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워싱턴DC 中대사관 앞 “탈북민 강제북송 중단” 외침

이대웅 기자  dwlee@chtoday.co.kr   |  

‘탈북민 강제북송 반대 美 시민연합’ 결성돼

하원의원 “시진핑, 北에 NO 해야”
美 정부, 정중하되 단호히 나서야
코로나19 이후 북-중 국경 봉쇄돼
국경지대 탈북민 인권유린 심각해

▲중국대사관 앞에서 집회가 진행되고 있다. ⓒ시민연합

▲중국대사관 앞에서 집회가 진행되고 있다. ⓒ시민연합

미국 하원의원과 인권운동가 등이 중국의 탈북민 강제북송 중단 및 난민 인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및 집회를 8월 23일 오전 11시(이하 현지시간) 수도 워싱턴D.C. 중국대사관 앞에서 개최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코로나19 이후 탈북민 강제북송을 중단했던 중국이 오는 9월로 예정된 항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억류 중으로 알려진 탈북민 2,600여 명을 북송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과 집회는 미국 시민사회단체들과 탈북민들이 최근 결성한 ‘2,600명 탈북민 강제북송 반대 미국 시민연합(U.S. Citizens’ Association against the Forcible Repatriation of 2,600 North Korean Refugees)’이 주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공화당 중진이자 의회 내 초당적 기구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와 ‘의회·행정부 중국 위원회(CECC)’ 공동 의장인 크리스 스미스 뉴저지 하원의원(Chris Smith)이 직접 참석해 탈북민 강제북송 중단을 촉구했다.

▲크리스 스미스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시민연합

▲크리스 스미스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시민연합

VOA(Voice of America)에 따르면, 스미스 의원은 “우리는 중국 대사관, 나아가 시진핑 주석에게 국제법을 준수할 것을 호소한다”며 “중국은 (유엔 난민협약과 의정서 등) 국제법에 동의했으니, 이제 그 법안들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 정권이 탈북민을 ‘모두 돌려보내라’고 말할 때, 시진핑 주석이 이에 굴복하지 않는 지도자임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스미스 의원은 “중국은 유엔 난민협약과 의정서를 비준한 국가로서 의무를 지켜야 한다”며 “탈북민들은 북송되면 끔찍한 인권 침해에 직면한다”고 지적했다.

스미스 의원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중국 대사관 앞에서 열린 중국 내 인권 규탄 집회에는 여섯 번이나 참석했지만, 탈북민 관련 집회는 처음”이라며 “국무부와 대통령 등 미국 정부도 이 문제에 대해 정중하되 단호하게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천명했다.

미국 기독교 단체 ‘크리스천 프리덤 인터내셔널(CFI)’ 웬디 라이트 회장(Wendy Wright)은 “중국과 시진핑 주석이 탈북민들에게 자비를 베풀고, 탈북에 성공한 주민들을 강제 송환하지 말 것을 진정으로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중국대사관 앞에서 강제북송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시민연합

▲중국대사관 앞에서 강제북송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시민연합

집회를 주도한 워싱턴 통일광장기도회 이중인 목사는 “오늘 집회는 중국과 국제사회에 탈북민 강제북송 중단을 호소하는 의미도 있지만, 현재 중국 감옥에 억류돼 공포에 떨고 있는 탈북민들에게 희망을 전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했다.

이중인 목사는 “지금 감옥 안에 있는 여러분들은 아무런 죄가 없다. 북한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못 먹고 생존의 위험과 인권 문제 때문에 자유를 찾아서 나온 것뿐”이라며 “우리 모든 미국인들은 여러분이 무사히 나올 때까지 멈추지 않고 이 자리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탈북 후 중국에서 3년간 어려움을 겪다 2009년 미국에 정착한 탈북민 저스틴 서 씨도 참석했다. 그는 중국 정부를 향해 “왜 여전히 탈북민들을 강제북송하는 비인간적 처사를 자행하는가? 문명국으로서 악이 아닌 선을 선택하라”며 “중국은 선과 악 중 악을 선택했고, 이는 연쇄살인범보다 더 나쁜 행동이다. 당장 강제북송 정책을 철회하라”고 외쳤다.

이날 집회에는 이용희 대표(에스더기도운동)도 참석해 발언했다. 이 대표는 한국 서울 중국대사관 앞에서 탈북민 강제북송 중단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었으며, 미국과 연대를 위해 이날 워싱턴을 방문했다.

▲이용희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시민연합

▲이용희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시민연합

이용희 대표는 “중국은 1982년 ‘UN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 가입했지만, 한 번도 탈북민들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하지 않았다”며 “중국에 의해 강제북송됐다 재탈북한 많은 이들의 증언에 의하면, 강제북송될 경우 가혹한 고문을 당하고, 모든 돈과 소지품을 빼앗긴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임산부들은 강제낙태, 영아살해를 당하고, 많은 이들이 고문 후 수감되거나 노동단련대에 끌려가 강제노동을 당하다 죽기도 하고, 살아나와도 영양실조와 각종 질병, 후유증으로 평생 고통 속에 살아간다”며 “중국에서 교회에 갔거나 성경을 소지했을 경우, 간첩죄로 몰려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가거나 처형당한다”고 폭로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북한이 국경을 봉쇄해, 국경지대 탈북민 인권유린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국경 봉쇄로 공안에 체포됐던 탈북민 2천여 명이 수비대에 구금돼 있다”며 “베트남으로 넘어가려다 국경에서 체포된 탈북민 5백여 명도 난닝시 인근에 구금돼 있다고 한다. 그래서 총 2,600여 명의 탈북민들이 붙잡혀 언제 강제북송될지 모르는 긴박한 상황”이라고 보고했다.

그러면서 “9월 23일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또 다시 탈북민에 대한 중국 정부의 심각한 인권 유린과 탈북민 2,600명에 대한 대규모 강제북송이 국제적 심판대에 오르고 있다”며 “앞서 베이징 동계 올림픽 때 유럽과 미국 등 많은 나라가 인권 문제로 보이콧을 선언해, 지금 중국은 세계 여론에 매우 민감하다. 이때 전 세계 사람들이 함께 외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참가자들이 중국대사관 앞을 행진하고 있다. ⓒ시민연합

▲참가자들이 중국대사관 앞을 행진하고 있다. ⓒ시민연합

참가자들은 행사 뒤 중국대사관 앞을 행진하며 탈북민을 구출하자고 외쳤다. 그러나 중국대사관은 이날 집회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며, 주최측이 전달한 탈북민 강제북송 중단 호소 서한도 접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최측은 다음 날인 24일 뉴욕으로 옮겨 중국 총영사관과 유엔 본부 앞에서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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