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변화시키는 설교노트 17] 설교 철학과 교회론
맨해튼 한복판에 전통 교회 설립
단지 생존 넘어 전세계적 교회로
설교에서 회의론자·구도자 배려
뉴요커에게 매력, 삶까지 변화해
설교 철학과 교회론은 상관관계가 있을까? 당연하다. 목회자로서 분명한 설교 철학은 교회론과 분리될 수 없다. 대표적인 예를 팀 켈러(Timothy Keller)와 앤디 스탠리(Andy Stanley)에게서 찾아보려 한다.
국내 유수 교회도 있지만, 해외 소재 교회를 선택한 것은 이유가 있다. 팀 켈러와 앤디 스탠리가 한국 교회에서 저명인사일 뿐 아니라 그들이 개척한 리디머 교회(Redeemer Presbyterian Church)와 노스포인트 교회(North Point Community Church) 역시 한국 교회가 주목하는 교회이기 때문이다. 팀 켈러와 리디머 교회, 앤디 스탠리와 노스포인트 교회를 차례로 살펴보자.
팀 켈러는 맨해튼 한복판에 리디머 교회를 세웠다. 잘못 들은 것 아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세속적인 도시라 말해도 지나침이 없는 뉴욕 맨해튼 한복판이다.
맨해튼이 어디인가? 회의론자로 가득한 곳, 보수 성향의 교회가 성장할 수 없는 가장 대표적인 곳이다. 팀 켈러가 그곳에 교회를 개척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이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닫을 것이라 예측했다.
뉴욕 맨해튼은 교회, 그것도 전통적이며 보수적인 성향의 교회가 들어설 수 없는 곳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팀 켈러는 바로 그곳에 교회를 개척했다.
결과는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그대로이다. 리디머 교회는 단지 생존한 것이 아니다. 맨해튼에서 가장 대표적인 교회로 성장했을 뿐 아니라, 뉴욕과 미국을 넘어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치는 교회로 성장했다.
질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어떻게 맨해튼에서 자리잡을 뿐 아니라 뉴욕의 영적 지형을 바꾸고,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치는 교회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팀 켈러의 설교 철학에서 그 대답을 찾을 수 있다.
리더머 교회는 팀 켈러의 설교를 빼놓고 설명하기 어렵다. 팀 켈러는 맨해튼에 교회를 세우면서 회의론자와 불신자들이 찾아올 수 있는 교회를 세우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단지 말로만 그친 것이 아니라, 그는 실제 뉴요커들이 찾아올 수 있는 교회를 세웠다.
단지 리디머 교회가 드리는 예배를 구경하기 위해 온다는 말이 아니다. 회의론자와 불가지론자, 교회에 대해 부정적 시선을 가지고 있었던 뉴요커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예배에 참여할 수 있는 교회, 선포되는 말씀을 통해 그들의 생각과 삶, 가치관의 방향을 바꾸고 변화를 일으키는 교회를 세웠다.
팀 켈러의 설교를 읽어보고 들어보면, 그가 얼마나 회의론자, 불신자, 미그리스도인, 구도자를 배려하는지 단박에 알 수 있다. 팀 켈러의 설교를 들어보라. 그 자리에 회의하는 사람, 구도자, 신앙의 여정에 막 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가정하고 존중하면서 설교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가 설교 시간에 던지는 질문을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다. 설교 시간에 그가 회중에게 던지는 질문은 자신이 만들어 낸 질문이 아닐 때가 많다. 회의론자와 구도자가 던지는 질문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해할 뿐 아니라 존중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들이 던지는 질문으로 설교를 시작하기도 한다.
팀 켈러의 이런 설교는 우연의 산물이나 즉흥적인 것이 아니다. 팀 켈러는 설교를 계획하고 디자인할 때부터 청중 대다수가 이런 지점에 있는 사람임을 가정하고 준비하고 디자인하고 선포한다.
회의론자와 불가지론자, 불신자와 기독교와 교회에 우호적이지 않은 사람에게 복음을 전하고 나누고 가르치고 선포하려는 그의 설교 철학이 빚어낸 결과이다. 그의 설교는 뉴요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갔을 뿐 아니라, 그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
수많은 사람이 리디머 교회 성도가 되었거나, 지금도 구도의 길을 걷고 있다. 이처럼 팀 켈러의 설교 철학이 녹아든 설교는 곧 리디머 교회의 모습과 본질을 구성하는데 크게 이바지했다. 팀 켈러의 견고한 설교 철학이 리디머 교회에 녹아든 셈이다.
리디머 교회의 독특성은 팀 켈러의 설교 철학에 그 뿌리를 내리고 있다. 리디머 교회의 독특성과 아름다움은 팀 켈러의 설교 철학이 녹아든 설교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설교 철학은 설교자의 교회론과 분리할 수 없다. 목회자로서 설교자는 자신이 목양하는 교회를 어떤 교회로 만들고 세워갈 것인지 고민할 수밖에 없고 고민해야 한다. 어떤 교회를 세울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설교자의 설교와 분리할 수 없으며, 설교는 설교 철학의 산물이기도 하다.
결국 설교자의 설교 철학이 교회의 얼굴과 체형, 교회의 방향성과 가치를 담아내는 법이다. 설교 철학과 교회는 결코 분리할 수 없다. 설교 철학이 얼마나 중요한지, 설교 철학을 분명하게 세우는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다시금 깨달아야 한다. 지금 내가 섬기는 교회의 얼굴은 설교 철학의 결과라고 말해도 좋다.
지혁철 목사
잇는교회 개척
<설교자는 누구인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