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성경 18-1] 바나바와 바울의 영원한 우정 (1)
진한 우정 보여주는 성경 이야기
구약에선 다윗과 요나단 대표적
요나단의 순수하고 뜨거운 우정
사울과 읽는 우리, 부끄럽게 해
요나단 없이 다윗 살아남았을까
나이 떠나 격의 없는 친구, 든든
1. 들어가는 말
성경에는 세상에서 찿아보기 힘든 진한 우정을 보여주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습니다. 구약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다윗과 요나단의 우정’이라면, 신약에서는 ‘바울과 바나바의 우정’을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요나단과 다윗의 우정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지만, 바나바와 바울의 우정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구약에 나오는 다윗과 요나단의 우정 이야기는 많은 문학 작품의 소재가 될 정도로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그 이유는 성경 자체가 하나님 안에서 이 둘 사이에 펼쳐지는 순수한 우정을 자세히 묘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왕이자 아버지인 사울이 원수로 여기는 다윗을 여러 차례 아버지 명령을 어겨가면서 목숨을 구해주는 요나단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정말 신분과 환경을 초월한 보기 힘든 우정임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다윗을 향한 요나단의 순수하고 뜨거운 우정 때문에 자신의 처할 수 있는 위험도 고려하지 않고 헌신적으로 다윗을 구해주는 모습은, 다윗에 대한 시기로 활활 불타오르는 사울을 부끄럽게 만들 뿐 아니라 그 이야기를 읽는 우리도 이들의 순수함에 머리를 숙이게 만듭니다.
요나단의 이런 헌신적인 희생이 있었기에, 다윗을 통하여 펼쳐지는 하나님의 구속 사역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분명히 요나단은 다윗을 통하여 펼치고자 하신 하나님의 구속 사역을 위하여 만세 전에 미리 준비된 인물이었을 것입니다. 요나단과 다윗의 우정을 다루는 성경 구절을 읽을 때마다 만일 요나단이 없었다면, 또 요나단이 마음을 바꿨더라면 다윗이 사울로부터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을지 늘 마음이 조마조마해집니다.
이렇게 시대를 초월하여 빛나는 우정이 있었기 때문에 다윗의 이야기는 그만큼 더 감동적이 됩니다. 다윗이 아무리 하나님의 은혜를 입었더라도, 다윗 혼자만의 힘으로는 그 모든 사역을 다 감당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처럼 나이를 떠나 격의 없는 좋은 친구 또 진실한 믿음의 동역자를 만나는 것은 세상 어떤 것보다도 더 든든한 방패가 될 것입니다.
바나바-바울, 다윗-요나단 같아
바나바 도움, 이방인의 사도로서
바울의 방향 잡는데 절대적 필요
프락치 의심받아 교제도 힘들었던
바울에게 복음 전파의 장 마련해
바나바의 기여, 완전히 다른 차원
2. 바나바와 바울의 우정
우리는 같은 이야기를 바나바와 바울에게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바나바가 없었더라면, 바울은 과연 그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성취한 일들을 다 마무리할 수 있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역사적 사건에 가정법을 사용하는 것은 늘 위험 부담이 따르는 것이지만 바울의 처지를 생각해보면 쉽게 바나바가 차지하는 비중을 헤아려볼 수 있습니다.
물론 하나님을 향한 바울의 뜨거운 마음을 보시고 하나님은 그를 높이 들어 쓰셨지만, 바울이 이방 사도로서의 사역을 다 할 수 있었던 것에는 여러 사람들의 도움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서도 바나바의 도움은 바울이 이방인의 사도로서 방향을 잡아나가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하였던 것이었습니다.
바울이 다메섹 도상에서 주님을 만난 다음 과거의 잘못된 믿음을 고치고 회심을 하였지만, 문제는 그가 예루살렘 초대교회에 아무런 연고도 가지고 있지 못하였다는 점입니다. 비록 이방인의 사도로서 부름을 받았지만, 바울은 자신의 넘치는 재능을 펼칠 수 있는 복음 전파의 무대를 갖지 못하였습니다.
특히 회심 전 초대교회를 핍박하고 많은 기독교인들을 박해하고 죽였던 바울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이방인의 사도로 부름을 받았다고 주장한 것은, 당시 어느 누구도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따라서 바울이 회심 후 어디를 가든, 진의가 늘 의심의 눈초리를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회심 전 유대 전통을 지키기 위하여 함께 동고동락했던 동료들은 바울을 배신자라고 여겨 오히려 그를 죽이고자 하였습니다. 또 기독교인들은 바울이 기독교인을 가장하여 교회 내에 몰래 들어온 프락치라 의심하고 함께 교제하기를 거부하였던 것입니다.
이렇게 초대교회에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겉돌던 바울에게 복음 전파의 장을 마련하여 준 사람이 바로 바나바입니다.
성경에 보면 누가, 디모데, 디도, 마가 등 바울의 복음 사역에 큰 도움이 되었던 사람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바나바의 기여는 차원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요나단이 사울로부터 다윗의 목숨을 지켜준 덕분에 다윗이 훗날을 도모할 수 있었던 것처럼, 바나바는 바울에게 열두 사도들을 연결시켜 주었습니다. 또 이방 사도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자리를 제공하여 주었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바울은 초대교회에 뿌리를 내릴 수 있었고, 이방인의 사도로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바울, 유대+헬라 문화 정통 장점
바나바 빼놓고서 바울 생각 못해
‘진정한 기독교 창시자’ 일등공신
문제는 남은 기록 많지 않다는 점
바울이 가진 장점은 다른 열두 사도들과 다르게, 유대 문화는 물론 헬라 문화에도 정통했다는 점입니다. 바울은 성년이 되어 예루살렘에 오기 전, 고향인 다소에서 최고의 헬라식 교육을 받았습니다. 실리시아의 주도인 다소는 교육으로 유명한 도시입니다. 바울은 여기에서 헬라 문화의 정수를 공부하였습니다.
13세 성년이 되어 예루살렘으로 온 바울은 유대교에 푹 빠졌던 것입니다. “히브리인 중의 히브리인”으로서, 또 “율법으로는 바리새인”으로서 율법에 흠이 없다고 자부할 정도였습니다(빌 3:5-6). 동년배들보다 지나치다 할 정도로 유대 전통에 열심이었기 때문에, 교회를 핍박하는 데도 앞장섰던 것입니다(갈 1:14).
바울의 회심과 능력을 알아본 바나바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바울을 이방 복음 전파에 가장 적합한 동역자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들은 스데반 집사 순교 이후 헬라파 기독교인들에 대한 박해를 피해 예루살렘으로부터 피신해온 교인들이 세운 안디옥 교회에서 함께 사역을 하였습니다.
이들은 함께 전도 여행을 기획하였고, 제1차 전도 여행을 성공적으로 마침으로 말미암아 지속적인 전도 여행을 통하여 복음이 땅끝까지 전파되는 데 큰 기여를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바울이 이방 사도로서 이룬 성취는 분명 일부 학자들이 ‘진정한 기독교의 창시자’라고 부를 정도로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바울의 이런 성취는 이방 복음을 함께 기획하고 함께 씨를 뿌린 바나바를 빼놓고는 생각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바울이 이방인의 사도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도와준 바나바의 역할은 바울의 사역에서 다른 누구보다 더 돋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바나바가 바울에게 어떻게 도움을 주었는지 자세히 살펴보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바나바에 관한 기록이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런 점에서 많은 부분을 추정이나 추측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바나바가 그 중요성에 비해 많은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이 글에서는 바나바가 바울에게 어떻게 기여를 하였는가 하는 점을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류관석 교수
대한신대 신약신학
서울대 철학과(B.A.), 서강대 언론대학원(M.A.), 미국 Reformed Theological Seminary(M. Div.), Trinity Evangelical Divinity School (Th. M. 구약 / M. A. 수료), Loyola University Chicago(Ph. D., 신약학)
미국에서 Loyola University Chicago 외 다수 대학 외래 교수
저서 <구약성경 문화 배경사>, <산상강화(마태복음 5-7장)>, <기적의 장(마태복음 8-9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