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사람과 사람 연결시킬 매개체… 선교 활용을”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커피선교회 C-커넥션 김경록 대표

10/40창과 ‘커피 벨트’ 거의 일치
현지인들과 접촉점 위해 활용을
커피 선교 네트워크·플랫폼 지향
큐그레이더, 생산국 농가에 도움
전문인 선교 아니면 입국 어려워
카페 선교, 현지인들 제발 찾아와

▲(왼쪽부터) 커피선교회 김경록 대표와 정성욱 이사장. ⓒ이대웅 기자
▲(왼쪽부터) 커피선교회 김경록 대표와 정성욱 이사장. ⓒ이대웅 기자

‘커피와 카페’는 이제 한국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문화가 됐다. 스타벅스라는 하나의 커피 브랜드가 ‘스세권(스타벅스+권역)’ 용어를 탄생시키고 부동산 가격에까지 영향을 줄 정도다. ‘커피와 카페’는 단순 음료와 공간이 아닌, 하나의 문화가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작년 커피 수입액이 13억 달러를 경신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커피 점포 수는 10만 곳에 이른다.

커피와 복음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연결해 하나님 나라 확장과 세계 선교 완성에 기여하려는 국제 커피선교회 C-Connection(커넥션)은 미국 한인들을 중심으로 창립돼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국제 커피선교회는 지난 7월 1일 서울 강남역 인근 SAGA (사랑글로벌아카데미) 캠퍼스 신관에서 창립 감사예배를 개최했다.

30여 명의 이사와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창립감사예배에서는 C-Connection 이사장에 김세대 장로(CBS 재단이사, 선한목자교회 원로), 사무총장에 오화석 안수집사(사랑의교회)를 각각 위촉했다. 주요 이사로는 멕시코 조원희 선교사, 이강철 전 케냐 선교사, 방상용 목사(세리토스선교교회), 대표 동역목회자 민상기 목사(국군중앙위례교회), 이현철 목사(푸른동산교회) 등 3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선교회의 핵심가치는 ‘Christ, Community, Culture, Coffee’ 등 4C이며, 주요 사역은 선교사 훈련 및 파송, 카페 교회 지원, 장애인 보살핌 사역, 선교적 커피 유통채널 확보 등이다. 주요 미션은 △커피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 커피 관련 개인·단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그 네트워크를 통해 커피에 복음을 실어 보내며 △지속가능한 글로벌 선교 플랫폼을 구축한다 등이다.

최근 선교회 창립 감사예배 차 방한한 선교회 대표 김경록 선교사에게 선교회 비전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는 선교회 이사장 정성욱 교수(덴버신학교)도 함께했다.

-국제 커피선교회와 본인을 소개해 주신다면.

“저는 1997년 미국으로 떠났고, 25년 동안 미국 이민교회에서 사역해 왔습니다. 지난 5월까지 한 교회 담임목사로 있다가 사임 후 선교회 대표로 풀타임 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목회 시절부터 선교에 대한 비전을 품고 단기 선교와 동원 사역을 계속해 왔습니다. 특히 커피라는 매개체를 통해 선교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후부터, 커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커피로 어떻게 선교가 가능한가요.

“전문인 선교 사역은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 진행돼 왔습니다. 저희 C-커넥션 선교회도 일종의 전문인 선교 사역입니다. 하지만 전문인 선교 하면 대부분 의료 선교를 떠올리고, 의료 선교 외에는 전문 선교단체들이 만들어져 있지도 않은 실정입니다.

선교사님들은 선교지로 나갈 때 각자 기술이든 뭐든 전문 영역을 갖추고 있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나가기 전 스스로 준비하기도 하지요. 그러나 파송 이후 전문 사역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더라도, 후원과 지원을 받을 수 없다 보니 기술 습득이 쉽진 않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커피라는 전문 분야를 좀 더 체계화하고, 파송 전부터 또는 파송 후에도 이런 부분에 있어 선교사들을 지원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질문하신 것처럼 ‘왜 커피인가?’ 하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1990년대 이후 전 세계에서 가장 집중적으로 선교하는 지역이 10/40창(북위 10-40도 지역 아시아·아프리카 지역, 이슬람권·불교권 대부분이 해당- 편집자 주) 아닙니까? 그 10/40창과 커피 생산국, 즉 ‘커피 벨트’가 거의 일치합니다.

우리가 가장 집중적으로 선교하고 있는 국가들이 모두 커피를 생산하고 있다면, 선교사님들이 그 국가로 나가실 때 현지인들과의 접촉점을 만들기 위해 커피를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아이디어를 갖게 됐고, 현대인들에게 커피는 기호식품을 넘어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품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커피 생산국이든 소비국이든, 어느 곳에서든 커피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킬 수 있는 매개체가 될 수 있습니다.”

▲커피선교회 창립예배 기념촬영. ⓒC-Connection
▲커피선교회 창립예배 기념촬영. ⓒC-Connection

-선교사님들이 해외에서 커피를 직접 재배하거나 판매하는 것일까요.

“저희 선교회에서는 선교사님들을 찾고 훈련시켜서 파송하는 부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선교사 파송은 크게 ‘투 트랙’입니다. 첫째는 아까 말씀드린 중남미와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커피 생산국가들로 나가는 선교사님들에게 전문 커피 영농 기술을 훈련시켜 드립니다.

현지에서 커피를 재배하는 농민 등 관련 종사자들 같은 경우 기본 커피 재배법은 알지만, 지금 한국이나 미국 등 주요 커피 소비국가들에서 어떤 커피를 좋아하는지 잘 모릅니다. 그리고 더 좋은 커피를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한 방법과 기술들에도 무지한 상황입니다. 그분들을 도와드리려면, 커피 소비국들에서 전문적으로 훈련을 받아야 가능합니다.

미국 커피품질연구소(Coffee Quality Intsitute, CQI)라는 곳에서 커피향미 감정평가사(Q-grader, 큐그레이더)라는 자격증을 발급하는데, 자격증을 받는 전 세계에서 거의 절반 가까이가 한국인입니다. 그런데 이 자격증이 한국에서는 별로 쓸모가 없어요. 한국 사람들은 자격증은 무조건 따고 보자는 문화가 있기도 하고요(웃음).

사실 이 자격증이 가장 필요한 곳은 커피를 재배하는 농장들입니다. 한국인들에게 자격증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크리스천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런 청년들이 커피 생산국들에 선교사로 나갈 수 있다면, 그곳 커피 재배자들에게 많은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커피 생산국으로 나가는 선교사님들에게 큐그레이더 훈련 등을 시켜드리고 있습니다.

둘째로 커피 소비국가들로 나가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이슬람권이나 중국, 인도 등입니다. 이곳들은 지금 ‘전문인 선교’가 아니고서는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커피 전문가로 선교지에 들어가실 수 있도록 훈련시켜 드립니다.

커피 선교가 그런 국가들에서 가장 효과적인 선교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선교사님들이 현지인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굳이 밖으로 나가실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현지인들이 제발로 찾아와 돈을 내면서 커피를 마시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카페는 특성상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줍니다.

그러므로 교회를 세울 수 없는 이슬람권 국가들에서 카페는 교회의 역할과 공간을 제공해줄 것입니다. 카페에서 예배든 성경공부든 제자훈련이든 다 해결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가장 효과적인 선교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커피는 처음 이슬람권에서 만들어진 것 아닌가요.

“맞습니다. 많은 분들이 커피를 서구 유럽의 문화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이슬람권에서 시작됐습니다. 커피가 만들어진 곳에 커피를 들고 선교하러 가는 것입니다. 이미 터키(튀르키예)를 비롯한 이슬람권에서 한국과 미국 선교사님들이 활약하고 계십니다.

지금 저희가 마시는 커피와 이슬람권 사람들이 마시는 커피는 맛에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터키식 커피는 저희가 마시기 힘들 정도입니다. 에스프레스보다 더 가늘게 커피를 갈아 끓여서 가루와 함께 마시는데, 매우 진하고 걸쭉합니다.

그런데 터키도 지금 한국처럼 커피 바람이 뜨겁게 불고 있어, 젊은 층과 도시를 중심으로 서양 커피 문화가 계속 유입되고 많은 청년들이 그런 문화를 즐기고 찾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교회마다 카페를 만들지만, 활용도는 높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커피 선교에 대해 아직 부정적인 여론들도 좀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은 워낙 유행이 빨리 지나가기도 하고, 그동안 커피 선교라는 이름으로 개인이나 단체가 여럿 활동했지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진 못한 것 같습니다. 커피에 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하거나 충분히 준비되지 못한 상황에서 시작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제게도 ‘카페 교회 하고 싶다’고 찾아오시는 목사님들이 많으시지만, 저는 대부분 반대합니다. 너무 쉽게 생각하고 접근하시기 때문입니다.

목회와 카페 두 가지를 병행해야 하기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충분히 준비하고 각오하시지 않으면, 목회와 카페 둘 다 안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인을 비롯해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의 로망 중 하나가 카페 하나 갖는 것이기도 합니다(웃음).”

-카페는 어떤 면이 어려운가요.

“목회자가 카페를 시작하면, 목회보다 카페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합니다. 직원이 없으면 하루종일 카페에만 매달려 있어야 합니다. 한국에서는 지금 카페 간 경쟁이 너무 심하기도 하고요.

다른 카페들과 경쟁할 만큼 전문 지식과 기술과 능력을 갖춘다면 가능하겠지만, 그렇지 못하고 그냥 교회에서 커피 내리는 수준으로 카페를 운영한다면 경쟁도 안 되고 선한 의도로 활용하기도 힘들 것입니다. 정말 카페를 하고 싶다면, 좀 더 각오를 다지고 준비를 거쳐야 합니다.”

▲정성욱 교수가 김세대 이사장에게 위촉장을 전달하고 있다. ⓒC-Connection
▲정성욱 교수가 김세대 이사장에게 위촉장을 전달하고 있다. ⓒC-Connection

-한국에서 선교사를 모집할 계획이신가요.

“일단 저희 선교회가 조금 더 많은 분들에게 알려지길 원합니다. 저희 선교회의 정체성은 네트워크와 플랫폼입니다. 지금까지 많은 분들이 커피 선교를 시도하셨지만 성공적이지 못했던 것은, 선교적으로 동력화할 만한 네트워크가 충분히 만들어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한두 명만 해서는 힘든 부분들이 있습니다.

저희는 네트워크를 통해 커피 관련 각 분야 전문 인력들이 선교회를 통해 연결되어서, 선교사님들이 필요하실 때 적재적소에 훈련하고 파송시킬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키워 나가는 상황입니다.

네트워크란 커피 관련 모든 자원들입니다. 인적 자원일 수도, 기술이나 재정일 수도 있습니다. 커피를 잘 다룰 수 있는 바리스타부터 로스팅, 장비 등의 관계자들이 모두 필요합니다.

선교사님들은 현지에서 혼자 모든 일들을 다 처리하셔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중국부터 몽골, 인도, 이슬람권 등 선교지마다 바리스타, 로스팅, 장비 유지·보수 등 각 분야 커피 전문 인력들로 구성된 단기선교 팀을 만들어 훨씬 더 효과적으로 선교사님들을 도와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원료인 커피콩 문제도 쉽지 않습니다. 원두 수입 문제는 상당히 복잡한 부분입니다. 돈도 많이 들고, 농산물이기 때문에 수입하더라도 1년 내 최대한 짧은 시간에 다 소비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두 교회, 한두 카페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입니다. 그래서 네트워크를 통해 최대한 많은 분들이 모일 때 더 선한 일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지금 진행 중인 사역과 비전을 말씀해 주신다면.

“저희 안에서 커피 전문가들을 훈련시키고, 커피 생산국에 있는 선교사님들 중 커피 농장을 운영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멕시코 치아파스 농장에서 카페 공장을 운영하시는 분이 대표적입니다. 그 커피를 미국에서 수입해 사용하기도 합니다.

커피 소비국가로는 중국이나 터키 선교사님들이 있고, 한국과 미국에서는 파송 선교사님들을 찾을 뿐 아니라, 플랫폼을 위해 더 많은 전문가들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사실 미국보다 한국에 더 많은 자원들이 있습니다. 한국 커피 시장이 전 세계 1위로 평가될 정도입니다. 제가 미국에서 처음 커피를 시작하고 배울 때보다 한국의 커피 수준이 많이 높아졌습니다. 최근 10년 사이 한국 커피 시장이 엄청나게 발전하면서, 전 세계 커피 시장에서 가장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보셔도 됩니다.

그런데 한국 커피 전문가들 중 많은 크리스천 청년들이 자신의 전문 기술이나 지식들이 선교로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모릅니다. 선교라고 하면 본인들이 돈을 벌어서 후원한다는 생각 정도인데, 지금 전문인 선교 시대는 본인들이 가진 지식과 기술들을 통해 직접적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번 방문을 통해 최대한 많은 교회들을 방문해 선교회를 소개하고 알리고 싶습니다.

커피 관련 전문가인 청년들이 한 번쯤 커피 주요 생산국·소비국 선교지들에 단기 선교를 다녀와도 좋을 것입니다. 저는 굳이 모든 사람들이 해외 선교사가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해외 선교지를 한 번이라도 다녀온 청년들은 분명히 비전 자체가 바뀔 거라고 확신합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한국교회가 지금까지 선교를 위해 많이 헌신하고 노력했습니다. 이제 지금 선교의 패러다임들이 계속 변화하고 있습니다. 전통적 선교에만 머물거나 비즈니스 선교를 부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변화하는 전문인 선교의 패러다임에 맞춰 커피 선교 사역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협력할 수 있는 방안들을 좀 더 마련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정성욱 교수님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세계 선교가 마지막 땅끝까지 이뤄지려면 선교 전략이 달라져야 합니다. 김경록 대표님 말씀대로 전통적 선교 전략으로는 더 이상 안 되는 상황이 됐습니다. 좀 더 선교 최전선에 들어가서 선교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이 ‘커피 선교’입니다.

비즈니스 선교, 전문인 선교로 가야 선교가 효과적으로 이뤄질 텐데, 커피 선교는 여러 면에서 앞으로 세계 선교에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이 일에 한국교회가 공감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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