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MS 편 선정적? 너무 끔찍하고 추악한 일 아닌가”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나는 신이다’ 조성현 PD의 반문

섹스어필? 방송 보면 참담함 느껴
영화나 예능 아닌 실제 피해 사실
JMS, 이런 장면도 조작이라 세뇌

▲조성현 PD는 “(객관성을 지키지 않고) 피해자 편에 서 있다 해서 다큐가 아니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넷플릭스

▲조성현 PD는 “(객관성을 지키지 않고) 피해자 편에 서 있다 해서 다큐가 아니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넷플릭스

사이비 종교들의 실체를 폭로한 ‘나는 신이다’ 조성현 PD가 선정성 논란 지적에 대해 “방송을 보시면서 섹스어필이라고 생각한 분이 계신가”라며 너무 끔찍하고 추악한 일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조성현 PD는 10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기자간담회 질의응답에서 ‘피해자들 증언을 그대로 싣는 것과 재연 배우를 통해 영상으로 보여주거나 시신을 모자이크 처리하지 않은 채 보여주는 등이 사안의 심각성을 알리는 최선의 방식이라고 생각하셨는가? 어디까지 보여줄지 고민이 있었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조 PD는 “선정성이라는 키워드를 알고 있고, 문제의식을 갖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이것은 영화나 예능이 아니라 실제 피해 사실이라는 점에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다”며 “질문을 바꿔보겠다. 지금까지 그렇게 많은 언론과 방송들이 다뤘는데도 이 종교단체들은 왜 계속 존재하고 있고, 이런 일들이 반복되고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직접 두 가지 논란을 거론하기도 했다. 첫째로 “메이플과의 녹취에서 정명석이 ‘50번 쌌어’라고 이야기하는 내용에 대해 말이 많다”며 “그 사안에 대해, JMS 안에서는 AI를 통해 목소리를 조작했다고 교육하고 있다”고 밝혔다.

둘째로 나체 여성들이 ‘주님, 저희랑 반신욕 해요’라고 하는 욕조 장면에 대해서도 “불편을 표시하는 분들 많은데, 이 영상은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이 아니라 모자이크 상태로 여러 번 나갔던 것”이라며 “이것도 처음엔 JMS 측에서 ‘몸 파는 여자들이 돈을 받고 의도적으로 조작해서 영상을 만들었다’고 해명했다가, 나중에 내부자들인 것이 알려지니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찍은 동영상’이라고 했다”고 폭로했다.

조성현 PD는 “있는 그대로 사실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그들은 계속 내부 신도들에게 다른 방어논리를 구축해 나간다”며 “중요한 것은 어떤 식으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아주 명백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야 거기 있는 사람들 중 한두 명이라도 사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빠져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성현 PD가 넣어야 한다고 생각한 메이플의 JMS 정명석 녹취 장면. ⓒ넷플릭스

▲조성현 PD가 넣어야 한다고 생각한 메이플의 JMS 정명석 녹취 장면. ⓒ넷플릭스

조 PD는 “(그 영상을 보고) 정명석이라면 선정적이라고 느꼈을지 모르나, 남녀를 통틀어 일반 사람들은 모두 참담함을 느끼고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넷플릭스에서도 이런 장면들을 넣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 적이 있으나, 저는 제작자 입장에서 ‘50번 쌌어’ 이 이야기를 반드시 가장 앞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 의도를 갖고 만들었다”고 전했다.

또 “메이플이 한국 방송에 나온 것도 처음이 아니다. 작년 jtbc 뉴스룸에도 나와서 이야기한 적이 있다”며 “말씀하신 문제의식을 존중하고 공감한다. 하지만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하겠다는 제작 의도에서는 이런 형태가 맞았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JMS 편) 1회를 보자마자 껐다는 반응이 많다. 하지만 3회까지 보시면 앞에 있던 구체적이고 역겨운 장면들이 왜 필요했는지 이해하실 것”이라며 “보지 않을 자유도 있지만, 보겠다고 마음을 먹으셨다면 3회까지 견디면서 봐주셨으면 좋겠다.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 있다”고도 했다.

정명석 재판 진행에 대해선 “재판부가 4월 내로 선고하겠다고 한 것으로 안다. 추가 고소자들이 계속 등장해 사건이 병합되고 구속 기간이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다. 구속 기간이 늘어나면 형량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라며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는 사건이 되다 보니 재판부도 심각하게 바라보고 제대로 된 판결을 내릴 거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아가동산 편에도 관심 가져줬으면
상영금지가처분 제기 움직임 있어
돌발 자해, 표현하고픈 감정 일부
자녀까지… 가스라이팅 참 무서워

조성현 PD는 “JMS 편이 상대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데, 저도 부모이다 보니 5-6회 ‘아가동산’도 많이 봐주시면 좋겠다. 점점 뒷부분으로도 관심이 옮겨질 것이라 생각한다”며 “시청 장벽이 너무 높다고 생각한다. 보기가 너무 끔찍하지 않나. 시청 후 다음 편을 열어볼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가동산’ 편에 대해서는 “상영금지가처분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2000년대 초반에도 SBS ‘그것이 알고싶다(그알)’ 관련 방송에 가처분이 인용된 적이 있어 우려스러운 지점이 없지 않다”며 “가처분이 인용될 수도 있으니, 힘들더라도 그 전에 꼭 봐주셨으면 좋겠다. 우리 소중한 자녀들이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 보고 나면, 가스라이팅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가동산에서 자녀를 잃은 ‘낙귀 엄마’ 선영례 씨가 인터뷰 도중 자신의 뺨을 때리는 장면. ⓒ넷플릭스

▲아가동산에서 자녀를 잃은 ‘낙귀 엄마’ 선영례 씨가 인터뷰 도중 자신의 뺨을 때리는 장면. ⓒ넷플릭스

‘아가동산’ 편에서 갑자기 자해를 시도하는 ‘낙귀(낙원) 어머니’ 선영례 씨에 대해선 “갑자기 어머님이 자해하는 상황이 벌어져 되게 놀랐다. 어느 순간에 막을지 고민이었다”며 “하고 싶은 표현을 생명에 위협이 되지 않는 선에서 하고 있는데 막아야 하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왜 지금 당장 막지 않았냐고 하시면 그렇게 보실 수도 있지만, 어머님이 표현하고 싶은 하나의 감정 중 일부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얼굴 노출에 대해 “원하시는 분들만 공개했다. 피해 내용이 클수록 오히려 공개하겠다고 하셨다. 낙원이 엄마와 이모, 메이플 모두 그랬다”며 “하고 싶은 말들이 많고, 너무 충격적이라 사실이 아니라고 여기거나 믿지 않으려 할까봐 오히려 과감하게 공개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조성현 PD는 “PD 입장에서 그런 분들이 얼굴을 공개해 주셔서 고맙다. 얼굴까지 공개하면서 피해를 이야기하니 신뢰도와 신빙성이 높아진다. 용기를 내주신 피해자 분들께 감사드리고, 사회적으로도 그런 용기가 인정을 받았으면 좋겠다”며 “제가 ‘도대체 왜 믿었어요?’ 이 질문을 정말 많이 했는데, 나중에 친해진 출연자들이 제게 가장 상처받았던 말이었다고 하더라”고 고백했다.

이에 대해 “‘미쳐서 그랬나봐요’ 말고 할 수 있는 말이 있겠나. 피해자들이 이런 이야기들을 하는 이유는 다시는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라며 “정말 용기 내서 피해 사실을 공개하는 분들은 존경을 받아야지, 비난이나 조롱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들에 대한 심리적 지원 진행 여부에 대해선 “인터뷰 전후 원하시는 분들에게는 심리상담이 가능함을 말씀드렸다. 넷플릭스 작업을 하면서 처음 해본 공지”라며 “민감하고 트라우마가 될 수 있는 이야기들을 해야 할 때 가능하다고 알려드렸다. 필요가 있을 때는 경호도 당연히 제공했다”고 했다.

▲조성현 PD는 “얼굴을 공개하며 피해 사실을 공개하시는 분들은 존경받아야지, 비난이나 조롱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조성현 PD는 “얼굴을 공개하며 피해 사실을 공개하시는 분들은 존경받아야지, 비난이나 조롱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조성현 PD는 “사이비는 우리 사회가 길러낸 괴물”이라며 “JMS를 예로 들면, 그렇게 많은 여성들에게 몹쓸 짓을 하고도 10년형을 선고받았다. 반대로 미국판 JMS라 할 수 있는 워렌 제프스(Warren Jeffs)는 ‘종신형+20년형’을 선고받았다. 비슷한 범죄이고 그 강도는 JMS가 훨씬 세지만, 선고가 그 정도였다”고 지적했다.

조 PD는 “정명석이 출소 후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자 상태였지만, 보호관찰 중에도 또 다시 수많은 여성 피해자들이 생겼다. 그들 중에는 미성년자도 있다. 다시 고소가 진행될텐데 이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왜 매번 우리 사회는 교주들에게 안전한 곳이 되고 있는가? 아이템을 고민하면서 늘 드는 의문이다. 우리 사회가 종교에 대해 지나치게 방관자적인 건 아닌가? 범죄를 저지르는 종교들에 대해선 종교성을 인정하지 않아야 하는 건 아닐까”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종교단체에 들어가는 분들이 아주 질적으로 능력이 떨어지는 분들이 아니다. 누구라도 해당될 수 있다. JMS는 초창기에 명문대생들이 들어갔다”며 “사회적으로 사이비 종교라고 부를 수 있는 곳들은 ‘종교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방관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그는 “라디오 방송에서 ‘실제의 1/10도 못 담았다’고 답했다. 이 정도만 다뤄도 힘들어서 못 보겠다고 하시는데, 나머지 추악한 이야기들을 다 담았으면 어떤 반응이었을지 궁금하기도 우려스럽기도 하다”며 “더 알고 싶으시다면, 김도형 교수님 책 <잊혀진 계절>에 나머지 9/10 이야기가 담겨 있다. 뺀 이유는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선을 넘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끝으로 “예민한 부분이어서 조심스럽지만 종교 관련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대한민국에서 종교의 자유만큼이나 종교의 책임 또한 명확하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이비 관련 법안 이야기도 나오는데,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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