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아닌 I 교역자의 ‘학교 앞’ 전도 적응기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다음세대 교육 리부팅’ 김정준 목사 (下)

학교 앞 만나도 아이들 인사 안 해
SNS 시작하고, 메타버스 등 소통
예산, 수련회보다 매 주일 사역에
교사들 정말 잘하고 있고, 감사해

▲김정준 목사는 책에서 “교회학교의 진정한 가치는 함께할 때 극대화된다”며 “같이 할 때 우리는 파도를 헤쳐 갈 수 있고, 같이 할 때 우리는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대웅 기자

▲김정준 목사는 책에서 “교회학교의 진정한 가치는 함께할 때 극대화된다”며 “같이 할 때 우리는 파도를 헤쳐 갈 수 있고, 같이 할 때 우리는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대웅 기자

<다음 없는 다음 세대에 다가가기>를 펴낸 김정준 목사(울산대흥교회)는 보통 학부에서 다른 학문을 하고 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하는 목회자들과 반대로, 학부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서양사로 전공을 바꿨다.

신학교에 갔더니 선택할 수 있는 과목의 폭이 적었다는 것. 서양 고대사 공부를 좀 더 하고 싶었던 그는, 전남대에서 박사과정까지 공부하다 한남대로 옮겨 한국교회사를 공부하고 있다. 담임 목회나 교구 목회보다 다음 세대 목회가 더 좋다는 김정준 목사의, 남은 다음 세대 이야기.

다음 없는 다음 세대에 다가가기
김정준 | 글과길 | 272쪽 | 16,700원

-학교 앞에도 찾아가신다고요.

“고등부 정도 되면, 심방 외에는 아이들을 만나기 힘들어요. 그래서 저희는 학교 앞으로 갑니다. 아침에 아이들 등교할 때 의무적으로 학교 앞에서 얼굴 보고 인사하고, ‘환영해, 축복해, 오늘도 힘내’ 피켓 들고 축하한다고 말해줍니다. 대신 교회 이름은 절대 말하지 않아요. 요즘 그러면 쫓겨나요(웃음). 교회학교 아이들만이 아니라, 전교생 대상이에요. 교역자와 부서별 교사 두세 명씩 같이 갑니다.

초등부 같은 경우 방과후 학교 앞에서 라면 끓여주면서 학원 가기 전 배고픈 애들 먹도록 해요. 아이들도 라면 공짜로 먹어도 된다는 걸 알아요. 코로나 때는 물론 아예 못했죠. 저 개인적으로는 아이들 학교 마칠 때쯤이나 학원 가기 전 잠깐씩 만나서 이야기도 나눕니다.

아침 행사는 7시 30분까지 가야 해요. 요즘 MBTI에서 I라고 하는데, 내성적인 성격이라 막 반갑게 웃으면서 ‘하이톤’으로 ‘얘들아, 오늘도 힘내’ 하는 게 쉽지 않아요(웃음). 처음 한 달 동안은 너무 싫었는데, 아이들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정말 표정이 없어요. 그래서 ‘이 아이들이 정말 힘들구나’ 하게 됐어요. 특히 시험 기간에는 완전 잿빛이에요.

저희 세대만 해도 누군가 앞에서 반갑게 인사해 주면 인사는 해주잖아요.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인사도 안 해줘요. 제가 1시간 동안 아무리 반갑게 인사해도 서너 명 인사해 줄까요? 그 모습을 보면서, 더 반갑게 인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주중에 아이들 신앙 관리도 해줘야죠. 그래서 SNS를 시작했어요. 저는 원래 SNS를 시간 낭비로 여기고 안 했는데, 요즘 아이들은 SNS로 다 소통하잖아요. 그래서 일부러 아이들 SNS에 찾아가서 댓글 남기고 좋아요 누르고 오늘 뭐 했는지 물어보기도 해요. 실제로 찾아가지는 못해도 그렇게 소통이 끊기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주중에는 어떤 사역을 해야 할까요.

“고등부 사역을 해보니 아이들이 주중에 만날 시간이 많아요. 그래서 메타버스 사역을 해보고 싶어요. 실제로 얼마 전만 해도 코로나 때문에 직접 만날 수 없었어요. 이때 교회가 모든 걸 내려놨는데, 그러지 말고 메타버스를 통해 제2의 주일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저는 초등학교에서 진로적성 검사를 하고 있는데, 이때 사용하는 메타버스 플랫폼이 있어요. 이 프로그램을 통해 강의하고 아이들이 컴퓨터실 메타버스 공간에서 따라와요. 같이 게임을 하면서 ‘이렇게 살아가면서 선택이 중요해요’라고 가르치는 일들을 계속 던지는 거죠.

저는 메타버스에서 아이들과 수·목요일 밤에 주로 만나서 같이 이야기도 하고 게임도 해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플랫폼은 재정에 제한이 없어서 작은 교회들도 사용할 수 있죠. 하지만 메타버스가 돈이 흐르는 플랫폼이다 보니, 기본적으로 주의해야 될 것들은 있어요. 그런 부분들을 다음 책에서 소개할 예정입니다.”

-여름·겨울 수련회나 성경학교는 어떤가요.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20여 년간 사역하면서 느낀 결론은, 교회학교 예산이 대부분 여름·겨울 사역에 너무 치중돼 있다는 것입니다. 50-60%나 그 이상을 수련회에 씁니다. 물론 그 한 번의 경험을 통해 하나님을 만나는 친구들도 있겠지만, 너무 그 한 번에 올인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많아요.

그러다 보면 여름·겨울 사역을 제외한 나머지에서는 아끼거나 덜 쓰게 되는데, 그런데 모든 사역은 매번 소중합니다. 언제 하나님께서 역사하실지 모르니, 한 번 한 번의 비중을 조금 더 늘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아이들 방학 추세가 여름은 짧아지고, 겨울이 매우 길어요. 그러다 보니 학원들과 싸워가면서 여름 사역을 하는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요. 이렇게 말하면 약간 믿음이 없는 교역자가 되지만(웃음), 겨울은 방학이 기니까 종전대로 하되 여름에는 조금 다르게 해도 될 것입니다. 그리고 매 주일 사역에 예산을 조금 더 배분해서 주일을 더 의미 있고 소중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고3의 경우 여름 수련회는 부담되니 조금 일찍 하고 나머지 고1과 고2는 제대로 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들은 여전히 한 번에 다같이 크게 하길 원하세요. 선생님들 입장에선 직장에서 매번 시간 내기가 쉽지 않으시고, 다른 분들은 참여하는데 본인만 못 가면 부담이 되실 수 있죠. 그렇게 한두 번 빠지면 연말에 교사를 그만두기도 하고요. 하다 보니 중간점을 찾는 일이 힘들고, 계속 답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어른들이 가장 오해하는 요즘 아이들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버릇 없다는 인식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는 게 아니라, 성향이나 자라온 방식 자체가 그렇게 선이 그어져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아이들 나름의 배려예요. 선생님이 뭔가를 물어볼 때, 너무 적극적으로 공감하거나 다가가지 않는 건 아이들 나름의 표현 방식이죠.

그런데 우리나 이전 세대는 어른들이 하나를 물으면 하나 더 대답하고, 두 개를 물으면 두 개 더 대답해야 맞는 것이었죠.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하나를 묻는다고 하나를 대답하는 세대가 아니에요. 서너 개를 물어도 대답할 수 있는 상황이나 환경이 돼야 하고,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가 돼야 대답을 해요. 어른들은 하나를 물었는데 대답하지 않으면 마음이 답답해지죠. ‘왜 대답을 안 하지? 대화할 준비가 되지 않았네’ 하고 여기세요.

그래서 선생님들이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다’는 대답을 많이 하시는데, 버릇이 없다기보다 아이들의 경계가 워낙 뚜렷해서 시간이 필요한 것일 뿐입니다. 조금 기다려주고 이해해주고 가만히 있으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문을 열어줍니다. 그런데 어른들이 손잡이 없는 문을 계속 열고자 하니 서로 힘들고 답답한 거라고 생각해요.

조금 더 기다려주시면, 아이들이 먼저 대답해줄 거예요. 저는 아이들에게 강압적으로 하지 않아요. 그렇게 해서 대답이 오리라는 기대도 하지 않고요. 그냥 던져놓기만 하면 돼요. 때가 되면 아이들이 대답을 해주고, 저는 그걸 듣고 다시 질문하면 돼요.”

▲김정준 목사는 책에서 &ldquo;아이들과 다이소에 가자. 인생네컷에서 사진도 찍자. 마라탕을 먹고, 버블티도 한 잔 마셔보자&rdquo;며 &ldquo;분명 유대감이 생길 것이다. 이들의 트렌드를 익히고 공유한다면, 이들의 마음을 얻는 길이 열릴 것&rdquo;이라고 전했다. ⓒ이대웅 기자

▲김정준 목사는 책에서 “아이들과 다이소에 가자. 인생네컷에서 사진도 찍자. 마라탕을 먹고, 버블티도 한 잔 마셔보자”며 “분명 유대감이 생길 것이다. 이들의 트렌드를 익히고 공유한다면, 이들의 마음을 얻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전했다. ⓒ이대웅 기자

-마지막으로 다음 세대 교사나 사역자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가장 먼저는 일단 정말 잘하고 계시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정말 드리고 싶어요. 어제도 교사들에게 강의하면서 가장 먼저 드린 말씀이 ‘진짜로 감사하다’는 것이었어요. ‘여러분 덕분에 오늘 제가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는 감사를 가장 먼저 말씀드리고 싶어요.

교회학교 교사가 사실 쉽지 않은 일이죠. 눈에 띄지 않거든요. 성가대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교사는 뒤에서 맨날 아이들 때문에 마음 아파하는 일인데, 그럼에도 꿈을 놓지 않는 교사 분들이 굉장히 감사합니다.

그렇게 감사함으로 시작한 자리이니, 변화하는 다음 세대에 맞춰서 우리도 변화해야겠죠. 그러기 위해 교회 리더들의 경우 다음 세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눈을 크게 뜨고 살펴주시면서 재정도 투자해 주시면 좋겠어요. 다음 교사들은 조금은 틀을 바꿀 필요가 있어요. 책도 읽고 세상 돌아가는 것도 조금 알면 아이들을 좀더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으니, 조금 더 먼저 다가와 주세요.

다음 세대 교역자들은 사역과 함께, 정말 잘할 수 있는 일에 조금 더 집중하시면 좋겠어요. 전문화 시대에 모두 같은 자리에 설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저는 책을 쓰거나 메타버스 같은 플랫폼으로 다음 세대에 다가가는 쪽이에요. 서로 발전하면서 함께 걸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그냥 한 개인이 아니라, 함께 이 길을 걸어가는 사람임을 강조하고,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맡고 계신 고등부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너희들은 진짜 잘하고 있어. 너희 생각과 방향이 틀리지 않았어. 하지만 너희가 가려는 그 길을 조금 더 안전하고 건강하게 가기 위해 주님이 필요해. 왜냐하면 우리는 기본적으로 신앙과 성경의 가치관으로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야. 하나님이 주신 포커스와 우리가 가려는 길이 맞아야 하는 사람들이기에, 그 가는 길이 안전하고 하나님께서 진짜 함께하신는 확신을 얻으려면 조금 더 신앙으로 들어와야 해.

그래서 진짜 잘하고 있지만, 조금 더 신앙적인 부분에 가까이 오면 좋겠어. 그리고 그렇게 하나님께 드리는 시간들이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도 절대로 뒤처지는 시간이 아닐 거야. 나도 전에는 그 시간들 때문에 뒤처진다고 생각했지만, 돌아보니 아니었어. 하나님께서 한 번 튕겨주시면, 사람들이 종종걸음 걷는 것보다 훨씬 먼저 가 있더라. 하나님은 실수하지 않는 분이시니, 믿고 신뢰하며 조금 더 신앙적으로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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