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이 된 목사 “동포 사회와 정부 가교 역할”

휴스턴=이창한 기자  texas@christianitydaily.com   |  

정영호 휴스턴 총영사 인터뷰 (1) 공직자로서 책임의식

정치외교학 고민하다 신학과 선택
기독교적 안목과 통찰력으로 무장
이민 사회, 종교 활동 비중 상당해

▲정영호 휴스턴 총영사. ⓒ이창한 기자

▲정영호 휴스턴 총영사. ⓒ이창한 기자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은 외교부 관료 출신이 아닌 정영호 목사를 제21대 휴스턴 총영사로 임명했다. 정영호 목사는 재외동포특별위원회 회장을 맡아 당내에서 실력을 인정받아왔다.

주휴스턴 대한민국 총영사관은 미국 중남부 텍사스 주, 아칸소 주, 오클라호마 주, 미시시피 주, 루이지애나 주 등 5개 지역 18만 재외 이민 사회를 관할하고 있다.

이에 미주 한인사회는 정영호 총영사가 이민자의 삶의 애환과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이해하고 있는 인물이므로, 재외 동포를 위한 현장 감각으로 외교 성과를 기대하고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에 정영호 총영사와의 대담을 2회 게재한다. 질문은 이창한 기자와 궁인 지사장이 맡았다.

이창한 기자: 바쁘신 일정에도 취재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외교부 발령 후 휴스턴으로 오신지 1개월 남짓 되었는데, 시차는 잘 적응되십니까.

정영호 총영사: 대한민국 정부가 이 지역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 판단하고 보내 주신 것으로 이해하고, 최대한 신속하게 업무 파악을 순조롭게 잘 하고 있습니다.

미국 영주권자로서 미국 사회가 전혀 낯설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일을 감당하다 개인적 사정으로 귀국했지만, 다시 미국에 와서 동포 사회와 정부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자리로 오게 돼 감사합니다. 동포들이 필요한 일들이 무엇인지 섬길 수 있는 총영사 직책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는 젊은 시절부터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하나님께서 맡겨 주신 일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면서 자신을 괴롭히는 스타일입니다. 국회 사무처 1급 비서관에 최연소로 발탁된 후 한나라당 당 대표 공보특보와 내외뉴스 통신사 사장 등을 맡았을 때도 대부분 손수 운전하고 공과 사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바른 자세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아마 이러한 일들을 하나님께서 긍휼히 여겨 주신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번 총영사직을 위해, 대한민국과 동포사회를 위해 최대한 능력을 발휘하고자 합니다.

궁인 지사장: 국회 사무처에 계시다 도미해 신학을 하면서 목회자까지 되셨습니다. 일반 정치인들과는 많이 다른 길을 걸어 오셨습니다.

정영호 총영사: 목사 안수만 받은 것이 아니라 담임목회자로 교회를 섬긴 이력도 있습니다(웃음). 교회를 다니면서 뜨거운 성령 체험을 했지만, 집안에 아무도 예수 믿는 사람이 없었던 탓에 진로를 제대로 정하지 못한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연세대 정치외교학과와 신학과를 놓고 고민하다 신학과로 진로를 정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아주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웃음).

한국 의회발전연구회 전문위원을 거쳐 국회부의장 비서실장으로까지 활동하며 국회와 정부의 전반적 업무들을 파악할 수 있었던 시기는 복음의 공공성(publicity)을 기반으로 한 공공선(public good)을 적용할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다시 하나님의 사역을 감당하기 위해 개화 초기 연세대를 세운 언더우드 선교사의 모교 뉴브런즈윅 신학대학(New Brunswick Theological Seminary)에서 공부하기로 하고 도미했습니다. 공부하는 동안 힘들었지만 기독교적 안목과 통찰력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신학교 동안 섬긴 교회에서 성실성을 인정받아 목사 안수를 받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러한 삶의 경로를 통해 역사하신 경험이 있기에, 이제 삶에서 하나님에 대한 기대와 믿음이 있습니다. 하나님 말씀을 현실에 적용하고 섬기는 일에 앞장서고자 합니다.

이창한 기자: 총영사님께서는 문화와 예술에 조예가 깊다고 들었는데, 종교와 문화가 이민사회에 끼친 공헌은 무엇일까요.

정영호 총영사: 문화와 예술을 잘 하는 것과 잘 아는 것은 다르지만, 연세대에서 신학을 하면서 문화와 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특히 이민 사회에서 종교활동 비중은 상당히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기독교뿐 아니라 다른 종교도 고단한 이민 사회에서 힘이 되어 왔음이 분명합니다. 휴스턴만 해도 50여 개 개신교회가 이민 사회를 섬기고 있고, 타종교 또한 활동 폭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어느 지역보다 미 중남부에 거주하는 동포들에게 종교는 더욱 친근한 이웃처럼 다가왔고, 그래서 삶의 질이 더 높은 것이 아닌가 합니다.

미국에서 이민 교회는 이민자의 삶 속에 깊이 관여하고 있으며, (다른 종교에 비해) 숫자상으로도 월등한 위치에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이민 사회에서 삶의 가치관과 세대 간 문화를 계승 시키는 교육적 기능은 두말 할 나위가 없습니다.

차세대 젊은이들에게 좋은 신앙의 전통뿐 아니라 겨레의 얼과 전통을 삶으로 전수할 수 있는 현장이 또한 교회입니다. 물론 다른 종교기관도 신앙은 다르겠지만 문화적 계승의 기능적 역할은 동일하며, 그 공헌도 같다고 봐야죠.

교회를 통해 이웃을 향한 사랑이 생성되는 독특한 교회 공동체 의식에 이르게 될 뿐 아니라, 과거의 어두운 상처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충분히 도와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목회 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공감하고 인지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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