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켈러, 창세기 1-2장 사실로 보지 않는 유신진화론자”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기독교학술원 제41회 영성포럼

창세기 1-2장이 비유? 타협주의
창조-타락-구속 교리 기초 붕괴
정통 신앙, 진화론과 양립 불가
진화론자는 무신론 전제 따라가

▲기념촬영 모습. ⓒ기독교학술원

▲기념촬영 모습. ⓒ기독교학술원

기독교학술원(원장 김영한 박사) 제41회 영성포럼 기도회 및 발표회가 17일 오후 과천소망교회(담임 장현승 목사)에서 ‘팀 켈러(Tim Keller)의 유신진화론 비판적 성찰’을 주제로 개최됐다.

이날 발표회에서는 원장 김영한 박사(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초대 원장)의 개회사 후 김병훈 교수(합동신대)가 ‘팀 켈러의 창세기 해석’, 최태연 교수(백석대)가 ‘리알트의 비판’, 김윤태 교수(백석대)의 ‘코스터의 비판’을 각각 발표했으며, 허정윤 박사(알파오메가창조론 연구소장)가 논평, 권수경 박사(고신대 석좌교수)가 토론을 각각 전했다.

‘창세기 1-2장을 사실 아닌 비유로 해석하는 켈러 입장은 타협주의이다’는 제목으로 김영한 박사는 “정통 신앙과 진화 생물학은 양립 불가능(incompatible)하다. 그런데 팀 켈러(Timothy Keller)는 양자를 조화시키고자 한다”며 “이러한 시도는 진화적 창조론(evolutive creationism)으로 성경적 창조론 입장을 버리고 성경 기록을 진화론 입장에서 해석하는 유신진화론을 대변하는 것으로, 성경적 계시신앙의 포기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김영한 박사는 “팀 켈러는 창세기 1-2장을 역사적 사건 아닌 비유·풍유·시·문학으로 본다. 켈러는 바이오로고스 재단의 유신진화론을 수용, 창세기를 읽을 때 ‘우리 생각이나 관심사를 그들에게 덧씌워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며 “켈러에 의하면 창세기 1장의 자연적 순서는 아무 의미가 없고, 하나님이 세상을 24시간 6일에 창조하셨다고 가르치지도 않는다. 이러한 켈러의 관점은 구약 유대교 전통과 정통 복음주의 창세기 이해에서 벗어난다”고 했다.

김 박사는 “성경 어떤 본문도 창세기 1-3장이 비유적인 글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1-3장의 장르는 역사적 문헌의 모든 특징을 갖는다”며 “창조기사에 대한 비유적 해석은 본문이 보고하는 창조자의 주권적 사역에 관해 침묵한다. 켈러는 창세기 1장이 창조에 대한 독특한 역사적 서술이라는 영의 관점을 왜곡했다”고 전했다.

또 “창세기에 대한 비유적 해석은 세계 창조와 종말의 사실성을 부정하게 된다. 창세기 1-3장 창조-범죄-타락의 역사적 사실적 해석은 창조-타락-구속-종말의 교리에 전제가 된다. 이 본문이 비유에 그친다면, 기독교의 기초가 흔들리게 된다”며 “그의 견해는 성경 전체에서 야기되는 하나님의 선택과 배제라는 언약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데서 기인한다. 그가 수용한 생물학적 진화는 필연코 그가 부인하려는 거대한 진화론적 세계관에 이르고 만다”고 비판했다.

▲김영한 박사. ⓒ크투 DB

▲김영한 박사. ⓒ크투 DB

김 박사는 “켈러는 성경을 상당히 ‘과학’에 종속시키고 있다. 켈러는 진화를 믿는 그리스도인들과 성경적 창조론자들은 공통의 적인 ‘거대한 진화 이론’에 집중해야 하고, 그렇게 하면 그것과 생물학적 진화 과정을 보다 쉽게 구분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며 “하지만 현실에서는 유신진화론자들과 무신진화론자들이 성경적 창조론을 공통의 적으로 삼아서, 둘을 가려내기도 어렵다”고 했다.

김영한 박사는 “과학과 신앙이 ‘전혀 조화될 수 없다(irreconcilable)’고 보지 않지만, 그리스도인들은 신비스러운 창조 질서를 학문적으로 성찰해야 한다. 이 노력은 과학을 보조적 역할에 종속시켜 말씀의 권위 아래 둘 때 가능하다”며 “오직 성경만이 하나님의 마음을 ‘완벽하게’ 계시한다(시 19:7). 우리는 하나님의 책으로 자연의 책을 해석해야 한다. 성경은 변함없는 하나님의 계시의 책이지만, 자연과학은 변하기 때문이다. 시대마다 달라지는 자연과학 연구 성과보다, 불변하는 성경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팀 켈러의 유신진화론과 창세기 해석 문제

‘팀 켈러의 유신진화론과 창세기 해석 문제’를 주제로 발표한 김병훈 교수는 “복음주의 진영에서 정통 교리를 지키는 기독교 변증가로서 팀 켈러의 위치는 특별하다. 흥미로운 점은 켈러가 전통적·역사적 개혁신학을 충실히 따르기보다, 현대적 적용을 위한 수정을 제시한다고 평가된다는 것”이라며 “이안 해밀턴(Ian Hamilton)은 켈러가 ‘새로운 사고 방식(new lines of thought)’을 개진해 개혁교회 내에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고 밝혔다”고 소개했다.

김병훈 교수는 팀 켈러의 <하나님을 말하다(The Reason for God)>와 바이오로고스에 기고한 ‘Creation, Evolution, and Christian Laypeople(창조, 진화, 그리고 기독교인 일반성도)’ 속 창조-진화 관련 언급을 중심으로 팀 켈러의 유신진화론 성향이 어느 정도인지 살폈다.

김 교수는 “켈러는 과학과 종교 사이에 지성적 갈등이 있지 않음에도, 과학자·교육자들이 과학의 활동에 대한 교회의 통제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갈등 관계를 과장했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무신론 과학자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와 창조론자 켄 함(Ken Ham)은 과학과 종교가 과학적 측면에서 서로 갈등 관계에 있음을 실제로 주장한다”고 전했다.

그는 “켈러는 하나님이 진화 과정을 이용해 다양한 방법으로 생명체들과 인간 생명을 창조하실 수 있고, 정통 신앙과 진화생물학이 양립 가능하다고 말한다”며 “곧 켈러는 신앙을 들어 과학과 갈등을 일으키는 것은 하나님이 진화 과정을 이용해 다양한 방법으로 창조하실 수 있음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김병훈 교수는 &ldquo;진화적 창조론 또는 유신진화론은 모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rdquo;라고 했다. ⓒ크투 DB

▲김병훈 교수는 “진화적 창조론 또는 유신진화론은 모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했다. ⓒ크투 DB

김병훈 교수는 “켈러의 문제 해법은 그의 문제의식이 진화론을 과학적으로 입증됐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정당성을 잃는다. 그는 신앙과 과학의 갈등이라는 문제의 해법으로 진화론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진화론의 가설은 화학적·물리적·생물학적·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을 뿐더러, 도리어 불가능에 가깝다는 과학적 판단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과학적 오류가 있는 진화 가설에 의지해 성경이 말하는 창조의 교훈을 재해석이라는 이름으로 왜곡한다면, 결코 정당한 해법일 수 없다. 오히려 진화 가설을 붙들고 있는 과학자들에게 과학적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 정당한 신앙적 태도 아닌가”라며 “그런 의미에서 신앙과 진화의 갈등은 피할 수 없고, 이 갈등은 도리어 정당한 일이 된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켈러는 진화론이 과학적 인정을 받았는지 검토 없이, 진화론을 생물학적 과정으로서의 진화와 모든 것을 포괄하는 거대 이론으로서의 진화 철학을 구별하는 것으로 논의를 옮겨간다”며 “유신진화론자는 진화가 과학적으로 발견되는 생물학적 과정일 뿐이며, 진화 철학 같은 자연주의를 내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무신론적 자연주의인 ‘진화주의’는 켈러가 말하는 ‘모든 것을 포괄하는 거대 이론으로서의 진화 철학’과 맥을 같이 한다”고 했다.

또 “창조론자에게 근거를 물으면, 설계적 정보란 우연히 목적과 방향성 없이 스스로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를 거쳐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과학적 판단에 근거해 답한다. 반면 진화론자에게 과학적 판단을 물으면, 신의 존재란 알 길이 없고 설령 존재한다 해도 자연에 개입하지는 않는다고 답할 것”이라며 “창조론자의 답은 유신론적 전제를 따르고, 진화론자의 답은 무신론적 전제를 따르고 있다”고 비교했다.

김병훈 교수는 “다윈의 으뜸가는 업적은 생물학적 이해와 자연사에 대한 설명에 있어 초자연적 현상과 원인들을 완전히 추방해, 창조주나 다른 외부 행위자에 의존하지 않게 했다는 점이다. 이에 에른스트 메이어는 현대 사상에 가장 지배적 영향력을 미친 이는 마르크스도 프로이트도 아닌 다윈이라고 주장했다”며 “이러한 평가는 진화론이 무신론 또는 자연주의 철학적 함의를 품고 있고, 진화론을 믿는 자에게 무신론 또는 자연주의 세계관의 영향력을 미치게 됨을 잘 말해준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진화 과정을 인정해도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믿음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지만, 진화생물학자에게 신의 존재 가능성은 거의 고려할 가치가 없다. 신 존재에 대한 믿음은 그저 논리적 가능성으로만 남을 뿐이고, 실제로는 불필요하다”며 “유신진화론은 진화론을 지키기 위해 성경 해석을 휘젓고 기독교 핵심 교리를 무너뜨리는 커다란 대가를 치러야 하는데, 과연 과학 시대에 성도를 보호하고 교회를 지킬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켈러는 이처럼 여러 관찰과 해석적 연구에 대한 충분한 고려를 제시하지 않은 채, 창세기 첫 두 장을 유신진화론에 잘 어울리게 재해석했다. ‘생물학적 과정인 진화’를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마치 확증된 이론인 듯 교회가 받아들여 갈등 관계를 해소해야 한다는 처방”이라며 “그러나 진화를 인정한다면 성경 해석 문제, 창세기 1-2장 재해석 등이 요구되고, 3장 타락 사건과 원죄, 그리스도의 대리 속죄 교리에 계속 수정이 요구될 것이다. 켈러는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고 덧붙였다.

▲팀 켈러 목사가 방한해 강연하던 모습. ⓒ크투 DB

▲팀 켈러 목사가 방한해 강연하던 모습. ⓒ크투 DB

최태연 교수는 ‘팀 켈러의 유신진화론 옹호에 대한 밴 랄트(Van Raalte)의 비판적 고찰’에서 “캐나다 개혁신학대학원 교회사 교수 밴 랄트의 지적처럼, 팀 켈러의 창세기 해석은 진화를 역사적 사실(facts)로 가정하고 이를 기독교적으로 재해석하기 위해 자의적으로 성경을 해석한 결과”라며 “켈러의 근본 문제점은 그가 진화론을 역사적 사실과 진리로 전제한 데 있다. 진화 가설을 크리스천 목회자나 평신도가 무조건 사실로 인정할 필요는 없다. 그런 점에서 팀 켈러가 진화의 생물학적 과정을 당연하다고 전제한 것은 신중하지 못한 태도”라고 밝혔다.

김윤태 교수는 ‘리타 코스너(Lita Cosner)의 팀 켈러 유신진화론 비판’에서 “켈러는 진화론과 과학을 혼동하는 듯하다. 진화론이 모든 과학자들에 의해 의심할 여지 없이 받아들여지는 과학적 사실은 아니다”며 “진화론은 성경의 창조론과 조화를 이루기 어렵다. 우리가 진화론을 거부하고 성경을 따라 창조론을 믿는다는 것이, 곧바로 과학과 대치되는 것은 아니다. 성경과 과학은 조화를 이룰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조화를 설명할 때, 과학의 빛에서 성경을 조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성경의 빛에서 과학을 조화시키려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전체 논평에서 허정윤 박사는 “진화론자가 성경 해석을 어떻게 하든, 그들의 성경 해석 오류(?)를 비판하는 것만으로는 진화론을 제압할 수 없다. 창조론자가 주요 진화론 서적을 해석하고 비판한다면, 진화론의 아킬레스건과 함께 문자주의적 창조론의 오류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성경 해석도 과학처럼 발전해야 한다. 성경 해석을 바꿔야 한다. 하나님을 아는 지식을 성경에 국한하지 말고, 원자나 박테리아 같은 미시세계와 우주 전체를 보는 거시세계를 아는 지식으로 확대한다면 하나님의 창조를 이해하는 데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왼쪽부터) 김영한 박사와 팀 켈러 목사. ⓒ크투 DB

▲(왼쪽부터) 김영한 박사와 팀 켈러 목사. ⓒ크투 DB

‘팀 켈러의 유신진화론 비판적 성찰’ 토론에서 권수경 박사는 “우리는 켈러의 문제뿐 아니라 켈러를 비판하는 개혁신학의 바른 입장과 과제도 생각해야 한다. 켈러 비판자들이 일치된 신학적 토대 위에 서 있으면서도 적지 않은 점에서 생각의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라며 “켈러의 성경 해석이 잘못이라고 똑같이 지적한다 해도 그 이유가 각각 다르다면, 그 지적이 권위를 갖기 어렵고 진화창조론자들의 재해석이 틀렸다는 주장 역시 설득력이 약해질 것”이라고 건의했다.

권수경 박사는 “교회는 기본적으로 진화라는 원리 자체를 강하게 반대한다. 그런데 그런 원리와 관련된 다른 사실들, 연대 측정 방식이나 우주의 크기 등에 대해서는 반대 정도가 다소 달라진다”며 “교회가 진화를 반대하면서도 과학의 유익을 알고 감사하게 도울 수 있는 효과적 방법도 모색해야 한다. 세속 세계관 홍수 가운데 힘겹게 자라는 자녀들이 믿음 가운데 즐겁게 받아들일 유익한 설명을 많이 만들어 주자”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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