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교회 최상훈 목사의 ‘기도 인생’ (下)
서울 세종대와 건국대 사이 위치한 화양교회는 2014년 최상훈 목사 부임 이후 10년 만에 비약적으로 양적 성장과 질적 성숙을 이뤄내고 있다. 오랜 분쟁으로 침체돼 있던 화양교회는 출석 교인 1,600여 명(온라인 포함)을 넘어서며 부흥하고 있다. 특히 청년 교회를 새로 조직하고 재정을 독립한 결과, 청년 부흥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최상훈 목사의 목양실은 3평 정도로 교회 규모에 비해 매우 작다. 교회 내 공간이 부족해 목양실 바깥쪽 절반을 새가족실로 내줬기 때문이다. 그만큼 새신자들이 끊이지 않는다는 말도 된다. 특히 청년 부흥과 함께 선교지 60여 곳을 지원하는 등 선교 지향적 사역을 하고 있다. 다음은 지난 상편에 이어지는 최상훈 목사의 ‘기도 인생’ 이야기.
‘기도 통장 운동’ 통해 기도 늘어
초보? 찬양하거나 듣는 것도 돼
직장인·청년, 하루 9시간 기도도
5분 기도도 힘들다면, 1분이라도
기도는 사라지지 않는다
최상훈 | 규장 | 328쪽 | 22,000원
-‘기도는 관계이다’는 말씀이 확 와닿지는 않습니다.
“카페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이야기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 사람이 손에 든 물건에 관심을 가질까요? 진짜 사랑하면, 커피 한 잔만 놓고 두세 시간을 이야기해도 즐겁지 않을까요? 예수님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도해서 뭔가 얻어내려 하기보다,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으면 그저 행복하고, 교제하는 순간순간이 즐겁겠죠.
그렇기 때문에 기도를 많이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5-6시간 동안 기도할 수 있겠습니까. 저희 교회 ‘기도 통장 운동’을 할 때, 3시간 기도하는 사람은 1백여 명이나 됩니다. 정말 은혜를 많이 받으면, 똑같은 찬양을 50번씩 불러도 감격이 있지 않습니까. 세상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사랑하는 마음이 은혜라고 생각합니다.
젊은 시절 가난해서, 아내와 연애할 때 연세대부터 광화문까지 계속 걸었습니다. 집에 가면 발에 물집이 잡혀 있었어요(웃음). 이대앞 웨딩샵을 지나가면서 결혼 이야기도 나누고요. 이것은 의무로는 불가능합니다. 사랑하니까, 그 먼 거리를 걷는 것도 행복했어요. 같이 있는 것 자체가 행복이니까요. 알콩달콩 사랑할 때는 가능합니다.
그냥 앉아 있는 것도, 찬양하는 것도, 유튜브 찬양을 틀어놓고 듣는 것도 훈련이 필요합니다. 연습해야죠. 그러면 점점 좋아집니다. 기도도 맛을 알아야 재미있어요. ‘맛보아 알지니라’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그 맛을 알면, 일부러 멀리 맛집을 찾아가서 몇 시간씩 기다리는 것조차 즐겁지 않습니까? 주님과 교제하는 맛을 본 사람, 훈련이 되거나 계속 연습하면 소정의 과정을 ‘통과’하듯 일종의 ‘돌파’가 일어납니다. 5분 기도하던 사람이 30분씩 기도하게 됩니다. 이론적으로 설명하기 쉽지 않지만,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이해가 될 것입니다.
목회하면서도 설교 전 마음껏 기도해서 영적으로 채움을 받으면 제 안에서 저절로 은혜나 생명력이 흘러가는 ‘충만의 원리’가 일어납니다. 하지만 기도하지 않고 말씀의 이론만 갖고 들어가면, 제 은혜가 바닥이기에 짜고 짜내도 성도들이 다 알아요. 제가 충만해져야 은혜가 자연스럽게 흘러갑니다. 이는 반드시 주님과의 교제를 통해서만 얻어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교인들은 기도를 굉장히 많이 합니다.”
-청년들은 상대적으로 기도할 시간이 부족할 것 같은데요.
“오히려 반대입니다. 저녁이면 직장 일을 마치고 온 청년들이 주로 기도하고 있습니다. 저희 교회는 기도자들을 위해 본당에 24시간 찬양을 틀어놓고, 교회에 등록하면 본당 비밀번호를 다 알려 드립니다. 새벽 2-3시에 와도 들락날락할 수 있습니다.
청년들이 마음 상하거나 힘든 일들 있으면 기도하러 옵니다. 어른들보다 순수하기 때문에, 오히려 기도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갑니다. ‘기도 통장’ 상위권은 다 직장인과 청년들입니다. 퇴근하고 5시간 동안 기도하는 청년들도 있어요.
‘기도 통장 운동’을 365일 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매년 전·후반기 40일씩 두 번 합니다. 1등도 계속 바뀝니다. 기도하니까 은혜가 충만해져서 일도 더 열심히 하고, 주변에서도 응원해 줍니다. 저희는 경쟁이 심하다 보니, 걸어다니면서나 대중교통을 타고 가면서 기도하는 건 ‘기도 통장’으로 인정해 주진 않습니다.
물론 운전하면서나 걸어다니면서도 기도할 수 있습니다. 처음 기도를 시작하시는 분들에게는 굉장히 소중한 일입니다. 역대 1등과 함께 사진을 찍었는데, 엘리야가 우리와 성정이 같았다는 말씀처럼 다 평범한 청년들입니다.
올해 ‘기도 통장’ 1등이 아까 말씀드린 디자이너인데, 제 책 디자인도 150여 개 시안 중 출판사에서 뽑아놓고 보니 그 청년의 작품이었습니다.”
-‘기도의 힘’으로 교회가 부흥되고 있습니다.
“출석 교인이 1,300여 명이지만 환경이 열악해 주일 5부 예배를 드리는데, 체력적으로 힘들 때마다 ‘성찬식 키트’를 통해 ‘예수님 보혈이 내 안에 흐른다’는 믿음을 되새깁니다. 주변에 대형교회도 있어 한꺼번에 몰려들 만한 곳이 아니지만, 새벽에 청년 2백 명이 나와서 특송을 합니다.
저희 교회는 담임목사가 설교할 때 골방에서 장로들이 기도해 주는 전통이 있습니다. 처음엔 예배 시간 내내 기도해 줬는데, 지금은 설교 시간에만 해주십니다. 이번에 감리사가 되니 산하 교회 45곳의 장로 장립 등 각종 행사에 가야 해서, 마지막 청년부 예배 축도도 못하고 뛰어나가는 일이 생깁니다.
그래서 더욱 기도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오늘 예배가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결정적 순간이 될 수도 있고, 불신자가 교회에 계속 나올지 고민하는 순간일 수도 있기에, 모든 예배가 한결같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겸손할수록 하나님 앞에서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고, 그러면 기도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생명력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설교를 완벽하게 잘한다 해도, 문제는 결국 그 안에 생명이 들어가느냐에 있습니다. 말씀은 지식이 아니라 생명력이 부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눌림과 긴장이 있으니, 기도하지 않고는 안 됩니다.
저희 교회는 주일예배 시간 사이에는 상담이나 회의 등을 하지 않습니다. 유일하게 환우를 위한 기도만 허용됩니다. 장로님들과 이런저런 의논도 하지 않습니다. 처음 부임해서 200여 명이 모일 때는 주일에 ‘기획위원회’가 있었는데, 다른 날로 바꿨습니다.
기도 시간이 확보되느냐에 예배의 성패가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성패를 위해 기도하는 건 아니지만, 하나님께서 당신과의 교제 시간이 늘어나는 것을 기뻐하시고 선물을 주시는 것 같습니다. ‘기도를 쌓는 것’이라고 하면 기복적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기도를 많이 드리면 교제 가운데 선물을 주시는 것도 사실입니다.”
-끝으로 기도의 맛을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혼자 기도하는 것도 좋지만, 합심해서 기도하는 자리에 찾아가면 아무래도 기도가 약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두세 사람이 모인 곳에 내가 있겠다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기도가 안 풀린다면, 예전 기도가 풍성했을 때 은혜받았던 찬양 등이 도움이 됩니다. 저는 과거 아프리카 선교지에서 전기도 물도 없어 힘들던 시절, 기타를 치면서 ‘나의 안에 거하라’ 한 곡을 두 시간씩 불러도 눈물이 그렇게 쏟아졌습니다. 그런 은혜가 있었다면, 그런 자리를 떠올리면서 찬양할 때 좀 더 쉽게 열릴 것입니다.
선교대회나 집회 때 은혜 받았던 기억이나 기도뿐 아니라, 합심기도도 도움이 됩니다. 그러다 보면 ‘기도의 맛’이 느껴질 것입니다. 밥도 혼자 먹는 것보다 함께 먹을 때 기분이 좋지 않습니까(웃음).
성경적 지식도 뒷받침돼야 합니다. 저희 교회 몇몇 분들은 같은 설교이지만 1부 예배부터 5부 예배까지 다 드리기도 합니다. 믿음은 들음에서 나기 때문입니다. 이 말씀을 생각하면, 들을 때 믿음이 ‘패키지’로 함께하는 것 같습니다. 들을 때 깨달아져서 ‘잘 믿어야지’ 하는 것이 아니라, 들음이 믿음에서 ‘생성된다’는 것입니다. 듣다 보면 그 사람에게 믿음이 강하게 ‘장착된다’는 개념입니다.
그래서 일부 청년들도 오전 장년 예배를 드린 후 오후 청년 예배를 또 드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새 같은 때 말씀을 전하면, 그걸 토대로 한 만화가 나오고 노트가 돌아다닙니다. 자주 들으면 믿음이 강해지고, 기도의 통로가 연결됩니다.
저는 ‘말씀파, 기도파’가 따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말씀을 알면 기도할 수밖에 없고, 기도하면 말씀을 가까이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서로 사모하면서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입니다. 저희 교회는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청년들이 통성기도를 시작할 때 보면, 서서히 올라가지 않습니다. 시작하자마자 쫙 올라갑니다. 훈련이 많이 됐기 때문입니다. 처음 본 초신자들이 도망가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웃음). 조심스럽지만, 치유의 역사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기도 시간만큼은 스마트폰을 무음으로 해놓습니다. 평소에는 그렇게 못하니까요. 볼 것도 들을 것도 너무 많은 시대라 기도하기 어렵습니다. 다니엘은 놀랍게도, 이미 3천 년 전 ‘많은 사람이 빨리 왕래하며 지식이 더하리라’고 예언했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영적 가치를 더욱 붙들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지금 우리가 기도하길 원하십니다. 그러나 성도들에게는 큰 것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아직 5분 기도하기도 힘든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면 1분만 해보길 권합니다. 각자 수준에서 기쁨을 느끼며 조금씩 늘려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