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언더우드 국제심포지엄 열려
1. 지역성 안에서의 세계성
2. 지리적 관점 넘어 세대로
3. 주변부로부터의 선교
4. 비교보다 상호 문화성
5. 창조세계 돌봄
제14회 언더우드 국제심포지엄이 ‘우리의 땅끝은 어디인가: 세계기독교 시대의 지구촌 선교’라는 주제로 5월 27-28일 새문안교회 대예배실에서 개최됐다.
언더우드 국제심포지엄은 언더우드 선교사가 세운 22개 자매교회들 모임인 ‘언더우드자매교회협의회’가 주최하며, 새문안교회와 뉴브런즈윅신학교가 함께 준비하고 있다. 2008년 시작돼 코로나로 중단된 2년(2020-2021)을 제외하고 매년 열리고 있다. 팬데믹 중이던 지난해에는 존 웨이랜드 코클리 명예교수(뉴브런즈윅신학교)가 방한해 강연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보스턴대 ‘세계기독교와 선교 센터(Center for Global Christianity, and Mission)’ 대표이자 기독교 선교사(史) 및 세계기독교 신학 최고 권위자인 데이나 L. 로버트(Dana L. Robert) 교수가 방한해 총 세 차례 강연했다.
첫날인 27일 오전 첫 강연에서는 ‘최전방: 땅끝까지(Frontiers, or to the Ends of the Earth)’를 주제로 언더우드 선교사의 생각을 출발점 삼아, 20-21세기 선교에서 ‘최전방(frontiers)’ 개념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추적했다.
로버트 교수는 “예수님은 부활 후 땅끝(Fines Terrarum), 최전방으로 가라고 하셨다. 선교 역사에서 최전방은 혁신과 상상의 새 지평들을 상징한다”며 “태어난 곳을 떠나 새로운 경제적 기회의 장소로 이동하는 21세기 기독교인 이주자들에게, 전 세계로 가라는 그리스도의 명령은 의미 있는 개념이 됐다”고 분석했다.
그녀는 “언더우드에게 최전방은 바로 한국이었다”며 “언더우드에게 한국이라는 최전방에서 전도하는 것은 단순히 비어 있던 자리에 하나님을 채우는 문제가 아니라, 이미 은혜를 통해 한국에서 활동하시는 하나님을 발견하고 그 곳에서 하나님의 일에 참여하는 문제였다”고 밝혔다.
또 “언더우드는 1908년 이미, 한국이 기독교를 통해 세계적 영향력을 갖고 기독교 세계관을 형성할 것이라 믿었다. 놀랍지 않은가”라며 “언더우드는 자신의 저서 곳곳에서 모든 곳의 경계를 넘어 모든 곳으로 가는 세계기독교의 오늘을 예견했다”고 소개했다.
이후 21세기 현 상황에서 최전방에 대해 “많은 사람들에게 땅끝까지 간다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알지 못하는 나라들과 민족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여전히 선교는 신앙의 지리적 위치와 민족적 확장에 관한 것이지만, 최전방은 상황에 따라 계속 변화한다. 최전방 개념은 교회가 경계를 넘어 1920-1960년 사이 더욱 확장돼 산업화·근대화, 여러 형태의 사회적 불안을 포함한 전 세계적 문제들을 다루는 것까지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데이나 로버트 교수는 “특히 제2차 세계대전 후 ‘최전방’은 선교적 과제의 성육신적 본성 자체를 가리키는 에큐메니칼적 비유가 됐다. 최전방 개념은 식민지 확장의 모형이라기보다 세계 모든 곳들을 오가는 선교와 연결됐고, 신앙과 불신앙 사이 다중적 경계도 넘어섰다”며 “20세기 중엽까지 선교 사상가들은 선교 개념의 탈식민지화를 시도, 급격한 사회적 변화 상황들 속 문화적·사회적·국가적 경계들을 넘어서게 했다”고 말했다.
로버트 교수는 “최전방에 사는 것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확실한 안전 없이 경계를 넘어서는 것을 의미했다. 선교 최전방은 하나님이 부재하는 세속적 공간들, 즉 젊은 인구로 넘쳐나는 서구 대학들과 도시 등도 포함됐다”며 “선교의 탈식민화는 최전방을 단지 서양인들의 책임이 아니라 전 세계 교회의 책임으로 재정의했다. 20세기 최전방 담론 변화는 세계기독교 출현에 대한 개신교적 상상력을 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언더우드가 오늘날 ‘세계기독교 시대’에 있었다면, 그에게 최전방이란 무엇이었을까? 오늘날 전 세계로 나가서 경계를 넘어선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라며 ‘최전방의 우선순위’를 5가지 소개했다.
먼저 ‘지역성 안에서의 세계성(The global in the local)이다. 그녀는 “오늘날 세계 선교는 지역적이다. 미국은 선교 최대 파송국이자 최대 피선교국이다. 초국가적 네트워크로 인해, 세계성과 지역성은 쉽게 분리할 수 없게 됐다”며 “복음주의자들에게 지역성은 초국가적 및 초교파적 선교 협력을 위한 초점이 됐다. 소통과 교통 발달로, 선교의 지역성 강조는 세계성의 본질적 구분”이라고 했다.
둘째로 ‘지리적 관점을 넘어 세대로(From Geography to Generations)’에 대해 “문화는 모든 세대에서 변한다. 신앙이 세대에 걸쳐 전수될 수 없다면, 아무런 미래가 없다. 오늘날 선교에서 가장 도전적 최전방 중 하나는 세대들을 이어주는 것”이라며 “전 세계를 향한 복음은 세대적 경계를 넘는 과제로부터 분리될 수 없다. 세계기독교는 젊은이들을 위한 운동이 돼야 한다. 어느 대륙에서든 젊은이에 대한 선교는 본질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셋째는 ‘주변부로부터의 선교(Mission from the margins)’이다. 이에 대해 “언더우드가 한국에 온 뒤 25년 만에 한국 기독교인들이 다른 나라로 선교사들을 파송한 것처럼, 중심지들이 쇠퇴하면서 주변부는 새로운 창조성과 영성, 신선한 모습의 제자도를 불러 일으켰다”며 “주변으로부터 생명력이 성장하는 동안 기독교 시대는 전 세계로 나아가며, 세계 종교로서 겸손함을 장착하고 힘의 중심지들을 주변화한다. 그렇지만 오늘의 주변부는 내일의 중심지”라고 언급했다.
넷째 ‘비교 문화성보다는 상호 문화성(Intercultural over cross-cultural)’에 관해선 “세계기독교 상황에서 선교는 모든 생명의 충만함을 위해 함께 걸어가는 순례로 이해된다. 상호 문화적 선교란 타인의 가치와 의미에 대한 주의 깊은 경청·겸손·개방이 요구되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을 기꺼이 변화시키려는 태도를 함의한다”며 “상호 문화주의는 식민주의를 해체한다. 세계기독교 시대 속 선교적 최전방은 정복이나 무력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길을 따르며, 바울 같은 제자를 거울로 삼아야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끝으로 ‘창조세계 돌봄(Creation Care)’을 국제적 도전으로 거명하면서 “오늘날 창조세계가 위협받고 있다. 창조세계 돌봄은 특히 가난이 지구의 파괴와 상호 연관돼 있다는 인식과 함께, 세계 선교를 위한 핵심 우선순위”라며 “기후변화로 가장 크게 고통받는 사람들은 황폐화된 고국을 떠나, 이주 외에 갈 곳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다. 창조세계 돌봄이 21세기 선교적 최전방이기에,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구원의 하나님이 창조 세계의 하나님이심을 확실히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결론에서 그녀는 “최전방은 중심에서 주변부로 경계를 넘어서고, 되돌아가는 위험과 미래에 대한 기대가 모두 있는 곳이다. 이전 주변부가 신앙의 새 중심지들이 되면서, 최전방 정의는 변화한다”며 “경계를 넘는 것으로서 최전방에 대한 이해는 변화와 성장을 함축하는데, 이것들이 없다면 교회는 정체되고 소멸된다. 변화하는 상황이 최전방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요구할 때, 선교적 최전방에 대한 다양한 이해들이 나타나고 선교적 상상력을 증폭시킨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정리했다.
데이나 로버트 교수는 “최전방의 가장 심오한 신학적 의미는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으로 표현된다.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은 인간 존재의 경계를 넘으셨다. 경계를 넘는 것으로서의 선교적 최전방은 복음을 통해 하나님을 만나는 것과 세계 민족들의 문화를 자세히 알아간다는 점에서, 모두 그리스도의 성육신을 모형으로 삼는다”며 “새로운 최전방은 선교의 필수적 부분이지만, 탈식민주의적·성육신적 선교학이 제시하는 주의 사항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로버트 교수는 “최전방의 역설은 교회가 ‘땅끝까지’ 복음을 신실하게 전달하는 일에 희생과 겸손의 마음가짐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세상에 하나님께서 진실로 계시지 않은 땅은 없기 때문”이라며 “언더우드가 1908년 <한국의 소명>에서 썼듯, ‘우리가 이곳에 도착하기 전에 하나님께서 이미 성령으로 이 땅 곳곳에서 활동하고 계셨다’. 세계기독교 최전방에서 하나님은 이미 활동하시고, 자신의 백성을 복음으로 이끄시고 있다”거 덧붙였다.
이어 데이나 로버트 교수는 27일 오전 ‘우정: 하나님 나라에서’를 강연했고, 주일인 28일 오후 ‘교제: 함께 걸어가기’를 각각 강연했다.
강연에 앞서 뉴브런즈윅신학교 마이카 L. 맥크리어리 총장(Micah L. McCreary)과 문수근 목사(누산교회)가 인사말을 전했다. 첫날 질의응답은 김진홍 교수(뉴브런즈윅신학교), 28일 오후 특별좌담은 안교성 교수(장신대)가 각각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