 선입견이 깨졌다. 첫째는, 제목에 대한 선입견이다. 동거라는 단어만 보고 처음엔 남녀의 동거를 주제로 한 책인 줄 알았다. 그런데 “장애와 비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이’의 이야기”라는 부제를 보고 동거에 대한 내 시선이 삐딱함을 발견했다.
두 번째는, 책의 내용이 무거울 것이라는 선입견이다. 저자 박은영 작가는 선천적으로 뇌성마비를 가지고 태어난 장애인이다. 그리고 여성이다. 그러나 이 책에는 여성 장애인으로 태어나 우리 사회 속에서 당하는 고통과 억울한 일들에 대해 비관하거나 부정적 감정에 함몰되어 있지 않고, 오히려 자신을 ‘운 좋은 비정상인’이라 소개하며 특유의 유쾌함과 발랄함을 시종일관 유지한다. 그러기에 자신이 겪은 수많은 사례들을 덤덤하게 적어내려간 글들이 장애에 대해 무지했던 우리에게 더욱 묵직한 도전과 질문거리로 다가온다.
셋째로, ‘정상성’에 대한 선입견이다. 우리는 소위 ‘장애’라고 하면, 정상에서 벗어난 상태로 이해하는 경향성이 있다. 하지만 저자는 장애와 질병,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상에 대한 편견’에 도전장을 내민다. 그리고 하나님 나라에서의 ‘정상성’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므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를 꿈꾸게 해 준다.
끝으로 책 속에 담긴 저자의 문장을 소개하면서 ‘우리에게 왜 <소란스러운 동거>가 필요한지’를 함께 생각해 보고, 땅에 임한 하나님 나라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상상해 보면 좋겠다.
“우리가 존중하고 사랑해야 할 서로의 고유함 안에는 서로의 몸이 포함되어 있다. … 서로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나와 너의 고유함을 인정하는 가운데 끊임없이 이야기를 주고받아야 한다. 각자 다른 서로를 향한 이야기의 흐름이 단절되거나 멈추지 않는 그곳이, 우리가 고대하는 마르지 않는 샘물 되신 분의 나라라고 나는 믿는다.”
작은 자의 하나님
서진교 | 세움북스 | 250쪽 | 15,000원
이 책은 세움북스에서 ‘간증의 재발견’이라는 시리즈로 나온 첫 번째 책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에는 극적인 반전이 없다. 저자는 ‘일만 장애인 자립 운동’을 꿈꾸는 사람이지만, 딸이 장애를 지니고 있다. 저자는 알코올 중독 부모님 밑에서 자라면서 자퇴와 게임중독이라는 힘겨운 어린 시절을 보낸다. 그러나 예수님을 만났다 해서 부모님의 삶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다거나 기도의 능력으로 딸 지휼이의 장애가 고쳐졌다거나,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가정의 재정 상황이 나아지는 류의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여전히 가난하고, 여전히 아프고, 여전히 어려운 삶을 살아가지만, 저자의 삶에는 하나님의 자녀가 가지고 있는 품위와 명예로움이 묻어 있다. 그리고 그 정체성으로부터 나오는 자부심이 오히려 가장 낮은 곳에 계신 예수님을 따라가는 일에 주저함이 없게 만든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 보면, 예수의 길과 다른 길로 가려 했던 우리의 욕망이 드러난다. 그리고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낮은 이들 속에 계신 그 예수님을 만나고 싶은 열망이 일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