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들에게 통계 뛰어넘는, 통찰과 지혜 전할 것”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목회트렌드 2023> 저자 5인을 만나다

▲(왼쪽부터) 저자 안덕원 교수, 박윤성&middot;김도인&middot;이정일&middot;박양규 목사. ⓒ이대웅 기자

▲(왼쪽부터) 저자 안덕원 교수, 박윤성·김도인·이정일·박양규 목사. ⓒ이대웅 기자

2022-2023년은 한국교회에 김난도 교수(서울대) 등이 매년 펴내는 <트렌드 코리아> 같은 ‘트렌드 분석 및 전망’이 활성화된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다. 지난해 말에는 본지 올해의 책에 선정된 <한국 교회 트렌드 2023(규장)>에 이어, 목회트렌드연구소의 <목회트렌드 2023>이 잇따라 출간돼 목회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통계와 분석을 넘어 통찰과 해석으로’라는 모토로 저술된 <목회트렌드 2023>은 목회자·신학자·인문학자 등이 각 영역에서 통계를 토대로 사회를 분석하고 전망할 뿐 아니라, 숫자 너머에 있는 하나님의 뜻과 계획에 의한 소망과 비전, 대안까지 전달하고 있다.

본지는 책 집필자들 중 김도인 목사(아트설교연구원 대표), 박윤성 목사(익산 기쁨의교회), 안덕원 교수(횃불트리니티신학대), 이경석 목사(기독교선교횃불재단 원목), 이정일 대표(문학연구공간 상상, 이상 가나다 순) 등에게 출간 동기와 2023년 목회 전망을 청취했다. 다음은 이들의 이야기.

변화 흐름 포착, 집단지성 활용

이경석 목사: 여러 분야에서 이렇게 좋은 분들이 의기투합한 이유는 현장 목회자들의 경우 통계나 분석 내용만으로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이는 사람들도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목회자들은 세상의 변화에 관심이 없더라도, 성도들은 관심이 많습니다.

세상의 변화가 곧 사람의 변화라면, 세상이 어떻게 변해서 사람들 생각이 어떻게 변하고 교회와 목회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거시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거창한 대안까지는 아니지만 변화의 흐름을 포착해 전달할 수 있다면, 각 상황에서 대안을 찾고 구체적인 방법을 고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통계 자료를 만들어내는 단체는 아니지만, 각자 영역에서 현장 목회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만한 흐름들을 제안하고자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훌륭한 필진들을 허락하셔서, 다양한 관점으로 현장의 흐름들을 담아낼 수 있었습니다.

한 사람의 글이 아니라, 공동 작품처럼 집단지성을 활용한 결과물을 내고자 했습니다. 다음에는 자주 모여서 함께 연구한다면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의견 교환을 통해 글이 좀 더 다듬어진 부분들도 있습니다.

내년에는 현장 목회자들의 상황을 좀 더 담아내고 싶습니다. 주변 몇몇의 사례가 아닌,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어떤 방법으로든 더 많은 소통의 기회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김도인 목사: 저는 이러한 목회 트렌드 서적을 5년 전부터 기획했습니다. 저희 아트설교연구원 대구 지역 모임에서 처음 출발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참여했던 분들이 빠지셨습니다. 세상의 흐름을 알아야 성도들뿐 아니라 믿지 않는 이들과도 공감과 소통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생각하던 차에, 횃불회 이경석 목사님을 만나서 이것이 구체화됐습니다.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정말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숨겨진 보석들을 잘 활용하면 책이 나올 수 있으리라 생각했고, 책이 잘 나왔습니다. 제가 만든 책 중 가장 잘 나온 책이라 보람이 있습니다.

목회자와 신학자, 작가 등 다양하고 좋은 필진들이 함께한 결과입니다. 이 집필진 모임은 12명까지 늘었습니다. 목회자들이 도전을 많이 받는다고 합니다. 맨땅에 헤딩해서 나온 책이지만, 필진을 잘 섭외했다는 칭찬도 받았습니다. 12명의 섭외 기준은 저보다 좋은 사람입니다(웃음). 콘텐츠 생산 능력은 그 다음입니다. 좋은 사람에게 좋은 향기가 나기 때문입니다. 신앙이 좋은 사람이 결국 인격도 좋습니다.

▲안덕원 교수. ⓒ이대웅 기자

▲안덕원 교수. ⓒ이대웅 기자

원인 제대로 파악해야 본질 회복

안덕원 교수: 일선 목회자나 저 같은 신학자들은 통계를 분석할 뿐 아니라, 통계를 뛰어넘는 통찰이나 지혜가 무엇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현장과 잇닿을 수 있는 글로 독자들과 만나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다른 책들과 차별성을 두고자 했습니다. 기존 도서가 이론 연구에 치중했다면, 이 책은 각자 분야에서 설득력 있는 메시지를 고민하던 이들이 나름 전문성을 갖고 만들었습니다.

사실 기독교가 매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요즘 사람들 보기에 세련미도 없고 구시대적인데, 어떻게 하면 이 시대 문화에 적실하면서도 기존에 가진 본질적 부분들을 회복할 수 있을지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성도가 줄어드는 현상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지만, 원인을 제대로 파악한 다음 어떻게 본질을 회복할지,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동안의 예배가 어떠했는지 등을 반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외에도 시대와 문화를 쫓아가지 않은 건 아니었는지, 예배의 본질을 꿰뚫어보고 실천해 왔는지 등도 반드시 질문해야 합니다.

그런 건설적 통찰을 안겨주고 싶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통계를 보고 낙담하고 절망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보다 나은 회복을 위한 소중한 통로가 돼야 한다고 믿습니다.

학계에서는 환원주의적 주장을 많이 하기 마련입니다. 초대교회 예배를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은데, 가져올 부분들도 많지만 당시 예배 형식을 그대로 가져올 순 없습니다. 부르는 찬송부터 다를 뿐더러, 힘이 없는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나치게 온라인을 향해 가는 것도 지양해야 합니다. 온라인 예배는 어디까지나 보완재일 뿐, 대체재는 아닙니다. 열린 마음으로 사용하면서도, 어디까지 수용하고 선용할지, 원래 예배란 어때야 하는지 등 본질적 질문을 해야 합니다. 예배에서 하나님과의 교제가 이뤄지고 있는지, 아니면 출석에만 치중하고 있진 않은지, 예배자로서의 ‘삶’은 등한시하고 있지 않은지 등도 점검해야 합니다.

▲박양규 목사. ⓒ이대웅 기자

▲박양규 목사. ⓒ이대웅 기자

교회학교, 새로운 콘텐츠 제공을

박양규 목사: 코로나 이전과 이후 많은 것들이 달라졌습니다. 그러나 교회학교는 가르치는 방식부터 모든 것이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팬데믹 이전처럼 아이들에게 교회 오라고 해도 잘 듣지 않습니다. 그래서 먼저 콘텐츠를 바꾸지 않고는 다른 어떠한 방법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빅데이터와 메타버스가 지배하는 이 시대 아이들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이를 등한시하고 무조건 ‘예수 믿어라, 교회 다니라’고 한다면, 본질은 사라지고 형태만 남는 것이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빅데이터가 지배하는 사회는 조지 오웰의 《1984》 속 빅브라더가 지배하는 사회가 굉장히 비슷합니다. 갈수록 사고력이 없어지고 어휘력이 파괴돼 문해력이 감퇴하는 존재로 변해갑니다. 마셜 맥루한의 《미디어의 이해》,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에서도 예견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독교가 ‘종교’처럼 아이들을 대하면 빅브라더에 휩쓸리기 쉽습니다.

아이들의 생각과 신앙을 유지시킬 수 있는 길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이를 극복하고 회복시킬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미디어나 빅데이터 지배를 받고 있는데, ‘메타버스로 예배드리자’고 하는 것도 똑같습니다. 메타버스는 하나의 도구일 뿐, 아이들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는 콘텐츠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책에서 문학이나 예술로 생각하고 감정을 갖게 하고 성경을 더 깊이 묵상하게 하는 콘텐츠를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묵상하는 데서 믿음이 생기고, 이를 가리켜 ‘하나님과 동행한다’고 표현합니다. 그런데 빅브라더 사회가 도래하면서 아이들에게 묵상의 기본, 사고가 사라지면 믿음이 발휘될 수 없고, 하나님과 동행할 수도 없게 됩니다.

아이들에게 생각을 심어주고 묵상 능력을 기르게 하는 것이 말씀드린 사고하고 생각하고 판단하게 하는 부분들을 지향하는 콘텐츠입니다. 그것이 문학과 예술, 인문학 등의 도구로 말씀을 생각하게 하고 생각으로 나아가게 하는 교육입니다. 이런 콘텐츠가 1-2개가 아니라 100개, 1,000개 만들어진다면, 이 시대에 적실한 교육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박윤성 목사. ⓒ이대웅 기자

▲박윤성 목사. ⓒ이대웅 기자

대사회적 섬김 사역 더 늘려야

박윤성 목사: 팬데믹 이후 교회는 대사회적 섬김과 구제 쪽으로 신경을 많이 써야 할 것입니다. 구약에서도 하나님께서는 ‘고아와 과부, 나그네를 잘 대접하는 것’을 정의롭게 여기셨습니다. 구약신학자 월터 브루그만(Walter Brueggemann)의 말처럼 하나님의 통치는 ‘환대’에 있습니다. ‘내가 종 되었던 너희들을 구원해줬으니, 너희도 대접하라’는 것입니다.

물론 교회가 많은 섬김들을 해왔지만, 팬데믹 이후 대사회적 섬김을 더 많이 해야 합니다. 그것이 정의로운 교회입니다. 그래서 책을 통해 저희 교회가 하는 일들을 소개하고, 크든 작든 교회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몇 가지 소개했습니다.

온라인 성도에 대해 저희 교회에서도 설문을 해봤습니다. 가나안 성도가 20% 정도이고, 앞으로도 온라인 예배를 드리겠다는 사람이 그들 중 30-40%였습니다. ‘온라인 성도’를 배제할 수 없다면 어떻게 관리하고 영적으로 성장시킬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봅니다.

설문 결과 온라인 참석을 유지하고 싶은 성도들에게도 성경공부와 일대일 상담 등에 대한 욕구들이 있어, 그런 부분을 보강하고자 합니다. 물론 비대면으로 말입니다.

또 하나는 젊은이들에게서 ‘교회가 교회다워지면 다시 돌아오겠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정의로운 교회’를 구현하면, 젊은이들도 돌아오리라는 바람으로 책 집필에 참여했습니다.

목회자들은 성도들이 모두 다시 나오길 원하지만, 30-40%가 온라인을 유지하고 싶다는 것이 현실 같습니다. 3개월 정도 나오지 않으면, 다시 나오기 힘들어진다고 봐야 합니다. 매주 출석 통계를 뽑아보면, 2-3주만 안 나와도 다시 나오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냥 교회 가기 싫다’는 대답도 꽤 있습니다. 3년 가까이 온라인 예배를 드리다 보니, 회복을 위해 노력하지만 온라인이라는 자리에 머물려는 사람들을 어떻게 영적으로 관리해 주느냐도 고민입니다. 대면 예배 회복 후 온라인 예배를 하지 않는 교회들도 있습니다. 그것도 하나의 소신이지만, 목양적 관점에서 그들을 무시하기보다 그들의 니즈를 채울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안 나오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타지로 이사를 갔지만 아직 교회를 못 정한 경우는 긍정적 요소일 수 있습니다. 이 밖에 거동이 힘들거나 질병 때문에 못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정말 귀찮아서 안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일괄적으로 끊어버리고 ‘성도가 아니다’, ‘온라인 예배는 안 된다’고 해버리면 그들의 필요나 상황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목회자라면 비록 우리 교회 성도가 아니라도, 누구든 다시 회복되길 원하는 마음이 있지 않습니까. 다양하게 접근하는 것이 한국교회 회복의 지름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목회자들마다 관점이 다를 수 있고, 부목사와 담임목사의 마음도 다릅니다.

대형교회들은 온라인 예배를 닫아야 하지 않느냐는 말도 있습니다. 저희 교회 성도들도 교회 예배 후 다른 교회 설교를 듣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말씀을 들으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지만(웃음), 그분들이 거기서 또 다른 은혜를 받는다면 그것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담임목회 17년차이고 나이도 60세쯤 되니 ‘목회가 내 목회인가? 다 하나님 백성들이고 종들인데, 여기서 은혜를 받아도 감사하지만 그것으로 불충분해서 다른 예배를 통해 은혜를 받아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여유도 생깁니다.

예전에는 예배당 건축도 해서 강박관념이 있었지만, 요즘엔 목회는 주님의 것이기에 청지기로서 충성을 다할 뿐입니다. 성도님들이 다른 교회를 가시든, 다른 목사님들 설교를 들으시든 자존심이 상하지도 않고, 그것을 막을 필요도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대형교회 쏠림 현상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성도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인정할 필요도 있습니다.

한 예로 저희 교회 한 성도님이 큰 사고를 당하신 적이 있습니다. 저희 교회에서 잘 예배드리면서도, 다른 교회 설교를 들으셨습니다. 왜 그런가 했더니, 치유에 대한 메시지가 필요해서 그랬다고 합니다. 실제로 회복도 많이 되셨다고 합니다. 제게는 그런 은사가 없지만 그분 말씀을 통해 치유가 됐다면, 목회적으로 인정해 드리고 권할 수도 있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이정일 목사. ⓒ이대웅 기자

▲이정일 목사. ⓒ이대웅 기자

교회 쇠락도 반전도 목회자에 달려

이정일 목사: 성도들도 출석 교회를 자기 교회라고 생각하던 강박관념이 자유로워진 것 같습니다. 다른 교회 온라인 예배를 드린다 해서 출석하는 교회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이 교회를 섬길 방법을 다양하게 찾고 있기에 자연스러운 흐름 아닐까요.

한국교회 쇠락의 원흉도 목회자이지만, 반전의 원동력도 목회자에게 있습니다. 시스템이 아니라 목회자 각 개인 역량이 강화돼야 합니다. 그래서 ‘목회자의 교양’에 대해 썼습니다.

목회자들이 목회 노하우나 방법만 찾지, 자신을 재충전하고 발전시킬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목회자에게 매력이 있으면, 찾아와서 듣습니다. 목회자들이 방법을 몰라서 못하는 게 아닙니다. 방법을 누가 모를까요. 데이터와 통계로 다 설명하지만, 소화해 내느냐의 문제입니다.

모든 곳에서 팩트에 대한 분석만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 단계도 있어야 합니다. 한국교회는 텍스트에 대한 분석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컨텍스트에 대한 분석은 간과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 있고, 그래서 어떤 메시지를 전해야 하는지 말입니다. 작은교회 목회자일수록 그러한 분석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지쳐 있는 작은교회 목회자들에게 실천 가능한 방법부터 차근차근 설명하고, 더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세미나 등을 통해 돕고 싶습니다.

한국교회는 통계와 사례만 제시할 뿐, 희망과 용기를 주지 않습니다. 교회가 작고 회복이 어려워 보여도, 한 권의 책을 읽음으로써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용기와 희망을 줘야 합니다. 작은 일 같지만, 성경과 연결되면 성도들에게 구체적인 방향 제시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야기의 시대인데, 우리는 통계만 보여주고 있습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양질의 이야기, 콘텐츠가 있으면 요즘 청년들은 적극 습득하려 합니다. 교회의 눈치를 보거나 예전처럼 주저하지 않는다. 무엇이든 들으려 할 것입니다.

말콤 글래드웰의 <다윗과 골리앗>을 읽어보십시오. 성경 내용을 기업에서 어떻게 활용하고 통계와 맥락을 동원해 분석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약자가 늘 패배할 것 같지만, 강자와 싸워서 이길 확률이 60%나 된다는 것입니다. 지금 우크라이나도 그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약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더 고민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절망만 하고 있을까요?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가 통계로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까?

많은 청년들이 ‘기독교가 왜 이렇게 무례한가? 교양이 없는가?’ 반문합니다. 청년들은 스스로 바라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겠지요. 하지만 성경 속에는 고결한 생각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상식이라는 언어로 설명되지 않고, 종교적 언어로 표현되다 보니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습니다.

다음 세대에 대한 논의가 많은데, 그럴수록 컨텍스트에 대한 분석을 많이 해야 합니다. 하지만 말씀드렸듯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텍스트 분석에 할애하고 있습니다. 그 텍스트, 말씀의 씨앗이 어디에 떨어지는가에 대한 분석이 일천합니다.

이번 주 설교 제목이 ‘인성도 자본이다’였습니다. 보통 자본이라고 하면 건물·토지·유동자산 등 보이는 것들만 생각하는데, 실제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자본은 따로 있습니다. 그 사람의 평판·명성·명예·영향력 등 보이지 않는 자산이 엄청나게 중요합니다.

이것이 한국교회 발목을 잡고 있어요. 교회가 커도, 사람들을 못 움직입니다. 감동이 없는 것입니다. 연구가 필요하고 목회자의 역량이 강화돼야지,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되는 것은 아닙니다. 테레사 수녀나 이태석 신부 등에게 감동을 받으니 천주교 전체 이미지가 좋아지고 상승 효과를 불러 일으키지 않았습니까. 누군가를 변화시키는 그런 한 사람이 나오면, 기독교 전체가 움직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김도인 목사. ⓒ이대웅 기자

▲김도인 목사. ⓒ이대웅 기자

교양과 인간미도 어필할 필요

김도인 목사: 쉽지 않겠지만, 교양은 지금 한국교회에 꼭 필요한 문제입니다. 지금 한국교회의 문제는 교리가 아닙니다. 인간미, 인간성, 매력이 문제 아닙니까. 살면서 기본적으로 부딪치는 것들, 즉 교양의 문제이지 영성의 문제가 아닙니다. 대화 상대나 소통할 수 있는 자격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팬데믹을 통해 교회가 교양이 부족했음을 알게 됐습니다. 한국교회가 많은 일들을 해야 하지만, 교양과 인간미에 있어 세상에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큰 교회가 많이 가졌다 해서 교양이 있는 게 아닙니다. 당신들을 위해 가진 것들을 쓰겠다고 해야 교양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정신이 나눔 아닙니까. 교회 안에서도 나눔이 부족하고, 교회 밖으로도 부족합니다. 이것이 회복된다면 신학대 미달 사태도 개선될 수 있습니다. ‘목사 돼 봐야 뭐하겠나?’ 하는 것은 마음가짐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영국이 세계를 지배한 것도 교양이었고, 조선의 선비정신도 교양이었습니다. 한국교회가 과거 부흥할 때, 교양이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교회 목사를 보면 참 멋있고 고매했습니다. 교회에 가는 것이 사회에서도 선망의 대상이었습니다. 그것이 신앙과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졌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왜 잃어버렸는지 분석해야 합니다.

번영신학·성공신학 등만 찾다 보니, 작은 자들, 낮은 자들이 안 보이게 된 것입니다. 그들을 무시하다 보니, 인간미도 사라졌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우리를 볼 때, 인간적인 면의 아름다움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교양을 잘 다루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상대가 납득할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을 갖춰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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