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종신형까지 내리는 법안 통과… 기독교계, 악용 우려
파키스탄 의회에서 신성모독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두 개의 법안이 통과돼, 기독교계와 시민사회 단체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파키스탄 상원은 최근 2023년 ‘형법 개정안’(Criminal Laws Amendment)과 ‘국가 소수자위원회 법안’(National Commission for Minorities Bill)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이슬람의 예언자 무함마드의 동료, 아내 및 가족을 모욕한 행위에 대한 처벌을 최소 징역 10년에서 최대 종신형으로 규정한다. 기존에는 최대 3년형이었다.
영국에 기반을 둔 세계기독연대(Christian Solidarity Worldwide, CSW)는 성명을 통해 “파키스탄 의회가 2023년 1월 이 법안을 승인했으며, 국내 시민사회와 소수자 공동체는 이 법안이 인권 유린을 부추기고 소수종교인들을 표적으로 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며 “같은 날 의회는 2023년 국가 소수자위원회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파키스탄의 시민사회 단체들은 이 법안의 조항이 ‘유엔 파리 원칙’(U.N. Paris Principles)에 위배되며, 2014년 6월 19일 파키스탄 대법원 판결의 지침을 준수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또한 소수민족위원회 법안이 소수민족의 권리 보호를 위해 실질적인 기능을 갖춘 기관을 만들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머빈 토마스 CSW 설립자 회장은 “신성모독법을 더 엄격하게 만드는 것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며 “2023년 국가소수자위원회 법안은 파키스탄에서 종교적 소수자의 권리 보호 법안을 제정할 기회를 놓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키스탄의 신성모독법은 이슬람을 모욕하는 사람을 사형 또는 종신형에 처한다. 그러나 이 법은 종종 개인적인 원한이나 돈, 재산 또는 사업적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복수의 수단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 중 한 명인 무스타크 아마드 칸 상원의원에 따르면, 신성모독법 위반시 100만 루피(약 470만 원)의 벌금이 추가적으로 부과된다.
파키스탄투데이에 따르면, 파키스탄 인민당(Pakistan People's Party, 이하 PPP)의 셰리 레흐만을 포함한 일부 하원의원들은 법안 검토를 위해 이를 관련 위원회에 회부할 것을 주장했지만, 사디크 산자라니 상원 의장이 법안에 대한 표결을 강행하여 통과시켰다.
이 법안의 목적 선언문은 “일부 개인이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신성모독죄에 연루돼, 테러와 국가 혼란을 일으키고 모든 계층의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다”고 강조한다. 또한 현재의 처벌 방식이 ‘단순하다’라고 표현하며, 이로 인해 사람들이 스스로 피의자를 처벌하면서 폭력이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신성모독 금지법은 거짓 고발자나 거짓 증인을 처벌하는 규정이 없는 상태로, 1980년대 군사 독재자 지아-울-하크 장군 치하에서 확대됐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19세기 말 식민지배 시대에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의 분쟁을 막기 위해 처음 이 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이 법은 최근 몇 년 동안 국제적인 관심을 끈 몇 가지 중요한 사건을 불러일으켰다. 2011년에 파키스탄 펀자브주 주지사인 살만 타세르는 신성모독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자신의 경호원에 의해 암살당했다.
같은 해, 다섯 자녀의 어머니이자 기독교 신자인 아시아 비비가 날조된 신성모독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아 국제적인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비비는 사형수로 8년간 독방 수감 생활을 하다가 2018년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비비에게 무죄 판결이 내려지자 국내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들은 거리 시위를 벌였고, 급기야 그녀를 석방시킨 대법관을 살해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2014년에는 기독교 부부인 셰자드와 샤마 마시가 이슬람 경전 꾸란의 페이지를 찢었다는 거짓 참소를 받아 폭도들에 의해 벽돌 가마에 갇혀 불에 타 죽임을 당했다. 2020년 파키스탄 인권위원회는 1990년 이후 신성모독 혐의와 관련된 폭력으로 최소 69명이 사실 확인 없이 살해당했다고 보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