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세대, 교회가 ‘두 가지 갈망’ 채워주면 돌아올 것”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2023 새해 전망] 덴버신학대학원 정성욱 교수 (下)

▲정성욱 교수. ⓒ크투 DB
▲정성욱 교수. ⓒ크투 DB

새롭게 출발하는 2023년 한국교회를 위해 현상을 통찰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복음주의 신학자’ 덴버신학대학원 조직신학 교수 정성욱 박사와의 인터뷰 마지막 편이다.

전편에서 정성욱 교수는 율법주의와 방종주의라는 한국교회 두 극단주의 구원론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성경적이고 복음적인 구원론과 함께 구원의 즉각성·점진성·최종성 인식의 중요성, 그리스도의 ‘능동적/수동적 순종’ 논란 등을 짚었다.

이번 마지막 편에서는 창조론·진화론 논쟁과 성경적 창조론 교육, 2023년 한국교회와 목회자 강단 설교의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제시했다.

역사적 전천년주의 토대 밝고 행복한 종말론 강조를
성경적 창조론, 각 주장 설명 후 학생들 선택케 해야
미국 교회, 공동체 구현 쉽지 않고 선교적 열정 약화

-한국교회의 여러 문제점 외에도 진화론·창조론 논란 또는 유신진화론 역시 특히 젊은이들이 신앙을 의심하는 이유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교회가 성경적 창조론을 어떻게 교육해야 할까요.

“성경의 신앙은 삼위일체 하나님이 모든 우주만물과 영적 세계를 전능한 능력으로 무로부터 창조하셨다는 것이죠. 그런데 창세기 1-2장 창조기사를 해석함에 있어 다양한 관점이 제시되어 왔습니다. 젊은 지구론, 오랜 지구론, 지적설계론, 유신진화론 등이 있지요.

저는 이 네 가지 관점 모두 일리가 있으며, 양심적인 그리스도인이 이 네 가지 중에서 어느 하나를 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것은 해석적 다양성의 문제이지, 구원과 관련된 본질적 사안은 아닌 것이죠. 물론 네 가지 입장들에 대해 평가를 해야 한다면, 저는 유신진화론에 가장 적은 점수를 줄 것입니다.

문제는 위의 ‘능동적/수동적 순종’ 논쟁과 마찬가지로, 창조론 관련 이 네 학파의 논쟁 역시 서로를 이단시하는 소모적이고 파괴적인 논쟁에 빠져 있다는 점입니다. 해석적 다양성의 문제로 인식하고, 서로를 존중하면서 생산적이고 신사적인 토론문화를 일궈내야 합니다.

한동안 창조과학회 지도자로서 젊은 지구론을 열정적으로 지지했던 양승훈 교수가 이제는 오랜 지구론을 설파하는 대표적인 인물이 됐다는 사실이야말로, 이 네 학파의 논쟁이 구원과 관련된 본질적 사안이 아님을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극적으로 표현한다면, 우리가 천국에 가보면 이 네 학파에 속했던 그리스도인들을 모두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유신진화론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영국의 대표적 복음주의자들인 C. S. 루이스나 존 스토트, 심지어 제 박사학위 지도교수인 알리스터 맥그래스조차 유신적 진화론자라는 사실은 흥미롭지요. 저는 루이스나 스토트가 지금 낙원에서 주님과 함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성경적 창조론을 교육할 때도 네 학파 중 어느 학파를 절대화시키는 교육방식보다, 네 학파의 주장을 설명해 주고 나서 교사가 자기의 입장이 무엇인지를 소개한 후 학생들이 어느 하나를 스스로 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다른 관점을 가진 형제 자매들에 대해 서로 존중하는 태도를 기르도록 잘 가르쳐야 하겠지요. 결론적으로 비본질적 사안에 대해 다양성과 차이를 존중하면서, 생산적이고 성숙한 토론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여집니다.

이 창조론 논쟁과 관련해서는 <창조, 진화, 지적 설계에 대한 네 가지 견해(부흥과개혁사)>라는 책을 추천합니다.”

▲아틀란타 연합장로교회에서 설교하고 있는 정성욱 교수. ⓒ크투 DB
▲아틀란타 연합장로교회에서 설교하고 있는 정성욱 교수. ⓒ크투 DB

-한국교회의 가까운 미래를 보여주는 미국교회도 직접 경험하고 계신데, 이를 반면교사 삼아 2023년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신다면.

“네, 미국교회가 한국교회의 반면교사(反面敎師)인 부분도 있지만, 정면교사(正面敎師)인 부분도 있지요. 우선 한국교회가 미국교회를 본받아야 할 점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교회는 적어도 어느 정도의 상식이 통하는 교회입니다. 많은 교회들이 합리적이고 성숙한 의사결정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만인제사장론이 비교적 제대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목회자들이나 장로들의 권위주의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또 예배당 건물에 대한 집착이 한국교회만큼 강하지 않고, 교회 내 재정 운영이 비교적 투명하고 정직합니다. 성경과 신학을 연구하는 지성의 제자도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약점도 있습니다. 워낙 개인주의적 문화가 팽배하다 보니 공동체 구현이 쉽지 않습니다. 선교적 열정이 약화되고 있습니다.

2023년 한국교회는 미국교회의 강점들을 본받는 방향으로 성숙되어야 합니다. 특히 상식이 통하는 교회가 되는 것, 합리적이고 성숙한 의사결정 구조를 일궈가는 것, 만인제사장론이 제대로 작동함으로 목회자와 장로들의 권위주의를 일소하는 것, 예배당 건물에 대한 집착을 내려 놓는 것, 재정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것 등이 되겠습니다.

동시에 미국교회 약점들을 반면교사 삼아 교회의 공동체성과 유기체적 성격을 강화하고, 선교적 열정을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팬데믹 이후 주제보다 강해 설교, 예화보다 교리 설교
기독교 핵심진리와 윤리적 적용, 복음 진리 변증 설교
다음 세대에 기독교 진리성, 진정한 공동체 제공 필요

-결국 교회 예배의 중심도, 사람들의 주 관심도 목회자의 설교입니다. 팬데믹 이후 한국교회 강단 설교에 부족한 점은 무엇이고,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채워가야 할까요.

“목회자의 설교가 중요한 관심사인 것은 분명합니다. 팬데믹 이후 한국교회 강단 설교는 그동안의 부족했던 점들을 지양하고, 더 성경적이고 정통적인 설교를 지향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목회자들이 하나님 나라, 언약, 구속, 성전, 결혼 등 성경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들에 대해 깊은 이해를 가져야 합니다. 그런 이해에 기초해 주제설교보다는 강해설교를 지향해야 합니다.

동시에 지나친 예화 중심의 설교를 벗어나, 교리 설교를 지향해야 합니다. 기독교의 핵심 진리를 설교에 담아내고, 그에 따른 적용점을 짚어주는 설교가 되어야 합니다.

나아가 기독교 진리에 대한 저항과 도전에 대해 복음 진리를 변호하고 변증하는 설교를 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윤리적 적용점을 약화시키지 않으면서도, 성도들의 지성을 깨우고 지적 갈망을 채워주는 설교가 더욱더 필요합니다.

오늘날 일반 성도들의 지적·문화적 수준은 매우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런 성도들은 준비되지 않은 목회자들의 설교에 식상해 합니다. 따라서 목회자들은 계속교육을 통해 자신들의 지성과 영성을 갈고 닦아야 합니다.

성도들의 열망을 만족시키고, 나아가 그들을 더 성숙한 신앙의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자신을 준비해야 합니다. 이러한 도전에 바르게 응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목회자들은 진정 신앙의 더 깊고, 높은 차원으로 올라가는 특권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모든 목회자들이 ‘다음 세대’를 강조하지만, 정작 교회에서 다음 세대들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습니다. 복안이 있으신지요.

“다음 세대의 문제는 정말 어렵습니다. 하지만 답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적으로 우리는 다음 세대, 즉 MZ 세대나 알파 세대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이해하려 노력해야 합니다. 그 이해에 기초해 우리는 다음 세대들에게 복음을 매력적으로 제시하고 전달하는 일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다음 세대의 갈망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기독교의 진리성’입니다. MZ 세대나 알파 세대는 과연 세계의 여러 다른 종교들과 또 마르크스주의와 같은 세속적 세계관과 비교했을 때, 과연 성경이 말하는 기독교가 절대 진리인지에 대한 의문과 궁금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들에게 성경의 진리성, 기독교의 진리성을 분명하고 이해하기 쉽게 가르쳐야 합니다. 그러면서 설교와 제자훈련과 주일학교를 통해 기독교 진리를 효과적으로 변증해 주는 노력도 다해야 합니다.

둘째는 ‘진정한 공동체’입니다. 다음 세대 역시 지나친 개인주의가 자신들에게 유익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진정한 공동체를 갈망하고 있습니다. 이런 갈망에 대해, 우리는 해답을 제공해야 합니다.

서로를 사랑하고, 격려하고, 위로하고, 높여주고, 인정해 주면서도 때로는 사랑에 기초한 조언과 책망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끈끈한 공동체를 일궈갈 때, 다음 세대를 교회로 이끌 수 있습니다. 한국교회가 이 부분에서 꼭 아름다운 열매를 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나님과 세상 다리 놓고 화해 제사장적 직무 동시에
사랑으로 세상에 경고·책망하는 예언자적 소명 감당
한 영혼 사랑하는 초심 되찾아 강하고 성숙한 교회로

-교회에 ‘제사장적 직무’가 있다면 ‘예언자적 소명’도 있을 텐데, 교회가 지금 이 시대를 향해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할까요.

“교회의 ‘제사장적 직무’는 하나님과 세상 사이의 다리를 놓는 역할입니다. 하나님과 세상을 화해시키는 역할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세상을 품고, 세상을 위해 기도하는 직무입니다.

동시에 교회는 ‘예언자적 소명’도 있습니다. 이것은 사랑으로 세상에 대해 경고하고 책망하는 역할입니다. 교회는 이 시대를 향하여 일관되게 예수 그리스도가 유일한 주님이시며 참 소망임을 선포해야 합니다.

그리고 황금만능주의, 이기주의, 쾌락주의, 권력주의, 전체주의 등을 포함한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가치관을 포기하지 않으면, 세상은 끝내 멸망할 것이고 하나님의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임을 강력하게 선포해야 합니다. 특히 자연법과 양심적 전통 윤리에 기초한 성윤리와 생명윤리를 거부할 때, 세상은 파멸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해야 합니다.

안타까운 것은 세상이 교회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그렇게 된 이유의 많은 부분이 교회의 잘못 때문이었다는 데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물론 미디어와 언론이 교회가 잘 하고 있는 부분은 무시하고, 교회가 잘못하고 있는 부분만 침소봉대하여 선전하고 있다는 핑계를 댈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교회가 좀 더 잘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뉘우치고, 참회하며 새로운 길을 가기로 결단하는 모습도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교회의 갱신과 개혁을 위한 지속적인 몸부림이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정성욱 교수가 지난 12월 12일 어시스트미션 주최 &lsquo;강소사역을 말하다&rsquo; 컨퍼런스에서 발제하고 있다. ⓒ정성욱 교수 제공
▲정성욱 교수가 지난 12월 12일 어시스트미션 주최 ‘강소사역을 말하다’ 컨퍼런스에서 발제하고 있다. ⓒ정성욱 교수 제공

-이번에 한국에 들어오셔서 여러 활동을 하셨습니다. 간단히 소개해 주신다면.

“네, 지난해 12월 7일부터 20일까지 덴버신학대학원 한국어부 디렉터인 아내 정인경 교수와 함께 오랜만에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목적은 덴버신학교 영어부와 한국어부의 재학생들을 만나 격려하는 것, 그리고 새로운 학생들을 모집하는 것, 재정 후원자들을 만나 교제하는 것 그리고 덴버신학교 총동문회를 발족하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위의 네 가지 목적이 잘 이뤄졌습니다.

그 외에 몇 가지 중요한 강연과 설교로 섬겼습니다. 무엇보다 ‘강소교회, 강소목회’ 컨퍼런스에서 발제자로 섬겼습니다. 한국교회·이민교회 80% 정도가 교인수 100명 이하의 작은 교회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한국교회와 이민교회의 미래는 규모는 작지만 복음의 이해와 실천에 있어 강하고 성숙한 교회에 달려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예상 외로 반응이 뜨거워서 감사하고 있습니다.

또 김진홍 목사님의 신광두레교회, 사랑의교회, 강남중앙침례교회, 대구부광교회 등에서 설교로 섬길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끝으로 2023년을 시작하는 목회자들을 위한 격려의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저의 주된 임무는 신학교에서 연구하고, 가르치는 일입니다. 그렇지만 여러 통로를 통해 목회와 선교사역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부터 덴버의 작은 지역교회 임시목사로도 섬기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목회자들의 기쁨과 아픔에 공감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우선 신학자로서 목회자들에게 주고 싶은 격려 말씀은, 목회자들이 신학적 역량과 깊이를 기르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대다수의 목회자들은 3-4년의 교역학 석사과정(Master of Divinity)을 마무리한 후 더 이상 공부할 엄두를 못내고 있고, 더 깊은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무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급변하고 있고, 목회 대상인 성도들이 수준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 시대를 이기고, 성도들의 갈망을 채워주며 그들을 더 성숙한 신앙으로 이끌기 위해서 목회자들은 더 깊은 공부와 연구가 필요합니다.

목회자의 한 사람으로서 동료 목회자들에게 주고 싶은 격려 말씀은, 한 영혼을 사랑하는 ‘초심’을 되찾자는 것입니다. 한 영혼의 가치가 온 우주의 가치보다 더 위대하다는 주님의 시선을 되찾자는 것입니다.

작은 교회 목회자들에게 드리고 싶은 격려는 규모가 작더라도 얼마든지 강한 교회, 성숙한 교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눈을 뜨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작지만 복음의 이해와 실천에 있어 강한 교회를 일궈가자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목회자들의 수고와 헌신을 주님께서 잘 알고 계십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교회의 모든 필요를 채우시고, 친히 교회를 지키시고 성숙케 하실 것입니다. 주님을 신뢰하고 끝까지 건투하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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