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신년 대담] ‘설교의 대가’ 박조준 목사 (中)
전편에 이어 박조준 목사와의 2023년 계묘년(癸卯年) 신년 대담을 게재한다. 이번 편에서는 신군부 시절 독재 정권에도 굴하지 않고 할 말을 했던 일들과 한경직 목사에 대한 이야기, 한국교회 지도자들에게 전하는 조언 등이 담겼다.
박조준 목사가 명예총장으로 있는 웨이크사이버신학원은 지난해 7월 ‘박조준 목사의 설교와 목회신학’을 주제로 신학포럼을 개최했는데, 조성현 교수(부산장신대)는 박 목사에 대해 “박조준은 21세기의 휫필드”라며 “그의 정확한 발음과 호소력 있는 음성·음색, 적절한 고저 강약, 잘 들리는 속도, 표정으로 나타나는 유머 감각, 상상력을 자극하는 내용, 제스처와 묘사 등 수사학적 전달 능력은 탁월한 파토스 그 자체”라고 말했다.
또 “박조준 설교는 말씀의 로고스가 분명한 설교를 전했다. 그의 설교와 성경강해는 본문에 충실하고 성경·예수 그리스도·십자가 중심으로, 성경의 객관적 말씀을 청중이 받아들이는 주관적 하나님 말씀이 되게 했다”며 “박조준의 에토스는 설교로 나타났다. 설교자의 인격과 설교 행위는 분리될 수 없다. 그는 ‘사람들이 나처럼 예수님을 믿었으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소개했다. 다음은 대담 내용.
개는 도둑이 오면 짖어야 주인이 깨서 막는다
짖지 않는 개 쓸모 없어… ‘보신탕감 목사’ 많아
신군부 쿠데타, 휴전 상황 국방 공백 지적한 것
-목회자들이 눈치 보느라 메시지를 제대로 못 전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지금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전해야 할 메시지는 어떤 것인가요.
“에스겔 3장에서 ‘인자야 내가 너를 이스라엘 족속의 파수꾼으로 세웠으니 너는 내 입의 말을 듣고 나를 대신하여 그들을 깨우치라 가령 내가 악인에게 말하기를 너는 꼭 죽으리라 할 때에 네가 깨우치지 아니하거나 말로 악인에게 일러서 그의 악한 길을 떠나 생명을 구원하게 하지 아니하면 그 악인은 그의 죄악 중에서 죽으려니와 내가 그의 피 값을 네 손에서 찾을 것이고 네가 악인을 깨우치되 그가 그의 악한 마음과 악한 행위에서 돌이키지 아니하면 그는 그의 죄악 중에서 죽으려니와 너는 네 생명을 보존하리라’고 했습니다(18-19절).
하나님 말씀을 들은 대로, 올바로 가르쳐야 합니다. 이걸 못하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책임은 물으실 것입니다. 개는 밤에 도둑이 찾아오면 짖어야 합니다. 그래야 주인이 깨서 막지요. 그런데 짖지 못하면 개를 어떻게 하겠습니까. 쓸모가 없잖아요. 지금 ‘보신탕감 목사’가 많아요. 저는 짖지 못하는 개에게 짖으라고 외치는 것입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과거 전두환 신군부와 싸운 경험 때문입니다. 저는 아무 힘도 없었어요. 하지만 ‘이건 정통 정부가 아니다. 잘못이다. 군인이 전방을 지켜야 하는데 (쿠데타 당시) 북한군이 2시간이면 서울 도착할 곳까지 뻥 뚫려 있어, 하마터면 서울이 점령 당할 뻔했다’고 말한 것입니다.
당시 합참의장이 영락교회 집사님이셨는데, 그분의 그런 말씀을 듣는 순간 벌떡 일어나서 이게 무슨 일이냐고 한 것입니다. 군부가 이걸 합법화하려고 하기에, 이건 아니라고 한 것입니다. 그런데 같은 목사로서 ‘하나님께서 보내신 위대한 종’이라고 하신 분도 있고….
저는 그것 때문에 고생도 했지만, 변명할 마음도 없고 감사합니다. 오늘도 그런 목사가 필요합니다. 영적으로 볼 때 아닌 건 아니라고 교인들에게 가르쳐야 합니다. 교인들이 따라오는 것까진 제 책임이 아니에요. 듣든 안 듣든 외쳐야 합니다.
출애굽 뒤 가나안 땅을 앞두고 모세가 보낸 열두 명이 40일 동안 정탐하고 와서 보고할 때 열 사람은 뭐라고 했습니까? 좋은 땅이지만 아낙 자손이 워낙 커서 우리는 메뚜기입니다. 그 사람들 한 사람도 가나안 땅에 못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여호수아와 갈렙은 옷을 찢으면서 ‘아닙니다. 그들의 보고가 맞지만, 하나님께서 그 땅을 주시기로 약속하셨으니 믿읍시다. 약속만 믿으면 하나님이 그 땅을 주십니다. 순종하고 나갑시다. 쉬운 길이 아닙니다. 어렵습니다. 그러나 못할 길은 아닙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 둘은 요단강을 건너 여리고 성을 무너뜨리고 약속의 땅을 차지했습니다.
성경에서 여호수아는 하나님 말씀에 온전히 순종했고, 하나님 말씀을 하나도 어김없이 다 이루었다고 했습니다. 복잡하지 않아요. 하나님이 하십니다. 목사들이 하나님 말씀 안 믿으면, 누가 믿어요?
아까 요나 말씀드렸죠? 그는 자기 상식대로, 생각대로 행동한 거예요. 하나님 말씀은 이렇지만, 내 생각은 이렇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조금 힘들고 무식해 보여도, 하나님 말씀대로 순종하고 나갈 때 승리가 오지, 내 생각대로는 절대 안 됩니다.”
-말씀하신 대로 신군부 시절 강하게 권력을 비판하셨는데, 현재 여당과 야당을 어떻게 보십니까.
“소위 보수적 사고와 진보적 사고가 있습니다. 보수적 사고는 과거 전통적으로 독재 정권 밑의 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런데 진보 쪽 사람들은 말은 진보적이지만, 종북 사상이 깊어요. 조국이라는 사람은 ‘나는 사회주의자입니다’라고까지 했어요. 이런 사람들이 있는 세상이에요. 이렇게 지금 세상이 복잡해요.
그런데 국회의원들은 국민의힘이든 더불어민주당이든, 솔직히 말해 세비가 아까워요. 저 사람들은 본인 배지 다시 다는 것에만 관심이 있어요. 그래서 국민들 사이를 가르고 갈랐어요. 국민의힘은 친윤·반윤, 민주당은 친명·반명으로 갈기갈기 찢어지지 않았습니까?
말끝마다 ‘나라, 국민’ 하지만 그들에게 국민이 어디 있겠어요? 개인적으로 ‘솔직히 국민 얼마나 생각하니?’ 하면 뭐라고 하겠습니까. 그러니까 이 나라가 지금 되는 일이 없어요. 그래도 지금 윤석열 대통령은 어떻게든 뭔가 해보려 하는데, 힘들어요. 그분은 평생 검사를 해서 뭔가를 잡아내는 눈이 예리하겠죠. 정치인들 속내를 다 알지 않을까요?
이대로 가면 정치는 피폐해지고, 경제도 아주 어려워집니다. 지금 우리나라가 경제 몇 10위권이라고 하지만, 30위권에 내려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기업들을 키워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잖아요. 반도체도 보십시오. 지금 대만이 앞서가지 않습니까. 이게 무슨 꼴이에요.”
삼청교육대 갈 뻔… 살려주신 하나님께 감사해
요셉의 신앙 있기에, 담대하게 계속 선포할 뿐
지도자들 제 말 안 듣겠지만, 세상과는 달라야
-아까 바른 말씀을 하시다가 고초를 당했다고 하셨는데, 그 과정에서 하나님께서 주신 깨달음이 있으셨는지요.
“조금 더 했으면 삼청교육대 갈 뻔했어요(웃음). 안 간 게 다행이고, 살려 주신 게 하나님께 고마워요. 저는 그래서 늘 요셉의 간증을 기억합니다. 형들이 요셉이 죽이려 했지만, 나중에 만나서 ‘당신들이 나를 이 곳에 팔았다고 해서 근심하지 마소서 한탄하지 마소서 하나님이 생명을 구원하시려고 나를 당신들보다 먼저 보내셨나이다… 나를 이리로 보낸 이는 당신들이 아니요 하나님이시라(창 45:5, 8)’고 합니다.
요셉이 바보 아니에요. 똑똑한 사람이에요. 다 알아요. 보디발 집에서도 누명을 뒤집어쓰고 감옥에 가지 않습니까? 그런데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습니다. 이후 무려 13년 동안 캄캄한 세상을 경험했지만, 결론은 이렇게 말합니다. ‘ 당신들은 나를 해하려 하였으나 하나님은 그것을 선으로 바꾸사(창 50:20)’라고 합니다. 저는 이것이 요셉의 신앙이라고 봅니다.
저도 그것을 믿습니다. 저를 해치려던 사람이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습니다. 바른 말 하면 다 싫어해요. ‘너 혼자 잘났냐’고 합니다. 심지어 이단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교회 안에서 거짓말하는 사람들에게 ‘거짓말하지 말라’고 했더니, 이단으로 몰더라고요(웃음).
하지만 하나님은 절대로 저를 손해 보게 하지 않으세요. 그걸 믿기 때문에 저는 담대합니다. 여호수아 1장 ‘내가 모세와 함께 있었던 것 같이 너와 함께 있을 것임이니라 내가 너를 떠나지 아니하며 버리지 아니하리니 강하고 담대하라(5-6절)’처럼 감사하고 든든한 말씀이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함께하시는데 누구를 두려워하겠습니까? 그리고 제가 이제 살아야 몇 년을 살겠어요(웃음)?
이제 하나님 말씀을 그대로 전해야지, 누구 눈치 보겠습니까. 저는 그저 대한민국이 바로 서면 좋겠습니다. 한국교회만 바로 선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한국교회 지도자라는 분들께 조언을 해주신다면.
“대단히 미안한 말이지만, 제 말을 듣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듣고 안 듣고는 제 책임이 아니고, 저는 말해야 합니다. 하지만 안 들으면 망해요. 뻔합니다. 제가 죽고 나서라도 주고 보세요.
하나님 말씀을 듣고 순종해서 따라가려고 어떻게든 애쓰면 살아요. 그러나 그저 편안한 게 좋다고 호의호식하고 대접받으려 하면 교회는 끝나요. 중세 교회가 그렇지 않았습니까?
한국교회에는 베드로 같은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그는 ‘은과 금은 내게 없거니와 내게 있는 이것을 네게 주노니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일어나 걸으라’고 말했습니다. 거지가 바라는 건 돈 몇 푼이었습니다. 그에겐 믿음도 소망도 사랑도 사치스러웠습니다.
오늘날 한국교회에도 돈 몇 푼 때문에 이렇게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나쁜 줄 알지만, 돈 10-20만 원 주면 찍어 줘요. 다 본인들에게 들은 말입니다. 상상해서 드리는 말씀이 아니에요. ‘20만 원이 적습니까? 그 사람 찍어 줘야죠’ 합니다. 그 사람이 옳으냐 그르냐는 게 아니에요. 말하자면 미문에 앉아 있던 앉은뱅이와 같아요.
그런데 그 앉은뱅이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돈 몇 푼 받아 살다 죽는 것이 아니라, 사람 구실을 해야지요. 베드로가 한 일이 바로 그것입니다. 돈 몇 푼 준 게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고 일어나 걸으라고 했습니다. 그가 걷고 뛰면서 사람 구실을 하고 하나님 영광을 드러냅니다.
교회가 구제 사업을 하지 말라는 말씀이 아니에요. 교회 이상 구제 사업 하는 곳이 어디 있어요? 그러나 그것만으로 되는 건 아니에요. 영원히 일어나 살아야지요. 그런데 우리에게 그 능력이 없어요. 돈이 있고 예배당은 크고 사람은 많이 모이지만, 예수 그리스도가 없어요. 배불리 대접받는데, 예수가 없어요. 봉사하고 섬기는데, 예수가 있죠. 예수 없는 교회가 무슨 교회예요?
교회가 위기입니다. 배에 물이 들어차는데 퍼낼 줄 몰라요. 괜찮다 괜찮다 하면서 가라앉아요. 배는 가라앉아선 아무것도 못해요.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 위에 있어야지, 세상 속으로 들어가 빠져버리면 제 구실을 못합니다. 지금 세상과 교회가 무엇이 다릅니까?
요즘은 목사들이 헌금 많이 낸 성도들 알아두라고 합니다. 어떤 담임목사는 순위를 알아보라고 한대요. 돈 많이 내고 적게 내고, 성도들에게 무슨 차이가 있어요? 100원 내면 무시하고, 100억 내면 알아 줘야 합니까?
야고보서에 ‘만일 너희 회당에 금 가락지를 끼고 아름다운 옷을 입은 사람이 들어오고 또 남루한 옷을 입은 가난한 사람이 들어올 때에 너희가 아름다운 옷을 입은 자를 눈여겨 보고 말하되 여기 좋은 자리에 앉으소서 하고 또 가난한 자에게 말하되 너는 거기 서 있든지 내 발등상 아래에 앉으라 하면 너희끼리 서로 차별하며 악한 생각으로 판단하는 자가 되는 것이 아니냐(약 2:2-4)’고 했습니다. 옛날에도 이랬는데, 오늘날 그런 교회 없겠어요? 이건 교회가 아니에요. 예수님 마음이 안 맞아요.”
-요즘에는 한경직 목사님 같은 지도자가 왜 한국교회에 없을까요. 가까이에서 모신 입장에서, 왜 그렇다고 보시는지요.
“사생활이나 목회 이념이 그분을 따를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훌륭한 분이셨어요. 단 미안하지만 그분이 마지막에 조금 약해진 이유 중 하나는 신군부에 대한 입장이 저와 조금 달랐어요. 저는 안 된다고 했지만, 한 목사님은 시대적 배경이 달랐지요.
식민지 치하에서 살아보셨기에 ‘저 월남 봐. 정부 없으니 저렇게 공산화됐잖아. 조금 나빠도 없는 것보단 나아’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전두환 씨 하는 일도 좋다고 해서 훈장도 받으셨는데, 그건 그렇게 잘하신 것 같진 않아요. 그러나 그분의 시대 배경이 그렇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인정해요.
그분은 세상적인 면에 욕심이 없었고 참 청빈하게 생활하면서 사셨어요. 비교적 모든 교인들을 다 사랑하기 위해 애쓰셨고요. 그러니까 말씀을 증거할 때도 파워가 있었고, 한국교회 설교자로서 그만한 분이 없다 할 정도로 훌륭하셨어요.
한경직 목사님 설교를 많은 분들이 좋아하셔서, 저도 어릴 때 목사님 설교가 은혜가 되고 훌륭하다고 생각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좋게 말하면 닮아갔고 안 좋게 말하면 흉내를 내고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그분 뒤를 이어 목회를 하게 돼서, 계속 설교하다 보니 교인들 반응이 ‘눈 감고 들으면 박 목사나 한 목사나 다르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이거 안 되겠다’ 해서 스타일부터 다 고치기 시작했고, 완전히 다른 스타일로 설교하게 됐습니다. 존경하다 보면 닮게 되는 것 같아요(웃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