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나라에 대한 그릇된 오해 교정하는 ‘공공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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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일상과 신앙을 이어주는 공공신학 입문서

어서 와, 공공신학은 처음이지?
황경철 | 세움북스 | 286쪽 | 16,000원

최경환 박사의 글 ‘공공신학의 기원, 특징, 최근 이슈들’에 따르면, 마틴 마티(Martin Marty)는 1974년 라인홀드 니버(Reinhold Neibuhr)의 신학을 연구한 논문에서 ‘공공신학(public theology)’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소개했고, 몇 년 후 ‘공적교회(public church)’라는 용어를 사용해 미국의 공적 삶 속에 교회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밝혀냈다.

최 박사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공공신학은 세속화 이후 민주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들이 서로 합의와 협력을 통해 공적인 가치를 보존하고 만들어 가는 서구적 기독교 윤리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황경철 박사가 그의 박사논문에서 다룬 주제를 구어체로 알기 쉽게 소개한 신간이다. ‘공공신학(또는 공적 신학, public theology)’을 처음 접하는 이들도 큰 어려움 없이 다가설 수 있는 ‘공공신학 입문서’다.

우선 저자는 ‘공공신학’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을 소개한다. 20여 년간 CCC 전임간사로 헌신한 저자는 그에게서 성경을 배운 이들이 시민과 사회인으로서 직면하게 되는 문제들 앞에서 진지하게 고민하며 답을 찾아 나서게 되었다. 답을 얻기 위한 긴 시간의 탐구는 의미있는 결실로 나타났고, 이 책은 그가 찾은 답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첫째로 이 책은 공공신학이 ‘복음의 총체성’을 드러낸다고 말한다. 네덜란드 신학교 총장이자 수상을 지낸 아브라함 카이퍼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 존재의 전 영역 중에서 만물의 주권자이신 그리스도께서 ‘내 것’이라고 주장하지 않으시는 곳은 단 한 치도 없다.” 저자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너무 뛰어 견디기 힘들 지경이었다고 한다.

이것은 카이퍼의 ‘영역주권론’이다. 정치·경제·사회·문화·교육·예술·교회·가정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통치와 주권을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다(28-29쪽).

“우리가 도덕계, 과학계, 사업계, 예술계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는 각기 나름대로의 영역을 갖고 있는 도덕과 가정과 사회생활의 영역에 대해 말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나름의 ‘주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자연에도 영역이 있어 하나님의 주권적 법칙으로 운행되듯, 개인, 가정, 과학, 사회, 종교 생활 영역에서도 그들 모두가 나름대로의 법에 순종하고 각각 그들의 우두머리에 굴복한다(아브라함 카이퍼).”

마틴 마티는 “우리는 역사상 처음으로 기독교가 사적 영역에 갇힌 채 공적 영역에 대해 말하는 것을 중단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했다. 저자는 한국교회가 처한 위기의 원인 가운데 하나가 ‘이원론적 삶’이라고 지적한다. 믿음과 행함이 분리되었다. 교회당과 직장, 주일과 주중이 이원화되었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복음은 종교적 감정이나 개인적 영역으로 후퇴할 수 없다. 복음은 공적이요, 우주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강조하는 것이 공공신학의 과제다.

공공신학은 복음이 사사화(privatization, 私事化)될 수 없는 공적이고 우주적이라는 성경의 가르침을 지지한다. 공공신학은 하나님 나라에 대한 그릇된 오해를 교정한다.

공공신학은 하나님 나라의 긴장성과 역동성 속에서 신자가 일상을 살아가도록 촉구한다. 공공신학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통치를 담대히 주장한다. 그래서 복음의 풍성한 현존과 총체적 범위와 우주적 영향력을 제시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44쪽).

둘째로, 공공신학은 성경에 근거하고 있다고 밝힌다. 저자에 의하면, 신명기에서 매우 흥미로운 구절을 만나게 된다. “네가 새 집을 지을 때에 지붕에 난간을 만들어 사람이 떨어지지 않게 하라. 그 피가 네 집에 돌아갈까 하노라(신 22:8)”.

하나님께서 이러한 명령을 주신 이유는 무엇일까? 난간이 없으면 지붕이나 옥상에서 사람이 떨어져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대 근동의 집들에는 대부분 평평한 옥상이 있었는데, 그 평평한 옥상은 다락방이나 여가나 다른 목적으로 사용됐다(수 2:6, 삿 16:27).

사람이 많이 사용하는 옥상에 난간이 없다면 대단히 위험했기 때문에, 하나님은 집을 지을 때 사람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반드시 난간을 설치하도록 율법으로 규정하신 것이다. 이 규정을 위반하여 사람이 다치면 그 피가 네 집에 돌아갈 것이라고 처벌조항까지 포함한다.

뿐만 아니라 하나님은 가난한 자, 고아와 과부, 외국인을 돌아보라고 명령하셨다. 하나님은 그들의 생계와 필요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계시다.

“너희가 너희의 땅에서 곡식을 거둘 때에 너는 밭모퉁이까지 다 거두지 말고 네 떨어진 이삭도 줍지 말며 네 포도원의 열매를 다 따지 말며 네 포도원에 떨어진 열매도 줍지 말고 가난한 사람과 거류민을 위하여 버려두라 나는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이니라(레 19:9,10)”. 공공신학은 성경과 신학의 근거 위에서 논의되는 신학의 한 분야다.

셋째로, 저자는 공공신학에 대한 학자들의 다양한 정의와 ‘공공신학의 특징들’을 소개한다. “기독교 윤리는 공적인 이슈를 다루어야 하고, 비기독교인들과 사회적 윤리에 관해 공개적으로 토론하면서 사회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맥스 스택하우스).”

“교회와 기독 시민의 사회적 책임은 사회, 정치, 경제 현안과 관련하여 크게 네 가지이다. 그것은 그리스도인의 마음과 양심이 외면할 수 없는 고통받는 자를 향한 동정, 사회 경제 체제에 대한 교육적 영향력, 성경적 정의의 추구, 그리고 하나님의 목적을 드러내는 자연질서에 순응해야 할 책임이다(윌리엄 템플).”

“신학은 사회의 공적인 일에 관여하면서, 하나님 나라를 향한 희망의 눈으로 사회의 공공복리를 바라보며 깊이 유념하면서, 가난한 자와 소외된 자들을 어떻게 정치적으로 대변하고 그들의 환경을 바꾸어야 할까를 고민해야 한다(위르겐 몰트만).”

“공공신학은 교회 안과 밖으로 접근 가능한 방식으로 전개하면서, 교회와 시민사회의 상호작용을 도와야 한다. 공공신학자들은 소통 가능하고, 수용 가능한 방식들을 찾으면서 기독교 신념과 실천이 공적 삶과 공공선 추구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헤롤드 브라이덴버그).”

“공공신학은 온 세상의 삶에 대한 하나님의 통치를 증언하기 원하는 사람들의 공동체에 구현된 신학, 즉 교회적 신학이다(이승구).”

저자는 또한 하인리히 베드포드-슈트롬(Heinrich Bedford-Strohm)이 제시한 공공신학의 여섯 가지 특징들을 열거한다. 예를 들면 공공신학은 신학적 성찰에서 도출되고, 기독교 전통에 뿌리를 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공공신학은 신자들만 아니라 비신자들도 알아들을 수 있는 이중언어로 소통되어야 한다.

학제간(interdisciplinary) 연구도 중요하다. 공공신학의 전제가 세상의 모든 영역과 모든 학문에서 하나님의 통치를 드러내는 것이라면, 다른 학문에 대한 지식이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 모든 진리가 하나님의 진리임을 믿고 주장한다면 성경적 관점에서 다른 학문을 진지하게 연구하려는 적극적이고 겸허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낸시 피어시는 종교가 주관적 감정이나 개인적 취향으로 치부되는 포스트모던 시대에 복음을 전하려면, 모든 학문 가운데 드러난 기독교 진리의 전체적 통일성이 우리 메시지의 핵심을 차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아가 공공신학은 공적 생활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경고하고, 저항하고, 비판함으로써 선지자적 역할을 수행한다. 공공신학은 부당하고 불의한 정책들을 성경적 가치와 윤리를 따라 안내하고, 교정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공공신학은 성경적 신학적 전통에 기초한 지식과 지혜를 통하여 시민사회에 방향성을 제시하고, 공적 영역에서의 토론에 기여할 수 있다(67쪽).

한 나라에서 유용했던 공공신학이 다른 나라에서는 적실하지 못할 때가 있다. 이유는 지역과 나라에 따라 직면한 문제가 다르고, 문화가 상이하며, 국민들의 정서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공공신학은 이러한 국가와 문화와 정서를 존중한다. 이것을 상호 맥락성이라고 한다. 유럽,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등 한 지역의 공공신학은 다른 지역과 원리는 동일해도 적용점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책에서 공공신학과 관련하여 서로 다른 이해와 접근방식도 소개한다. 또한 지역교회에서 공공신학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도 제안한다.

이 책은 ‘일상과 신앙을 이어주는 공공신학 입문서’로서 독자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져주고 진지한 탐구도 격려해줄 것이다. 일독의 가치가 있는 양서로 추천한다.

송광택 목사
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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