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협 2월 조찬기도회 및 발표회
한 교회 한 신학생 보내기 운동, 지원자 감소 타개 대책 일환이지만
앞장선 목회자들과 협력도 중요, 신학교수 이전 신학교수로 대우해
그분들에게 훈련된 신학 지망자, 신학교가 보다 전문적으로 훈련해
현장 내보내는 선순환 과정 유지, 목회자 선발 교회 책임 일깨워야
한국복음주의협의회 2월 월례 조찬기도회 및 발표회가 ‘신학 교육의 현황과 한국교회의 미래’라는 주제로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신촌성결교회(담임 박노훈 목사)에서 개최됐다.
이날 발표회에서는 감신대 이후정 총장이 ‘신학교육의 현황과 한국교회의 미래’, 장신대 김운용 총장이 ‘새로운 세상, 살을 에는 바람과 파도 속에서의 모험: 아포리아 시대에서의 신학교육에 대한 단상’을 각각 발표했다.
◈신학교육 현황과 한국교회 미래
먼저 이후정 총장은 “신학교육은 하나님의 종들을 훈련·양육하여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섬기는 선한 목사, 참된 성직자를 키우는 사명을 목적으로 한다”며 “오늘 한국교회의 역사적 상황은 코로나 이후 더 심각해진 교회의 위기와 수적·양적 감소 속에서 신학교 전반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도전을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한국교회의 미래를 결정하는 가장 중대한 이슈”라고 운을 뗐다.
이후정 총장은 “하지만 성경을 보면 가장 극심한 고난과 환난의 시대에 하나님은 오히려 선지자들에게 위대하신 계획을 계시하시고 보여주셨다”며 “중세 말기나 계몽주의의 황폐 속에서 종교개혁자들이나 존 웨슬리 같은 빛의 사람들을 일으켜 개혁과 부흥, 갱신의 새 시대를 여신 것을 기억하면서, 오늘 한국교회 신학교육은 낙담, 좌절 대신 희망과 환상을 품고 하나님의 부르심과 인도를 새롭게 경험하는 데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신학교육의 근본 기초는 ①영성 형성(spiritual formation) ②인격 형성(character formation) ③전문적 형성(professional formation) 세 가지다. 초대교회 전통에서 신학교육은 아직 공식적 학교의 형태를 가지지 않았고, 주로 교회나 수도원을 통해 영적 훈련을 받는 인격적인 멘토링, 지도의 방식을 취했을 것”이라며 “신학교육은 중세 이후 대학교나 전문기관(Seminary)을 통해 좀 더 이성 중심 합리주의 형태가 되면서, 너무 객관적·개념적 경향으로 흘렀다”고 지적했다.
그는 “종교개혁자들은 원천인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개혁 원리를 통해 학문적·이론적 측면보다 말씀을 중심으로 믿음과 영적·실천적 훈련에 더 목회자 교육을 돌이키게 했다”며 “지나치게 이성 중심 패러다임에 치우친 데서 설교와 말씀 묵상과 영성(경건)에 중점을 두도록 바른 교정을 가했던 것이다. 나아가 목회적 차원의 전문 훈련이 오히려 신학 교육에 더 중요성을 가져야 함을 회복하려 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근대 이후 신학교육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다시 학문성이라는 명목으로 지성주의와 합리주의에 상당히 경도됐다. 이에 우리는 복음주의 관점에서 신학교육 개혁이라는 과제를 심각하게 숙고해야 한다”며 “교회는 더 많이 열심히 기도하며 신실하고 준비된 인재들을 찾아 신학교에 맡기고, 신학교는 모든 노력과 분투를 다해 교회를 살리는 목회자들을 훈련·양육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영성 형성에 대해 “신학교육에서 우선순위를 차지해야 한다. 목회자는 무엇보다도 영적인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경건주의의 아버지 쉬페너(Spener)의 지적처럼, 신학교 교수들은 경건의 사표가 돼야 한다”며 “신학 자체의 정의조차 단순 이론과 개념에 치우친 사변적 학문이 되기보다, 실천 및 영성과 조화 내지 통합을 이루는 연결(conjunction)의 패러다임이 과거의 단절 내지 대립(disjunction)의 형태를 대신해 말씀 중심 묵상훈련과 수준 높은 기도생활의 가이드가 필요하다”고 했다.
인격 형성에 관해선 “하루 이틀 강조와 권면을 통해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목회자가 본이 되어 도덕적인 영향력을 크게 미칠 때, 교회는 세상의 빛과 그리스도의 향기로서의 사명을 다할 수 있다”며 “인격의 모델이 그리스도의 인격이라면, 동시에 그것은 바울 서신에서 성령의 열매로서 잘 설명되고 있다(갈 5:22-23). 자기부인(부정) 훈련을 십자가의 도로 온전히 통과할 때, 성화된 도덕적 인격에 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적 형성과 관련해선 “단지 책과 이론적 강의를 통해서만 준비될 것이 아니라, 설교와 예배, 행정과 규율(법규), 목회상담과 영적 지도(멘토링), 전도(선교)와 교육 등 총체적 자질에 더 많은 시간과 힘을 기울여야 미래의 목회자 양육에 성공할 수 있다”며 “신학교 시절 실습을 통해 고통받는 자들, 가난하고 억압받는 사람들, 병들고 버림 받은 사람들에 대한 돌봄과 치유 사역을 배울 때, 현장에 나가서 자비와 베품, 환대의 역할을 충실하게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후정 총장은 “목회 사역은 내적으로 교회의 영적·공동체적 하나님 나라 구현, 외적으로 세상의 빛 되어 그리스도의 사랑과 평화, 정의와 하나님의 통치를 체현하는 성육신적 통합과 균형을 포함한다”며 “지난한 현실의 도전 속에 있지만, 불가능해 보이는 현실 앞에서 믿음을 갖고 하나님의 음성과 계시를 주목하고 붙들 때 꿈과 비전, 희망의 기대 속에 신학교육을 견고하게 세우고 개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포리아 시대에서의 신학교육
이어 김운용 총장은 “코로나로 사역과 신학교육 현장에서 많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신학교육 현장 위기는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작년 주요 신학대학원 미달 사태가 속출했고, 지원자 부족은 더 가중될 것이다. 이런 신학교육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 미래가 불투명하다”며 “인구통계학적으로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탈종교화와 세속화 파도로 종교인구는 고령화 및 전체 감소로 이어지고 있으며, 교회 신뢰도 추락으로 신학교 진학에 대한 관심도 약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운용 총장은 “신학교육 자체의 위기 현상 역시 심각하다. 교단 분열로 신학교의 난립과 목회자 양성 질적 저하, 목회현장과 유리된 이론 중심 신학교육, 신학교 난립으로 교육 질적 저하, 교회와 신학교 간 협력 관계, 이론 중심 교육에 의한 현장과 괴리 현상, 인성과 소명 기반 교육 약화 등 내부적 문제도 산적하다”며 “위기보다 심각하다는 의미의 절체절명(絶體絶命)이라는 말이 그리스어로는 ‘아포리아’(ἀπορία)이다. 해결책이 없는, 막다른 골목, 미궁이라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김 총장은 신학교육 출구와 해법 단상으로 “첫째는 목적과 비전을 다시 새롭게 하는 것이다. 흔히 신학교육은 목회 사역을 위한 하나님의 준비과정 혹은 라이센스를 받는 과정 정도로 생각하지만, 더 포괄적 이해로 나아가야 한다”며 “선지동산과 대학의 중간 지점에서 엉거주춤하게 서 있지 말아야 한다. 교단 신학과 목회자 양성 차원을 넘어, 하나님 나라 일꾼을 양성해야 한다. 교단의 특성을 갖출 수밖에 없지만, 그 울타리를 뛰어넘어야 한다. 신학적 문서를 교파적 특성이 아니라 그리스도교 성경에 비추어 평가하고 공동 문서로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둘째로 “신학교육에 있어서 분리 현상을 넘어 통전성(integral, holistic)을 지향해야 한다”며 “신학교육 현장에는 교육 목적과 과정, 신학 학문 내, 이론과 실천, 학문과 상황, 교회와 하나님 나라, 교수와 학생, 교회와 세상 등에서 심각한 분리 현상으로 파편화가 심각한데, 이를 극복해야 한다. 신학은 사라지고 그 하위구조로 뿔뿔이 나누어져 있다. 통전성은 신학교육에서 반드시 회복해야 할 요소”라고 강조했다.
셋째로 “현장 역량 강화 및 실천지향적 신학교육에 더 중점을 두어야 한다”며 “신학교는 기술을 가르치는 전문학교는 아니지만, 현장과 유리된 학문 유희에 빠지거나 지나친 이론 중심 교육도 안 된다. 신학은 교회를 위한 학문이어야 하고, 신학교육은 실천지향적 목회자 양성과정이어야 한다. 신학교육은 실천을 통한 교육이어야 하고, 목회를 위한 배움(learning for ministry)이 아니라 목회 안에서의 배움(learning in ministry)이어야 한다. 이러한 실천성 담보를 위해 인턴십 제도를 보다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넷째로 “신학교육은 하나님 알기, 성삼위 하나님과의 인격적 관계와 교제라는 토대 위에 세워져야 한다”며 “신학교육은 학문 전달이 아니라 하나님 알기, 즉 영성이 토대여야 한다. 성경은 학자라는 말 대신 ‘제자(μαθητής), 본받는 자(μιμηταὶ)’라는 용어를 즐겨 사용한다. 하나님에 대한 지식을 주입시키는 교육이 아닌, ‘하나님을 아는 지식’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신학교육은 영성과 인성을 함양하고, 교회를 세우는 실천을 지향해야 한다. 하나님에 대한 지식의 전달과 습득이 아닌, 영광의 찬송이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끝으로 “지금은 자기 욕심에 사로잡혀 이름 드러내기 분분한 시대, 거룩한 사역마저 욕심의 도구로 변질되는 시대, 거짓이 판을 치고 거룩한 자리에 세속적 가치관이 들어와 판을 치는 시대”라며 “초대교회부터 지금까지 교회는 무정란의 시대를 향해 피 묻은 십자가의 복음을 통해 세상에 생명을 전하는 일에 전부를 걸었다. 비록 묶여 있었으나, 생명의 복음이 그들 속에 춤추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격려했다.
◈‘변화 가장 둔감’ 현실 인식부터
논찬에서 김윤희 총장(횃불트리니티 신학대학원대학교)은 “결국 신학교가 한 사람을 받아들여 2-3년 동안 무엇을 해야 가장 효율적인 리더로 키울 수 있는지, 근본적 고민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할 때”라며 “대학도 변한지 오래이고, 교육의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다. 신학교에도 곧 쓰나미 같은 변혁의 요구가 밀려들텐데, 진정한 변화를 원한다면 우리가 변화에 가장 둔감하다는 현실부터 받아들이는 것이 시작”이라고 말했다.
최승락 원장(고려신학대학원)은 “현 위기는 본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우선 지금까지 개인의 소명에 너무 의존했던 신학생 선발 또는 발굴 과정부터 좀 더 다중적 검증을 해야 한다”며 “교회를 통해 검증되고 교회에서 먼저 선발·훈련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럴 때 신학교육이 개인의 목적과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교회를 위한 교육이자 ‘목회 안에서의 배움’이라는 의식이 더욱 분명해질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저희 학교에서는 ‘한 교회 한 신학생 보내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지원자 감소의 타개책 일환이지만, 이를 통해 목회자 선발이 교회의 책임이며 거기서부터 시작할 일임을 일깨우고 있다”며 “이 일에 앞장선 목회자들과의 협력이 중요하다. 저는 그분들을 신학교수 이전의 신학교수로 대우한다. 그분들에 의해 잘 훈련된 신학 지망자들을, 신학교가 보다 전문적으로 훈련시켜 현장으로 내보내는 선순환 과정을 잘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발표에 앞서 1부 기도회는 박노훈 목사 사회로 김광수 교수(침신대 총장직무대행)가 말씀을 전했으며, 이일호 교수(칼빈대)가 ‘한국교회를 위하여’, 문창선 실무대표(위디국제선교회)가 ‘다음 세대 목회자 양성을 위하여’ 각각 기도를 인도했다. 발표회 후에는 임석순 한복협 회장(한국중앙교회)이 인사했으며, 실천신대 총장 이정익 목사(신촌성결교회 원로, 한복협 명예회장)가 축도, 이옥기 한복협 총무(UBF 전 대표)가 광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