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목자교회 유기성 목사 “은퇴하는 심정, 은퇴 전에는 결코…”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연회에서 전한 은퇴 인사 소개해

▲선한목자교회 유기성 목사. ⓒ크투 DB

▲선한목자교회 유기성 목사. ⓒ크투 DB

유기성 목사(선한목자교회)가 지난 14일 열린 감리회 중앙연회에서 전한 은퇴 인사를 SNS에 소개했다. 유 목사는 16일 오후 교회에서 은퇴식을 갖는다.

조기 은퇴하는 유 목사는 “함께 은퇴하시는 선배 목사님들이 많으신데, 연회가 열리는 이곳 선한목자교회 담임목사였다는 이유 하나로 인사 말씀을 드리게 된 것이 송구한 마음”이라며 “은퇴하기까지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임을 고백하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고 서두를 열었다.

유기성 목사는 “은퇴하는 심정이 어떤지 묻는 사람이 많다. 30대 젊은 담임목사였을 때, 은퇴하시는 장로님께 ‘은퇴를 축하합니다!’ 했다가 얼마나 서운해 하시는지, 장로님 마음을 달래 드리느라 혼이 났던 적이 있었다”며 “지금 은퇴하는 자리에 서 보니, 제가 어떤 죄를 지었는지 비로소 깨닫는다”고 전했다.

유 목사는 “은퇴하는 사람의 심정을 은퇴하기 전에는 결코 알지 못할 것이다. 그동안 부친을 비롯해 많은 선배 목사님들의 은퇴와 이후의 삶을 보면서, 제가 은퇴하는 순간이야말로 ‘예수님을 바라보는 제 믿음이 검증받는 순간’이라고 생각했다”며 “이제 은퇴하는 자리에 서서 무거운 짐을 벗어 버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이 자리에 이르고 보니 아직 끝이 아님을 깨달았다. 진정한 끝은 죽는 순간”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떤 사람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세 가지를 보아야 정확히 알 수 있다. 첫째는 죽고 난 후 평가, 둘째는 역사의 평가, 셋째는 하나님 앞에서의 평가”라며 “주님께서는 상 받을 줄 알았던 많은 사람이 하나님 앞에서 버림받을 것이라 했다”고 했다.

유기성 목사는 “故 이어령 교수는 죽음을 눈 앞에 둔 심경을 ‘동물원 우리 밖에 나온 호랑이가 달려들어 목덜미를 무는 것 같다’고 했다. 죽음을 앞에 두었을 때, 나는 어떤 심정일까 생각해 보았다”며 “은퇴도 이 정도인데, 정말 호랑이에게 목덜미를 물리는 심정일까, 아니면 ‘수고했다 내 종아’ 부르시는 주님께 기뻐 달려가는 심정일까? 궁금하기도, 두렵기도 하다”고 고백했다.

유기성 목사는 “할아버지께서 평북 영변에서 평신도로 선교사님을 돕다 신학 과정을 마치고 목사가 되셨다. 당시 목사가 된다는 것은 굶어 죽을 각오를 하는 결단이 필요했는데, 끝까지 교회를 지키셨지만 은퇴하지 못하시고 625 전쟁 때 순교하셨다”며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영적 유산으로, 비교적 일찍 돌짝밭 사명이 귀한 것을 깨달았다. 은퇴할 때가 되어 생각하니 너무나 감사한 일이나, 은퇴하지 못하셨던 할아버지 앞에 부끄럽지 않은 목사로 살았는지 자신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유 목사는 “은퇴하면서 제 사무실을 정리하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 그러다가 깨달았다. 제 손으로 제 뒷정리를 할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라며 “쓸데없이 쌓아둔 많은 서류들, 버려야 할 원고들, 볼 수 없으면서 모아둔 많은 책들과 자료들, 누가 대신 정리했으면 너무나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제 손으로 치울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그러나 죽으면 이마저 할 수 없고, 남이 제 뒷정리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언제 죽어도 뒤가 잘 정리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동안 목사라는 이름으로 오히려 성도라는 귀한 직분의 가치를 잊어버리고 있었다. 주님 앞에 설 때는 목사가 아니라 오직 성도로 설 것임을 새삼 깨닫는다”며 “목사로 은퇴하니, 이제 진짜 귀한 직분이 드러났다. 장거리 경주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마지막 한 바퀴 남았다는 신호이다. 전력질주해야 할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유 목사는 “제겐 은퇴식이 끝이라는 신호가 아니라, 마지막 한 바퀴 남았다는 신호라 여겨진다. 이제 진짜 성도의 삶을 시작하는 것이고, 아직 기회가 남아 있음이 감사할 뿐”이라며 “은퇴 후 여전히 할 일이 있겠지만 주 예수님과 하나되고 친밀하게 동행하는 성도의 삶을 살기를 더욱 힘쓰려 한다. 주님과 동행하다가 하나님의 나라로 바로 올라간 에녹처럼. 감사드린다”고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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