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가해자 신원 파악하고도 조치 없어
6월 3일과 4일에 나이지리아 남부 베누에주의 한 마을에 풀라니 무장세력이 침입해 46명의 기독교인들을 살해했다고 모닝스타뉴스가 보도했다.
시틸레발전협회(Shitile Development Association, SDA)의 새뮤얼 도어 회장과 에브라임 주아이 사무총장이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풀라니 무장세력은 3일 이른 아침 이만데 임바칸게 마을에 침입하여 28명의 기독교인을 살해했다. 다음날인 4일에는 미치헤, 아차메그, 음바게네 크파브 마을에서 각각 6명씩, 총 18명의 기독교인을 추가로 학살했다.
성명은 “우리 지역사회에 대한 이틀간의 공격으로 총 46명의 기독교인들이 테러범들에 의해 살해당했다”며 “가장 불안한 점은, 가해자들의 신원이 보안 기관과 나이지리아 정부에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이 대학살을 끝내기 위해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라고 호소했다.
간신히 목숨을 건진 일부 주민들은 집과 농지를 버리고 이 지역을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지도자는 성명에서 “주민들이 도망치는 동안 목자들은 이 지역을 점거하고 우리 농장에서 자유롭게 풀을 뜯고 있다”며 “전반적인 불안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정확한 통계를 얻기 위한 마을 간 이동은 어렵지만, 전국의 여러 마을에서 많은 생명이 참혹하게 사라져서 온 땅이 통곡과 애도에 빠져 있다”고 호소했다.
한편 카스티나-알라 지방 정부 구역의 의회 관계자인 알프레드 아테라는 언론 성명에서 “테러범들의 무의미한 살상은 비인간적이고 야만적”이라며 “모든 보안 기관들이 긴급한 문제로, 이러한 재발 공격에 대한 대응 노력을 두 배로 강화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베뉴주 경찰 사령부의 캐서린 아네 대변인은 “경찰이 카치나 알라 지방 정부로부터 ‘이 지역의 법과 질서가 무너진다’는 보고를 받았다”면서 “공격을 끝내기 위해 해당 지역에 경찰 인력과 다른 보안 요원들을 배치했다”고 했다.
2023년 오픈도어가 발표한 세계감시목록(WWL) 보고서에서 나이지리아는 기독교 박해 국가 중 6위에 올랐다. 이는 지난해 7위보다 한 계단 상승한, 역대 최고치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나이지리아에서 신앙을 이유로 살해된 기독교인은 5,014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았다. 또한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한 납치(4,726건) 및 성폭행, 괴롭힘, 강제 결혼, 신체적 또는 정신적 학대 등의 범죄도 가장 많았다.
나이지리아는 신앙을 이유로 가정과 기업들이 공격받은 사례도 세계 1위이며, 작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교회 공격과 실향민이 발생했다.
보고서는 “풀라니, 보코하람, 이슬람국가 서아프리카주(ISWAP) 등이 몸값이나 성노예를 위해 기독교 공동체를 습격하여 살해, 훼손, 강간, 납치 등의 폭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올해도 이러한 폭력 사태가 기독교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남부 지역으로 확산됐다”며 “나이지리아 정부가 종교적 박해 사실을 계속 부인하고 있어, 기독교인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가 처벌받지 않고 계속 벌어진다”고 했다.
국제자유신앙을 위한 영국 상하원 초당공동위원회(APPG)가 올해 발표한 보고서 따르면, 무슬림 풀라니족은 주로 나이지리아와 사헬 전역에 분포하며 수백만 명의 인구를 갖고 있다. 이들 풀라니족은 다양한 혈통의 수백 개의 부족으로 구성돼 있으며, 대다수는 극단주의적 견해를 갖지 않지만 일부는 폭력적이고 급진적인 이슬람 이념을 따르고 있다.
APPG 보고서는 “풀라니족이 보코하람·ISWAP와 유사한 전략을 채택하고 있으며, 기독교인과 기독교적 상징을 겨냥한 분명한 의도를 보여 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나이지리아의 교회 지도자들은 풀라니족이 사막화로 인한 위기 해결책으로 미들 벨트 지역의 기독교 마을 땅을 점령하고 개종을 강요한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