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 아이들이 가정교육을 어떻게 받았는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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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 6] 다음 세대와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2)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라본다면,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게 될 것
어른들의 말투와 행동이 변하면
아이들의 말과 행동도 변하게 돼

예전 어느 주일날 고등부 예배를 마치고 집에 가는 아이들과 인사하고 있을 때였다. 그때 선생님 한 분이 필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필자는 아이들과 인사하는 것을 멈추고, 그 선생님을 만나러 갔다. 그 선생님은 나에게 답답하고 화가 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교사: 목사님, 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필자: 네, 선생님. 말씀하세요.
교사: 목사님, 저희 반 아이들이 5명이 있거든요. 다른 애들은 다 말을 잘 듣는데, 남학생 두 명이 말을 잘 안 들어요. 도대체 아이들이 집에서 가정교육을 어떻게 받았는지 모르겠어요. 그 아이들 서로 떨어뜨릴 수 없나요? 한 명은 다른 반에 보내면 안 되나요?

그 선생님이 필자에게 와서 했던 말은, 자기 반 학생이 5명인데 그 중 남자아이 2명이 너무 말을 안 듣는다는 것이다. 도대체 아이들이 집에서 가정교육을 어떻게 받았는지 모르겠다면서, 그 아이들을 서로 떨어뜨릴 수 없는지 물어본 것이다.

그 선생님 반 남자아이 2명은 서로 친구였다. 남학생 한 명이 친구 1명을 전도했다. 남학생이 전도한 새신자 남학생은 1년 동안 친구를 따라 교회에 잘 나왔다.

아무 기대 없이 교회에 갔는데, 막상 교회가 좋았다고 했다. 예쁜 여자애들도 많고 중학교 때 친구들도 많아서 좋았던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학교에서는 느낄 수 없는 따스함이 있어 좋다고 했다. 그래서 그 남학생은 믿음이 없어도 교회 나오려고 토요일 밤을 새우고 다음 날인 주일 교회에 나와서 예배를 드렸다.

매주는 아니더라도 한 달에 3번 정도는 꾸준히 예배에 참석했다. 1학년 때는 반을 맡았던 담임선생님이 그 친구를 잘 챙기셨다. 어머니의 마음으로 품고 사랑해 주셨다. 매주 그 친구 집 앞에 가서 그 친구를 깨워 교회로 데리고 오셨다.

그런데 그 선생님이 개인적 사정으로 잠시 교사를 쉬게 되셨다. 2학년이 되면서 다른 선생님이 그 아이를 맡게 되었는데, 새롭게 그 아이를 맡은 다른 선생님 눈에는 그 아이가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버릇없는 학생으로밖에 안 보였던 것이다.

그 선생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갔다. 그 아이의 예배 태도가 좋지 못했다. 예배드릴 때 핸드폰을 하고 있거나 몰래 귀에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기도 했다. 그게 아니면 옆 친구와 이야기를 했다. 그 선생님도 처음에는 잘 챙겨 보려 했지만, 얼마 안 가서 폭발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 선생님이 필자를 찾아와 화를 내면서 답답함을 토로했을 때, 필자는 그 선생님께 한 가지 질문을 했다.

“선생님, 혹시 그 친구 집안 사정을 알고 계십니까?”

필자의 질문을 받은 그 선생님은 뜨끔 하는 표정을 짓더니 “네”라고 조용히 말했다. 필자가 선생님께 왜 그런 질문을 한 줄 아는가?

하루는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전화를 건 분은 그 남자애를 전도한 친구의 어머니였다. 어머니께서 그 남자아이의 집안 사정을 이야기해 주시는데, 참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부모님이 이혼하셔서 할아버지와 둘이 살고 있었던 것이다.

어머니는 연락도 안 되고 그나마 아버지랑 연락이 되는데,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치매가 있으셔서 일을 할 형편이 못 되었다.

그래서 그 남학생은 먹고살기 위해 학교를 마치고 고깃집에서 저녁 늦게까지 일을 한다고 했다. 그렇게 하루 벌어 하루를 먹고 사는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 남학생의 친구 어머니는 그 남학생이 너무 불쌍하다면서 우셨다. 그러면서 그 남학생을 잘 부탁한다고 하셨다.

처음 필자는 그 선생님이 남학생 집안 사정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안다면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았느냐고 말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 선생님은 남학생이 힘들고 어렵게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계셨다. 그럼에도 그 선생님의 눈에는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버릇없는 아이로밖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필자는 그런 선생님의 모습을 보면서 순간 말문이 막혔다.

아이의 가정환경을 알고 있음에도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화를 내는 선생님께, 뭐라고 이야기를 해야 할지 고민했다. 결국 담당 교역자인 필자가 아이들을 직접 만나 타이르겠다고 이야기하기로 하고, 대화는 끝났다.

그 뒤로 그 남학생은 교회와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가, 더 이상 교회에 나오지 않았다. 필자는 그 모습을 보면서, 아이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그 선생님이 그 아이에게 한 번이라도 따뜻한 말을 해준 적이 있었을까? 그 남학생을 위해 헌신하려던 마음은 있었을까? 1학년과 2학년 때 선생님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도대체 그 선생님은 왜 그 남학생에게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아이’라는 막말을 했을까?

필자는 그 차이를 영혼을 사랑하는 마음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영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려 한다.

우리가 왜 아이들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줄 아는가?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고, 내 입장에서 생각하기 때문이다.

필자도 아이들을 사랑한다고 생각했지만, 내 입장에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필자는 변하기로 했다. 내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고,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했다.

처음에는 아이의 부족한 모습에 잔소리가 목끝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인내하고 계속 아이 입장에서 바라보니, 필자의 시선이 점점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필자의 시선이 변하니, 아이를 향한 필자의 말투와 행동이 자연스럽게 변하기 시작했다.

아이를 향한 사랑의 공감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필자의 말투와 행동이 변하니, 아이들의 말과 행동도 변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자신들을 향해 어떤 마음을 가지고 대하는지 너무 잘 안다. 어른이 정말 나를 사랑해서 조언을 하는지, 무시하고 있는지,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너무 잘 안다.

기억하자. 내 입장이 아닌 아이 입장에서 생각하면 내 말과 행동이 정죄와 분노와 무관심에서, 사랑과 공감으로 변하게 된다.

기억하자! 공감의 첫 단계는 내 입장이 아니라, 아이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청소년들과 함께하고 있는 김맥 목사.

▲청소년들과 함께하고 있는 김맥 목사.

김맥 목사

고신대학교 신학과 졸업
총신대학원 M.div 졸업

전) 참사랑교회 청소년부, 성동교회 중등부, 부광교회 청소년부, 성일교회 중등부, 화원교회 고등부 전임목사 및 주일학교 디렉터
현) 초량교회 교구담당 및 고등부 담당 주일학교 디렉터

저서 <얘들아! 하나님 감성이 뭔지 아니?>, <하나님! 저도 쓰임 받을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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