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엔 모임 없고, 평일엔 모임 있던 교회

|  

[은혜의동산교회 이야기 2] 코로나 3단계에 시작한 개척

8개월 일대일 양육하던 성도들, 자발적으로 공동체 세우길 원해
복음만 전하면, 언제 어디서든 주님께서 교회 세우실 것 믿는다
‘하나님 나라 모델하우스’ 세우기… 이보다 행복한 목회 있을까?

▲김종원 목사가 성도들과 초창기 가정에서 예배드리던 모습.

▲김종원 목사가 성도들과 초창기 가정에서 예배드리던 모습.

“목사님, 개척하시는 교회는 어디에서 모여요?”

“아…, 우리 교회는 주일에는 모임이 없고, 평일에 일대일로 만나서 시작하려고 해.”

“왜요?”

“음…, 돈이 없어서”

“아….”

정말 그랬다. 교회를 개척할 때 나는 이전의 교회나 후원자들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아서 시작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교회를 함께 세워나갈 사람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2019년 섬기던 교회에서 설교하다가 2번의 공황발작으로 쓰러졌다. 설교 도중 혀와 몸에 마비가 와서 설교를 마치지 못하고, 성도들의 부축을 받아 강단에서 2번이나 내려와야만 했다.

교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성도들에게 더이상 폐를 끼치면 안 되겠다 싶어서 교회에 사임 의사를 밝히고 교회를 나오게 되었다. 이런 몸으로는 더 이상 기존 교회에서 사역할 수 없겠다는 생각과 함께, ‘개척’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어 ‘어쩔 수 없이’ 개척을 하게 됐다. 그도 그럴 것이, 어느 누가 공황장애로 몸이 아픈 목사와 함께 개척교회를 섬기려고 하겠는가?

결국 돈도 없고, 빽도 없고, 함께할 사람도 없었던 나는, 오로지 복음을 전하고 성경이 말하는 교회 공동체를 세우고 싶은 그 한 가지 일념으로 교회를 개척했다.

게다가 코로나 3-4단계를 오가던 2020년 8월, 신천지 발발 코로나 전국 확산과 함께 대한민국은 온통 기독교를 적폐로 여기던 때였다. 건물마다 ‘임대’라는 현수막이 덩그러니 걸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코 교회에게 만큼은 공간을 내어주지 않겠다는 성난 건물주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받던 시기였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첫 모임 장소는 성도들이 사는 근처 ‘동네 카페’ 또는 ‘성도들의 집’이었고, 만남 방식은 ‘일대일’이었다. 이것은 새로운 교회를 꿈꾸며 선택했던 트렌디(trendy)한 방법이 아니라, ‘코로나 시기’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방식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던 그 상황 덕분에, 나는 건물이 아니라 ‘사람’에게 집중할 수 있었고, 프로그램이 아니라 ‘복음’을 전하는 일에만 전심전력 할 수 있었다. 또한 믿는 척 하고 앉아있던 무리가 아니라, 내 앞에 앉아있는 바로 그 ‘한 사람’의 인생에 복음이 작동되고 있는지 깊이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 우리는 더 이상 가면을 쓰고 믿는 척 하는 연기자로 신앙생활을 할 수 없었다.

결국 나는 어쩔 수 없었던 그 상황 덕분에, ‘교회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온 몸으로 배우게 되었다.

일대일 대화 방식으로 복음을 전하자 우리는 하나님이 꿈꾸셨던 원래의 세상이 무엇인지를 선명히 알 수 있었고,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 그 원래 모습으로부터 얼마나 크게 망가졌는지를 절감하며 함께 울기도 했었으며, 그 아름다운 세상을 회복하시기 위해 지금도 쉬지 않고 교회를 세워가시며 교회를 통해 일하고 계시는 하나님의 열심에 참여하고픈 열정이 생겼다. 그리고 성도들은 자발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목사님, 우리도 그런 공동체를 함께 세워 봐요. 그리고 그런 공동체를 실현할 공간을 만들어 가보죠.”

성도들과 일대일로, 그리고 카페 또는 성도들의 집에서 만나기 시작한 지 8개월이 됐을 때 즈음부터, 성도들의 입에서 나오기 시작한 고백이다. 그리고 지금은 동네 교회로서 지역사회와 이 세상 속에 ‘하나님 나라의 모델하우스’로 살아가려고 몸부림치고 있는 중이다.

아무 것도 없이 시작해서 그런지, 이 공간이 사라지는 것도 크게 두렵거나 무섭지 않다. ‘복음’이 교회를 세우는 것이지, ‘공간’이 교회를 세우는 게 아님을 몸으로 경험했기 때문이다. 복음을 전하면, 언제 어디서든 주님께서 교회를 세워 가실 것을 믿기 때문이다.

가끔 주변 목사님들이 짓궂게 물으신다. “대형교회 분립개척 소식을 들으면 부럽지 않아?”라고. 개척 초기 너무 힘들 때는 가끔 부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단호히 말할 수 있다.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고.

현실적으로 부족함이 없어, 부족함이 없는 게 아니다. 우리 은혜의동산교회는 개척한 지 2년이 조금 넘었는데, 비신자가 4명이나 세례를 받았다.

또 진리에 목마른 성도들이 예배와 양육을 통해 예수님의 제자로 변해가며 하나님 나라를 지금, 여기에서부터 맛보고 누리면서, 성도들 스스로가 고백하길 “인생 중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고 있다.

성도들 스스로 주일예배에 안 오면 손해라고 말하고 있다. 그들 스스로 양육을 받지 않는 사람이 손해라고 말하고 있다. 목회자가 이보다 더 행복할 때가 언제이겠는가?

▲김종원 목사가 초창기 스마트폰 앞에서 온라인 생중계 예배를 인도하던 모습. ⓒ은혜의동산교회

▲김종원 목사가 초창기 스마트폰 앞에서 온라인 생중계 예배를 인도하던 모습. ⓒ은혜의동산교회

김종원 목사
대전 은혜의동산교회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123 신앙과 삶

CT YouTube

더보기

에디터 추천기사

2024 기독 출판 도서 신간

“개별 약진 있지만, 전체 판 바꿀 작가와 시도는 아직…”

박영선, 루이스, 팀 켈러 등 스테디셀러 베스트 상위권에 10위 내 신간 과반수 고무적 기독 출판인들과 함께 2024년 기독 출판계 주요 키워드들을 돌아보고, 2025년 트렌드를 예측했다. 출판인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지나간 2024년과 다가올 2025년 주요 키워드는 △…

헌법재판소

보수 기독교계 “탄핵심리 계속하면 무서운 시민 저항 일어날 것”

보수 기독교 단체들이 13일 “헌재는 탄핵심리를 당장 기각하라”는 제목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대한민국기독교연합기관협의회, (사)한국기독교보수교단총연합회, (사)한국기독교총연합회, (사)전국17개광역시도·226개시군구 기독교총연합회 및 전국기…

윤석열 구속영장 서부지법

“서부지법 사태, ‘토끼몰이 수사’이자 검경의 국가 폭력”

토끼몰이 과잉수사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권용태 목사, 이하 조사위)가 13일 경찰과 검찰의 과잉수사에 대한 강력 항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조사위는 이 성명에서 “서부지법 폭력 사태를 빌미로 경찰과 검찰이 단순 참가자들을 ‘법원침입 폭도집단’으로 둔갑…

탁영철

“교회, 일 시키려는 목적으로 ‘싱글’에 다가가면 안 돼”

“싱글 미니스트리가 가장 잘 정착돼 있고, 이로 인해 교회의 중흥기를 맞는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미국입니다. 1970년대 후반 존 트라볼타가 무대에서 춤을 추고 있는 동안(뮤지컬 영화 ), 미국교회는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이혼율은 증가하고, 경력을 중시하는 …

언더우드 아펜젤러

합동·통합·기감, 선교 140주년 연합대회 어떻게 준비하나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통합과 기독교대한감리회가 함께 한국 기독교 선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연합대회를 오는 4월 3일 서울 새문안교회에서 개최한다. 각 교단의 행정 및 선교 책임자들로 구성된 준비위원회는 지난 1월 8일(수)과 2월 4일(화), 각각 예장 통합과 …

조나단 웡

홍콩 목회자 “한국교회, 우릴 보고 사명 일깨우길”

2020년 국가보안법 제정 이후 부당함 맞서던 시위 강제 중단 자유와 인권, 복음 수호 위해 단결해 기도와 실천 대응해야 자유와 민주주의를 잃은 홍콩의 조나단 웡 목사가 공산권과 싸우는 한국교회를 향해 미국에 있는 정윤명 글로벌국제선교회 창립자 겸 회장…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