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회 한국실천신학회 정기학술대회 다양한 제안
전체 교인들은 삶 나누는 방식,
리더나 중직자는 강하게 훈련
온라인·오프라인 적절히 병행
제87회 한국실천신학회 정기학술대회가 ‘나노사회의 공동체성 회복과 실천신학적 과제’라는 주제로 최근 부천 카리스호텔에서 개최됐다.
나노사회(Nano Society)란 김난도 교수 팀이 <트렌드 코리아 2022>에서 명명한 현상으로, 현재 한국 사회가 개인의 취향, 산업의 형태, 사회적 가치 등 사회 전반에서 극도로 미세한 단위로까지 분화되고 있는 현상을 말한다.
곧 사회가 공동체적 유대를 이루지 못하고 ‘나노 단위’로 조각난다는 뜻이다. 즉 개인은 서로 이름조차 모르며 심리적으로 외롭고 고립된 섬이 되어 간다. 초연결 시스템 속에 있지만 소외된 사회적 존재를 말하기도 한다. 나노사회에서 현대인들은 미세한 조각처럼 흩어졌다가 비슷한 부류끼리 재집결한 뒤, 서로 메아리를 치며 자기 목소리를 높인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실천신학회 특성답게 상담치료·종교사회학·영성학·디아코니아·교회교육·예배학·설교학·전도학 등 다양한 전공 분야 관점에서 나노사회의 공동체성 회복과 실천신학적 과제 등을 모색했다.
이와 함께 마지막 날 폐회예배 후 총회에서 2023년 신임 회장에 서승룡 박사(한신대)를 선출했다. 이 외에 선임부회장에 구병옥 박사(개신대), 부회장에 박은정 박사(웨신대), 총무에 이종민 박사(총신대)를 각각 선임했다. 이사장에는 황병준 박사(호서대), 상임이사에는 직전 회장 민장배 박사(성결대)를 각각 추대했다.
◈소그룹, 공동체성 담보할 도구
정재영 박사(실천신대, 종교사회학)는 “개인들이 더욱 단절되고 고립되는 나노사회에서 소그룹은 교회의 공동체성을 담보할 좋은 도구”라며 “소그룹 구조는 인도자 한 사람에 집중되는 기존 제도와 달리, 각 소모임이 자율성을 갖는 연결망형 구조로서 구성원들 사이 평등한 인간관계를 전개해 자주성과 민주성 있는 운영을 할 수 있는 탄력 있는 구조이다. 따라서 교회 조직을 대형화하거나 피라미드형 관료제 조직으로 두기보다 소그룹 네트워크 형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박사는 “그러나 오늘날 신자들에게는 과거 같은 헌신이나 교회활동 몰입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강한 훈련·양육 방식을 전 교인에 적용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전 교인들은 비교적 많은 부담을 느끼지 않고 참여하도록 삶을 나누는 방식으로, 리더나 중직자들은 보다 강하게 훈련시키는 투 트랙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신앙 모임 외에 취미활동을 같이 할 수 있는 동아리 모임 활성화도 소그룹 문턱을 낮추는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소그룹 참여 인원이 전 교인의 3분의 1 이하라면 운영상 문제점을 파악하고, 어떤 형태가 우리 교회 성도들의 관심이나 필요에 적합한지 판단해야 한다”며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임을 적절히 병행하고, 프로그램 자체가 목적이 되지 않도록 공동체 형성과 공동체로서의 사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외로움 극복, 삼위 하나님 교제
김현진 박사(광신대, 상담치료학)는 노리나 허츠의 <고립의 시대(2021)> 등을 참고해 나노사회의 대표적 심리로 ‘외로움’을 꼽았다. 그는 “삶의 중심은 사라지는데, 양극화와 여러 갈래로 쪼개진 삶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방향성을 못 잡고, 외로움 속에서 두려워하고 불안한 심리를 드러낸다”며 “외로움에 대응하기 위해, 인간 존재란 연결돼 있도록 만들어져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박사는 “가까이 있는 외롭고 괴로운 이웃들에 조금이나마 시선을 돌려 현실적 도움을 주는 선한 사마리아인이 되는 것은 지역사회와 작은 공동체를 서로 건강하게 연결시키는 중요한 지점”이라며 “신체를 돌보듯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돌보며, 교인들이 관계를 소중히 여길 때 인생의 풍성함이나 행복한 삶을 경험할 기회들을 자주 갖도록 정책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초연결사회와 나노사회의 외로움을 극복하도록 돕는 궁극적인 도움은 삼위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고 교제하는 것”이라며 “고립된 사람들을 위해 교회 커뮤니티가 주민들이나 교인들에게 공동체 경험에서 얻는 유익함을 실제로 경험할 수 있도록 교육과 돌봄 정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마음을 알아주고 접촉해주는 정서기반 훈련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에서 빠져나오도록 하는 훈련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다시 모일 필요·매력 일깨워야
조성돈 박사(실천신대, 목회사회학)는 “나노사회에서는 너무 가깝지 않지만 외로움을 나눌 수 있는 느슨한 형태의 공동체에 대한 욕구가 있다”며 “교회는 적정 수준의 공동체 사역을 해야 한다. 상처받지 않을 거리를 유지하면서 자신의 욕구와 목적을 이룰 수 있는 공동체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소공동체를 통해 유연하게 다가가고 나노화된 개인 욕구에 응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박사는 “나노사회는 서로 결속된다는 것이 이전처럼 집단적 정체성에 의한 것이 아니라, 각 개인의 취향과 의지에 달려 있기에 도덕성이 필수 요소”라며 “교회는 홀로 서는 신앙인으로 주체성을 가지고 스스로 신앙을 형성해 온 교인들에게, 다시 모여야 할 필요와 매력을 일깨워야 한다. 선의와 신앙양심을 충족하면서 잃어버린 사회적 신뢰성을 되찾을 수 있는 방편으로, 교회의 공공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개별적(individual) No, 개인적(personal) Yes
김종현 박사(게렛신학교, 예배학)는 “개인적 경건훈련과 공동체를 통한 훈련 두 가지 모두 진정한 기독교 영성을 구축하기 위한 ‘동전의 양면’ 같이 둘 다 필요하다”며 “개인의 성향과 주체성을 갖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가려는 나노사회의 특징은 자신에게 필요한 영적 훈련과 기도 방법을 찾아가고 하나님과 개인의 깊은 관계를 시작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박사는 “코로나19로 구축된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은 개인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영적 훈련 방법들을 가능케 만들었다. 그러나 교회 공동체 모임은 단순히 종교적 행사를 위한 것이 아니다”며 “바울이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에 비유했듯, 교회는 공동체 가운데 존재하는 그리스도의 실재이며 그리스도는 이 공동체를 통해 그의 일을 이 땅 가운데 이루신다. 이 같은 이해에서 이 땅을 향한 그리스도의 구원 사역에 참여하는 공동체적 영성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하나님 백성으로서 분리할 수 없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규제 완화와 함께 예전처럼 오프라인 공동체성 회복도 중요하겠지만, 건물로서의 모임이 아닌 다양한 방식으로 모이는 예배 공동체성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함께 모이고 교제를 나누고 예배드리는 장소도 중요하지만, 건물은 일시적·잠정적인 곳이다. 메타버스 등 새로운 방식으로 모이는 나노사회 작은 모임들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교회 안팎 모두와 소통하는 설교
김병석 박사(숭실대, 설교학)는 “나노사회의 교회 공동체 설교 강단에는 분열을 하나로 연합하도록 묶는 명확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나노사회의 개별적 특수성을 넘어, 공동체를 인식하는 시야를 가져야 한다”며 “그럼에도 자칫 이기적인 ‘공동체주의’로 변질되지 않도록, ‘교회주의’ 혹은 ‘자립 교회 집단주의’로 발전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교회 공동체 설교 강단은 우리만의 언어가 아니라, 교회 밖의 잠정적 크리스천도 함께 ‘우리’가 될 수 있는 소통의 언어로 교류돼야 한다. 설교강단은 세상을 향해 선포되고 그들이 들을 수 있는 포괄적 언어가 자유롭게 커뮤니케이션되는 환경으로 조성돼야 한다”며 “이러한 인식 가운데서도 ‘우리만의 언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세상을 향해’ 울리는 꽹과리로 남을 수 있다. 그러므로 나노사회에서 공동체를 향한 설교란, 교회 안팎 어디서나 누구와도 함께 교류하고 동참할 수 있는 말씀의 커뮤니케이션이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수신자 지향적 소통으로 전도
김남식 박사(CESI 한국전도학연구소)는 “켈트 기독교는 로마 기독교와 달리 명목상 그리스도인을 배출하지 않고, 그리스도인이 되는 소울 스페이스·프렌드를 통해 제자를 양성하는 사례를 보여줬다”며 “전도 대상자에게 예수님의 제자가 될 것을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실천하도록 하고, 이 과정에서 일방적이거나 강요하는 로마의 발신자 지향적 커뮤니케이션을 지양하고 수신자 지향적 커뮤니케이션을 했다”고 분석했다.
김 박사는 “켈트 기독교는 상황화를 통해 혼합주의를 피하고 켈트 정체성을 지켜주며 그 문화와 언어를 포용하는 동시에 그리스도 공동체를 구성, 획일화·제도화된 로마 기독교가 되지 않는 데 기여했다”며 “이러한 켈트식 전도가 한국교회에 온전히 확산되기 전 켈트족의 어두운 문화인 할로윈으로 159명의 무고한 생명이 희생돼 심히 안타깝다. 속히 켈트식 전도로 한국교회가 갱신돼, 복음이 다음 세대에 온전히 확산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사랑 굶주린 이들 돌봄 필요해
한백병 박사(실천신대, 디아코니아)는 공동체성의 회복을 위한 디아코니아의 역할로 “나노사회 속성인 ‘사랑에의 굶주림’으로 말미암아 ‘나눔, 베품, 보살핌, 섬김’으로 표현되는 디아코니아적 돌봄을 필요로 하고 있다”며 “교회는 이상적 공동체로서 디아코니아의 덕목인 정의(justice)와 공정성(equity), 보살핌(caring)과 관용(tolerance)을 통해 공동체성 회복에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 박사는 “교회는 ‘세상적 책임’을 위해 세상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야 한다. 자기중심주의를 극복하고 공감 능력을 키우며, 연대를 통해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세상을 변혁시키는 주체로 우뚝 서면서, 사회과학적 통찰력을 활용할 줄 아는 세상 언어에도 민감해야 한다”며 “이것이 자기 혁신과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하는 길이요, 세상 속 광장에서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으로 세상의 언어를 통해 그 정체성을 세상에 펼치며, 세상을 섬김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도모하는 ‘세상적 책임’을 완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유 교회, ‘무드’ 아닌 ‘무브’를
서로 다른 교회 공동체들과 장소를 함께 사용하는 ‘공유 교회’를 실천중인 주희현 박사(홍익대, 문화예술경영)는 “공유체로서의 교회는 고립의 섬으로 흩어져 나노화된 인간을 한 자리로 이끌기보다, 각각의 섬을 오가는 ‘다리’가 될 수 있다. 떨어져 있지만 고립되지 않고 연대하지만 언제든 홀로 있을 수 있는, 소통과 존중의 매개체”라며 “이를 위해 교회가 위치한 지역, 사회, 세대를 파악해 각각의 필요가 충돌하지 않고 공존하는 공간의 구상이 요청된다”고 조언했다.
주희현 박사는 “기능 제한을 해제하고, 필요에 따라 거실·주방·서재·작업실로 변용할 수 있는 ‘트랜스포밍 스페이스(transforming space)’를 고려할 수 있다. 교회의 ‘성스러움’은 클래식한 환경과 조명으로 연출된 ‘무드(moode)’가 아니라, 생명을 향한 끊임없는 ‘무브(move)’”라며 “복음에 눈뜬 초대교회 성도들은 소유가 존재 증명이 될 수 없음을 인식하고, 필요에 따라 물질을 공유했다. ‘유형’의 교회 공간도 ‘무형’의 가치를 드러내기 위해, ‘날마다 죽고 새로운 피조물로 거듭나는’ 해체와 공유의 숨쉬기를 지속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나님 체험으로 영적 성장을
조한상 박사(호남신대, 기독교영성학)는 “영성 훈련을 통해 우울, 분노 등 부정적 정서가 감소하고 하나님 사랑을 깊이 체험하여 그 사랑을 이웃에게 흘려보내고 이웃을 용서할 수 있는 긍정적 정서가 증가했다”며 “이는 이교적 요소가 가미된 ‘마음 챙김’에서도 어느 정도 나타났다”고 말했다.
조 박사는 “그러나 기독교 신앙적 영성 훈련은 ‘마음 챙김’과 달리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신앙고백에 근거해 그분께서 각 신자의 삶에 직접 개입하신다는 것을 전제하며, 인간 인격 안에 초월적·초개인적인 것이 있음을 인정한다”며 “영성 훈련은 하나님의 은혜로 삼위일체 하나님을 체험하고 초월적 하나님을 지향하며, 인간의 고통을 벗어나야 할 굴레가 아닌 하나님 섭리로 해석해 영적 성장의 과정으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비블리오 드라마, 새로운 접근
고원석 박사(장신대, 기독교교육)는 극적 방식을 교육에 차용하고 놀이가 가진 자유롭고 자발적인 형식을 도입해 역동적·전인적 기독교교육을 추구하는 ‘비블리오 드라마(Biblio drama)’에 대해 “말씀의 인격적 도전과 요청을 실질적 도전과 요청으로 구현하는 길을 모색하고, 본문의 진정한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미드라쉬적 전통을 따라 성서의 흰 불꽃을 통해 검은 불꽃을 확장시키는 해석학적 노력을 기울인다”고 소개했다.
고 박사는 “성서 내용의 갈등 및 문제 상황에 주목해 참여자들이 삶의 문제를 치유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놓고, ‘문제해결의 실마리’로써 성서를 실제로 구현하고 있다. 또 성서를 미디어적 관점에서 접근, 내용을 읽고 익히는 데 그치지 않고 성서라는 미디어(매개체)의 친화력을 높여 실질적 관계에 있는 미디어 역할을 기대한다”며 “비블리오 드라마 교육을 통해 신앙이 삶의 다양한 측면을 융합적으로 포괄함으로써, 진정한 그리스도인을 형성하는 실질적 통로 역할을 감당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