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수용해 복 받아 발전했다? ‘미신적’ 설명”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제26회 샬롬나비 학술대회,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과 기독교’ 주제로

▲학술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발표한 박명수·김철홍·김영선 박사. ⓒ샬롬나비

▲학술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발표한 박명수·김철홍·김영선 박사. ⓒ샬롬나비

제26회 샬롬나비(상임대표 김영한 박사) 학술대회가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과 기독교’라는 주제로 5월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온누리교회(담임 이재훈 목사) 화평홀에서 개최됐다.

사무총장 김윤태 교수(백석대) 사회로 열린 학술대회에서는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 원장)의 기조강연 후 박명수 박사(서울신대 명예교수), 김철홍 박사(장신대 교수), 김영선 박사(협성대 명예교수)가 발표했다. 논평은 이종전(대한신대 교수)·이은선(안양대 교수)·유종필(동산교회) 박사가, 토론은 김성진 박사(한림대 명예교수)가 각각 맡았다.

근대화·독립운동 공헌하고 사회 주도 종교로 성장
선진국 접어든 국가 위해 법치·자유·인권·평등 구현
자유사회 축… 성공 국가로서 대만·우크라와 연대를

김영한 원장은 “한국교회는 구한말 선교 초기 근대화와 복음을 통해 일제에 의해 망해가는 국가 지킴과 독립운동에 공헌하며 오늘날 전통 종교의 진공을 메우고 한국 사회의 주도 종교가 됐다”며 “한국교회는 이제 선진국 대열에 접어든 대한민국이 법치와 자유, 인권과 평등을 구현하는 선진사회 가치를 구현하는 국가가 되도록 도덕적 모범과 권위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한국교회는 교회 제도를 통해 민주주의를 실천했다. 장로와 안수집사를 비밀투표로 선출하면서, 한국 사회에서 민주주의 묘판이 됐다. 기독교의 자유와 인권, 인간 존엄 정신은 공산주의 세계관을 막아내는 사상적 방파제 역할도 했다”며 “1960-1970년대 한국교회는 독재 군사정부에 민주화와 기본권을 옹호함으로써 민주화에 기여했고, 사회구제 사업에도 앞장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안식처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세계는 미국·영국·프랑스·독일·캐나다·이탈리아·일본 등 G7과, 호주·한국 등이 이끄는 서방 자유주의 블록과 중국·러시아·벨라루스·이란·북한 등의 권위주의 블록이 경쟁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은 세계 질서가 급속히 재편되는 상황에서 지난해부터 NATO, G7 등을 활용한 적극적 외교로 전환, 자유사회의 중요한 축(軸)으로 부상하는 교두보를 확보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경제 규모 세계 12위로, G8 자리를 노리는 등 가장 풍요롭고 자유로운 시대’를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세계사적 성공국가로서 전쟁과 폭력, 기아로 고통받는 세계인들을 위한 연대를 실천해야 한다”며 “강자 중국의 눈치를 그만 보고 약자 대만의 자유민주 인권에 연대하며, 러시아에 침공당한 우크라이나에 더욱 관심과 지원을 쏟는 등 국제사회의 자유와 평화, 인권과 환경 연대에 더 크게 기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 vs 소련, 어떤 민주주의인가? 서로 관점 달라
대의 정치, 자유민주주의 vs. 노동자·농민 중심의 세상

박명수 교수는 ‘해방 직후 건국투쟁: 어떤 민주주의인가?’라는 주제로 미소공동위원회 협의대표 선정 과정에서 민주주의 논쟁과 기독교 단체의 참여문제를 다뤘다.

박 교수는 “해방 공간에서 미국과 소련은 다같이 한반도에 민주국가 건설 약속을 했다. 1948년 이들이 세운 국가 이름에는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등 모두 ‘민주’라는 단어가 있었다”며 “하지만 두 나라는 완전히 다른 체제의 나라가 됐다”고 운을 뗐다.

그는 “미소공동위원회는 민주주의 원칙 하에 독립적인 임시민주정부 세우기가 목적이었고, 이를 위해 민주적인 정당 및 사회단체와 협의해야 했다”며 “하지만 미국과 소련은 민주주의에 대한 생각이 달랐고, 결국 합의할 수 없었다. 결국 미소공위가 결렬된 이유는 민주주의의 정의가 달랐기 때문”이라고 했다.

▲학술대회 기념촬영 모습. ⓒ샬롬나비

▲학술대회 기념촬영 모습. ⓒ샬롬나비

박명수 교수는 “미소공위의 핵심 논쟁은 ‘민주주의가 무엇인가’였다. 소련이 말하는 민주주의는 노동자와 농민이 주인이 되고, 소자본가와 지식인이 포함되는 인민이 주인 되는 세상이었다. 여기에 의하면 기존 민주주의는 반동이 되는 것”이라며 “소련은 이런 세력들을 다같이 친일세력으로 몰아 공격하며 새 정부에 참여시켜서는 안 된다고 봤다. 여기에 포함되는 것이 이승만·김구·조만식”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이 말하는 민주주의는 모든 국민이 투표를 하고, 그 대표가 정치를 하는 대의민주주의이며, 이것을 자유민주주의라 부른다, 미국 민주주의의 핵심은 다수결 원칙을 존중하지만 소수의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는 제도”라며 “반탁의 자유도 인정돼야 하고, 따라서 이승만·김구·조만식은 새 나라 건설에 참여시켜야 한다는 것이 미국식 민주주의”라고 전했다.

박 교수는 “제2차 세계대전 동안은 파쇼와 싸우기 위해 미국과 소련은 불편한 동거를 했지만, 전쟁 후엔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전쟁에 들어섰고, 결국 미소공위는 결렬됐다”며 “이런 과정에서 기독교는 어떤 위치에 있었는가? 해방공간에서 이승만으로 대표되는 남한 기독교인들은 미국식 민주주의를 원했다”고 말했다.

남북한 기독교인들, 미국식 원해
남한, 1948년 미국식 민주주의로
북한, 기독교 탄압 후 협상 결렬
자유민주주의 하 평화통일 추구

그러면서 “기독교인들은 개항 이후 줄곧 미국식 민주주의를 원했고, 3.1운동에서 이들이 강조한 민주주의는 바로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미국식 민주주의였다”며 “이승만과 김구는 같은 기독교인으로서 미소공위가 주장하는 민주주의가 무엇인가를 묻고, 자신들이 원하는 민주주의는 미국식 민주주의임을 밝혔다. 1948년 대한민국은 이런 기초 위에 세워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해방공간에서 북한 기독교 세력, 즉 조만식과 기독교도 미국식 민주주의를 원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들이 미소공위 협상 대표로 들어가면 북한도 좌우로 나뉘어 협상에서 불리해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며 “이들은 북한을 단일 좌익세력으로 통일시키기 위해 조만식을 전향시키거나 배제해야 했다. 결국 조만식이 전향을 거부하자 그를 제거했고, 북한 내 기독교 세력도 협상 대표가 될 수 없도록 탄압했다”고 했다.

박 교수는 “결국 북한 기독교 세력은 북한에서 자유민주주의, 즉 미국식 민주주의를 지지했기 때문에 탄압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이들은 월남해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협조할 수밖에 없었다”고 결론내렸다.

끝으로 “한국인들이면 누구나 한반도 통일을 원한다. 문제는 ‘어떤 체제로의 통일인가’에 있다. 한반도 분열은 한국인들이 여기에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한국 기독교인들은 개인의 자유와 인간의 존엄성, 신앙의 자유가 인정되는 통일을 원한다. 이는 대한민국 헌법과 일치한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 아래 평화로운 통일을 지향한다. 한국 기독교는 이런 대한민국 헌법과 같은 노선”이라고 덧붙였다.

▲학술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샬롬나비

▲학술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샬롬나비

◈기독교가 이승만에 준 영향
1899년 개종 이후 독립 후 국가,
기독교 기반으로 할 것 주장해
우남, 신앙 토양 위에 정치사상
죄와 죽음에 대한 능동적 응답

김철홍 교수는 ‘우남 이승만의 기독교 개종과 기독교가 그의 정치사상에 준 영향’을 주제로 “1945년 11월 28일 조선기독교남부대회 주최 ‘임시정부 요인 환영대회’가 열렸을 때, 우남(雩南) 이승만은 ‘만세반석 되시는 그리스도 위에 이 나라를 세우자’고 말했다”며 “기독교를 기초로 하는 국가 건설은 해방 이후 어느 날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 아니었다. 우남은 1899년 개종 이래 줄곧 독립 후 신생 국가는 기독교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운을 뗐다.

김 교수는 “우남은 단순히 기독교 신앙을 갖고 있는(happen-to-be-a-Christian) 대통령이 아니었다. 그는 기독교 신앙이란 토양 위에 자신의 정치사상을 뿌리내리고, 독립운동과 국가 운영을 통해 기독교 정신을 고취하려 노력했던 기독교 정치사상가·정치가였다”며 “무엇이 그로 하여금 기독교가 국가 건설의 기초가 돼야 한다고 믿게 만들었을까? 그의 마음 속 기독교는 어떤 종류의 종교였을까? 그리고 기독교 신앙이 그에게 준 영향은 어떤 것이었을까”라고 질문했다.

그는 “우남의 개종 시기는 넓게 보면 감옥에 재수감된 1899년 1월 30일-1900년 초 사이였다. 성경을 읽다가 개종을 했는지, 개종을 하고 성경을 읽었는지 확인할 수 없으나, 그의 개종이 단순히 기독교에 대한 정치적 관심 때문이 아닌 점은 분명하다”며 “우남의 개종은 자신의 죄의 문제와 죽음 이후 영원한 운명에 대한 문제에 대한 능동적인 응답이었다. 그는 이대로 죽으면 자신의 죄와 불신앙 때문에 심판을 피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나의 영혼을 구해주옵소서’라고 기도한 것”이라고 했다.

옥중 개종으로 정치활동 소명도
신앙 앞서, 정치적 개종 완료해
‘복음 안의 자유인’ 개념 이해해

김철홍 교수는 “우남의 옥중 개종과 이후 지속적인 기독교 복음과의 다양한 상호작용 결과는 기독교 정치사상가, 독립운동가로 우남이 새롭게 태어난 것이었다”며 “사도 바울이 다메섹에서의 개종 당시 사도의 소명도 받았던 것처럼, 우남도 옥중 개종을 통해 소명을 받았고, 이후 그의 독립운동과 정치활동은 모두 이 소명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우남의 기독교 개종 특징은 먼저 점진적(progressive) 개종이라기보다 특정 시점에 특정 장소에서 발생한 급격한(radical) 개종에 더 가깝다는 점”이라며 “둘째로 자신이 지사(志士)적 삶을 살다 옥에 갇혔음에도, 죄인임을 인정하고 개종했다는 점이다. 그는 하나님 앞에서 능력의 한계를 가진 인간(a limited human being), 나아가 자신을 죄인으로 인정하고 복음을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셋째로 정치적 개종이 종교적 개종에 선행(先行)했다는 점이다. 대통령제 중심의 민주공화주의라는 그의 정치적 개종은 수감되기 전 이미 끝나 있었다”며 “우남은 기독교 복음 안에 있는 어떤 요소가 정신을 변화시켜 예상하지 못한 놀라운 결과를 초래한다고 보는 역동적(dynamic) 관점에서 복음을 이해했다. 우남은 개종을 통해 서구 문명이 종교개혁부터 어떻게 기독교 전통을 정치·사회·문화 속에 융합했는지 ‘기독교 내부로부터’ 이해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후 우남의 기독교 정치사상 구조를 ①영혼 구원은 곧 정신의 혁명이다 ②정신적 노예 상태에 있는 국민이 자주권을 행사하는 개인이 되어야 독립 국가를 세울 수 있다 ③교회에서 복음과 사회·정치를 연결하여 가르쳐 올바른 관점을 가진 시민을 양성해야 한다 등으로 요약했다.

또 “우남의 <독립정신(1904)>과 <한국교회핍박(1913)>, 그리고 기독교 개종 초기 글들은 그가 얼마나 뛰어난 기독교 선각자(先覺者)인지 보여주는 산 증거”라며 “놀라운 점은 무려 120년 전, 감옥 안에서 사도 바울이 가르치는 ‘복음 안에서의 자유인’ 개념을 이해했고, 이 개념이 루터의 종교개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종교개혁과 시민혁명 이후 서구 자유민주주의 제도 발전에 바울과 루터의 가르침이 어떻게 연결되는지까지 꿰뚫어보고 있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발전 이유 제대로 가르쳐야
기독교 믿어 하나님께 복? 불충분
자유인 가르친 기독교 받아들여
자유 기초한 정치·경제 제도 정착
위기 본질, 자유의 가치 방기해서
성경과 루터의 자유 재확인할 때

결론에서 “그 동안 교회에서는 대한민국이 발전한 이유에 대해, 미국이 전한 기독교를 받아들여 하나님께 복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가르쳐 왔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불충분한 설명”이라며 “우남이었다면 ‘자유인을 가르치는 기독교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종교개혁을 통해 생겨난 자유인 개념에서 자유 이념(자유주의)이 생겨났고, 개인의 자유에 기초한 정치·경제 제도를 만들어 번영한 미국처럼 우리도 대통령중심제와 의회주의, 삼권분립에 의한 견제와 법치주의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했을 것”이라고 정리했다.

김철홍 교수는 “현재 한국교회가 반성해야 할 점은 대한민국 발전을 단순히 기독교를 받아들여 생겨난 하나님 축복으로 여기는 매우 ‘미신적’ 설명에 머무른 것”이라며 “이런 유치한 설명법이 널리 유포돼, 심지어 교회 안에서도 자유의 개념과 제도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한국교회가 우남의 기독교 정치사상을 제대로 이해했다면 사회적 위기 속에서 교회가 자유의 보루 역할을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교회 자체조차 흔들리고 있다”며 “현재 한국 사회 위기의 본질은 자유의 가치를 방기한 데서 비롯됐다. 사회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교회가 먼저 성경과 종교개혁의 전통에서 자유의 가치를 재확인해야 한다. 우남이 복음을 깨달은 지 12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우남은 여전히 우리의 길잡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학술대회에 앞선 1부 개회예배는 시니어선교한국 대표 최철희 선교사 사회로 칼빈대 은퇴교수 이일호 목사가 ‘복음은 노예해방(자유)이다(신 8:1-20)’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이후 강찬·사라 CCM 사역자의 특별찬양, 총무 최선 목사의 강령 제창, 김윤태 교수의 광고, 북한교회세우기연합 사무총장 김중석 목사(사랑교회 원로)의 축도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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