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교회 최상훈 목사의 ‘기도 인생’ (上)
“내가 너의 기도를 통장처럼 찾아 쓸 것이다!”
예전엔 이런 책이 심심찮게 나왔다. 고난 가운데 순종과 헌신을 멈추지 않고 기도와 말씀으로 나아갔더니, 하나님의 기적을 체험하는 이야기. 그러나 합리성과 효율성이 지배하는 이성적 현대 사회에서는, ‘이상’이 흔히 보이지 않는 희귀한 것이 됐다. 머리로 이해되지 않으면 받아들이지 못하니, 머리로 비판하고 마음으로 튕겨내기 바쁘다.
최근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된 <기도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화양교회 부흥의 중심에 ‘기도’가 있음을 말해 주는 책이다. “하나님께서는 금처럼 귀한 성도들의 기도를 하나도 잊지 않으신다”는 최 목사는 어린 시절부터 몇 시간씩 교회에서 기도하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그래서 “기도는 하면 할수록 하늘나라 통장에 차곡차곡 쌓인다”는 믿음을 목회 가운데 계속 실천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 책은 ‘기도 잘하는 법’, ‘기도 응답받는 법’을 알려 주는 것이 아니다. 형편 때문에 부모를 떠나 남의 품에서 자라야 했던 어린 시절부터 지구상에서 가장 더운 아프리카 케냐와 우간다, 가장 추운 알래스카 선교 사역, 그리고 캘리포니아 벤추라를 거쳐 서울까지, 최상훈 목사의 ‘기도 인생’이 담긴 책이다.
아프리카에서 강도의 위협과 무장 시위대의 포위, 알래스카에서 아들을 잃은 아픔 가운데서도 기도의 끈을 놓치지 않은 이야기를 통해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느낄 수 있다. 다음은 “기도는 수단이 아니라 관계”라 강조하는 최상훈 목사의 책과 기도 이야기.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 오른 도서
무명 목사 첫 저서, 반응 놀라워
하늘나라 통장에 차곡차곡 쌓여
좋은 반응, 기도 원하신단 메시지
기도 없이 일하면 한계 느끼거나
지치고 회의 느껴… 영적 충전을
기도는 사라지지 않는다
최상훈 | 규장 | 328쪽 | 22,000원
-베스트셀러에 오른 소감은.
“저는 무명의 작가이기에…,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인들도 놀라고 저도 놀라고, 지금도 계속 놀라면서 이해를 못하고 있습니다. 1주일 만에 2쇄도 거의 소진됐다고 합니다. 이렇게 쓰임받는 건, 하나님께서 이 시대에 전달하시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이유가 없어요(웃음).
세련된 홍보 영상도 없고, 대형교회도 아니라서, 하나님의 역사가 분명하다고 믿습니다. 많이 읽힐 거라는 생각을 하고 쓴 책도 아니었습니다. 출판사에서 먼저 연락을 주셔서 원고를 드린 것도 드문 일이라는데, 기도하고 결정한 일이라고 들었습니다.”
-출판사에서도 기도를 많이 한다고 들었습니다.
“책 전체에 ‘4도’를 쓴다길래 그러려니 했는데, 출판사에서는 제 반응이 별로 없어 의아해 했다고 합니다. 나중에 보니 ‘올 컬러’라는 의미였습니다(웃음). 나중에 ‘무명의 작가에게 이렇게 해서 남는 게 있느냐’고 물었더니, 기도하면서 결정했다고 했습니다.
추천사를 써주신 분들 중 유기성 목사님도 교회 집회 때문에 한 번 만났을 뿐입니다. 내용을 드리고 ‘감동 있으시면 써 달라’고 부탁드렸는데, 감동을 받으셨는지 추천사를 매우 잘 써 주셨고 미국 출국 직전에 SNS를 통해서도 추천해 주셨습니다. 천정은 자매도 딱 한 번 만났는데 눈물 흘리면서 써 주셨다고 하고, 김용의 선교사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책을 읽고 기도운동이 일어나는 교회들이 있고, 독후감을 쓰는 교회도 있고, 담임목사님이 자기가 사인해서 나눠주는 교회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다 은혜이고, 감사한 일입니다. 저희 교회 유튜브 구독자가 4천 명 정도인데 하루 3백 명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홍보도 없이 출간 보름 만에 일어난 일입니다. 하나님 은혜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하죠.
출간 후 반응이 좋아서 출판사 대표님께 여쭤봤어요. ‘유기성 목사님 추천사 영향력이 이렇게 크냐’고요. 그랬더니 ‘요즘은 추천사만으론 사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어릴 때부터 기도했던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도전이 됐던 것 같습니다. 하나님께서 역사하신 것이 분명하다고 믿습니다.”
-하루 24시간 중 기도에 얼마나 비중을 두시는지요.
“사역자들의 예를 들면 쉬울 것입니다. 교회 일을 하는 것과, 기도하면서 교제하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사역자들에게 일도 중요하지만, 아침에 1시간씩 기도하거나 점심 이후 사역 중간이라도 괜찮으니 기도 시간을 확보하라고 말합니다. 기도 없이 일만 하면 한계가 느껴지거나, 지치고 회의를 느끼게 되기 때문입니다. 영적으로 먼저 충전받아야 합니다.
기도는 교제입니다. 다윗은 자신을 이야기할 때 ‘나는 기도’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삶 속에서 기도가 생활화됐던 사람이었습니다. ‘나는 기도할 뿐’이라는 부분의 원어를 찾아 보니, 직역하면 ‘나는 기도’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거기서 인사이트를 얻어, 제 삶을 기도가 되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를 비롯한 사역자들은 매일 새벽기도 1시간 외에, 사역 중 1시간 기도를 기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비정기적으로는 설교나 예배 전 기도를 많이 합니다. 책에 나온 것처럼 요즘도 하루 6시간씩은 기도하진 못하지만, 2시간씩은 하려고 합니다. 기도가 일상화돼 있기에, 크고 어렵게 느껴지진 않습니다.”
-교회에서 성도들과 ‘기도 통장 운동’을 하고 계시죠.
“매년 두 번씩 ‘기도 통장 운동’을 하는데, 이번에 1등을 한 친구가 ‘어니스트데이’ 디자이너입니다. 두 달 동안 하루 9시간씩 기도해야 하는 분량이었습니다. 기도 통장 상위권은 대부분 직장인이나 대학생입니다. 새벽에 일어나서부터 기도하고, 직장 가기 전에 기도하고, 틈날 때마다 기도합니다. 기도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그 자매가 직장에서 퇴근할 때 동료들이 엘리베이터를 대신 잡아 줄 정도라고 합니다. 저녁을 간단히 먹고 12시까지 기도한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기도가 무언가를 위해 3천 배를 올리고 하는 것 같은 ‘수단’은 아닙니다. 시간적 목표가 의미 있는 이유는, 기도 자체가 하나님과 교제하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불교는 기도를 해서 자기 목적을 이루려는 것이지만, 기독교는 기도 자체가 주님과의 교제이자 즐거운 시간입니다. 어떤 목적이 없습니다. 우리 기도 속의 간구를 이뤄주기도 하시지만, 근본 목적은 아닙니다. 그것은 일종의 선물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잘 되는 건 아닙니다. 초신자나 기도 초보들을 위해, ‘기도의 범위’를 좀 넓혀줬습니다. 눈 감고 있는 것조차 너무 힘든 이들에게는 찬양하거나 선포하는 것, 찬양을 듣고 있는 것도 기도라고 했습니다. 찬양이 곡조 있는 기도이고, 말씀도 선포하는 기도이니까요.
성도님들 중 2-3분도 기도하기 힘든 분들에게는 ‘교회에 와서 그냥 앉아 있으라’, ‘힘들면 은혜로운 찬양을 틀어놓고 들으라’고 합니다. 주님의 속성이 들어 있는 영적 찬양이나 저희 교회 유튜브 3분 설교를 듣는 등 방법을 다양화하고 있습니다. ‘나는 소금입니다’처럼 매일 선포하는 말씀들을 모아 놓은 저희 교회만의 ‘선포 캘린더’를 펴 놓고 선포하는 것도 기도입니다. 이렇게 기도의 범위를 넓혀 나가면서 기도와 친해지게 하니, 눈을 감고 기도하는 것도 조금씩 익숙해졌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