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의동산교회 이야기 1] 광야로 가는 이유
광야에 계신 하나님이 좋아서
광야에만 있는 특별한 돌보심
회복해야 할 본질 함께 고민을
2년 반 전, 지방에서 개척을 시작한 한 교회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코로나 속에서도 불신자나 낙심자들과 부대끼며 천하보다 귀한 한 사람을 그리스도인으로, 제자로 세워가는 한 지역교회 목회자가 삶으로 경험한 신앙과 목회를 들려드립니다. -편집자 주
교회 개척이라는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걷는 것은 낯섦과 새로움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2020년 8월 교회를 개척하기로 마음을 먹고 나서, 나는 약 한 달간 거의 매일 개척교회 선배 목사님들을 만났다. 새로움에 대한 기대와 떨림도 있었지만, 초등학교를 갓 입학한 어린아이와 같은 불안과 두려움도 늘 공존했기 때문이다.
당시 많은 분들로부터 귀한 조언과 경험담을 들으며 나는 정서적 위로와 실제적 도움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 때 들었던 말들 중 신대원 동기 목사님이 자신의 개척 이야기와 함께 들려준 한 문장이 아직도 큰 울림과 함께 뼛속까지 새겨졌다.
“목사님, 하나님은 한 분이시고 어디에나 계신데, 개척교회 하나님이 계세요. 이건 교회를 개척해 본 사람만 알 수 있어요.”
이 말은 선교 단체에서 선교사 지망생으로서 훈련을 받던 20대 시절, 선교사님들이 가장 많이 들려줬던 이야기였다.
광야로 나가는 사람들이 광야로 가는 이유는 광야가 좋아서가 아니다. 광야에 계신 하나님이 좋아서이다. 광야에 있는 자들만 맛보아 알 수 있는 하늘 아버지의 특별한 돌보심이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차별없이 모든 사람을 공평하게 사랑하시지만, 광야에서의 특별한 하나님의 돌봄과 보살핌을 받아본 사람은 ‘하나님이 자신만 특별히 편애하는 분인 거 같다(?)’고 조심스레 고백하게 된다.
4위일체 하나님
교회를 개척하고 나서 장난섞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하나님은 3위일체 하나님이 아니라, 4위일체 하나님이세요. 성부, 성자, 성령, 그리고 개척교회 하나님. 이렇게 4위일체 하나님이세요”라고 말이다.
처음에 이 말을 들으면 거의 대부분 허무하다는 듯 코웃음을 치지만, 맨땅에 헤딩으로 개척한 은혜의동산교회 안에서 지금도 쉬지 않고 구원의 역사를 펼쳐가시는 하나님의 일하심을 듣다 보면, 어느덧 많은 분들이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을 드리게 되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8월 교회를 개척하겠다고 주변 한두 사람에게 알리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의 어이없어 하는 표정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리고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왜 하필 이때 개척이냐?!”였다. 부모님도 예외는 아니셨다. 하지만 그때는 어디서 나온 배짱이었는지, 그들에게 메아리처럼 이렇게 응답했다.
“지금이 사람을 모으기에는 최악의 시기이겠지만, 교회다운 교회를 세우기에는 최적의 시기인 거 같아서요.”
사람들에게는 40대 초반 젊은 목사가 던진 허무맹랑한 단순, 무식한 답변이었을지 모르겠지만, 하나님은 이 고백을 기쁘게 받아주셨던 것 같다.
함께할 사람도, 돈도 없이 우리 집에서 시작한 은혜의 동산 교회가 2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 망하지 않고 오히려 아름답고 건강하게 세워져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 말이다.
살아남은 교회 성공 스토리?
살아난 교회의 본질 이야기!
앞으로 지면을 통해 소개될 은혜의 동산 교회 이야기는 ‘코로나 시기에도 살아남은 교회의 성공 스토리’가 아니라, ‘코로나 시기였기에 살아난 교회의 본질 이야기’로 독자들의 마음 속에 새겨지길 바란다.
코로나가 끝나가는 엔데믹 시기에 한국교회가 혹여나 경건의 모양은 있으나 경건의 능력은 없는, 겉모습만 화려했던 과거의 영광으로 회귀하려 한다면, 조금만 호흡을 가다듬으며 우리가 다시금 회복해야 할 본질이 무엇인지를 같이 고민해 보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김종원 목사
대전 은혜의동산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