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혜목 우화 <말 건네는 거울>
자신 둘러싼 허물 벗어난 ‘새사람’
진취적 행동으로 ‘자유의지 날개’
고통은 성장과 성숙 부르는 도구
말 건네는 거울
유혜목 | 윤혜민 그림 | 창조문예 | 112쪽 | 10,000원
“남과 비교하지 말라는 말, 지금의 나에게 아주 절실하고 유익한 말 같아. 나도 우리 언니와 나를 비교할 때마다 열등감에 시달렸거든. … 비교하지 말라는 새사람의 말, 좌우명 삼아야겠다.”
매사 부정적이고 자존감 낮은 주인공 소희는 심한 흉통을 앓고 있다. 어느날 통증 치료를 받기 위해 만난 의사는 소희의 통증을 ‘스트레스성’으로 진단한다. 이에 아버지의 잦은 구타로 생긴 소희의 흉통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거울과의 대화’를 제안하면서, 의사는 손거울 하나를 선물했다.
‘손거울’이 치료법이라는 의사의 말을 소희는 가볍게 무시했지만, 흉통이 다시 심해지면서 한켠에 놓아둔 손거울을 다시 손에 쥐었다. 그런데, 손에 쥐고 있던 손거울에서 “통증이 없어지길 바라는 네 간절한 외침을 들었어. 오랫동안 너의 그 외침을 기다려왔고”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그 목소리는 ‘마음속 새사람’, 거울이 비추는 곳은 ‘마음’이었다. ‘새사람’은 타인의 평가나 가식에 오염되지 않은 본래 자아로, 어둡고 무거운 생각들을 거울 앞에 솔직하게 털어놓았을 때 소희에게 말을 건넸다.
“네가 나를 신뢰하면서 나와 꾸준히 대화한다면, 반드시 네 통증은 사라지고 넌 분명히 날아오를 거야.”
‘날아오른다’는 것은 자신을 억압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자유해지는 능력을 의미한다. 타인을 의식하며 남의 평가에 따라 마음이 요동치는 가식적 자아가 남아있는 소희는 ‘옛사람’이다. 여기서 ‘옛사람을 벗고 새사람을 입으라’는 에베소서(4:22-24) 말씀이 떠오른다.
소희는 ‘새사람’과의 꾸준한 대화를 통해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무수한 허물을 벗고, 알이 애벌레와 번데기를 거쳐 나비의 자유함을 얻듯 점차 ‘새사람’의 말을 입으며 그의 모습을 닮아간다. 이런 탈바꿈 과정을 통해 소희는 어떤 상황에서도 진취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선한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의지의 날개’를 얻게 된다.
우리는 고통을 죄의 대가로 생각하기 쉽지만, ‘새사람’의 생각은 다르다. 고통은 사람을 성장시키고 성숙하게 만드는 도구이기에, ‘새사람’은 이를 ‘성장통’으로 부른다는 것.
‘새사람’은 영원성에 대한 확신을 갖고 살 것을 당부한다. 백년 남짓 살다 떠나는 유한한 우리는 자기 속에 영원한 영혼이 담겨있음에도, 그 영원성을 잊고 살기에 삶의 질이 낮고 죽음도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새사람’은 이러한 영원성에 대한 확신을 위해 밤하늘의 별과 무한한 하늘을 넋을 잃고 쳐다보는 일을 자주 시도할 것을 권한다. 견고하게 가지라고 당부한다. 죽음도 소멸시킬 수 없는 영원한 영혼의 소유자라는 확신을 가질 때 죽음 앞에 담담해질 수 있고, 영원한 세계에 대한 소망을 갖고 죽음마저 ‘기꺼이, 진취적으로’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사람’이 제안하는 삶의 질을 높이는 마지막 방법으로 사랑과 용서와 감사이다. 사랑하면서 살면 질 높은 삶을 살지만 미움을 품고 살면 죽은 시체처럼 살아야 한다. 상대방의 무지와 실수를 관용하며 그를 불쌍히 여길 때 용서하기 쉽다. 용서는 상대방과 자신을 동시에 살리는 길이다.
감사할 일이 하나도 없다고 푸념하는 소희에게는 “깊이 생각하는 습관을 가진다면 감사거리가 발견된다”고 조언한다. 삶에 닥치는 고통과 어려움을 대적하지 말고 성장과 성숙의 기회로 생각한다면, 그 시간은 오히려 정신적 자산을 얻고 감사하는 시간이 된다.
소희와 ‘새사람’, 그리고 친구들과의 대화로 구성된 이 우화는 짙은 어둠에 가려져 있던 우리 마음 속 태양을 발견하게 만드는 ‘빛’의 이야기이다. 하늘에 떠있는 태양은 우주만물을 먹여 살리지만, 우리 마음 속 ‘영혼’이라는 태양은 우리를 어둠에서 벗어나 빛의 에너지를 누리며 살게 한다. 이 책은 영혼에 이끌려 사는 사람이 누리는 질 높은 삶, ‘빛’의 이야기들을 다채롭게 소개한다.
<말 건네는 거울>은 AI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큰 도전을 준다. 허물없이 마음을 나눌 대상이 필요한 우리지만, 모두들 바쁘게 자기 일에 매몰돼 살기에 대화 와 소외감을 치유할 곳이 없다는 것.
주인공 소회는 마음 깊은 곳에 내재된 태양 같은 영혼의 빛, ‘새사람’을 만나면서 어둠과 억압, 소외감을 떨치고, 다른 사람에게 그 빛을 나눠주는 역할을 한다. 영혼의 힘을 차단시키는 현대 물질문명으로 바쁨과 어둠에 억압돼 잠을 자는 사람이 있다면, 이제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한 영혼의 빛, ‘새사람’에 주목하면서 그 잠에서 깨어날 때다.
복음전도 관련 내용이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지만, 누구나 한번쯤 그리워하는 영혼과 영원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 믿지 않는 이들에게도 선물할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