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호 월간 지저스아미 발간사]
본향을 향하는 순례자(히 11:16)
작년 에스더기도운동에 오래 몸담고 있던 간사들 중 한 커플이 결혼을 했습니다. 조금 늦은 나이에 서로 믿음의 배필을 찾아 결혼을 하게 된 것만도 기쁘고 감사한 일인데, 이 커플의 결혼은 참으로 특별한 점들이 많아서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첫째, 결혼식을 가족친지들의 구원을 위한 전도집회로 가졌습니다.
신랑 문사랑 간사가 필자에게 찾아와 신랑 신부 모두 불신 가정에서 태어나 혼자 예수를 믿었고, 오랜 기도와 노력에도 양가 부모님이 다 아직 예수님을 안 믿으시는데, 결혼식을 올리는 그 자리에서라도 복음 듣고 구원받을 수 있는 기회를 드리고 싶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결혼식 대신 전도집회를 갖고자 하니 필자에게 결혼 전도집회에서 전도메시지를 전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이제껏 결혼식 주례는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살아왔지만, 결혼식에서 복음 메시지를 전해달라고 부탁하니 들어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영등포 에스더기도센터에서 치러진 결혼식에는 많은 하객들을 초대하지 않았습니다. 믿지 않는 부모님과 가족들을 위해 특별히 마련한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결혼예식은 믿지 않는 양가 가족들에게 복음을 잘 설명하고 나누는 전도집회로 진행했습니다.
둘째, 결혼식에 들어온 축의금 전부를 북한 선교헌금으로 드렸습니다.
결혼식에서는 신부 측과 신랑 측 축의금을 받는 데스크 대신 헌금함을 설치했고, 그날 들어온 축의금 전체를 모아 북한선교 헌금으로 드렸습니다. 결혼예식 비용, 하객 접대비, 신혼여행 경비, 살 집과 신혼살림 마련할 비용… 하나도 계산하지 않고 전부 드린 것입니다.
셋째, 신랑 신부가 결혼선물로 성경책을 주고받았습니다.
값비싼 보석 대신 성경책을 서로 주고받았고, 가장 귀한 성경의 진리를 따라 살 것을 다짐하였습니다.
넷째, 신혼 첫날밤을 철야기도로 하나님께 드렸습니다.
결혼식을 마친 후 신랑 신부는 에스더기도센터에서 365일 진행되는 매일철야기도회에 참석하여 신혼 첫날 밤 10시 30분부터 다음날 새벽 3시까지 함께 기도하였습니다.
다섯째, 신혼여행은 이스라엘 선교여행으로 갔습니다.
신랑 문사랑 형제는 오랫동안 이스라엘 선교사로 가기 위해 준비하며 기도를 해왔었습니다. 부부간에 이스라엘 선교여행이야말로 가장 의미있고 값진 신혼여행이라고 여긴 것입니다.
“네 재물과 네 소산물의 처음 익은 열매로 여호와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네 창고가 가득히 차고 네 포도즙 틀에 새 포도즙이 넘치리라” (잠 3:9,10)
이 부부는 결혼의 첫 수입인 결혼축하금을 모두 주님께 올려드렸고, 신혼 첫날 밤을 주님께 올려드렸고, 신혼여행을 선교여행으로 주님께 올려드렸습니다.
“네 재물과 네 소산물의 처음 익은 열매로 여호와를 공경하라”라는 말씀을 따라 소중한 결혼 첫 재물과 첫 시간으로 하나님을 공경하였습니다.
이들의 결혼을 지켜보면서 이 결혼을 많은 사람에게 울림이 되도록 널리 전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요(마 5:3)”.
심령은 우리 마음과 영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영혼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영혼이 가난한 사람은 복이 있는데 그것은 곧 천국을 소유한다는 것입니다.
심령이 가난한 것은 무엇일까요? 마음이 부하면 많은 것을 가져도 감사하거나 만족하기가 어렵지만,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만족합니다.
어떤 사람은 강남에 30평대 아파트에 신혼살림을 차렸다고 해도 만족함이 없을 수 있습니다. 이 사람은 타워팰리스 같은 더 좋은 곳에 살지 못해 아쉬워하고, 신혼 살림으로 이태리제 고급 침대와 명품 소파를 구입하지 못해 불만을 갖고, 인테리어에 많은 돈을 들이고서도 더 잘하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신랑 문사랑 형제와 신부 하승희 자매를 보면 심령이 매우 가난한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걸어서 출퇴근할 수 있는 거리에 마련한 작은 월세 신혼집에 큰 방 하나와 작은 방 하나가 있는데, 큰 방을 24시 기도실로 오픈했습니다.
집을 구할 때부터 예배와 기도 소리가 주변 이웃들에게 방해가 되지는 않은지 확인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자기들은 조그마한 방에서 침대도 없이 잠을 자고 있지만, 마음이 가난하니까 감사만 있고 더 바라는 게 없는 것입니다.
우리는 매사에 먼저 계산하는 습성이 몸에 배어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제자들은 ‘계산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몸에 배어야 합니다. 어떤 일 앞에서 이해득실을 따지거나 계산하지 않는 것입니다. 결혼식에 들어온 부조금 전부를 다 헌금한다는 것은 앞뒤를 계산하는 사람들에게는 결코 생각할 수 없는 일입니다.
두 부부가 결혼축하금 전부를 동족 구원을 위해 북한선교 헌금으로 드린다고 했을 때 주변 많은 사람들이 걱정했습니다. ‘결혼식 경비는 어떻게 하나’, ‘신혼집은 어떻게 장만하나’, ‘살아가려면 이것저것 돈 들어갈 게 많은데 온갖 비용은 어떻게 하나’.
그러나 정작 두 사람은 아무 걱정도 안 하는 듯 보였고, 신기하게도 모든 일이 어려움 없이 잘 진행되는 것을 보니 놀라웠습니다. 모든 것이 주님의 큰 은혜였음을 고백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이 세상을 사는 것은 잠깐 사는 것입니다. 이것저것 아무리 움켜쥐어도 죽을 때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고, 아무리 많이 갖고 있어도 마음이 가난하지 않으면 늘 더 갖고 싶고 만족함이 없습니다. 그런데 초가삼간에서 살아도 마음이 가난하고 주님으로만 기뻐한다면 감사가 넘치게 됩니다.
그래서 가장 본질적인 것 곧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추구하는 것 이외에는 우리가 가난한 심령으로 살아가는 것이 복이 있다고 성경은 말합니다. 우리가 어떻게 옷 두 벌도 없이 한 벌 옷만 가지고 살 수 있습니까? 그런데 심령이 가난하고 감사와 은혜로 충만하면 살 수 있습니다.
“그들이 이제는 더 나은 본향을 사모하니 곧 하늘에 있는 것이라 이러므로 하나님이 그들의 하나님이라 일컬음 받으심을 부끄러워하지 아니하시고 그들을 위하여 한 성을 예비하셨느니라 (히 11:16)”.
두 부부를 바라보며 본향을 향하는 순례자의 삶을 생각했습니다. 우리 각자도 이들과 같이 두 벌 옷 없이 살아도 부족함이 없고, 늘 심령이 가난해서 천국을 소유하고, 그리고 더 나은 본향을 사모함으로 하나님이 우리의 하나님이라 일컬음 받으심을 부끄러워 아니하시며 우리를 위하여 예비하신 성을 차지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소원합니다.
이용희 교수
에스더기도운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