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쓴다’ 이석현 목사의 진단
25년간 교회학교 교사 봉사 경험
잘 설명해도 다음 주 엉뚱한 대답
아이들에 잘 안 들리는 설교 문제
문맥 모르고 큐티하니, 뻔한 답만
성경 본문 한 문장 요약 가능한가
주인공 외 다른 인물에도 적용을
“큐티가 잘 안 되는 건, 국어 실력 때문입니다. 요즘 말하는 문해력이요.”
‘읽고 쓴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파워블로거이자 양주 지역에서 진로코칭 및 독서지도 등으로 목회 활동을 하고 있는 이석현 목사의 지론이다. 제법 큰 사업체를 운영하며 서울광염교회(담임 조현삼 목사)에 출석하던 그는 교회의 권유로 신학을 공부해 목회자가 됐다.
“교회학교 교사로 25년 정도 섬겼습니다. 아이들에게 잘 설명했다고 생각했는데, 다음 주에 물어 보면 엉뚱한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국어 실력의 문제라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보기엔 성경이 외계어 같을 거에요.”
아이들에게 본문을 아무리 잘 설명해도, 알아듣지 못하더라는 것. 이 목사는 교회학교는 잘 나오던 아이들이 대학에 가서 교회를 떠나는 현상도 다르게 바라봤다.
“제 또래 부모들도 그렇고,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고등학교 때까지 신앙생활을 잘했는데, 대학 가더니 MT 간다, 실험 한다 하면서 교회로부터 멀어졌다’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이미 마음은 떠났어요. 그런데 교회에 잘 나가야 용돈도 받고 할 수 있으니, 그냥 와서 앉아 있을 뿐이에요. 그러다 대학 가면 말하죠. ‘엄마, 이제부터 제가 알아서 신앙생활 할게요.’ 독립을 선언하고, 교회에 안 나가는 겁니다.”
이 목사에 따르면, 교회학교에서 아이들이 말씀을 듣지도 않지만, 말씀이 잘 들리지도 않는다고 한다. 물론 목회자들은 최선을 다해 설교하고 있지만, 앞에서 소위 모범생들이 ‘아멘’ 하는 것만 보고 있다는 것. 나머지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발칙한 생각일지 모르지만, 설교에도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아이들에게 들리지 않게 설교해 놓고, 안 듣는다고 하는 건 무책임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지난 2015년 교회 추천으로 총신대 야간 과정에 입학했습니다.”
언변에 얼마 정도 자신감도 있어서, 설교를 잘할 줄 알았단다. “그런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지만, 파트 사역자로 시작해 설교를 해봤는데 그때 그 목사님들과 다를 바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웃음).”
2019년 가을, 수소문 끝에 그가 찾은 곳은 아트설교연구원이었다. “글쓰기를 배우러 왔는데, 김도인 목사님은 글쓰기보다는 한 마디씩 툭툭 던지셨어요. 오히려 책을 몇 권 읽었느냐에 더 큰 관심을 가지셨죠. 코칭 몇 개월 뒤에 깨달았어요. 이게 맞다는 걸요.”
읽고 쓰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고 깨달았는데, 몇 개월 만에 덜컥 코로나가 찾아왔다. 진로코칭 강사였던 그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카페와 도서관에 앉아 ‘읽고 쓰다’ 보니, 여러 곳에서 독서 강사로도 활동할 수 있게 됐다.
“아트설교연구원에서 배운대로 독서와 글쓰기를 가르쳤더니, 글을 아예 못 쓰던 사람도 잘 쓰든 못 쓰든 석 달이면 어쨌든 써내더라고요. 그래서 이곳저곳에서 강의가 연결됐고, 작년부터는 도서관에서도 강의하고 있습니다. 양주 시립도서관, 고읍도서관, 광적도서관 등입니다.”
강사로 활동하면서도, 목회자이기에 선교와 이웃사랑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선교는 아는 게 없어 고민하다, 독서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는 줌(ZOOM) 기반 초등학생 플랫폼 ‘꾸그’가 떠올랐다.
“동남아 지역 아이들이 배우러 들어오는 거예요. 딱 보니 선교사 자녀들이었어요. 그들과 함께하다 보니, 선교사 자녀들에게 정말 필요한 게 이런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립된 선교사 자녀들이 한국어로 또래 아이들과 이야기하니 너무 좋아해요. 선교사님들도 좋아하시고요. 각자 수준 차이가 있어, 강의보다 말하고 쓰기를 계속 하고 있습니다.”
이 목사는 4주씩 하고 다른 선교사 자녀들을 받으려 했는데, 4주만으로는 부족함을 느꼈다. 그래서 컨셉을 ‘어린이 독서회’로 바꿔 시간대 맞는 선교사 자녀들을 묶어 계속 함께 읽고 쓸 계획이다. 이웃사랑 차원에서는 거처 인근 꿈마루 작은도서관에서 ‘어린이 독서회’를 재능기부로 섬기고 있다. ‘생각을 기르는 OOO’을 주제로 하고 있는데, 아이들 후기도 괜찮다고 한다.
이석현 목사는 큐티와 문해력의 관계에 대해, 본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말씀 본문의 맥락을 봐야 하는데, 단어만 봐요. 한 단어에 꽂혀서 온 우주를 헤매지만, 안착하는 곳은 뻔하죠. ‘나도 이제 전도해야지’, ‘성경 열심히 읽어야지’, ‘기도해야지’, ‘예배 잘 드려야지’. 맥락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문맥을 모르고 큐티를 하니,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오게 된다는 지적이다. “처음에는 열심히 하던 아이들도, 매일 답이 똑같으면 싫증이 날 수밖에 없죠. 문맥을 깨닫게 해주는 법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본문을 이해했음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독서도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문단을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으면 이해한 거죠. 그런데 우리의 성경 읽기에서는 그런 게 전혀 안 되고 있어요. 할 필요도 못 느끼고, 하는 방법도 모르죠. 그런데 어떻게 본문을 이해했다고, 큐티의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두 번째도 신선하다. “자신을 성경 본문 속 주인공에게만 적용하고 대입해요. 하나님은 선인과 악인 모두를 사랑하시잖아요? 악당으로 보여도, 하인 중 하나여도, 행인이라도, 모두 하나님의 자녀 아닐까요. 주인공이 아닌, 등장인물 각각의 입장에서 본문을 적용해 본다면, 좀 더 다양한 방법으로 본문을 조명할 수 있고 자기 일상에 적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의 지론은 ‘신앙생활이 일상생활이고, 일상이 곧 큐티다’이다. “예배드리는 것만이 아니라, 문방구에 가서 연필을 사든, 놀이터에서 놀든 다 신앙생활이죠. 일상생활이 신앙생활이 되고 신앙생활을 유지하려면, 큐티를 해야 합니다.”
그가 소개하는 큐티란, ‘거울 보기’와 같다. “아침에 거울을 보고 밖에 나와도, 하루 동안 살다 보면 옷매무새도 흐트러지고 얼굴에 뭐가 묻기도 하잖아요. 신앙생활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믿음을 가지고 살아도 어느 순간 흐트러질 수 있는데, 거울을 안 보니 그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석현 목사는 이에 ‘큐티하는 방법’을 ‘큐티, 열쇠는 문해력이다’는 코너로 본지에 연재할 예정이다. 일단 본문을 이해해서 본문의 지혜를 자신의 마음에 담고, 그것을 이웃들에게 흘려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저는 ‘읽고 쓰는 목사’입니다. 하나님 마음을 읽고, 그 사랑을 이웃들에게 쓰는 목사와 교회가 돼야겠죠. 큐티도 마찬가지로, 하나님 마음을 읽고 쓸 수 있게 하는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