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고 웅장한 본당과 어우러져 감동
김지성 교수, 주일 예배 직접 연주
뼛속까지 파고드는 파이프오르간
음악회 열어 ‘지역 문화 충전소’로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석남중앙교회(담임 이영록 목사)는 코로나 기간에도 오히려 성도가 늘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예배 몰입도가 몰라보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코로나가 가장 극심하던 때 교회에 설치한 ‘파이프오르간’이 있다.
인천에 위치한 석남중앙교회는 2021년 5월 본 교단에서 네 번째로 파이프오르간을 본당에 설치했으며, 서울신대 김지성 교수가 오르가니스트로서 주일 1-2부 예배마다 직접 연주를 통해 파이프오르간 활용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역 주민들을 위한 클래식 음악회를 매달 열면서 교회 이미지 개선에도 앞장섰다.
교회 내 파이프오르간 설치를 계기로, 이영록 목사는 예배를 전체적으로 갱신했다. 이를 위해 김지성 교수와 함께, 서울신대 예배학 교수진에까지 자문을 구해 예배 순서부터 구성까지 재배치했다.
회중들의 예배 참여를 늘리기 위해 찬송 순서를 7회 가량 넣었지만, 예배 시간은 70여 분으로 기존보다 크게 늘지 않았다. 오전 9시 1부 예배는 오르간 찬송만으로 구성되고, 오전 11시 2부 예배에서는 경배와찬양이 다소 추가된다.
예배의 시작과 끝도 파이프오르간 전주와 후주다. 곡 선정도 대부분 찬송가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마치 유럽의 유서깊은 성당을 방문한 듯한 느낌도 주지만, 지나치게 가톨릭적이진 않도록 조절하고 있다. 성도들은 두 귀를 넘어 온몸으로 파고드는 파이프오르간의 위력을 실감하며 더 깊은 은혜를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김지성 교수는 “예배는 장소의 구별성이 분명 존재한다. 대부분 교회들이 악기를 이것저것 다 사용하다 보니, 세상에서도 들을 수 있는 소리가 교회에서도 똑같이 나게 돼 구별이 사라졌다”며 “파이프오르간만큼 세상과 교회를 구분해줄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예전 예배에서는 오르가니스트가 음악 감독 역할을 맡을 정도였다. ‘음악의 아버지’ 바흐가 좋은 예”라며 “요즘 다들 ‘예배 본다’고들 하는데, 예배는 드리는 것 아닌가. 그러려면 본인 입을 열어 죄를 고백하면서 직접 참여해야 한다. 그래서 회중 찬송을 늘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영록 목사도 서울신대 학부 시절 교회음악(성악)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해 예배 안에서 음악이 어떻게 진행돼야 하는지 학문적·실제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캐나다 유학 시절에는 찬양교회를 개척해 정통 클래식을 가미한 찬양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영록 목사는 “교회에 부임하니 한국에서 보기 드물게 아름다운 높고 웅장한 본당이 있었다. 예전에 공부했던 내용들이 생각나면서, 하나님께서 나를 이곳에 부르신 이유가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전통 교회 후임자로서 하루아침에 모두 뜯어고칠 수는 없었고, 기도하면서 조금씩 준비했다”고 밝혔다.
그러던 중 한 집사가 암투병 중 교회 내 파이프오르간 설치를 위해 전 재산을 헌신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고, 이를 씨앗 삼아 교회 재정으로 나머지 절반을 보태 파이프오르간을 설치할 수 있었다.
파이프오르간 업체 선정부터 설치에 도움을 줬던 김지성 교수는 서울신대 교수들부터 지인들까지 석남중앙교회 오르가니스트 섭외에 공을 들였지만 맡을 사람이 나타나지 않자, 직접 연주하기로 했다.
이 목사는 “새가족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는데, ‘예배 분위기가 다른 교회들과 다르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신다. 파이프오르간이 장엄함과 중후함, 그리고 경건과 평안을 안겨준다”며 “성도들도 예배에서 직접 깊이를 느끼다 보니, 전도하면서 자신감이 생긴다더라. 지금 사순절 기간인데, 파이프오르간이 특히 영성을 깊이 있게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전했다.
이영록 목사는 80학번으로, 서울신대 교회음악과 출신 첫 목회자이기도 하다. 그는 “교회음악을 먼저 배우고 신학을 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찬양 한 곡도 그냥 부르지 않고, 영적으로 힘있게 부르기 위해 노력한다”며 “그래서 예배 찬양 인도도 부목사들에게 맡기는 대신 직접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목사는 각 교회들에서 파이프오르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전자오르간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 또한 한국교회에 파이프오르간이 178개 교회에 설치돼 있는데, 성결교회에는 4곳뿐이라는 현실도 짚었다.
김지성 교수도 “파이프오르간은 무조건 비싼 장비를 들일 필요는 없다. 각 교회 형편에 맞게 투자하시면 된다. 규모에 맞게 설치하면 깊은 예배의 맛을 느끼실 수 있다”며 “CCM을 배격하자는 건 아니지만, 요즘 신학과 학생들조차 찬송가를 너무 모르고 있어 예배곡을 찬송가 위주로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석남중앙교회는 김지성 교수와 함께 서울신대 교회음악과 오르간 전공 학생 2명을 장학생으로 키울 예정이다. 차세대 교회음악가 양성 차원에서 함께 교회에서 예배드리고, 평일에는 본당에서 파이프오르간을 마음껏 연습하고 장차 반주도 맡기는 프로그램을 시작하기로 한 것.
이영록 목사는 “파이프오르간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면 좋겠다. 부담감이나 무게감 때문에 섣불리 포기하다 보니, 좋은 경험을 못하고 있는 것 아닐까”라며 “파이프오르간을 통해 예배 본질에 다가가는 시도에 겁없이 뛰어들면 좋겠다”고 전했다.
잠시 쉬어가고 있는 지역 주민 대상 음악회도 구청·시청과 협의해 조만간 재개할 예정이다. 석남중앙교회는 2021년 10월부터 최근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로 매달 클래식 음악회를 열면서, 교회가 위치한 인천 서구청으로부터 ‘지역 문화 충전소’로 인정받았다.
인천 서구청은 민간 및 공공 문화공간과 유휴공간을 지역 주민과 공유하고 이를 통해 주민들이 거주지 주변에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쉽게 만날 수 있도록 조성하는 문화충전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석남중앙교회는 음악으로 지역 주민들을 섬기기 위해 교회에 석남예술협회라는 문화재단까지 결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