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에덴교회, ‘한·일 친선 회복예배’
故 오야마 세이지 목사 아들 방문
아버지 회개·화해 사역 계승 의지
성도들 앞에서 90도로 사죄 인사
제78주년 8.15 광복절을 앞두고, 새에덴교회(담임 소강석 목사)에서 ‘한·일 친선 회복예배’가 7월 26일 오전 개최됐다.
이날 회복예배에는 오야마 세이지 목사(64세, 일본 도쿄 성서 그리스도교회 담임)가 참석해 설교했다.
새에덴교회 소강석 목사 초청으로 방한한 오야마 세이지 목사는, 일본 과거사 사죄와 한·일 간 화해의 상징이었던 일본교회 원로 故 오야마 레이지 목사의 아들이다.
이번 초청은 5월 16일 별세한 故 오야마 레이지 목사 유족 조문을 위해 5월 22일 일본 도쿄를 방문한 소강석 목사가 유족인 오야마 세이지 목사 부부를 만나 조의를 표하며, 생전 아버지 오야마 레이지 목사와 10년간 함께했던 한·일 간 화해 협력 사역을 아들인 오야마 세이지 목사와도 이어가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마련됐다.
소강석 목사는 오야마 세이지 목사 부부를 새에덴교회로 초청하면서, 故 오야마 레이지 목사와 한일친선선교협력회에서 오랫동안 동역하며 한국교회와 일본교회 간 소통의 역할을 감당해 온 노조미교회 하요한 GMS선교사와 이노치노키교회 히가시 키요오 장로를 함께 초청해 방문했다.
오야마 세이지 목사는 이날 오전 ‘여러분은 하나님의 최고 걸작품입니다(엡 2:10)’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오후 8시 저녁예배에서도 같은 제목으로 설교한다.
소강석 목사는 설교 전 “8.15를 앞두고 오야마 레이지 목사님의 사역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오야마 세이지 목사님을 모시게 됐다”며 “힘찬 박수로 환영해 달라”고 당부했다.
오야마 세이지 목사는 “5월 16일 아버지가 소천받으셨을 때, 소 목사님이 한국에서 조문을 오셔서 기도해 주셨다”며 “소 목사님의 기도에 큰 감동을 받았고, 한·일 간 미래 관계에 대해 언급하면서 저를 한국으로 초청하셨다. 저희 부부는 강렬한 도전을 받고 이렇게 응답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소 목사님은 조문 자리에서 저희 아버지의 신앙 자세와 일본 강점기 시절에 대한 사죄와 화해의 생애에 매우 감명을 받아 조문을 왔다고 말씀하셨다”며 “그리고 아버지의 뜻을 잘 이어받아 다음 세대로서 새로운 시대를 열자고 말씀하시면서 ‘현해탄을 중심으로 아들인 저는 일본에서 다가오고, 소 목사님은 한국에서 다가가 꽃을 피우지 않겠는가’라고 제안하신 것”이라고 했다.
오야마 목사는 “저희 아버지는 한·일 간 화해와 협력을 염두에 두고 교단과 교회를 운영하셨기에, 저는 이를 잘 이어받고자 한다”며 “앞으로 한·일 관계가 강화되고 심화되리라 생각한다. 하나님께서 한국과 일본 교회들을 그렇게 이끌어 가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오늘을 시작으로 여러분들에게 많은 부분들을 배우고 싶다. 아버지는 저희 집 바로 옆에 (일제에 의해 불탔던) 제암리교회 재건위원회 사무실을 만드셨다”며 “초등학교 시절 담임선생님이 크리스천이셨는데, 일본이 한국에 대해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가 말씀해 주셨다. 우리는 아무도 그런 사실을 몰랐다”고 회고했다.
오야마 세이지 목사는 “아버지가 하시려는 일은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선생님 말씀을 듣고 이해하게 됐다”며 “아버지는 처음에 필리핀에서 회개와 화해 사역을 하셨다. 그러면서 아시아 여러 나라들에도 이런 사역이 필요하지만, 한국에서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또 “아버지의 사죄 운동을 이어받고, 더 심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버지는 평생 그 짐을 안고 가겠다고 하셨다. 저도 사죄와 화해의 메시지를 받고 잘 계승하고자 한다”며 “여러분 한 분씩 만나 사죄하기 어렵기에 앞에서 이렇게 말씀드린다. 앞으로도 일본의 과거사에 대해 확실하게 사죄하고 화해하는 일들을 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오야마 목사는 “말로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나타내 보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좋은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여러 복잡한 마음이 있으시겠지만, 부디 저희를 용납해 주시고 앞으로 관계를 잘 이어나가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한 뒤 90도로 숙여 성도들에게 인사했다.
그는 “아버지께서 일제 시대에 저지른 잘못들에 대해 ‘한국인이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사죄하겠다’고 평소 늘 말씀하시던 정신을 잘 계승해, 한국과 일본이 좋은 관계가 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며 “여러분은 포이에마, 하나님의 최고 걸작품들”이라고 했다.
설교 후 새에덴교회는 오야마 세이지 목사 부부에게 꽃다발을 증정했다. 소강석 목사는 “일본의 잘못을 기억하면서도 거기에 매이지 않고 사과를 하면 받고 양 교회가 앞으로 한일 간 화해와 미래로 나아가자”고 말했다.
소강석 목사와 오야마 세이지 목사는 이번 한·일 친선 회복예배를 통해 故 오야마 레이지 목사의 일본 과거사 사죄와 한일 화해 및 협력 정신을 계승하고, 한·일 간 미래지향적 ‘피스 브리지(peace bridge)’ 사역을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다.
오야마 레이지 목사는 ‘일본해외선교회’를 만들어 오랜 기간 한일 간 화해를 비롯, 아시아 각지에서 일본의 과오에 대한 사죄·화해 운동을 전개해 왔다. 2015년 ‘광복 70주년 평화통일 기도회’에서는 30만여 성도들 앞에서 사죄의 절을 했다.
특히 제암리교회 학살 사건 현장을 여러 차례 방문, 유족들에게 사죄하고 모금운동을 펼쳐 교회 재건에 앞장섰다. 재건 추진 과정에서 오야마 목사는 유족들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히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우여곡절 끝에 교회당과 기념관 완성 후 오야마 목사가 유족들을 다시 만나자, 그들도 기뻐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처음 제암리에 방문했을 때 욕하며 소리를 질렀던 유족 할머니는 일본어로 ‘목사님,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제 손을 붙잡았다”고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