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립’ 사두개인·바리새인, 예수님 죽일 모의 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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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성경 16-5] 바리새인과 사두개인(5)

성전 보전 위해 로마 제국과 협력
사두개인, 독점 이익 얻은 친일파
성전 타락 분개해 율법 해석 치중
바리새인, 율법 실천과 경건한 삶
예수 공격 위해 함께 손잡고 연합
둘 존재 기반 모두 위협했기 때문

▲제임스 티소(James Tissot, 1836–1902)의 ‘바리새인과 사두개인이 예수를 유혹하기 위해 오다(The Pharisees and the Saduccees Come to Tempt Jesus)’.
▲제임스 티소(James Tissot, 1836–1902)의 ‘바리새인과 사두개인이 예수를 유혹하기 위해 오다(The Pharisees and the Saduccees Come to Tempt Jesus)’.

5. 사두개파와 바리새파의 대립

1) 율법 vs. 성전

사두개파와 바리새파는 서로 화합할 수 없는 물과 기름 같은 존재들이었습니다.

바리새파 내에서 샴마이 학파와 힐렐 학파도 서로 율법 해석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였습니다. 대체로는 상대방을 존중하는 입장이었지만, 심한 경우 서로 감정적인 충돌까지 하였습니다.

그러나 샴마이 학파와 힐렐 학파는 ‘율법 연구와 실천’이라는 공통 분모가 있었기 때문에, 아무리 해석을 두고 서로 충돌한다 해도 결국 지향하는 바가 같아서 바리새인이라는 하나의 거대 조직으로 뭉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두개파와 바리새파의 경우에는 공통 분모가 거의 없었습니다. 물론 같은 유대인이라는 점과 여호와 하나님을 섬긴다는 점에서는 같았지만, 각 파가 구체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제사장과 부유한 귀족 계급으로 이루어진 사두개인들은 모든 초점을 자신들에게 끊임없이 부를 제공하여 주는 성전에 맞추었습니다. 성전이 영원히 제 기능을 발휘하도록 지키고 유지하는 것이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였습니다.

사두개인들은 성전 제도의 보전을 위하여 로마 제국과 협력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었고, 성전 제사가 이스라엘 백성들의 신앙 중심이 되도록 율법적인 삶보다 성전 중심의 삶을 강조하였습니다.

사두개인들의 사상이나 신앙은 이런 배경에 기초하여 생겨났고 발전되었습니다. 따라서 백성들의 이목을 빼앗는 율법의 복잡한 해석도 지양하였고, 이름이나 의복에서 교육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점령국가인 로마 제국의 문화를 받아들였습니다.

반면 바리새인들은 사독 가문만이 차지할 수 있는 대제사장의 자격 문제부터 시작하여, 부패하고 타락한 성전 제사에 대하여 인정을 할 수 없었습니다. 사두개인들이 하는 모든 일에 동의할 수 없었던 바리새인들은 대신 바벨론 포로 귀환 뒤 형성된 에스라 전통을 이어받아 율법을 실천하며 사는 삶을 고수하였습니다.

따라서 이들은 사두개인들이 들여온 헬레니즘 문화에 강하게 저항하는 한편, 613개 조항에 불과한 구약의 율법이 실제 유대인들의 모든 생활을 규정하고 인도할 수 있도록 율법 해석을 확대하고 세분화하는 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이렇게 성전은 사두개인들이 또 율법은 바리새인들이 차지하고 이스라엘을 양분하여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 예수님 당시 이스라엘의 상황이었습니다.

각 그룹의 위치를 지키기 위하여 모든 면에서 극한적인 대립을 보여주던 사두개인들과 바리새인들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가르침을 가져온 예수님에 대하여는 함께 손을 잡고 공격하였습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이 사두개파와 바리새파의 존재 기반을 함께 위협하였기 때문입니다(행 6:13-14).

▲헤롯 성전 모형도.
▲헤롯 성전 모형도.

2) 율법 해석의 차이

바리새파와 사두개파는 기원을 각각 율법과 성전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율법과 성전을 보는 눈도 각자 가진 입장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리새파는 타락한 성전보다 율법에 따른 경건한 삶을 최우선 순위에 두었고, 반대로 사두개파는 율법을 보조로 한 성전 중심 신앙 생활을 강조하였습니다. 이처럼 각 파가 가진 입장에 따라 율법을 해석하는 방식도 달라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두개파는 바리새파처럼 율법의 방만한 해석을 지지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이미 모세 때부터 정착됐던 성전 제사법은 더하거나 뺄 것이 없었고, 단지 성경에 기록된 대로 각종 절기나 안식일을 정확하게 지키면 되었던 것입니다.

이들은 성전에서 하나님이 흠향하시는 제사를 드리기 위하여 새로운 제도나 도구를 만들어 낼 필요도 없었고, 성전 제사에 대한 율법에 새로운 해석을 더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사두개인들이 처한 이러한 입장은 십계명을 포함한 모든 모세 율법 일반에 기존 해석 외에 특별히 따로 추가할 것들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이들의 율법 해석에 대한 입장은 성경에 쓰여진 그대로 문자적으로 읽고 행하는 것으로 충분하였습니다. 율법을 확대 해석하여 자꾸 새로운 해석을 붙이는 것은 오히려 성전 중심 신앙 생활을 방해하는 것으로, 이들은 성전 제도에 대한 어떤 개혁이나 도전도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이유로 사두개인들은 예언서와 성문서를 거부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이들에 신적 권위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또 바리새인들의 구전 율법도 인정하지 않았고 성경에 기록되지 않은 어떤 신학적 개념도 거부하였습니다. 따라서 부활도 믿지 않았고 메시아도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성경을 곡해하는 이러한 주장들은 사두개인들을 분노하게 만들었습니다.

율법에 대한 바리새인들의 입장은 전혀 달랐습니다. 율법적인 삶은 성전의 존재와 상관없이 꼭 필요한 것으로, 솔로몬 성전이 파괴된 후 바벨론으로 잡혀갔을 때나 돌아와서 스룹바벨 성전이 다시 건축되었을 때나, 즉 성전이 존재하든 그렇지 않든 율법에 따른 경건한 삶이 언약 백성이 살아야 할 방식이라 생각하였던 것입니다.

이미 바벨론에서 율법학자로 명성을 떨쳤던 에스라는 성전 없이 신앙 생활을 하였던 바벨론에서의 경험을 예루살렘에서도 지속할 수 있도록 백성들에게 율법을 가르쳤던 것입니다.

이런 작업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은 것이 바로 샴마이 학파와 힐렐 학파의 뜨거운 논쟁을 통하여 이루어진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율법 해석입니다.

바리새파는 율법 해석뿐 아니라 기도나 금식 등 경건하게 살려는 노력을 하였고, 율법에 따라 엄격한 십일조 생활과 기부 활동도 하였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조상들의 전통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바리새인들을 칭찬하고 추종하였습니다. 따라서 바리새인들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실제 삶에서 사두개인들보다 훨씬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류관석 교수
대한신대 신약신학
서울대 철학과(B.A.), 서강대 언론대학원(M.A.), 미국 Reformed Theological Seminary(M. Div.), Trinity Evangelical Divinity School (Th. M. 구약 / M. A. 수료), Loyola University Chicago(Ph. D., 신약학)
미국에서 Loyola University Chicago 외 다수 대학 외래 교수
저서 <구약성경 문화 배경사>, <산상강화(마태복음 5-7장)>, <기적의 장(마태복음 8-9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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