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병철 회장이 묻고, 챗GPT가 답하다… 신과 종교에 대해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질문에 질문을 더해 답 찾는 과정

챗GPT는 달변가, 바로바로 대답해
항상 신뢰할 수 있는 답 주진 않아
상당한 시간과 끊임없는 반복 필요

삼성 이병철 회장과 챗GPT의 대화
최원호 | 범우 | 200쪽 | 17,000원

Q1. 신의 존재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 신은 왜 자신의 존재를 똑똑히 드러내 보이지 않는가?
Q6. 신은 왜 악인을 만들었는가?
Q10. 영혼이란 무엇인가?
Q16. 성경에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을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에 비유했는데, 부자는 악인이란 말인가?
Q24. 지구의 종말은 오는가?

故 이병철 삼성 회장이 죽기 한 달 전에 한 가톨릭 신부에게 남겼다는 신과 종교에 대한 24가지 질문 중 일부이다. 이 질문들에는 이어령 박사, 김용규 선생, 황의찬 목사 등이 <메멘토 모리>, <백만장자의 마지막 질문>, <삼성 창업가 이병철의 하나님> 등을 통해 응답한 바 있다.

<삼성 이병철 회장과 챗GPT의 대화>는 심리학자 최원호 박사가 올해 초부터 챗GPT의 도움을 받아 이 24가지 질문에 대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저자는 “항목마다 질문에 질문을 더했다. 신학적이거나 철학적인 이슈를 풀어나가야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며 “때때로 깊이 있는 생각과 고민을 필요로 했지만, 그 과정에서 얻는 통찰이 중요함을 깨닫게 됐다”고 소회를 전했다.

그러면서 “이 책은 제 그런 노력의 결과로, 독자들이 함께 고민하며 자신만의 답을 찾아나갈 수 있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병철 회장이 제기한 24개 질문들은 인간 존재와 가치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들로, 책에 담긴 대화들은 챗GPT와 함께한 수많은 시간 동안의 대화와 고민의 결과”라고 했다.

질문과 해답 자체도 중요하지만, 챗GPT의 속성과 바람직한 사용법에 대한 팁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부제가 ‘대화혁명의 시작, AI와 대화능력 극대화를 위한 필독서’이다.

▲최원호 목사. ⓒ은혜제일교회

▲최원호 목사. ⓒ은혜제일교회

저자는 “챗GPT는 때때로 달변가일 수는 있었지만, 그 달변가가 항상 신뢰할 수 있는 답을 내놓지는 못했다”며 “더욱이 이병철 회장의 질문들은 철학적 성향을 띠었고, 신의 존재, 진화와 창조, 천국과 지옥, 영혼의 구원 등에 관한 질문에 답할 때까지 상당한 시간과 끊임없는 반복이 필요했다”고 술회한다.

또 “챗GPT는 놀랍게도 복잡하고 심오한 질문에도 대답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더욱 깊은 이해를 얻기 위해 그들의 언어적 유희를 분석하고 참과 거짓,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려는 노력을 계속했다”며 “그 과정에서 저는 모든 것이 거짓에 놀아날 수도 있다는 위험한 진실을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대화형 인공지능인 챗GPT는 어떤 질문에도 즉각 답변을 내놓을 수 있지만, 그 답변 속에서는 종종 거짓을 사실처럼 진실을 왜곡하는 불확실한 정보가 숨어 있을 수 있고, 이런 불확실성은 종교 문제를 다룰 때 특히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저자는 우려한다.

▲(왼쪽부터) 이병철의 질문에 챗GPT가 답했다. ⓒ호암재단, 크투 DB

▲(왼쪽부터) 이병철의 질문에 챗GPT가 답했다. ⓒ호암재단, 크투 DB

책에서 챗GPT는 어떠한 질문을 받으면, 기존 여러 입장들을 종합 정리해서 설명하는데 치중한다. 성경 말씀을 인용하기도 하지만, 기독교와 가톨릭(천주교)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사과도 즉각적이다. 챗GPT는 지구 종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지구의 종말에 대한 예측이나 확실한 정보는 없지만, 다양한 종교적·철학적·과학적 시각에서 지구 종말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기독교에서는 종말론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과 하나님의 심판, 새로운 천국과 지구의 창조를 기대하며, 죽음 이후에도 새로운 인생이 시작될 수 있으며, 하나님의 은혜와 구원을 받아 영원한 생명을 누릴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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