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英 복음연맹 대표, 성공회 비판
슬프고 고통스러우며 다소 충격
결혼에 대한 역사적 책무 재확인
영국 성공회가 지난 1월 18일 결혼에 대한 전통적인 정의를 유지하되 동성 커플을 축복하는 제안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자, 내부에서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먼저 영국복음연맹 대표는 이에 영국 성공회에 보낸 공개 서한에서 “결혼에 대한 교회의 역사적 책무(commitment)를 재확인하자”고 촉구했다.
영국복음연맹(Evangelical Alliance UK) 개빈 칼버(Gavin Calver) 대표는 한 웹진에 게재한 공개 서한에서, 얼마 전 영국성공회가 동성커플을 축복할 것을 제안한 데 대해 “슬프고 고통스러우며, 다소의 충격을 받았다”며 “이러한 제안은 지속불가능한 전진”이라고 했다.
그는 “(영국 성공회는) 오랜 경청과 토론 끝에 ‘결혼에 대한 전통적 교리를 바꾸지 않겠다’고 주장하면서도, 관계성과 성 윤리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 및 실천과 극적으로 타협한 제안을 총회에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영국성공회는 지난주 “동성 커플이 교회에서 결혼할 수는 없지만, 축복의 예식은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국 성공회가 공개한 ‘사랑과 믿음의 기도’(The Prayers in Love and Faith)에는 동성 커플을 위한 감사와 헌신과 하나님의 인도를 위한 기도가 포함돼 있으며, 이는 다음달 영국성공회의 의회 기구인 총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이번 공식 서한은 영국 성공회 복음주의위원회 칼버 위원장과 캔터베리대주교의 공식 관저인 램버스궁 사이의 회의 후 발표됐다.
칼버 위원장은 그의 서한에서 “동성 커플을 위한 축복을 도입한 결과는 영국교회를 훨씬 넘어서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복음주의자들에게 다음 달 시노드 토론을 위한 기도를 요청했다.
그는 “우리가 들은 바에 따르면, 다양한 견해와 의견이 있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는 데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 매우 분명했다”면서 “이것은 쉬운 대화가 아니다. 인정하고 회개해야 할 진정한 고통과 상처가 있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제안된 타협의 시도는 논쟁의 모든 측면에 있어서 완전히 부적절하다는 것도 매우 분명하다. 이는 지속 불가능한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②英 복음주의자들도 반발 나서
결혼 성경적 가르침 보존 촉구해
세계 성공회 분열·단절 조장 우려
영국 내 복음주의 지도자들도 “비탄과 경악을 금치 못한다”면서 “결혼에 대한 성경적 가르침을 보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영국 성공회 복음주의협의회(CEEC)는 오는 2월 총회에 상정될 이번 제안에 대해 “영국 성공회뿐 아니라 세계 성공회 공동체 내의 분열을 조장하고 더 큰 단절을 가져올 것”이라며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CEEC는 또 “동성 커플에 대한 축복이 시행될 경우, 광범위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며, 새로운 구조적 조치를 추구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영국성공회가 지배적인 문화와 타협하지 않고 복음을 선포함으로써 국가에 봉사할 책임이 있다고 믿는다”며 “이러한 제안이 특히 청년들 내에서 우리 교회의 사명과 제자도를 훼손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아울러 “영국교회의 규율과 가르침을 재정의할 수 있는 수정된 목회적 지침이 발표되기도 전에 총회가 주교의회의 제안을 고려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주교의회가 해당 제안을 재고하고 철회해 달라”고 촉구했다.
CEEC는 “우리는 영국교회의 진리와 교리 안에서 가능한 한 최고 수준의 연합을 위해 전념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제안은 우리의 동행을 막고 분열, 심지어는 단절을 조장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이들은 “서로 다른 신념을 가진 당사자의 강한 감정은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현재 제안이 진행되는 경우, CEEC는 눈에 띄는 차별를 가져오는 영구적인 구조적 재배치에 기반해 신학적인 타협 없는 정착을 지속적으로 옹호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GSFA(Global South Fellowship of Anglican Churches) 회장 겸 남수단 주교 저스틴 바디(Justin Badi)는 별도의 성명서에서 이 제안에 대해 “희극적인 타협”이라며 “도덕적 지도자이자 영성체 내의 통합적 인물인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대주교의 역할도 심각하게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③요크 대주교, 불난 집 부채질
동성애, 헌신적·안정적일 시 OK?
성공회 성명 동조하며 견해 표명
찬성 발언도 나왔다. 스테판 코트렐(Stephen Cottrell) 요크 대주교는 동성혼과 동성애가 죄인지에 대한 질문에 “(동성부부가) ‘헌신적이고, 안정적이고, 충실한 관계’라면 괜찮다”면서 “동성결혼한 부부는 그들의 조건에 따라 교회 생활에서도 온전히 환영받을 것”이라고 했다.
BBC라디오포(BBC Radio Four) 진행자인 윌리엄 크롤리(William Crawley)가 코트렐 대주교에게 “동성결혼을 축복하면서도 주례는 하지 않기로 한 영국성공회의 최근 결정이 ‘임시방편’과 같은 것인지” 묻자, 그는 “저는 이것이 이 이슈에 동의하지 않는 교회를 하나로 묶는 방법이면서 LGBTIQ+ 사람들, 동성결혼한 사람들, 동성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올 수 있는 곳으로 우리(교회)를 이끌어 간다고 생각한다. 영국교회는 그러한 관계와 결혼을 인정하고 기념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교단이 ‘동성 성관계(gay sex)는 죄’라고 믿는지” 물었고, 코트렐 대주교는 “우리가 말하는 것은 신체적·성적 친밀감은 헌신적이고 안정적이며 충실한 관계에 속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동성인 두 사람 사이에 헌신적이고, 안정적이고, 충실한 관계를 볼 수 있다면, 그들이 그들의 조건에 따라 교회 생활에 온전히 환영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크롤리는 “영국성공회는 동성결합이 좋은 것이 될 수 있다고 믿기에 동성결합을 축복해야 한다”고 했고, 코트렐 대주교는 “앞서 말한 것처럼, 안정적이고, 충실하고, 헌신되고, 사랑하는 관계는 좋은 것이다. 그들은 육체적 친밀함을 위한 장소”라고 답했다.
그러자 크롤리는 “죄는 아닌가?”라고 재차 물었고, 대주교는 “음, 그게 제가 말하고자 하는 점이다. 우리는 관계성에서 좋은 점에 초점을 맞추고, 사람들이 선하고 안정적이며 충실한 관계에서 살기를 원한다”고 다소 모호하게 답했다.
이에 대해 크리스천컨선(Christian Concern)은 “코트렐의 발언은 영국성공회가 결혼을 언급하고 있는, 인간의 성에 대한 성경적 가르침에서 일탈했음을 확인해 준다”고 비판했다.
10년 동안 영국성공회 총회 회원이었던 크리스천컨선의 안드레아 윌리엄스(Andrea Williams) 대표는 “코트렐의 발언은 인간의 성에 대해 영국교회의 타협적인 입장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윌리엄스 대표는 “요크 대주교의 역할은 복잡한 타협 과정을 주재하는 것이 아닌, 인간의 삶과 관계성에 대한 하나님의 아름다운 이치를 넘어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캔터베리 대주교와 요크 대주교는 처음부터 이러한 지도에 실패했다. 이에 대해 그들은 하나님께 답해야 할 것이고, 우리는 그들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했다.
그녀는 “문화에서 진실을 숨기는 일은 사랑스럽거나 친절하지 않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우리에게 필요했던 것은 영국성공회 교계의 영적 지도력이다. 그러나 슬프게도 우리는 특히 요크 대주교가 시대정신에 가차 없이 단호하게 굴복한 모습을 봤다. 교회와 기독교인들은 주변 세상과 구별되도록 부름을 받았지만, 이 대주교는 예수 그리스도의 분명한 가르침을 부끄럽게 여겼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