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우드·아펜젤러 이전에… 귀츨라프가 있었다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루터회 학자들 연구해 도서 발간

황해·충청도 지역 한 달간 방문, 일기 통해 당시 조선 기록 남겨
한글 주기도문 최초 번역하기도, 역사 교과서에는 감자 전파자로

금지된 중국 내지 선교 시작해, ‘중국 내지 선교의 조부’로 불려
태국·일본 방문 개신교 선교사, 일본어 요한복음·요한서신 번역

귀츨라프 선교사의 조선 방문
최태성·신호철 | 컨콜디아사 | 328쪽 | 20,000원

기독교한국루터회(이하 루터회) 출판사인 컨콜디아사에서 우리나라 최초 개신교 선교사인 칼 귀츨라프(Karl Friedrick August Gützlaff, 1803-1851) 선교사에 대한 이력과 그의 조선 방문 중 쟁점 등을 소개한 <귀츨리프 선교사의 조선 방문>을 펴냈다.

루터회에 따르면 귀츨라프 선교사는 개신교 최초의 선교사라 불리우는 언더우드·아펜젤러 선교사보다 53년 먼저 한반도를 찾았고, 이 땅에서 행한 선교 행적들을 살펴보면 한국교회가 기념해야 할 만한 내용들이 적지 않다.

1832년 대형 상선 로드 애머스트호(Lord Amherst)에 통역 및 의사 자격으로 승선한 독일인 루터회 선교사 귀츨라프는 그해 7월 17일 처음 조선 땅을 밟았다. 귀츨라프는 1개월 동안 황해도와 충청도를 방문했다. 그는 일기를 써서 조선 방문 생활을 생생한 기록으로 남겼고, <조선어에 대한 소견(The Remarks on the Corean Language)>라는 글을 통해 훈민정음(한글)을 세계에 알리기도 했다.

귀츨라프는 1803년 7월 8일 독일 루터교 가정에서 나고 자랐다. 어려서부터 선교 열정을 품고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선교사 수업을 3년간 받았고, 네덜란드 선교회 선교사로 자카르타에 파송됐다. 그러나 3년 후 네덜란드 선교회를 탈퇴하고 초교파적 선교 사역을 했다. 인도네시아와 태국을 거쳐 중국에서 주로 사역했다.

당시 선교사들은 중국 정부에서 금지한 ‘내지 선교’는 엄두도 못 냈는데, 귀츨라프는 과감히 중국인들을 전도인으로 훈련시켜 ‘내지 선교’에 나섰다. 기록에 따르면 그는 중국인 협회(the Chinese Union)를 결성해 약 1천 명의 권서인과 1백 명의 설교자를 파송해 중국 내지 선교를 지원했고, 중국인 2,800여 명에게 세례를 줬다고 한다.

그래서 ‘중국 내지 선교의 아버지’라 불리는 허드슨 테일러(James Hudson Taylor, 1832-1905)는 귀츨라프를 ‘중국 내지 선교의 조부(祖父)’라 부르기도 했다. 선교 후반에는 독일 바젤선교회·라인선교회와 협력했으며, 베를린 여성선교회를 조직하는 등 독일과 긴밀히 협력했다.

귀츨라프는 우리나라 선교사(史)에서 ‘최초’인 분야가 적지 않다. ①한국 방문 ②한글 주기도문 번역 ③한문 성경 전달 ④한글 우수성 세계에 소개 ⑤서양 감자 파종 ⑥서양 근대 의술 집행 ⑦체계적 동북아 선교전략 구상 등이다.

뿐만 아니라 태국을 방문한 첫 개신교 선교사이며, 톰린과 함께 신약성경 전체와 구약성경 일부를 태국어로 번역했다.

▲칼 귀츨라프. ⓒ베델성서연구원
▲칼 귀츨라프. ⓒ베델성서연구원

귀츨라프는 최초의 일본 프로테스탄트 선교사로도 불린다. 그는 조선 방문 후 류큐(오키나와) 나하에 들렀고, 일주일 동안 머물며 사람들과 교류했으며, 류큐 국왕에게 선물과 함께 세 권의 한역 성서를 증정했다.

중국에 돌아간 후에도 일본 선교에 관심을 두고 표류한 일본 어민 3명을 돌보며 일본어를 배워, 요한복음과 요한 1-3서를 일본어로 번역해 1837년 싱가포르에서 출판했다. 이는 프로테스탄트 최초 일본어역 성서이다. 이후 1837년 7월 모리슨호를 타고 일본 입항을 시도했으나, 포격을 받고 돌아가기도 했다.

홍콩에서는 베데스다 고아원을 세웠는데, 최고 1,000명 이상의 아이들을 수용했다. 홍콩에 있는 그의 무덤에는 중국어로 ‘궈스리에(郭实猎) 목사’로 적혀 있으며, ‘중국 신의종교회(복음주의 루터파 교회)의 아버지’라 불리고 있다. 독일어 비문에는 중국인의 사도로, 영어 비문에는 중국에 온 첫 번째 루터파 선교사로 소개돼 있다.

루터회는 지난 2016년 칼 귀츨라프 연구 소위원회를 구성해 관련 서적을 연구해 왔고, 2016년 4월 루터대학교와 보령시청 간 협약을 체결했으며, 그의 의료선교를 기념해 루터대와 샘병원, 고대도 주민간 협약도 체결했다.

이후에는 보령시기독교연합회를 주축으로 ‘사단법인 보령기독교역사문화선교사업회(이사장 박세영 목사)’가 2022년 7월 설립됐고, 루터회는 사업회와 귀츨라프 연구사업에 대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를 계기로 2022년 9월 루터회는 ‘칼 귀츨라프연구위원회(위원장 최태성 목사, 위원 엄진섭·최준혁 목사)’가 구성됐다.

이와 함께 귀츨라프 연구에 수십 년을 헌신해온 김주창·신호철 장로를 자문위원으로 두고 귀츨라프의 한국 방문 일정과 지역 고증에 주력해 왔다.

이 책은 1차 자료인 귀츨라프 일기, 린지 보고서, 귀츨라프 보고서, 조선어에 대한 소견과 우리나라 역사 기록인 순조실록, 순조실록 자문, 일성록, 비변사 등록을 번역해 귀츨라프 연구의 토대가 되는 역사자료들을 집대성하고 있다. 이 외에도 귀츨라프 관련 여러 내용들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가장 큰 이슈인 ‘귀츨라프가 과연 어느 지역에서 선교했는지’에 대한 연구 자료를 싣고 있다. 전체 자료를 통해 연구한 결과 귀츨라프의 우리나라 주 선교지는 원산도일 가능성이 높다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에디터 추천기사

북한 2025 신년경축대공연 김정은

평양 한복판 김정은 앞 ‘예루살렘 그 거룩한 성’ 성가 멜로디, 우연인가?

‘우리의 국기’ 연주 중 간주 부분 세계적 성가곡 ‘거룩한 성’ 유사 조옮김해 보면 박자와 음정 일치 표절보단 개사 후 ‘복붙’한 정도 예루살렘 재건 노래한 유명 성가 평양, 동방의 예루살렘 불리던 곳 김정은 등 최고 지도부가 총출동한 북한(조선민주…

복음통일 컨퍼런스 33차

25년 후 기독교 인구 265만 명 감소 예상… 경상도가 감소율 최고

25년 후에는 국내 기독교인의 인구가 지금보다 265만 명 줄어든 560만 명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제시됐다. 특히 지방 소멸 위험 증가 속에서 경상도 지역에서는 절반 가까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목회데이터연구소(이하 목데연)은 21일 넘버즈 272호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낼 성경에 사인하는 김진홍 목사.

윤석열 대통령, 옥중에서 성경 읽는다

김 목사 “나도 옥중에서 성경 읽다 영적 체험 尹도 하나님 만나 새로워진 뒤 직 복귀하길” 시편 “여호와께서 붙드심이라” 글귀도 적어 윤석열 대통령이 옥중에서 성경을 읽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소식은 김진홍 목사(두레수도원 원장)가 매일 아침 공…

윤 대통령을 둘러싼 사법부의 행태 규탄 기자회견

“윤 대통령 인권 침해 반대… 인권위, 불구속 수사 권고해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와 구속을 강력히 규탄하며 국가인권위원회가 대통령의 방어권을 보장하고 불구속 수사를 권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자유인권실천국민행동,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 세이브코리아(SAVE KOREA) 등 40여 개 시민·기독교 단체들은 20…

Carl R. Trueman 칼 트루먼

세상 바꾸려는 비판 이론, 세상 바꾸는 참 복음으로 바꾸자

서던 침례 신학교 총장인 앨버트 몰러는 이렇게 평가했다: “칼 트루먼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그를 발명해야 했을 것이다.” 재치 있고 탁월한 평가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트루먼처럼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사상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찬수 목사

이찬수 목사 “‘유사 내전’이라 할 정도로 대립 심화”

분당우리교회(담임 이찬수 목사)에서 ‘나라를 위한 기도’와 ‘나라를 위한 기도제목’을 홈페이지에 소개했다. 이찬수 목사는 지난 15일 ‘지금은 나라를 위해 기도할 때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역대하 7장 14-15절을 언급하면서 “지금은 겸손한 마음으로 하나…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