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너무 사랑한 미국인’ 서의필 박사 소천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한남대 설립위원 7명 마지막 생존
동생 6.25 참전했다 전사 후 관심
26년간 교수 봉직, 민주화 운동도

▲만년에 한국을 방문했던 서의필 박사. ⓒ한남대

▲만년에 한국을 방문했던 서의필 박사. ⓒ한남대

한남대학교 대학설립위원 미국 선교사 7인 중 마지막 생존자였던 존 서머빌 박사(John Nottingham Somerville, 한국명 서의필·徐義必)가 11일 미국 자택에서 95세로 소천받았다.

서의필 박사는 1928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태어났으며, 26세 젊은 나이에 1954년 미국 남장로교 선교사로 한국에 파송돼 1968년부터 1994년까지 무려 26년간 한남대 영문학과와 사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했다.

▲1953년 대학설립위원으로 한남대학교(옛 대전대학) 대학부지을 선정하던 이들의 모습. 맨 오른쪽이 서의필 선교사다. ⓒ한남대

▲1953년 대학설립위원으로 한남대학교(옛 대전대학) 대학부지을 선정하던 이들의 모습. 맨 오른쪽이 서의필 선교사다. ⓒ한남대

서의필 박사가 한국과 인연을 맺은 계기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숨을 거둔 동생 때문이었다. 동생이 참전했던 전쟁과 한국에 대한 관심은 선교와 사랑으로 승화됐다.

한국에 입국한 뒤 한남대(옛 명칭 대전대학) 대학설립위원으로 대학을 세우는 데 기여했고, 1968년부터 한남대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는 한국 역사와 문화, 언어에 능통했으며, ‘한국족보사’를 연구해 하버드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 인사를 나눌 때 “본관이 어디냐?”고 물을 정도였다.

▲1960년대 선교사촌 서의필 하우스 앞에서 서의필 교수 가족사진. ⓒ한남대

▲1960년대 선교사촌 서의필 하우스 앞에서 서의필 교수 가족사진. ⓒ한남대

‘한국을 너무도 사랑한 미국인’으로 알려진 서 박사는 한국 근현대사를 함께한 인물이다. 한국 사회 교육 발전과 민주화 활동에도 적극 참여했고, ‘Christian Friends of Korea’를 조직해 북한 동포 지원사업에도 헌신했다. 서 박사의 미국 자택 문패에는 한자로 ‘牧師 徐義必(목사 서의필)’이라고 새겨져 있다.

한국 역사와 문화에 관심이 컸던 서 박사는 고고학 유물과 고문서, 교회사, 민속품, 교사자료 등 다양한 자료를 수집해 한남대 중앙박물관에 기탁했으며, 소중한 역사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한남대는 지난 2015년 11월부터 2016년 2월까지 중앙박물관에서 이렇게 모은 유물들을 모아 ‘서의필 박사 기탁자료 특별전’을 열기도 했다.

▲2014년 56주년기념관 서의필홀 명명식에 참석한 서의필 박사. ⓒ한남대

▲2014년 56주년기념관 서의필홀 명명식에 참석한 서의필 박사. ⓒ한남대

한남대는 서 박사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56주년기념관 대강당을 ‘서의필홀’로 명명해 사용 중이며, 서 박사가 가족과 함께 살았던 선교사촌 ‘서의필 하우스’는 인돈학술원으로 활용하는 등 학내 곳곳에 서 박사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 지난 2016년 1월에는 개교 60주년을 맞아 인돈학술원 앞에 서의필 박사 흉상을 제막했다.

이광섭 총장은 “오랜 시간 한남대에서 학생들을 사랑으로 가르치시고,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하셨던 서 박사님의 소천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그분의 창학정신을 모든 구성원들과 더불어 오래도록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서의필 박사. ⓒ한남대

▲서의필 박사. ⓒ한남대

한남대는 56주년기념관 1층 서의필홀 앞에 추모공간을 마련했으며, 학교 홈페이지에도 온라인 추모관을 개설했다. 6월 7일 교내에서 서의필 박사 추모예배 및 서의필 전기 출판기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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