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준 교수, 성경 속 소돔과 고모라, 여리고 등 ‘건축학적’ 분석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유튜브 ‘셜록현준’에서 ‘성경 속 건축 추리’

소돔·고모라 성, 한 번 불 나면 걷잡을 수 없어
진흙 재료 여리고 붕괴, 하중 급격 증가 때문?
바벨탑, 유목 민족 관점에서 바라본 정착 민족

▲유현준 교수가 건축학자로서 바라본 소돔과 고모라 멸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튜브
▲유현준 교수가 건축학자로서 바라본 소돔과 고모라 멸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튜브

건축가 유현준 교수(홍익대)가 자신의 유튜브 ‘셜록현준’에서 ‘성경 속 건축 추리’ 시리즈를 진행했다.

지난 18일에는 ‘소돔과 고모라는 왜 멸망했을까?’라는 제목으로 구약성경에 기록된 ‘하늘에서 유황과 불이 떨어져’ 멸망한 소돔과 고모라 성, 그리고 여호수아와 이스라엘 민족이 가나안 땅 입성 후 성을 매일 한 바퀴씩 돈 결과(마지막 날 일곱 바퀴) 무너진 여리고 성에 대해 다뤘다.

추리에 앞서 그는 “(성경 본문에 대한) 진짜 깊은 의미와 이야기는 많은 종교학자(신학자)나 목사님 설교를 들으셔야 한다. 저는 건축가로서 한번 상상을 해보는 것”이라며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시면 안 된다”고 전제했다.

또 “저는 기본적으로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가 실존한다고 믿고 싶다. 그래서 그 이야기들이 시대상과 그 시대 사람들의 삶, 그들의 주거나 도시 환경 등이 분명 어떤 자료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기에 관심을 갖는 편”이라며 “사건에 의미를 어떻게 부여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각도에서 보는 것이다. 하나의 사건을 어떤 사람은 하나님의 사건으로 해석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과학적 시각에서 보기도 한다. 저는 건축가적 관점에서 조명하고 싶다”고도 했다.

▲소돔과 고모라 성이 불타는 모습을 표현한 그림. ⓒ유튜브
▲소돔과 고모라 성이 불타는 모습을 표현한 그림. ⓒ유튜브

유현준 교수는 소돔과 고모라 성 멸망 기록(창 19:23-29)에 대해 “소돔 성의 경우 역사학자들은 당시 소금 무역으로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한다. 요즘으로 치면 거의 기축통화를 갖고 있던 것”이라며 “미국이 달러를 계속 찍어내듯 계속 부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금을 만드는 것과 비슷할 테니 사업이 발달하고 중개무역도 발달하고 인구가 많아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 교수는 “5만 명 규모의 도시가 새로 생겼다면,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이다. 성을 쌓고 5만 명이 들어가 살면, 인구밀도가 엄청나게 높아진다고 상상해 볼 수 있다”며 “지금 5만 명 규모 도시라면 상하수도와 전기가 있겠지만, 당시 아무런 인프라도 없는 상태에서 계속 사람들이 들어오면 무허가 건축물도 엄청나게 생기고 집들도 바짝 붙어 있고 가축들도 같이 있고 전염병도 엄청나게 돌았을 것이라고 상상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성경에 보면 롯이 소돔 성에 들어가 살다가 유황불의 심판을 받는다고 한다. 그리고 나오면서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했는데 롯의 부인이 돌아봐서 소금기둥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성경에 나온다”며 “이것을 믿느냐, 의미가 뭐냐는 것은 종교에서 해야 하고, 저는 일단 엄청난 재난이 있었으리라 예상한다”고 했다.

유현준 교수는 “5만 명 정도가 살았는데 아무 인프라도 없이 건축 법규도 없었고, 건축 재료도 진흙 벽돌 같은 걸로 했을 것이다. 지붕도 나무가 없어 지푸라기 같은 걸로 덮고 볏단을 쌓든 가벼운 재료로 덮었을 것”이라며 “신약에 병자를 예수님께 데려가고 싶은데 사람이 많으니 지붕을 뜯어 환자를 내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막 2:1-5). 비가 많이 오는 지역이 아니니까, 지붕을 튼튼하게 짓지 않고 햇빛을 가릴 정도의 가벼운 재료로 했을 것”이라고 추리했다.

유 교수는 “거기서 불이라도 난다면, 순식간에 다 타버릴 것이다. 그때는 소방서도 없었다. 그런데 그 지역에 유황 같은 것도 있었다면, 폭파되는 것”이라며 “2020년 레바논 베이루트 항구 폭발 사고에서 폭탄 만들 때 쓰는 화학 창고가 폭발하면서 원자폭탄 투하 수준이 돼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그런 재료들이 있었지 않았을까. 오늘날 같은 행정이나 중앙집권 체제가 없는 도시국가라면, 충분히 재난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여리고성이 무너진 사건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유튜브
▲여리고성이 무너진 사건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유튜브

여리고성 이야기(수 6장)에 대해서도 “이스라엘 민족이 가나안 땅 정복을 위해 요단강을 건넌 다음 첫 성이 여리고 성이었다.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성 중 하나이고, 인구 수도 많아 가장 무찌르기 힘들어 이스라엘 사람들이 바짝 긴장했다”며 “그런데 성경에는 성 주변을 돌았다고 한다. 하루 한 바퀴씩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돌고, 마지막 일곱째 날에는 일곱 바퀴를 돌았다. 다 돌고 나서 소리를 질렀더니 성이 무너졌다고 나온다. 하나님의 기적으로 여리고성을 함락시켰다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이것도 건축가적 관점에서 상상을 해보겠다. 먼저 기생 라합 이야기가 나온다(수 2장). 이스라엘 민족이 하나님과 함께한다는 소문이 돌아서, 라합이 이스라엘 첩자가 잡히려 할 때 도망가게 해준다”며 “라합의 집이 성벽 위에 있어, 줄을 내려 정탐꾼 둘을 탈출시킨다. 대신 성을 공격할 때 우리 집안을 살려달라고 한다. 그래서 정탐꾼들이 이 창문에 붉은 줄을 매고 있으라고 했다. 나중에 여리고 성이 함락될 때 그 집안은 살아남았고, 라합은 보아스를 낳아 예수님의 족보에까지 나온다. 엄청나게 중요한 인물인 것”이라고 말했다.

유현준 교수는 “콘텍스트(상황)를 보자. 라합이라는 사람이 기생이다. 여리고성 사회에서 가장 하층민에 속했을 것이다. 그러면 가기 어려운 곳, 남들이 살기 싫어하는 곳에 집이 있었을 것”이라며 “예전에는 도시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달동네에 살았다. 중력을 거스르고 언덕을 걸어 올라가야 하는 곳에 사는 사람들은 어려운 사람들이다. 좋은 자리는 먼저 부자들이 자리를 잡고 사람들이 주변으로 계속 모여 살았을 테니, 라합의 집은 성곽 꼭대기 같은 데 무허가로 지었으리라 상상해볼 수 있다”고 전했다.

유 교수는 “이스라엘 민족이 여리고 성 앞에 와서 아무 말도 안 하고 성 주변을 돌면, 주변에 살던 사람들도 다 성 안으로 들어갈 것이다. 그러면 인구밀도가 순간적으로 엄청 높아진다. 한 바퀴, 두 바퀴 돌 때마다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방어를 위해 계속 성벽에 올라가 공격을 준비했을 것”이라며 “이걸 닷새 엿새 계속 하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준비했을 것이다. 그런데 당시 성벽은 지금처럼 철근 콘크리트가 아니라 진흙 벽돌로 지었을 것이다. 성 안에 불법 건축물도 있고 전쟁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계속 올라가면 그 하중을 견딜 수 있었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마지막 날 일곱 바퀴 돌 때는 더 많은 사람들이 다 성벽에 올라왔을 것이다. 그때 하중을 견디다 못해 무너진 부분이 한 군데는 있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때 성벽을 치고 들어갔을 것”이라며 “그리고 기생 라합이 있는 쪽은 무너지지 않아 그들은 살았을 것이다. 성벽 어딘가 가장 취약한 부분이 있었을 텐데, 그것도 하나님의 기적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저는 건축가로서 여리고 성 함락을 그런 식으로 해석해 봤다”고 정리했다.

▲성경 속 건축 첫 편에서는 바벨탑 건축과 붕괴에 대해 설명했다. ⓒ유튜브
▲성경 속 건축 첫 편에서는 바벨탑 건축과 붕괴에 대해 설명했다. ⓒ유튜브

지난 9월에는 성경 속 건축 추리 첫 편으로 ‘바벨탑에 숨겨진 비밀들’을 다루기도 했다. 그는 “바벨탑 이야기는 재미난 상상을 자극하게 한다. 하나님께서 언어를 혼돈시켜 바벨탑을 쌓던 사람들을 흩으셨다는 이야기”라며 “문화인류학자들은 이 바벨탑을 지구라트 신전으로 본다. 진흙 벽돌을 구워서 50m 정도로 쌓은 탑인데, 요즘으로 치면 12층 정도의 건물이지만 당시에는 평평한 곳에 그 신전 하나만 있어도 산처럼 보였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현준 교수는 “그런 고층 건물을 지으려면 많은 사람들이 모여야 했는데, 문화와 언어가 달라 혼돈스러웠을 것이다. 그래서 흩어졌다는 이야기는, 당시 사회 시스템이 그런 대형 프로젝트를 할 만큼 성숙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이 이야기가 성경에 기록됐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스라엘 민족은 정착한 도시민들을 싫어하고 100명 정도로 이동해 다니던 씨족 사회의 유목 민족이었다”는 데 주목했다.

유 교수는 “보통 학자들은 100명이 넘어가는 순간 성병이 생겨나 성적인 도덕률이 점점 생겨난다고 말한다. 사회가 발달하면 도덕률이 생기고 일부일처제 같은 가족 체계도 만들어진다는 것”이라며 “그런 체계가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라면, 안정적인 씨족 사회를 이룬 사람들이 봤을 때 정착한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고, 죄를 짓는 사람들이라고 느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바벨탑의 건축적 의미는 높이 차이를 만들어 권력의 위계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저는 바벨탑 이야기를 권력 이야기로 본다. 높이에 따라 권력의 위계를 만들 수 있고, 사회구조가 복합적이 되며, 이를 만든 사람들이 권력자가 되는 것”이라며 “바벨탑을 짓는 이야기는 다른 신앙을 가진다는 이야기와 마찬가지다. 성경은 우상숭배를 금하는데, 건축물을 지어서 다른 신을 섬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흥미로운 것은 그러던 이스라엘 민족이 솔로몬 때 성전을 짓는다. 국가로서 자리를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과거 유목 민족과 씨족 사회에서 가나안에 정착해 농경 기반의 국가가 된 것”이라며 “그때부터는 이 사람들도 종교적 건축물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출애굽 후 40년 동안 광야에서 생활할 때는 성막을 만들었는데, 솔로몬 때는 돌을 이용해 성전을 지었다. 사회적 성숙도가 동급이 된 것”이라고 했다.

영상을 시청한 사람들도 신선하다는 반응이다. “종교 유무와 관계없이 재미있고 유익하다. 성경 이야기는 여러 면에서 해석할 수 있어 너무 좋은 주제 같다”, “오래 신앙생활을 해 종교적으로 아주 익숙한 건축물들에 대해 설명해 주셔서 행운”, “성경을 읽으며 요즘과 다른 시대 배경에 이해나 공감이 안 될 때가 많았는데, 성경 내용에 재미까지 느낄 수 있게 됐다”, “성경을 건축학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 신기하다”, “막연하게 하나님의 기적으로만 알던 사건들이 이렇게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 더 큰 흥미가 간다”, “합리적이면서도 건축가적 해석이 성경 이야기를 더욱 입체적이고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등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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