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세대 다시 보기 8] ‘함께’ 하지 않으면 답이 없다!
프로그램 준비보다 참여 독려에
에너지 더 쏟아, 시작부터 힘들어
담당 교역자들과 교사들뿐 아니라
교회 전체가 함께 움직여야 해결
#하얗게 불태운 우리들의 수련회!
‘이번 여름 사역! 정말 하얗게 불태웠다’. 여름 사역을 마친 우리 모두의 모습 아닐까.
원래 이 말은 일본의 권투 만화 <내일의 죠>에 등장하는 말이다. 주인공 ‘야부키 죠’가 권투를 그만두라는 권유를 받았을 때, 그가 했던 말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모든 것을 쏟아부은 뒤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다는 죠의 신념을 표현한 말이다.
짧지만 강한 임팩트 덕분에 이 말은 매우 유명한 ‘짤’(짤방의 줄임말, 인터넷에서 돌고 도는 각종 이미지 파일, 지금은 사진 자체를 아우름)이 됐다. 유독 학생들이나 사회 초년생들이 이 ‘짤’을 좋아한다. 시험 기간 후 혹은 중요한 프로젝트를 끝낸 후 이 짤을 ‘단톡방’에 공유함으로써 자신의 상태를 표현한다(변형된 짤이 많이 파생될 정도로 유명한 짤이니, 이런 짤들은 핸드폰에 저장해 두면 아이들과 소통하기 좋다).
정말이지 하얗게 불태운 교역자와 교사들에게 뜨거운 동지애를 느낀다. 어느 교회를 가든지 가장 중요한 행사는 겨울과 여름 수련회이다. 길게 잡아도 모두 6일에 이르는 이 기간 동안, 부서는 예산의 50%를 넘게 쓴다. 대부분의 에너지도 여기에 쓴다. 그러다 보니 여기에 우리의 모든 에너지를 불태운다. 교사들 중 여름 수련회가 끝나면 ‘올해 사역은 다 끝났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을 정도다.
매년 쉬지 않고 사역을 준비하면서 느끼는 것은, ‘갈수록 수련회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코로나 전과 비교하면 피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코로나 전에는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준비’하는데 많이 에너지를 썼다면, 코로나 이후에는 ‘독려’ 때문에 그렇다. 아이들에게 수련회에 ‘가자’고 독려하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가 들어간다. 한 마디로 시작부터 힘들다.
#코로나 이후, 시작부터 힘들다
사실 수련회는 한 번도 쉬웠던 적이 없었다. 은혜받는 자리에는 언제나 악한 세력들도 활발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알기에 기도도 많이 했고, 준비도 많이 했다.
다만 코로나 전만 하더라도 사역 자체를 하얗게 불태울 때가 많았다. 그러니까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할 것인가?, 어떤 말씀을 전할 것인가?, 어떤 외부 활동들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즉 사역 내용에 대한 고민이었다. 이것을 계획하고 준비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반면 코로나 이후에는 ‘독려’에 제일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부서 아이들에게 수련회에 가자고 독려하는데 너무 많은 에너지가 들어간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미 참석하지 못할 이유를 너무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도 학생들의 여름 수련회 참석을 독려하기 위해 가정 방문을 계획했었다. 선생님들과 함께 학생들의 아파트 입구에서 잠깐 얼굴을 보고 준비한 선물만 주고 오려는 계획이었다. 하루에 대략 10가정 정도를 방문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아이들의 얼굴을 본 것은 2-3가정 정도다. 나머지는 학원에 있거나 연락두절이다. 집 앞 문고리에 걸어놓으려고도 해봤으나, 요즘은 까딱 잘못하면 잡상인 취급 받는다.
실제로 필자의 친구는 며칠 전 만남에서 이런 말을 했다. “저번에 수련회 참석 독려한다고 아이들 집에 신청서랑 과자 선물 가지고 방문했다가 쫓겨났어. 아파트 관리인이 잡상인 취급하더라!”
갈수록 수련회 참석을 독려하는 교역자와 교사가 잡상인으로 취급받는 시대이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시작부터 너무 힘들다. 교회에서 만나서 독려를 해도 돌아오는 말은 비슷하다. 이미 아이들은 가지 못할 이유가 한가득이다.
“학원 가야 해요”, “특별 보강 있어요”, “엄마가 허락 안 해요”….
요즘은 프로그램 준비하는 것보다 아이들에게 수련회 가자고 하는 것이 더 힘들다. 정말 시작부터 ‘독려’하는 일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당연히 이전과 비교하면 수련회 피로도도 더 심하다. 시작부터 지치기 때문이다.
작년부터는 수련회를 마치면 곧장 병원부터 가는 것 같다. 분명 나이 탓도 있겠지만, 시작부터 너무 하얗게 불태우고 있어서 그렇다.
#‘함께’가 아니면 답이 없다
점점 변해가는 교회학교의 현실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딱 하나다.
이제는 정말로 ‘함께’해야 할 때다!
이제는 부서 담당 교역자와 교사들만 외치고 행동해서는 답이 없다. 교회 전체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수련회뿐 아니라 모든 사역 현장에서 교회가 함께 하지 않으면 정말로 답이 없는 시대가 되었다.
지자체를 보면 잘 알지 않나. 지자체들은 요즘 출산율 저하로 비상이 걸렸다. 각 지자체마다 출산장려금 지급은 기본이고, 여기에 육아까지 함께 책임지겠다고 한다. 뉴시스 기사(2023. 7. 23) 중 하나는 <“온 마을 함께 아이들 키운다” 제천시, 공동육아·돌봄 지원 강화>이다.
이제 부모에게만 아이를 맡겨 놓는 시대는 지났다. 그 아이가 태어나 정착하고 출신 지역 시민으로 자라가기 위해서는 정책적으로도 함께 도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부모는 그 시(市)를 떠나게 된다. 교육하기 더 좋은 인근 시로 이사할 것은 당연하다.
교회도 이와 같다. 교역자나 교사들에게만 교회교육을 맡겨 놓는다면, 그 교회는 반드시 실패한다. 함께하지 않는 교육은 생명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교회들이 다음 세대를 사역자나 교사에게만 맡겨 놓으려 한다. 그저 수련회 마치고 나면 수고했다고 예배 시간에 박수 한 번 쳐주는 것으로 끝이다.
정말 확실하다. 교회 전체가 함께하지 않으면, 앞으로 박수 칠 일도 점점 적어질 것이다. 기실 작은교회에서는 교회학교가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잘 알려진 이 아프리카 속담은 그만큼 아이를 키우는데 함께하는 네트워크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한 아이를 그리스도인으로 키우려면 온 교회가 필요하다. 만약 수련회를 계획한다면, 담임목사부터 온 교회가 수련회를 함께 준비해야 한다. 장년 예배시간을 활용하여 자녀들을 수련회에 보내도록 적극적으로 부모들을 설득해야 한다.
적어도 수련회 개회예배 때는 아이들 얼굴을 보며 말씀도 전하고, 후에는 피드백에도 적극적이어야 한다. 다른 기관들 역시 물질적 후원과 함께 실질적인 몸의 봉사도 따라와야만 한다.
박수만 치지 말고, 손수 사역에 참여하자. 교회의 모든 부서들이 직접 힘을 보태 다음 세대를 세우는 일에 노력해야 한다. 다음 세대가 살아야, 교회 미래가 있다. 진짜로 ‘함께’가 아니면 답이 없는 시대가 되었다. 이제는 한 아이를 그리스도인으로 키우려면 온 교회가 필요한 시대다.
김정준 목사
울산대흥교회 교육목사
영남신학대학교 신학과·신학대학원
전남대학교 대학원 문학 석사
한남대학교 대학원 박사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