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강 목사, ‘개혁주의와 성령’
개혁주의도 ‘성령’ 붙드심 강조해
균형잡힌 경륜적 삼위일체론으로
하나님 구원 계획과 실행 집중을
2023년 마스터스 신년 특별강연이 16-17일 서울 은평구 바로선개혁교회(담임 최더함 목사)에서 개최됐다. 둘째날인 17일 오후에는 서문강 목사가 ‘개혁주의와 성령’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서문강 목사는 “성령론을 다룰 때 가장 흔한 실수는 성령님 자체의 역사로 바로 나아가려는 것이다. 이런 집회에 가면 ‘성령의 은사 체험’을 간증하고, 그에 대한 시연(試演)이 곁들여진다”며 “이런 식의 접근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그런 일은 더욱 가중될 것이고, 거기에 깊이 심취한 이들은 아무리 타일러도 듣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서문강 목사는 “그 해답은 성경이 보여주는 ‘균형잡힌 삼위일체론’에 있다. 하나님의 본체론적 존재 방식에서 삼위의 관계를 말하는 ‘본체론적(Ontological Trinity) 외에, 특히 이 세상과 관련된 하나님의 활동 국면을 말해주는 ‘경륜적 삼위일체론(Economic Trinity)’에 주목해야 한다”며 “우리 구원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구속사적 경륜(經綸)’ 속에서 성삼위의 본질적 일치와 사역적 구분은 명백하게 드러난다. 경륜적 삼위일체론의 요지는, 경륜적 위격이 피조 세계와 관련된 활동으로 이루시려는 목적(뜻)은 하나이면서,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일하심에 있어서는 삼위 간의 구분과 경륜적 질서를 가지신다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성경에서 삼위는 동시에 언급되기도 하고 활동하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경륜적 질서가 있어 보인다(마 3:16-17)”며 “‘그 순서와 질서’를 철저하게 견지하셨던 분이 우리 주 예수님이시다. 우리 구원과 관련된 하나님의 행사에 대해서는 본체론적·경륜적 삼위일체론을 모두 숙고해야 한다. 본체론적 삼위일체 하나님께서 경륜적 삼위일체 하나님으로 자신을 드러내신 계시 방식을 견지하지 못하면 반드시 일신론·삼신론 또는 양태론적 사고, 즉 사탄이 쳐놓은 함정에 빠져 이단으로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서문강 목사는 “은사주의·성령파에 의하면, 진정한 영성은 ‘성령의 은사 체험’ 여부에 달려 있는 듯하다. 그들은 집회에서 방언과 은사를 강조하고, 신비주의적 성향을 띠게 된다”며 “이들의 문제는 균형잡힌 삼위일체론의 접근을 버리고, 하나님을 직접 체험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경륜적 삼위일체의 질서’에 개의치 않고 ‘성령 체험’ 자체에만 의미를 부여해, 그리스도를 통한 하나님의 구원 계획과 실행, 재림과 최후심판, 하나님 나라의 영광과 완성 등에 집중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서문 목사는 “사도들의 메시지 중심은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 예수와 그가 성취하신 구속 은혜와 적용’이었다. 그들은 초대교회 성령 강림을 ‘약속의 성취’로 설명했지, 성령 역사나 은사 체험 자체를 중심에 두지 않았다”며 “그들은 그리스도를 전파했을 뿐, 성령의 은사나 체험 자체를 전하지 않았다. 그들은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아 하나님께 구원받은 자녀들로서 보혜사 성령의 내주하시는 은혜를 항상 의존하기 위해, ‘성령 충만을 받으라(엡 5:18-20)’고 권면했다”고 했다.
그는 “오순절 성령강림의 의미는 성부 하나님께서 성자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신 구속의 공효(功效)를 성령을 통해 택한 백성들에게 적용하시기 위한 하나님의 큰일(행 2:11)이었다”며 “우리를 구원하기로 택하신 이가 성부 하나님, 우리에 대한 그 뜻이 성취되게 하시는 이는 성자 예수 그리스도, 그 성취하신 공효를 성부·성자와 일치하도록 우리에게 적용하시는 이가 성령이시다(엡 1:13-14)”고 강조했다.
서문강 목사는 “그러니 우리는 구원에 관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경륜적으로 성부께서는 우리를 구원하려 정하고 자녀로 받기로 예정하신 아버지시고, 성자께서는 그 아버지 뜻을 따라 우리를 죄에서 구속하신 우리 주님이시고, 성령께서는 성부와 성자의 영으로서 믿음의 전 과정을 주관하시고 끝까지 견지하게 하시려고 우리 속에 내주하시는 보혜사이시다”며 “우리는 성부의 영광을 위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영광의 소망을 향해 순례의 길을 가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그러면서 “성령 은사는 ‘구원론적 관점’보다 ‘교회론적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 성령 은사를 무시하거나 가볍게 취급해선 안 되나, 질서를 따라 사모하고 활용해야 한다”며 “은사는 하나님 복음의 진보와 선교와 교회의 참된 부흥과 성숙을 위해, 성령의 주권적 역사 속에서 주어진다. 오늘도 목회 사역 중 신비롭게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행사를 경험할 수 있지만, 드물게 나타나는 ‘성령의 특이한 나타남’을 교의화하고 보편화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서문 목사는 “성령 역사 입장에서, 개혁주의란 무엇인가? 제 길을 벗어나려 배회하고 방황하던 그리스도의 교회를 제자리, 성경으로 돌이키는 성령님의 역사였다. 개혁주의는 성령의 가르치심을 따라 성령의 능력을 의지해 성경에 관한 바른 이해와 그 믿음과 실천을 중심에 두고 있다”며 “지금도 개혁주의는 성령의 붙들어 주심으로 견지되고 있다. 그러므로 교회사의 ‘개혁주의 노선에 있는 고전들’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혁주의자는 성경의 권위 아래, 성령을 의지하여, 성경적 고전들을 섭취하고 현실의 영적 환경에 적용하는 사람”이라며 “개혁주의자는 성령 역사를 누구보다 바르게 의지해야 한다. 성령과 그 나타남과 현상들을 따로 떼어 말하거나 강조하는 이들의 말에 현혹되지 말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