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시 제2회 귀츨라프 학술세미나
고대도, 안전한 항구 만(灣) 없어
원산도, 안전한 정박지 여러 곳
고대도 활동했던 조선 기록 없어
사단법인 보령기독교역사문화선교사업회 제2회 귀츨라프 학술세미나가 7월 20일 오후 충남 보령시 대천중앙장로교회(담임 최태순 목사)에서 보령시기독교연합회·보령기독교역사문화선교사업회 주최로 열렸다.
최초 개신교 선교사인 칼 귀츨라프의 조선 도착일(7월 17일)을 맞아 열린 이날 행사는 ‘귀츨라프 선교사의 보령 방문, 그의 일기와 조선 왕조의 기록을 중심으로’라는 주제 아래 1부 예배와 2부 축하, 3부 세미나 순으로 진행됐다.
이날 세미나에서 최태성 목사(기독교한국루터회 칼 귀츨라프 연구위원회 위원장)는 ‘귀츨라프 선교활동지에 대한 소고’를 주제로 귀츨라프 선교사의 주 활동지가 기존에 알려진 대로 보령시 고대도인지, 아니면 바로 옆의 훨씬 큰 섬인 원산도인지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귀츨라프의 관련 기록에 따르면, 조선 측 고관들이 ‘안전한 정박지가 있고 무역 문제를 조정할 수 있으며 식량을 구할 수 있는 간갱(Gan-keang)이라 불리는 만(灣)으로 데려다 준다’고 돼 있다고 한다.
최근 출간된 <귀츨라프 선교사의 조선 방문>을 중심으로 최태성 목사는 “고대도에는 선착장 정도가 있을 뿐 안전한 항구라 불릴 만한 만이 없다”며 “반면 원산도에는 만이 여러 곳 있고, 현재 원산도항, 오봉산항, 저두항, 초전항, 진고지항, 점촌항, 구치선착장 등 안전한 정박지가 여러 곳 있다”고 밝혔다.
최태성 목사는 “고관들을 만날 수 있는 곳도 당시 관가가 있던 원산도였다. 귀츨라프가 방문한 시기는 우후(조선 시대 수군에 속한 정4품 외직 무관- 편집자 주)가 원산도에 머물던 시기였다”며 “귀츨라프는 어느 마을에서 가마를 탄 수군우후를 만났다고 일기에 쓴 것을 보면, 관가가 있는 원산도 진촌을 방문한 것이 틀림없다”고 추측했다.
최 목사는 “‘간갱(Gan-keang)’이란 문구는 당시 사람들이 암허스트호가 머문 곳을 소리나는 대로 부른 것이다. 순조실록 자문에 ‘고대도 안항에 정박했다’는 기록이 있지만, 고대도에는 ‘안항’이라는 실제 지명이 없었다”며 “로버트 모리슨의 ‘중국어-영어 사전’에는 GAN을 安(편안할 안), 항(港)자를 ‘keang’으로 표기하고 있어 ‘간갱’이 안항(안전한 항구)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안전한 항구’라면 고대도보다는 원산도가 더 걸맞다”고 주장했다.
그는 “귀츨라프는 일기에서 섬 내에 훌륭한 목초지와 비옥한 땅이 있고, 소가 많아 언제나 쇠고기를 공급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하는데, 그런 땅은 고대도가 아닌 원산도에 있다”며 “귀츨라프는 ‘간갱’을 1급 항구라고 소개했는데, 고대도에는 일시 정박은 가능해도 귀츨라프 일행처럼 20일 가까이 피항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고 밝혔다.
최태성 목사는 “순조실록 자문과 달리 순조실록 32년 기록에는 ‘고대도 안항’이 아니라 ‘고대도 뒷바다(古代島後洋)’라는 표현이 나온다”며 “귀츨라프의 국내외 모든 고대도 정박 기록은 순조실록과 자문을 통해 반복 재인용되고 있지만, 고대도에서 귀츨라프 일행이 활동한 조선 기록은 없다. 조선 기록이 많고 적음이 아니라, 처음 인용된 자료가 확실한 자료인가가 중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목사는 “군사시설 즉 진(鎭)이 있는 원산도에 이양선을 안내해 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이 있는데, 귀츨라프 방문 시기에는 원산도에 군사시설로써의 진은 없었다”며 “관가가 있는 진촌 앞바다가 부담스러웠다면, 관가와 조금 떨어진 원산도 다른 항구나 반대편인 현 개갱촌 인근에 머물게 했다면 큰 문제가 없고 오히려 통제와 관리가 편했을 것이다. 실제로 귀츨라프 일행을 맞이한 수군우후 등은 일행에게 끝까지 우호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191년 전 귀츨라프의 선교활동지를 정확하게 확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모든 기초자료들을 함께 객관적으로 연구검토할 수 있도록 제시해 주는 것은 중요한 사역”이라며 “이번에 컨콜디아사에서 출판한 <귀츨라프 선교사의 조선 방문>은 그동안 단편적으로 인용되며 소개된 귀츨라프 일기, 귀츨라프 보고서, 린제이 보고서 조선어 소견, 순조실록, 순조실록 자문, 일성록, 비변사등록 전체를 번역 소개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귀츨라프 연구의 핵심 주제이며 중요한 논의 중 하나는 역시 귀츨라프의 선교활동 무대가 어디인지 고증하는 일일 것”이라며 “저는 귀츨라프의 주된 정박지는 앞서 연구 결과처럼 원산도였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녹도와 고대도 뒷바다에서에도 정박했을 것이다. 만에하나 고대도 앞바다에 계속 정박했어도, 선교활동은 원산도 마을이 중심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신호철 대표(귀츨라프연구소)가 ‘귀츨라프 선교지 Gan-keang과 원산도에 대한 고찰’, 김주창 장로(루터회 귀츨라프 연구위 자문위원)가 ‘귀츨라프 선교사에 관한 종합적 연구’를 발표하며 고대도가 아닌 원산도 설을 펼쳤다. 논찬을 맡은 황미숙 박사와 황의천 선생은 이에 반박했다.
세미나에 앞선 축사에서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1832년 독일인 칼 귀츨라프 선교사는 기독교 선교사로는 처음으로 조선 땅 충남 보령에 머무르면서 선교 활동을 통해 우리나라에 기독교의 씨앗을 뿌렸다”며 “뿐만 아니라 선교활동 틈틈이 의약품을 전달하고 서양감자 재배법을 전수하는 등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했다”고 소개했다.
김 도지사는 “충남 보령 지역은 대한민국 기독교 역사에서 매우 뜻깊은 장소이기에, 보다 깊은 연구를 통해 그 의미를 찾고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며 “오늘 세미나가 충남 기독교의 뿌리를 찾고 학술적 깊이를 더하는 기회가 되고, 역사적 가치가 있는 유산을 어떻게 보전하고 발전시킬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외에 장동혁 의원(보령·서천)과 김동일 보령시장, 박상모 보령시의회 의장 등도 축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