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참배 거부, 일제 말기 최후의 독립운동”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제3회 신사참배 거부운동 재조명 학술세미나

민족 정체성 수호 분명한 항일운동
일제의 사상범·정치범 처벌이 증거
주기철 복권? 파면 정당했다는 것?

▲왼쪽부터 이은선 교수, 최덕성 총장, 오지원 소장, 전정희 편집위원, 최수경 발행인. ⓒ이대웅 기자

▲왼쪽부터 이은선 교수, 최덕성 총장, 오지원 소장, 전정희 편집위원, 최수경 발행인. ⓒ이대웅 기자

제3회 신사참배 거부운동 재조명 학술세미나가 ‘신사참배 거부운동은 독립운동이다!’는 주제로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세미나에서는 이은선 교수(안양대)가 ‘최덕지·안이숙·조수옥 그들은 누구인가?’, 최덕성 총장(브니엘신학교)이 ‘주기철 목사 복권과 교회교 전통’을 각각 발표했다. 논찬은 오지원 소장(한국침례교회사연구소), 전정희 편집위원(국민일보), 최수경 발행인(모닝포커스) 등이 맡았다.

◈신사참배 거부는 독립운동인가?

이은선 교수는 “일제 말 가혹한 탄압 하에서 신사참배 거부운동으로 2천여 명이 옥고를 치렀고, 주기철·최상림 목사 등 50여 명이 옥사했다”며 “신사참배 거부운동은 천황의 현신 지위를 부정하고 하나님만 섬긴다는 기독교 신앙이 밑바탕이지만, 동시에 일본 국체를 부정하고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겠다는 분명한 항일운동이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그러나 현재 국가는 주기철·주남선·손양원·김두석 등 몇 분들만 독립유공자로 인정하고, 나머지 분들의 신사참배 거부행위는 신앙 행위로만 인정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독립운동에 있어 무장투쟁만 중요시하고, 애국 계몽운동과 평화적 독립운동은 중요하게 평가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일제에 의해 가장 강한 핍박을 받고 옥고를 치렀음에도,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분들이 바로 신사참배 거부자들”이라며 “일제가 우리 민족을 황국 신민으로 만들고자 했을 때 적극적으로 저항한 측면에서, 이들의 행위는 독립운동이라 평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덕지·안이숙·조수옥 등의 활동을 소개한 뒤 이은선 교수는 “일제는 1937년 중일전쟁을 일으킨 후 중국의 저항이 장기화되자, 조선인들에 대해 내선융화를 넘어 내선일체에 의한 황국신민으로 만들기 위해 천황제 이데올로기 아래 ‘국민정신 총동원운동’을 시작했다”며 “이는 모든 사람의 정신을 일본 정신 즉 천황중심주의로 집중시켜 어떠한 곤란한 상황에서도 국가의 목적대로 인적·물적 자원을 동원하는데 협력할 수 있는 단계까지 이르게 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은선 교수는 “이러한 운동에 저항하는 것은 일본에 반역하는 행위였고, 일본은 불경죄·치안유지법 위반 등으로 처벌했다. 일제의 신도국가주의는 로마 황제숭배 사상과 같은 천황숭배 사상에서 기인하지만, 신사참배라는 정책으로 나타날 때 천황숭배 사상과 신도가 합쳐진 정·교 융합적 국가정책으로 변모한다”며 “이에 대한 반대는 국가주의에 대한 반대였고, 사상범·정치범으로 다룰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쟁동원 과정에서 신사참배 강요는 종교를 넘어선 정치적 목적이었다. 그런데 이에 가장 격렬하게 저항한 것이 기독교인들이었고, 이는 신사참배 거부운동으로 나타났다”며 “이러한 신사참배 거부운동은 신앙운동으로 민족주의와 결합할 수 없는가? 신사참배 거부는 독립운동인가”라고 반문했다.

▲주요 참석자들의 기념촬영 모습. ⓒ이대웅 기자

▲주요 참석자들의 기념촬영 모습. ⓒ이대웅 기자

이에 대해 “신사참배 거부운동은 기독교 신앙과 민족의식의 융합으로 볼 수도 있다. 종교운동이냐 민족운동이냐 하는 이분법적 나눔이 아니라 양자의 결합으로 봐야 한다”며 “기독교인들의 신사참배 거부운동은 신앙을 지키기 위한 신앙운동, 일본 탄압 속에 조선인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민족운동, 천황 중심의 대동아공영권에 반대하는 독립운동 등으로 정의할 수 있다”고 정리했다.

또 “최덕지·안이숙·조수옥 등은 한상동과 더불어 신사참배 거부 세력을 규합해 조직화하려 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행위는 단순히 개인적 차원의 저항이 아니라 조직적 수준의 중요한 독립운동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이들의 신사참배 저항운동을 일제가 천황을 반대하는 불경죄요 국가 체제를 전복하려는 정치세력이기에 치안유지법과 보안법, 심지어 내란죄로 처벌한 점에서 독립운동임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했다.

끝으로 “이들의 독립운동은 기독교 신앙을 중심에 둔 민족사랑의 행위였고, 기독교가 평화의 정신으로 펼친 최고 수준의 신앙운동이자 일제 저항운동이었다”며 “이는 독일 히틀러에 대한 최고의 저항운동이었던 칼 바르트의 바르멘 선언과 동일한 원리다. 인간을 절대화하려는 시도에 대한 강력한 저항이자, 나아가 우리나라의 독립을 얻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주기철 목사 복권과 ‘교회교’

최덕성 총장은 “신사참배 거부운동은 우상숭배를 하지 말라는 계명을 지킨 기독교 신앙운동인 동시에 일제 황민화 정책에 저항한 운동이자 민족정신을 기리는 신앙운동이었다”며 “특히 일제 말기 이 땅에서 일어난 최후의 독립운동이었다”고 정의했다.

최 총장은 “그러나 대한민국이 신사참배 거부운동을 아직도 항일운동으로 인정하지 않는 까닭은, 우리 사회의 명확한 과거사 청산 부재와 친일파 전통 우세 때문으로 보인다”며 “친일파 전통은 지금도 한국 기독교계를 장악하고 있다. 기독교(Christianity)가 아닌 ‘교회교(Churchanity)’라는 특성을 지니고 지금도 횡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회는 사회를 지도하는 양심의 교사이나, 현 한국교회 주류 세력은 역사 왜곡과 날조, 사실 호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양심 결핍의 특성을 보이고 있다”며 “‘교회교’란 조직체 결정을 절대시하는 로마가톨릭 식의 교회 이해이다. 이 사고방식이 극명하게 나타난 것이 바로 주기철 목사(1897-1944) 복권 및 목사 복직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최덕성 총장은 “주기철 목사는 ‘우상숭배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파면당했다. 그의 ‘죄’는 신사참배 곧 우상숭배를 하기로 결정한 총회 정책에 순응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당시 한국교회 지도자들, 주한 외국 선교사들, 일본 교회는 신사참배가 우상숭배라는 사실에 이의를 갖지 않았다. 그래서 평양 장로회신학교는 자진 폐교했고, 선교사들이 이 땅을 떠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총장은 “주기철의 면직 70여 년 뒤, 예장 합동과 통합 등 한국 장로교회는 총회 설립 100주년을 맞아 2015-2016년 주기철 목사 ‘복권·복직’ 릴레이를 펼쳤다”며 “이는 어처구니없는 난센스이고, 프로테스탄트 교회와 장로교회 정신과 치리 원칙, 개혁교회론을 위반한다. 현재 한국교회가 과거사 청산을 똑바로 하지 않았고, 현재 교단들이 배교 집단인 ‘순일본적기독교’의 연장임을 확인시켜 준다”고 진단했다.

그는 “‘복권·복직’은 그것을 결의하고 선언한 시점까지 당사자가 목사가 아님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우상숭배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목사직을 파면당한 것이 과연 효력 있는 결정이었나”라며 “주기철 목사의 ‘복권·복직’은 우상숭배하고 배교하던 교회의 결정에 오히려 법적 유효성을 부여한 난센스 사건”이라고 밝혔다.

또 “더구나 개혁교회는 죽은 자를 치리회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사자(死者)를 치리 대상으로 삼는 것은 로마가톨릭의 교회교 전통”이라며 “장로교회에서 면직된 자의 목사직 회복은 다시 목사 안수 절차를 밟는 것이고, 목사의 재안수는 면직을 결정한 해당 노회만 할 수 있다. 어느 목사는 ‘명예회복’ 목적이라고 하는데, 목사직은 명예직이 아니다”고 했다.

최덕성 총장은 “‘교회교’는 교회가 무엇이든 결정하면 그것을 절대적이고 유효한 것으로 여긴다. 일제 말기 한국교회는 ‘순정일본적기독교’로 바뀐 배교 집단으로, 순수한 그리스도의 교회가 아니었다”며 “기독인은 교회의 결정에 순종해야 마땅하지만, 그 결정을 절대시할 수는 없다. 교회의 결정이 항상 옳거나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기독교 역사에 새벽별처럼 등장한 ‘위대한 이단자들’은 교회 조직체인 대회·총회·공의회가 오류를 저지르고 실수하고 범죄해 왔음을 확인해 준다”고 말했다.

최 총장은 “주기철에 대한 릴레이 목사 복권·복직은 과거사에 대한 반성과 참회의 기미가 다소 엿보인다. 교회 장래와 역사의식을 소중히 여기는 동기도 엿보인다. 다시는 신사참배와 같은 우상숭배의 죄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다짐일 수도 있다”며 “그러나 이는 배교, 우상숭배, 백귀난행 등의 과거사가 제대로 청산되지 않았음을 웅변적으로 시사한다”고 정리했다.

끝으로 “이는 한국교회 친일파 전통과 교회교 전통이 가져다준 불행한 해프닝이다. 교회교 사고방식은 한국교회 친일파 전통의 민낯”이라며 “이 불순한 전통은 친일파 교회 계승을 장자 교단이라는 이름으로 자랑스럽게 여기는 교단 교회들의 심장을 누비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점식 의원이 축사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정점식 의원이 축사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이채익·정점식·안병길 의원 축사 전해

세미나에 앞서 국회의원들의 축사가 진행됐다. 축사를 보내온 국회조찬기도회 회장 이채익 의원은 “믿음은 고난의 때에 진심을 볼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여성 지도자 최덕지·안이숙·조수옥 등은 성경 말씀에 철저히 믿음으로 ‘아멘’ 하고,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에 목숨을 불사하고 반대 투쟁을 했다”며 “국회조찬기도회는 이 신앙 선각자 분들이 조속히 주기철 목사님처럼 독립운동가로 서훈되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직접 참석해 축사한 정점식 의원은 “일제강점기 신사참배 거부운동은 단순한 신앙적 투쟁 이상을 넘어,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항일 독립운동 일환이었다”며 “일본 군국주의 세력이 자행한 민족 말살정책에 끝까지 저항한 신사참배 거부운동은 한국교회와 일제에 항거하던 여느 독립운동가들에게도 큰 귀감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병길 의원(이상 국민의힘)은 “조국의 영광을 위해 목숨 바친 독립운동가들과 우리 민족의 염원이 모여 지금의 대한민국이 만들어졌다”며 “특히 제 지역구인 부산 동구 삼일교회를 설립하신 한상동 목사님의 거룩한 발자취에 머리 숙여 깊은 존경을 표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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